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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이 주말 북미 극장가에서 60억 원대의 수익을 올리고 일본 박스오피스에서도 1위에 오르는 등 아카데미 수상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AP통신은 16일(현지 시간) 미국 시장조사기관 컴스코어를 인용해 “기생충 개봉 19주째인 지난 주말 북미 박스오피스 수익이 전 주말 대비 234% 증가해 550만 달러(약 65억 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01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글래디에이터’ 이후 가장 큰 ‘오스카 효과’라고 전했다. 이로써 미국을 포함해 기생충이 올린 세계 티켓 판매 누적 수익은 2억400만 달러(약 2414억 원)에 달했다. 17일 일본 고교(興行)통신에 따르면 기생충은 지난 주말(15, 16일) 영화 ‘1917’을 따돌리고 흥행 1위를 기록했다. 한국 영화로는 2005년 ‘내 머릿속의 지우개’ 이후 15년 만이다. 정확한 주말 매출액은 집계 중이다. 기생충은 지난달 10일 개봉하면서 흥행 5위로 출발했지만 10일 아카데미상 4관왕 이후 역주행했다. 국내에서도 기생충은 박스오피스 역주행세가 뚜렷해졌다. 오스카 시상식 이후 첫 주말인 14∼16일 사흘 동안 8만9110명이 관람해 주말 기준 박스오피스 4위에 올랐다. 기생충의 맛깔 나는 대사를 살린 영문 번역에 관심을 가진 관객들이 늘면서 영어 자막 버전도 함께 인기를 끌고 있다. 17일 현재 기생충의 국내 누적 관객 수는 1022만8439명으로 23일 흑백판이 개봉하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이서현 baltika7@donga.com·신아형 기자}

봉준호 감독 말말말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목전에 둔 1월 30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런던비평가협회 시상식. 미국에서 바쁜 일정을 소화하던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의 감독상과 작품상 수상 소감을 동영상으로 대신했다. 동영상 수상 소감임에도 불구하고 봉 감독의 말솜씨에 시상식장은 폭소와 박수로 가득 찼다. “머릿속에서 영원히 빠져나가지 않는 기생충처럼 ‘패러사이트(기생충)’가 여러분의 기억 속에 오래오래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영상만으로도 좌중을 휘어잡는 봉 감독 화법의 특징은 유머와 촌철살인, 그리고 스스로를 낮추는 겸손함이다. ‘오스카 레이스’ 동안 500여 차례 인터뷰, 100여 차례 관객와의 대화(GV)에서 그가 말한 발언들이 오스카 시상식이 끝난 뒤에도 유튜브 등 인터넷에 오랫동안 회자되는 이유다. 봉 감독의 숱한 어록을 통해 ‘기생충’의 여정을 되짚었다. ▽유머 봉 ―(‘‘설국열차’는 ‘윈터 솔져’ 2편 아니었나. 거기엔 캡틴 아메리카인 크리스 에번스가 출연했으니까’라고 묻자) “에번스는 (영화에서) 생선을 밟고 미끄러집니다. 그런 건 마블의 감성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지난해 11월 버라이어티 인터뷰) ―“LAFCA(LA비평가협회)를 들으니 갑자기 AFKN이 생각납니다. 주한미군방송인데, 한국 문화가 정말 보수적일 때 AFKN은 유일하게 야한 거, 폭력적인 걸 볼 수 있던 곳이었어요. 아홉 살 때 부모님이 주무시면 혼자 나와서 금요일 밤에 영화를 봤습니다. 그땐 몰랐지만 정말 유명한 감독님들의 영화였어요. 그 당시엔 영어도 몰라서 영상만 봤는데 그때 몸속에 영화적인 세포들을 만든 것 같습니다.”(지난해 12월 LA비평가협회 시상식 수상 소감) ―(‘한국 선거에 나가도 될 것 같다’는 질문에) “저와 여기 모든 배우분들은 오로지 예술에만 미친 사람들로서 정치와는 아주 거리가 먼 사람들입니다.”(지난해 10월 뉴욕 영화제 인터뷰) ―(‘많은 사람들이 셀카를 찍자고 했었다. 기억나는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재밌는 분위기의 어떤 여자분이 와서 셀피를 찍으려고 했는데 화면 플립이 계속 안 돼서 1분 동안 헤매다가 그냥 갔습니다. 그때가 제일 안타까웠어요.”(2월 오스카 레드카펫 인터뷰) ―“제가 습관이 좀 이상하게 들어가지고 집이나 사무실에서 시나리오를 못 쓰고 항상 카페나 커피숍에서 쓰거든요. 막상 이제 그 시나리오를 썼던 커피숍이 영화 개봉할 때쯤 가보면 망해서 없어진 적이 많아요. 제가 좋은 시나리오를 쓸 수 있게 해준 커피숍 주인분들께 이 상을 바칩니다.”(1월 할리우드비평가협회 수상 소감) ―“(영화가) 왜 잘된 것 같냐고 물으셨는데… 저도 잘 모르겠지만 그날 비 오는 밤에 가정부(이정은)가 집으로 돌아왔기 때문인 것 같아요.”(1월 샌타바버라 영화제 관객과의 대화) ―“오늘은 비건 버거를 맛있게 먹으면서 시상식을 즐기고만 있었거든요. 살면서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는 것 같아요. 이제 내려가서 반쯤 남아 있는 비건 버거를 먹어야겠습니다.”(1월 크리틱스 초이스 수상 소감) ▽촌철살인 봉 ―“한국은 겉으로는 K팝, 초고속인터넷, 정보기술(IT) 등으로 매우 부유하고 매력적인 나라처럼 보이지만 부유층과 빈곤층의 빈부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은 절망에 빠져 있고요.”(1월 영국 가디언 인터뷰) ―“세상이 오히려 혁명으로부터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습니다. 혁명이란 것은 부서뜨려야 할 대상이 있어야 하는 것인데 그게 뭔지 파악하기가 힘들고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기생충’은 그 복잡함을 표현하고 있습니다.”(1월 샌타바버라 국제영화제 인터뷰) ―“이 가족들이 멍청하거나 무능력하거나 게으른 사람들이 아니거든요. 다 멀쩡히 일을 하잖아요, 막상 부잣집에 들어가면. 멀쩡하고 분명 능력 있는 사람들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자리가 없다는 것, 그게 이 영화의 출발점이에요. 그거 자체가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양극화 시대에 대해서.”(지난해 10월 뉴욕 영화제 인터뷰) ―“관객들이 이야기에 완전히 빨려들었으면 좋겠어요. 그들의 멱살을 잡고 흔드는 거죠. 영화가 끝나고 집에 가서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을 때 비로소 영화가 전달하고자 했던 지적이고 논쟁적인 메시지가 와 닿으면서 한 방 먹은 느낌이 드는 것, 영화의 메시지에 완전히 매료돼 계속 그 생각만 하게 되는 것. 그런 경험을 관객에게 선사하고 싶습니다.”(1월 뉴욕타임스 인터뷰) ―(‘기생충’은 왜 한국어로 만들었냐는 황당한 질문에) “‘설국열차’에도 부자와 가난한 사람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번에는 좀 더 내 이웃, 내 주변에서 정말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고 싶어 자연스럽게 한국이라는 지역, 한국어를 선택했다.”(2월 오스카 레드카펫 인터뷰) ▽겸손 봉 ―“나흘간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님을 세 번 보고 있고 벤, 조슈아 사프디 형제, 타란티노 감독님을 세 번 만나 인생에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없을 것 같습니다.”(지난해 12월 전미비평가위원회 외국어영화상 수상 소감) ―“제가 비록 지금 골든글로브에 와 있긴 하지만 BTS(방탄소년단)가 누리는 파워와 힘은 저의 3000배는 넘는 거니까요. 그런 아티스트들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나라인 것 같아요. 감정적으로 격렬하고 다이내믹한 나라거든요.”(1월 골든글로브 레드카펫 인터뷰) ―“최근 자주 뵙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님을 보니까 25년 후에 제가 그분의 나이가 되거든요. 오늘 이후 25년간 진정한, 아웃스탠딩한 감독이 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1월 샌타바버라 영화제 수상 소감) ―“제가 쓴 대사와 장면들을 훌륭하게 펼쳐준 배우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살아있는 배우들의 표정과 보디랭귀지야말로 가장 유니버설한 만국 공통어란 생각이 들어요. … 혼자 외롭게 카페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어요. 시나리오를 커피숍에서 쓰는데 이렇게 런던 한복판 로열 앨버트홀에 서게 될 날이 올 줄 정말 상상도 못 했던 거죠.”(2월 영국 아카데미·BAFTA 시상식 수상 소감) ▽긍정주의자 봉 ―“저 자신이 BAFTA나 오스카의 다양성에 공헌하고 있는 건지…. 저는 20년간 만들어 오던 영화가 영광스럽게 초대돼서 와 있는 거니까요. 여성이나 인종, 성적 정체성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의도적으로 그걸 의식하지 않더라도 균형들이 자연스럽게 맞춰지는 날들이 올 거라고 봅니다. 우리가 여러 가지 면에서 하고 있는 노력에 의해서요. 저는 긍정적입니다( I’m optimistic).”(2월 영국 아카데미 수상 후 기자회견) ―(현재의 디스토피아적 특성에 대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그 어떤 모습도 디스토피아라고 정의 내리고 싶지 않습니다. (영화의 결말에서 최우식이 소주 한잔을 부르는 장면을 언급하며) 가사가 엄청나게 긍정적이진 않지만, 분명히 그 안에는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담겨 있습니다.”(지난해 10월 타임지 인터뷰) 배우들 말말말 봉준호 감독과 오스카 일정을 함께한 배우들도 봉 감독 못지않은 입담을 과시했다. 미국 텔루라이드 영화제부터 약 5개월간 배우 송강호 이선균 박소담 최우식의 유쾌한 인터뷰, 수상 소감을 모았다.○ 송강호 “(봉 감독을) 처음 만났을 때는 배우 티모테 샬라메처럼 날씬했는데 지금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과 더 닮았다.” “한국에서 나를 잘생겼다고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니까 나를 보고 한국 배우들이 나처럼 생겼을 거라 생각하면 큰 실수다. 예를 들면 주드 로가 50명, 브래드 피트가 50명 항상 대기하고 있다.”―이상 지난해 12월 LA비평가협회 시상식 수상 소감 “(봉 감독의) 다섯 번째(영화 출연)는 제가 확신을 못 하겠다. 너무 힘들다. 계단도 많이 나오고 반지하에 살고 비도 맞아야 된다. 다음에는 (기생충 속) 박 사장 역이면 생각해 보겠다.”―아카데미 시상식 직후 기자간담회 ○ 이선균 “본의 아니게 할리우드에 기생하게 된 것 같아 민망하다. 사업과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상생하고 공생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올 1월 미국 배우조합상(SAG) 시상식 수상 소감 “너무 기쁘고요. 저희가 엄청난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 보니까 오스카가 선을 넘은 것 같네요.”―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소감 ○ 박소담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오늘 밤에도 열심히 많은 기사와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게시물 찾아보면서 온몸으로 느껴봐야 할 것 같다. 아마 잠 못 이루지 않을까….”―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소감 ○ 최우식 “‘계획에 없던 건데’라는 대사가 있는데 계획하지 못한 큰 이벤트가 있어서 행복하다. 봉준호 감독과 아버지(송강호)가 미국 프로모션을 하며 고생이 많으셨는데 앞으로 평생 원동력으로 삼겠다.”―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소감 “아시아에는 전설적인 영화들이 많다. 다음 해, 그 다음 해에 더 많은 영화들이 왔으면 좋겠다.”―올해 1월 SAG 시상식 수상 소감 김기윤 기자 pep@donga.com·이서현 baltika7@donga.com·김재희 기자}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목전에 둔 1월 3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런던비평가협회 시상식. ‘기생충’의 감독상과 작품상 수상으로 봉준호 감독은 수상 소감을 동영상으로 대신했다. 동영상 수상 소감은 원래 김이 새기 쉽지만 봉 감독의 수상 소감에 시상식장은 폭소와 박수로 가득 찼다. “머리 속에서 영원히 빠져나가지 않는 기생충처럼 패러사이트(기생충)가 여러분의 기억 속에 오래오래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영상만으로도 좌중을 휘어잡는 봉 감독의 화법의 특징은 유머와 촌철살인, 그리고 스스로를 낮추는 겸손함이다. ‘오스카 레이스’ 동안 500여 차례 인터뷰, 100여 차례 GV(관객와의 대화)에서 그가 말한 발언들이 오스카 시상식이 끝난 뒤에도 인터넷과 유튜브에 오랫동안 회자되는 이유다. 봉 감독의 숱한 어록을 통해 ‘기생충’의 여정을 되짚었다. △유머 봉 -(‘설국열차’는 ‘윈터 솔져’ 2편 아니었나. 거기엔 캡틴 아메리카인 크리스 에번스가 출연했으니까‘고 묻자) “에번스는 (영화에서) 생선을 밟고 미끄러집니다. 그런 건 마블의 감성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버라이어티 지난해 11월 인터뷰-“LAFCA(LA비평가협회의 약자)를 들으니 갑자기 AKFN이 생각납니다. 주한미군방송인데, 한국문화가 정말 보수적일 때 AFKN은 유일하게 야한 거, 폭력적인 걸 볼 수 있던 곳이었어요. 아홉 살 때 부모님 주무시면 혼자 나와서 금요일 밤에 영화를 봤습니다. 그땐 몰랐지만 정말 유명한 감독님들의 영화였어요. 그 당시엔 영어도 몰라서 영상만 봤는데 그때 몸속에 영화적인 세포들을 만든 것 같습니다.” -지난해 12월, LA비평가협회 시상식 수상소감. -(한국 선거에 나가도 될 것 같다는 질문에) “저와 여기 모든 배우 분들은 오로지 예술에만 미친 사람들로서 정치와는 아주 거리가 먼 사람들입니다.” -지난해 10월 뉴욕영화제 인터뷰-(셀카를 함께 찍고 싶다. 기억나는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재밌는 분위기의 어떤 여자 분이 와서 셀피를 찍으려고 했는데 화면 플립이 계속 안돼서 1분 동안 헤매다가 그냥 갔습니다. 그 때가 제일 안타까웠어요.” -2월 오스카 레드카펫 인터뷰“제가 습관이 좀 이상하게 들어서 집이나 사무실에서 시나리오를 못 쓰고 항상 커피숍에서 썼습니다. 제가 좋은 시나리오를 쓸 수 있게 해준 커피숍 주인 분들께 이 상을 바칩니다.”-1월 할리우드 비평가협회 수상 소감 -“지금 상황이 ’인셉션‘ 같습니다. 곧 잠에서 깨 이 모든 게 꿈이란 걸 깨닫겠죠. 저는 아직도 기생충 촬영 중이고 모든 장비들이 고장나있겠죠. 밥차에 불이 붙어 있는 걸 보고 저는 통곡하겠죠. 하지만 당장은 모든 게 훌륭하고 너무 행복합니다.”1월 미국 매체 ’데드라인‘ 인터뷰-“오늘은 비건 버거를 맛있게 먹으면서 시상식을 즐기고만 있었거든요. 살면서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는 것 같아요. 이제 내려가서 반쯤 남아있는 비건 버거를 먹어야겠습니다.”-1월 크리틱스 초이스 수상 소감△촌철살인 봉-“한국은 겉으로는 K팝, 초고속인터넷, 정보기술(IT) 등으로 매우 부유하고 매력적인 나라처럼 보이지만 부유층과 빈곤층의 빈부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은 절망에 빠져있구요.”-올해 1월, 영국 ’가디언‘ 인터뷰-“세상이 오히려 혁명으로부터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습니다. 혁명이란 것은 부서뜨려야 할 대상이 있어야 하는 것인데 그게 뭔지 파악하기가 힘들고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기생충‘은 그 복잡함을 표현하고 있습니다.”-올해 1월 산타바바라국제영화제 인터뷰-“이 가족들이 멍청하거나 무능력하거나 게으른 사람들이 아니거든요. 다 멀쩡히 일을 하잖아요, 막상 부잣집에 들어가면. 멀쩡하고 분명 능력 있는 사람들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자리가 없다는 것, 그게 이 영화의 출발점이에요. 그거 자체가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한국뿐만 아리나 세계 양극화시대에 대해서.”-지난해 10월 뉴욕영화제 인터뷰-“관객들이 이야기에 완전히 빨려들었으면 좋겠어요. 그들의 멱살을 잡고 흔드는 거죠. 영화가 끝나고 집에 가서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을 때 비로소 영화가 전달하고자 했던 지적이고 논쟁적인 메시지가 와 닿으면서 한 방 먹은 느낌이 드는 것, 영화의 메시지에 완전히 매료돼 계속 그 생각만 하게 되는 것. 그런 경험을 관객에게 선사하고 싶습니다.” 1월 ’뉴욕타임즈 인터뷰‘-(’기생충‘은 왜 한국어로 만들었냐는 황당한 질문에)“’설국열차‘에도 부자와 가난한 사람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번에는 좀 더 내 이웃, 내 주변에서 정말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고 싶어 자연스럽게 한국이라는 지역, 한국어를 선택했다.”-2월 오스카 레드카펫 인터뷰. △겸손 봉-“나흘 간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님을 세 번 보고 있고 벤·조슈아 사프디 형제, 타란티노 감독님을 세 번 만나 인생에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없을 것 같습니다”-지난해 12월 전미비평가위원회 외국어영화상 수상 소감 -“제가 비록 지금 골든글로브에 와 있긴 하지만 BTS(방탄소년단)가 누리는 파워와 힘은 저의 3000배는 넘는 거니까요. 그런 아티스트들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나라인 것 같아요. 감정적으로 격렬하고 다이내믹한 나라거든요.”-올해 1월 골든글로브 레드 카펫 인터뷰. -“최근 자주 뵙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님을 보니까 25년 후에 제가 그 분의 나이가 되거든요. 오늘 이후 25년간 진정한, 아웃스탠딩한 감독이 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1월 산타바바라 영화제 수상 소감 -“제가 쓴 대사와 장면들을 훌륭하게 펼쳐준 배우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살아있는 배우들의 표정과 바디 랭귀지야말로 가장 유니버설한 만국공통어란 생각이 들어요…. 혼자 외롭게 카페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어요. 시나리오를 커피숍에서 쓰는데 이렇게 런던 한복판에 로얄 엘버트홀에 서게 될 날이 올 줄 정말 상상도 못했던 거죠.”-2월 영국 아카데미(BAFTA) 시상식 수상 소감 △긍정주의자 봉 -“저 자신이 바프타나 오스카의 다양성에 공헌하고 있는 건지…. 저는 20년 간 만들어오던 영화가 영광스럽게 초대돼서 와 있는 거니까요. 여성이나 인종, 성적 정체성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의도적으로 그걸 의식하지 않더라도 균형들이 자연스럽게 맞춰지는 날들이 올 거라고 봅니다. 우리가 여러 가지 면에서 하고 있는 노력에 의해서요. 저는 긍정적입니다( I’m optimistic).” -2월 영국아카데미 수상 후 기자회견 -(현재의 디스토피아적 특성에 대해)“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그 어떤 모습도 디스토피아라고 정의내리고 싶지 않습니다. (영화의 결말에서 최우식이 소주한잔을 부르는 장면을 언급하며)”가사가 엄청나게 긍정적이진 않지만, 분명히 그 안에는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담겨있습니다.“지난해 10월 ‘타임지’ 인터뷰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오스카 시상식이 나흘 전인가요? 사흘 전인가요? 벌써 3년 전 일 같습니다.” 영화 ‘기생충’으로 미국 아카데미 4개 부문을 석권한 봉준호 감독(51)이 수상 후 가진 첫 대외 행사는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지역 관객과의 대화였다. 미네소타주 지역 외신들에 따르면 봉 감독은 12일(현지 시간) 오후 8시 미니애폴리스 워커아트센터에서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해 자신의 영화와 오스카 시상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워커아트센터는 ‘봉준호: 경계를 넘어’라는 제목으로 ‘기생충’ ‘마더’ ‘옥자’ ‘설국열차’ 등을 상영하는 기획전을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열었다. 미국 유명 평론가이자 아마존 스튜디오 수석 디렉터인 스콧 펀다스가 진행한 이날 행사는 사전에 매진됐고 대기자 신청을 받을 정도였다. 봉 감독은 오스카 4관왕이 된 데 대해 “분명히 대단한 일이지만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생충이 국제영화상에 호명됐을 때 나머지 부문 수상을 기대하지 않았다”며 “감독상 발표 뒤 준비된 소감 없이 무대에 올랐다”고 털어놓았다. 영화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감독상 수상 소감을 말한 데 대해 그는 “왜 그때 텍사스 전기톱을 말했는지 모르겠다. 참 이상하다”며 웃었다. 봉 감독은 당시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잘라 5등분해 다른 후보 감독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그는 “장르 영화는 내 핏줄 속을 흐르는 혈액과 같다”며 “앨프리드 히치콕, 브라이언 드 팔마, 샘 페킨파의 영화를 주한미군방송(AFKN)과 대학 동아리를 통해 접하고 한국의 현실과 장르 영화의 재미를 합치는 것이 목표가 됐다”고 밝혔다. 자신을 포함해 박찬욱 김지운 이창동 감독을 열거하며 “한국의 1세대 영화광”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펀다스가 이번 상영회에 포함되지 않은 봉 감독의 첫 장편 ‘플란다스의 개’(2000년)를 소개하며 영화의 장점을 짚으려 하자 봉 감독은 “그 작품이 프로그램에 포함되지 않아 너무 기쁘다”며 함박웃음과 함께 덧붙였다. “제발 보지 마세요!” ‘기생충’은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10일부터 사흘째 4위를 유지하고 있다. 북미 누적 매출은 3717만 달러(12일 기준)로 역대 외국어 영화 흥행 5위인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를 곧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유명 고전과 동시대 영화를 DVD와 블루레이로 발매하는 크라이테리언은 ‘기생충’과 ‘살인의 추억’을 ‘크라이테리언 컬렉션’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기생충’의 영문판 스토리보드가 그래픽 노블 형태로 5월 발간된다. 봉 감독은 이번 주말 귀국한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오스카 시상식이 나흘 전인가요? 사흘 전인가요? 벌써 3년 전 일 같습니다.” 영화 ‘기생충’으로 미국 아카데미 4개 부문을 석권한 봉준호 감독(51)이 수상 후 가진 첫 대외 행사는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지역 관객과의 대화였다. 미네소타 주 지역 외신들에 따르면 봉 감독은 12일(현지시간) 오후 8시 미니애폴리스 워커아트센터에서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해 자신의 영화와 오스카 시상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워커아트센터는 ‘봉준호: 경계를 넘어’라는 제목으로 ‘기생충’ ‘마더’ ‘옥자’ ‘설국열차’ 등을 상영하는 기획전을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열었다. 봉 감독은 행사를 마무리하는 의미로 미국 유명 평론가이자 아마존 스튜디오 수석 디렉터인 스캇 펀다스와 대담을 가졌다. 봉 감독은 오스카 4관왕이 된 데 대해 “분명히 대단한 일이지만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생충이 국제영화상에 호명됐을 때 나머지 부문 수상을 기대하지 않았다”며 “감독상 발표 뒤 준비된 소감 없이 무대에 올랐다”고 털어놓았다. 영화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을 소재로 감독상 수상 소감을 말한 데 대해 그는 “왜 그때 텍사스 전기톱을 말했는지 모르겠다. 참 이상하다”며 웃었다. 봉 감독은 당시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잘라 5등분해 다른 후보 감독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워커아트센터는 약 20년 간 노아 바움백, 알렉산더 페인, 리안 등 거장 감독들과 대담 행사를 열며 다양한 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사전 매진됐고 대기자 신청을 받을 정도였다. 그는 “장르영화는 내 핏줄 속을 흐르는 혈액과 같다”며 “앨프레드 히치콕, 브라이언 드 팔마, 샘 패킨파의 영화를 AFKN과 대학 동아리를 통해 접하고 한국의 현실과 장르 영화의 재미를 합치는 것이 목표가 됐다”고 밝혔다. 자신을 포함해 박찬욱 김지운 이창동 감독을 열거하며 “한국의 1세대 영화광”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봉 감독은 이번 주말 귀국한다. ‘기생충’은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10일부터 사흘째 4위를 유지하고 있다. 북미 누적 매출은 3717만 달러(12일 기준)로 역대 외국어 영화 흥행 5위인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를 곧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유명 고전과 동시대 영화를 DVD와 블루레이로 발매하는 크라이테리온은 ‘기생충’과 ‘살인의 추억’을 ‘크라이테리온 컬렉션’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기생충’의 영문판 스토리보드가 그래픽 노블 형태로 5월 발간된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기생충’의 수상으로 아카데미 회원들은 새로운 문화와 콘텐츠를 아우를 준비가 됐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이것은 한국 영화뿐 아니라 전 세계 영화들에 문을 열어준 것입니다.” 영화 ‘기생충’의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수상으로 시상식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CJ그룹 이미경 부회장(62·사진)이 미국 할리우드 매체 할리우드리포터와 12일(현지 시간) 가진 인터뷰에서 콘텐츠 산업에 투자하게 된 이유와 시상식 후일담을 밝혔다. 이 부회장은 “1960년대 제가 보고 자란 것은 ‘대부’ ‘사운드 오브 뮤직’ 등이었다”며 “한국 콘텐츠를 보며 자라지 못한 이유는 우리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국 콘텐츠를 알리는 것에 집중하면 ‘언젠간 사람들이 한국 것을 볼 거야’라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기생충’이 이룬 성과가 남다르다고 평가했다. 그는 “많은 아시아인들이 열심히 일하는 것을 지켜봤다. 이제는 정말로 아시아인들이 인정받고, 그들의 노고가 드러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스카 시상식을 위해 특별하게 제작한 의상도 소개했다. 그 의상에는 ‘최고의 계획은 계획이 없는 것’ ‘리스펙!’ 등 기생충의 명대사가 영어로 수놓아져 있다. 오랜 기간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그가 무대에 올라 수상 소감을 발표하게 된 사연도 소개했다. 이 부회장은 “솔직히 마이크가 내려갔을 때 그게 무대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걸 의미하는지 몰랐고 기술적인 실수라고 생각했다. 봉준호 감독이 ‘저는 말을 너무 많이 했으니 수상 소감을 하셔야 한다’고 말했다”고 무대에 올랐을 당시를 돌이켰다.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이 할리우드와 세계 영화 시장을 바꿔놓을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전 세계 수많은 창작자들과 영화 제작자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모든 종류의 한국 콘텐츠를 알리는 것에 집중하면 ‘언젠간 사람들이 한국 것을 볼 거야’라고 생각 했습니다” 영화 ‘기생충’의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수상으로 시상식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이 미국 할리우드 매체 할리우드리포터와 12일(현지시간) 가진 인터뷰에서 콘텐츠산업에 투자하게 된 이유와 시상식 후일담을 밝혔다. 이 부회장은 “1960년대 제가 보고 자란 것은 ‘보난자’(1950~60년대 미국 서부극 시리즈)나 ‘대부’ ‘사운드 오브 뮤직’ 등이었다”며 “한국 콘텐츠를 보며 자라지 못한 이유는 우리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회고했다. 1995년 드림웍스에 대한 투자로 할리우드와 인연을 맺고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10년 넘게 살고 있는 그는 ‘기생충’이 이룬 성과가 남다르다고 평가했다. 그는 “영화계와 언론계를 비롯해 모든 곳에서 많은 아시아인들이 열심히 일하는 것을 지켜봤다. 이제는 정말로 아시아인들이 인정받고, 그들의 노고가 드러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스카 시상식을 위해 특별하게 제작한 의상도 소개했다. “오래 전부터 갖고 있던 옷인데 다양한 밴드가 부착돼있어 바로 생각했죠. ‘기생충’ 포스터는 검은 띠로 눈을 가리고 있는데 밴드마다 영화와 관련된 것을 담으면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가 공개한 의상에는 ‘최고의 계획은 계획이 없는 것’ ‘리스펙!’ 등 영화의 명대사가 영어로 수 놓여있다. 오랜 기간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그가 무대에 올라 수상소감을 발표하게 된 사연도 소개했다. 이 부회장은 “솔직히 마이크가 내려갔을 때 그게 무대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걸 의미하는지 몰랐고 기술적인 실수라고 생각했다. 톰 행크스와 샤를리즈 테론이 ‘계속해!’라고 외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봉준호 감독이 ‘저는 말을 너무 많이 했으니 수상 소감을 하셔야 한다’고 말했다”고 무대에 올랐을 당시를 돌이켰다.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이 할리우드와 세계 영화 시장을 바꿔놓을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전 세계 수많은 창작자들과 영화제작자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수년 간 아카데미는 국제적인 회원들을 늘리며 확장해왔고 ‘기생충’의 수상으로 아카데미 회원들은 새로운 문화와 콘텐츠를 아우를 준비가 됐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이것은 한국 영화 뿐 아니라 전 세계 영화들에게 문을 열어준 것입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봉준호 감독은 계획이 다 있었구나.’ 영화 ‘기생충’으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에 오른 봉 감독의 다음 행보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봉 감독은 미국에서 남은 인터뷰와 개인 일정을 소화한 뒤 이르면 다음 주 초 귀국할 예정이다. 봉 감독은 12일 귀국한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 배우 송강호 등과 함께 19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한다. 칸과 오스카를 석권한 거장의 차기작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5월 31일 미국 TNT를 통해 방송하는 드라마 ‘스노피어서’가 오스카 효과를 톡톡히 누리게 됐다. 원작 영화 ‘설국열차’의 틸다 스윈턴 역할은 제니퍼 코널리, 송강호의 역할은 더비드 디그스가 각각 맡았다. 영화 ‘기생충’도 드라마 리메이크가 확정됐다. 이 작품은 ‘왕좌의 게임’ ‘뉴스룸’ ‘체르노빌’로 유명한 HBO에서 방송한다. 봉 감독은 ‘빅쇼트’ ‘바이스’를 연출한 애덤 매케이 감독과 공동 제작을 맡을 예정이다. ‘기생충’의 드라마 버전이 어떤 형태로 공개될지 궁금증이 크다. 봉 감독은 지난달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영화로는 2시간 분량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지만 장면 사이에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 수많은 스토리가 있다. 이런 아이디어를 5, 6시간으로 자유롭게 탐험하고 싶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기생충’의 드라마 버전에 대해 잉마르 베리만 감독의 영화 ‘화니와 알렉산더’를 예로 들기도 했다. 제56회 오스카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포함해 4개 부문을 석권한 이 작품은 TV와 극장 두 가지 버전으로 제작됐다. 봉 감독은 ‘가정부 문광(이정은)의 얼굴에 왜 멍이 있었을까’ ‘연교(조여정)와 민혁(박서준)의 비밀스러운 관계’ 등 영화에 담지 못한 미묘한 관계와 서사를 언급했다. 세계 팬들 사이에서는 드라마 기생충의 캐스팅을 둘러싸고 각종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할리우드 매체 데드라인은 “캐스팅까지 아직 갈 길이 멀었는데도 마크 러펄로가 주연이 된다는 소문이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유색인종 배역을 백인 배우로 바꾸는 ‘화이트 워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아시아 배우를 캐스팅해야 한다” “배경이 미국이라면 다양한 인종을 발탁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봉 감독은 오스카 수상 후 가진 한국 기자단 간담회에서 영화 차기작 2건을 언급했다. 서울 도심에서 벌어지는 독특한 공포 상황을 그린 한국어 영화와 2016년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실화를 배경으로 한 영어 영화로, 2년 전부터 준비 중이라고 했다. 영어 영화는 각각 영국과 미국에서 절반씩 촬영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런던 고층아파트인 그렌펠타워 대화재(실제 사건 발생은 2017년)라는 등 추측들이 나오고 있다. CNN은 “차기작을 묻는 질문에 봉 감독이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며 ‘계획이 있다. 그게 내 일이다’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이 세계 극장가를 강타하고 있다. 기생충은 미국 영국 일본에서 일제히 박스오피스 5위 내에 들면서 흥행몰이를 시작했다. 미국 박스오피스 집계 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10일 하루 50만1222달러(약 5억9000만 원) 매출을 올려 북미 지역 일간 흥행순위 4위에 올랐다. 이번 주말 상영관을 2배 가까이 늘릴 예정이어서 순위 상승이 예상된다. 7일 개봉한 영국에선 4위에 올라 비영어권 영화의 오프닝 성적으로는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일본에서도 3위에 올랐다. 10일 재개봉한 한국에서도 5위에 올랐으며 베트남 터키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재개봉했다. 10일 기준 ‘기생충’의 전 세계 수입액은 1억6592만 달러로, 이런 추세라면 비영어권 영화 중 세계 흥행 1위(2억1300만 달러)인 리안(李安) 감독의 ‘와호장룡’을 넘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1960년대는 프랑스, 70년대는 미국, 90년대는 홍콩, 2010년대는 한국이다.”(제임스 건·‘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감독) 영화 ‘기생충’이 세계로 질주 중이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 9일(현지 시간) 이후 세계 극장가에서 기생충의 흥행 열풍이 시작되고 있다. 통상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으면 북미 시장의 박스오피스 매출이 20%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연예 매체 할리우드리포트에 따르면 미 전문가들은 기생충이 4500만∼5000만 달러의 추가 수입을 얻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오스카의 영향은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단번에 나타났다. 시상식 다음 날인 10일(현지 시간) 50만1222달러(약 5억9000만 원) 매출을 올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주연한 ‘닥터 두리틀’을 제치고 북미지역 일간 흥행순위 12위에서 4위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10월 개봉 이후 최고 성적이다. 북미 배급사 네온은 이번 주말 상영관을 지난주의 두 배인 2000개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스타워즈’ 시리즈 마지막 에피소드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의 개봉 첫날 상영관 수가 4000여 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영어 영화로는 압도적인 규모다. 영국에서는 개봉 첫 주말인 7∼9일 약 140만 파운드를 벌어들이며 4위로 출발했다. 비영어 영화 개봉 성적으로는 역대 최고로 영국 배급사 커즌은 상영관을 136개에서 400개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프랑스에선 지난해 6월 개봉한 이후 역대 한국 영화 중 가장 높은 흥행 기록을 세운 데 이어 160개 스크린에서 다시 상영된다. 일본에서도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 3위에 올랐고 일본 내 누적 매출은 16억 엔(약 171억 원)에 이른다.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재개봉 열풍도 시작됐다. 국내에서는 10일 재개봉해 이틀 만에 1만 명을 모았다. CGV 베트남 법인은 17일 베트남 전역 약 100개 상영관에서 ‘기생충’을 재개봉한다. 지난해 6월 개봉 당시 ‘기생충’은 역대 베트남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최고 성적을 냈다. CGV 터키, 인도네시아 법인에서는 각각 7, 11일 30여 개 극장에서 재상영을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기생충’을 계기로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등 봉준호 감독의 전작들뿐 아니라 박찬욱 연상호 감독 등 한국 감독 작품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 토마토’는 영화 평점 ‘토마토미터’를 봉 감독의 전작과 한국 영화 30선에 대해 제시했다. 네온은 ‘살인의 추억’을 북미에서 재개봉할 예정이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가 비영어권 영화와 드라마를 폭넓게 소개하며 비영어권 영화시장을 개척했다면 기생충은 이 시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키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9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하는 유러피안필름마켓(EFM)은 한국영화뿐 아니라 아시아 영화들이 ‘기생충 효과’를 누릴 수 있을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 배급사인 스플렌디드 필름의 디르크 슈바이처 구매 담당 이사는 “기생충이 새로운 아시아 영화들을 위한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며 “너도나도 이 ‘마차’에 올라타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이서현 baltika7@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손택균 기자}

‘봉준호 감독은 계획이 다 있었구나.’ 영화 ‘기생충’으로 제 92회 아카데미시상식 4관왕에 오른 봉 감독의 다음 행보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봉 감독은 미국에서 남은 인터뷰와 개인 일정을 소화한 뒤 이르면 다음주 초 귀국할 예정이다. 봉 감독은 앞서 귀국한 곽신애 바른손이엔에이 대표, 송강호 배우 등과 함께 19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우선 칸과 오스카를 석권한 거장의 행보와 차기작에 대해 관심이 뜨겁다. 5월 31일 미국 TNT를 통해 방송하는 드라마 ‘스노우피어서’가 오스카 효과를 톡톡히 누리게 됐다. 원작 영화 ‘설국열차’의 틸타 스윈튼 역할은 제니퍼 코넬리, 송강호의 역할은 다비드 딕스가 각각 맡았다. 영화 ‘기생충’도 드라마 리메이크가 확정됐다. 이 작품은 ‘왕좌의 게임’ ‘뉴스룸’ ‘체르노빌’로 유명한 HBO에서 방송한다. 봉 감독은 ‘빅쇼트’ ‘바이스’ 등을 연출한 애덤 맥케이 감독과 공동 제작을 맡을 예정이다. 오스카 수상 이후 구체적 제작 계획을 발표하기로 했던 터라 ‘기생충’의 드라마 버전이 어떤 형태로 공개될지 오스카 시상식 전부터 팬들의 궁금증이 커졌다. 봉 감독은 지난달 미국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영화로는 두 시간 분량으로 한정될 수 밖에 없지만 영화 장면 사이에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 수많은 스토리가 있다. 이런 아이디어를 5~6시간으로 자유롭게 탐험하고 싶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기생충’의 드라마 버전에 대해 잉마르 베리만 감독의 영화 ‘화니와 알렉산더’를 예로 들기도 했다. 제 56회 오스카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포함해 4개 부문을 석권한 이 작품은 TV와 극장 두 가지 버전으로 제작됐다. 봉 감독은 ‘가정부 문광(이정은)의 얼굴에 왜 멍이 있었을까’, ‘연교(조여정)와 민혁(박서준)의 비밀스런 관계’ 등 영화에 담지 못한 미묘한 관계와 서사를 언급했다. 전 세계 팬들 사이에서는 드라마 기생충의 캐스팅을 둘러싸고 각종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할리우드 매체 데드라인은 “캐스팅까지 아직 갈 길이 멀었는데도 마크 러팔로가 주연이 된다는 소문이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유색인종 배역을 백인 배우로 바꾸는 ‘화이트 워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아시아 배우를 캐스팅해야 한다” “배경이 미국이라면 다양한 인종을 발탁해야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봉 감독은 오스카 수상 직후 가진 한국기자단 간담회에서 영화 차기작 2건을 언급했다. 그는 서울 도심에서 벌어지는 독특한 공포 상황을 그린 한국어 영화와 2016년 런던에서 발생한 실화를 배경으로 한 영어 영화로, 2년 전부터 준비 중이라고 했다. 영어 영화는 각각 영국과 미국에서 절반씩 촬영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영국 런던 고층아파트인 그렌펠타워 대화재(실제 사건발생은 2017년)라는 등 추론들이 인터넷에 나오고 있다. CNN은 “차기작에 대해 묻는 질문에 봉 감독이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면서 ‘계획이 있다. 그게 내 일이다’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확실히 한류가 도래했다(The Korean wave has definitely arrived).” 미국 국무부 모건 오테이거스 대변인이 11일 개인 트위터 계정을 통해 “‘기생충’은 아카데미에서 충분히 4개 부문 상을 받을 만했다”고 축하하며 덧붙인 이 표현은 K컬처(한류)에 있어 영화 기생충이 갖는 의미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기생충의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점령은 K컬처의 새로운 ‘퀀텀 점프(quantum jump·대도약)’의 순간으로 기록될 만하다. K드라마로부터 시작된 1차 한류, 아이돌 그룹과 싸이 ‘강남스타일’, 방탄소년단(BTS) 등으로 대표되는 K팝의 2차 한류에 이어 3차 한류의 개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BBC는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은 한국에 상 이상의 무언가를 의미한다. 그건 바로 문화적 혁신”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쇼크, 한국의 성장하는 소프트파워를 보여주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기생충의 수상이 아시아 국가의 핵심 소프트파워가 된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또 다른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아직 ‘기생충’을 보지 못했다면 당장 나가서 보라”고 했다. 일본에서는 부러움과 함께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기생충의 수상은 (내수 시장이 작아 세계로 진출한) 한류 아이돌의 활약과도 일맥상통한다”며 “자국 시장에 안주하는 일본 영화계가 (해외 시장을 뚫은) 봉준호 감독에게서 배울 것이 많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도 “영어 영화가 아닌 작품이 세계에 통용된 의의가 크다. 일본의 젊은 제작가도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10일 석간 1면에 기생충의 배경이 된 반지하 주택을 조명하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 K드라마-K팝 이어 ‘K무비 新한류’… 북미시장 공략 거세질듯 ▼세계주류가 된 한류블룸버그 “한국, 소프트파워 과시”… 美국무부 대변인 “한류 확실히 도래”기사에는 서울 마포구와 관악구의 반지하 주택의 내·외부 사진과 함께 반지하 주택의 역사와 배경이 담겼다. 기생충이 아직 개봉되지 않은 중국에서는 검열에 대한 강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2017년부터 한류 콘텐츠 수입을 중단하는 이른바 한한령(限韓令) 이후 영화를 포함해 새로 나온 한국의 문화 콘텐츠를 공식 상영하거나 방송하지 않았다. 중국 지식공유 사이트 즈후(知乎)에는 “왜 중국은 기생충 같은 영화를 못 만드나”라는 질문에 “검열이 창작자의 손발을 묶고 있고 영화를 만들어도 상부에서 상영을 못 하게 한다”는 답이 달렸다.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중국의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愛奇藝)는 ‘기생충’을 곧 상영하겠다고 예고했다. 다만 CJ 관계자는 “아직 아이치이와 판권 계약을 하지는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한국적인 디테일이 가득한 기생충의 북미 흥행과 오스카 4개 부문 석권에 대해 북미 현지에서는 오히려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다. 미국 언론들은 한국 문화가 이제 마이너의 특이한 문화가 아닌 주류 문화의 반열에 들어섰다고 평가한다. CNN은 “최근 K팝 그룹들이 유튜브의 신기록을 세우고 ‘투나이트 쇼’나 ‘굿모닝 아메리카’ 같은 주류 프로그램에서 공연하는 미국 음악계의 헤비급 아티스트로 떠올랐다. BTS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대단한 보이그룹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봉 감독은 골든글로브 시상식 행사에서 “BTS가 나보다 3000배는 더 영향력이 있다. 한국인은 매우 역동적이기 때문에 훌륭한 예술가들을 많이 배출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DNA에 문화적 저력이 숨어 있음을 당당하게 알린 것이다. 약 10년 전부터 본격화한 1차 한류와 이후 2차 한류 초기만 해도 K컬처는 마니아들이 즐기는 마이너 장르에 속했다. ‘강남스타일’이 반짝 뜬 뒤에는 더 진전이 없어 한류가 식었다는 진단도 한때 나왔다. 하지만 BTS가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한류는 세계 대중문화의 심장부인 미국의 주류로 성큼 다가섰다. 해외 팬들은 ‘K팝 사전’까지 제작하며 한글 공부에 열을 올린다. 로스앤젤레스(LA) 한국문화원이 주최하는 K팝 콘테스트에 참가하기 위해 미네소타주 작은 도시에 사는 현지 팬들은 대륙을 가로지른다. 기생충은 미국 대중문화의 최전선에 있는 할리우드 스타들의 입을 통해 끊임없는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며 미국 주류 문화를 파고들었다. ‘어벤져스’ 시리즈 중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 ‘캡틴 아메리카’를 연기한 배우 크리스 에번스는 여러 인터뷰를 통해 봉 감독의 팬이라고 밝혔다. 에번스와 함께 영화 ‘설국열차’에 출연하고 ‘옥자’에도 나온 배우 틸다 스윈턴은 봉 감독을 위해 영국에서 열린 기생충의 스크리닝 행사를 적극 홍보했다. 기생충이 대중문화 해외 진출의 마지막 장벽으로 꼽히는 영화 시장을 무너뜨렸다. 영화는 음악, 드라마와 비교해 수출 콘텐츠 중 파급력이 가장 약한 상품으로 꼽힌다. 멜로디로 정서를 전달하는 음악이나 집에서 편히 즐길 수 있는 드라마와 달리 영화는 비용을 지불하고 극장에 가는 수고를 감수하며 자막과 정서의 차이까지 뛰어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배급사 NEW의 해외 자회사 ‘콘텐츠판다’ 관계자는 “한국 영화에 별로 관심이 없던 북미 배급사들도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 전후로 미팅 문의를 하는 등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와 매우 고무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도쿄=김범석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때 ‘오늘 밤새워 술을 먹겠다’고 소감을 밝힌 봉준호 감독이 시상식이 끝나고 배우, 스태프와 함께 향한 곳은 로스앤젤레스(LA) 웨스트할리우드에 자리 잡은 프라이빗 클럽 ‘소호하우스’였다. 이곳엔 평소 메뉴에 없던 불고기 김밥 계란말이 등 한국 음식이 차려졌다. 이 1차 뒤풀이를 마련한 사람은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었다. 이번 아카데미 상의 주인공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영화 ‘기생충’과 봉준호 감독 뒤에서 ‘오스카 레이스’를 진두지휘한 CJ그룹과 이미경 부회장의 지원이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후보 선정 이후 시상식까지 수개월간의 영화 홍보가 선거운동을 방불케 해 ‘오스카 캠페인’으로 불리는 과정을 직접 경험한 사례는 한국 영화 역사상 ‘기생충’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주요 외신들은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 당시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은 이 부회장을 조명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 시간) ‘기생충의 재정적 후원자는 식품 회사에서 출발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할리우드와 오랜 인연을 갖고 있는 이 부회장이 한국 영화를 전폭적으로 지지해온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 부회장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식품 회사에 불과했지만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우리가 독립했을 때 동생과 나는 진심으로 회사를 확장하고 싶었다”며 할리우드에 눈을 돌려 1995년 드림웍스에 투자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제프리 캐천버그 드림웍스 공동창업자는 이 부회장에 대해 “돈과 야망, 무한한 천재성으로 무장하고 할리우드로 왔다”고 회고했다. 이 부회장과 동생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25년간 영화 투자와 제작, 극장, 콘텐츠 투자, 방송 등 문화 콘텐츠를 앞세워 세계 시장에 진출할 밑그림을 그렸다. 봉 감독과는 ‘살인의 추억’을 시작으로 ‘마더’, ‘설국열차’, ‘기생충’에 이르기까지 함께 하며 인연을 이어나갔다. 유일하게 미국 대형 제작사의 작품이 아니었던 기생충의 오스카 캠페인은 봉 감독은 물론 CJ에도 모험이었다. 아카데미 상 후보 선정과 수상은 관객의 반응뿐 아니라 투표권을 가진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들의 표심을 사로잡아야 하기 때문. 넉넉한 예산과 경험 많은 인력, 글로벌 영화계 네트워크, 전략적 프로모션까지 모두 결합되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이다. 상설 오스카 전담팀을 운영하는 할리우드 제작사는 대규모 자본과 강력한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어 어려운 싸움이었다. 2017년 AMPAS 회원이 된 이 부회장은 이 과정을 뒤에서 후원했다. 이 부회장의 지원 아래 CJ ENM은 영화사업본부 해외배급팀을 중심으로 전체 캠페인을 총괄하고 오피니언 리더들을 대상으로 현지 프로모션과 파티, 홍보 등을 통해 ‘기생충 캠페인’을 펼쳐나갔다. 마침내 오스카 4관왕의 역사를 쓴 10일(현지 시간) 그는 시상식장에서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고 “봉준호의 모든 게 좋다”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디 오스카 고스 투… 패러사이트(The Oscar goes to… Parasite)!” 미국 배우 제인 폰다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수상작으로 “패러사이트(parasite·기생충)”를 호명하자 참석자들은 환호하며 기립박수를 보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언어의 장벽을 넘어 한국영화 101년 역사뿐 아니라 전 세계 영화 역사를 새로 쓰는 순간이었다. ‘기생충’은 9일(현지 시간)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국제영화상 △각본상 등 4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번 아카데미 최다 수상 기록이다. 한국영화가 아카데미상 최종 후보에 오른 것도, 수상한 것도 ‘기생충’이 모두 처음이다. 무엇보다 외국어로 된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처음 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백인들의 잔치’라는 비판을 받아온 아카데미가 비영어 영화인 기생충에 상을 줌으로써 새로운 변화를 알린 셈이다. 또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과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받은 것은 1956년 델버트 만 감독의 ‘마티’ 이후 64년 만이다. 아시아계 감독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이는 대만 출신 리안 감독 이후 봉 감독이 두 번째다. 아카데미 각본상을 외국어영화가 받은 건 ‘그녀에게’(스페인어) 이후 두 번째, 아시아계로는 처음이다. 봉 감독은 이날 감독상 수상자로 무대에 올라 “어릴 때 항상 가슴에 새겼던 말이 있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그 말을 하신 분은 마틴 스코세이지”라며 거장 감독에게 기립 박수를 넘겼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봉 감독과 배우, 제작진에게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고 있는 국민들께 자부심과 용기를 주어 특별히 감사드린다”며 축전을 보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로스앤젤레스=윤수민 특파원}

“1인치의 장벽은 이미 허물어져 있었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9일 저녁(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내 런던웨스트할리우드 호텔에서 한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봉 감독과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 송강호를 비롯한 배우들, 스태프들은 긴 아카데미 레이스를 끝낸 뒤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저희가 오스카의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 보니 오스카가 선을 넘은 것 같다.”(이선균) “높은 구두에 드레스를 치렁치렁 걸쳐서 빨리 벗고 싶은 마음이지만 이렇게 우아하게 앉아있다.”(장혜진) “오늘이 생일인데 정말 배우로서 최고의 생일이었다.”(조여정) “칸 때는 역할 때문에 나서지 못했는데 마지막 자리에 함께할 수 있어서 기쁘고 영광스럽다.”(박명훈) 배우들의 수상 소감이 차례로 이어질 때마다 기자회견장에는 폭소가 터져 나왔다. 봉 감독은 지난달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수상 소감으로 유명해진 ‘1인치 발언’에 대해 “지금 와서 찬찬히 돌이켜 보면 1인치 자막의 언어 장벽이라는 발언은 뒤늦은 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 말을 했던 1월에는 이미 기생충이 북미 관객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은 상태였고, 요즘 세상이 유튜브나 트위터 등 모두 연결돼 있잖아요. ‘기생충’에 대해 미국뿐 아니라 프랑스 일본 영국에서도 관객들 반응이 뜨겁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해 주고 있는 것 같아요.” 전 세계적으로 흥행이 이어지며 ‘#봉하이브’라는 팬덤도 형성됐다. ‘기생충’의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두 교황’으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조너선 프라이스도 두 번이나 봤다며 영화에 대해 세부적인 질문을 했다. 그렇게 본 분들은 이미 영화 자체에 흠뻑 들어가 있고 진입장벽이 애초부터 없던 느낌이라 기뻤다”고 말했다. ‘할리우드 키드’로 자란 그가 마틴 스코세이지에게 바치는 오스카 감독상 수상 소감은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무대로 올라가는데 스코세이지 감독님과 눈이 딱 마주쳤어요. 스코세이지 감독님을 워낙 존경했고 대학 동아리 시절부터 그분 영화를 반복해서 보고 책도 사서 읽고 그랬죠. 같이 후보에 오른 것 자체가 흥분되고 영광스러운 일인데 그분을 먼발치에 앉혀놓고 제가 올라가서 상을 받는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어요. 오늘 같은 영광스러운 장소에서 밑줄을 쳐둔 그 문구를 말씀드릴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13세의 엉뚱했던 봉준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묻는 질문에는 “일찍 자라고….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어릴 때부터 건강에 다양한 문제들이…”라고 답해 웃음꽃이 만발했다. 봉준호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송강호는 “20년 동안 ‘봉준호 리얼리즘’의 진화를 목격하면서 세월이 지났다. ‘기생충’은 그 완성에 와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를 떠나 팬으로 봉 감독이 시대에 대한 탐구, 삶에 대한 성찰을 발견하는 모습을 보며 늘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두 가지 차기작을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 도심에서 벌어지는 공포스러운 상황을 다룬 한국어 영화와 2016년 런던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어 영화다. 봉 감독의 차기작에서도 페르소나로 활약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송강호는 “(함께하는) 5번째 작품은 확신을 못하겠다. (기생충에는) 계단도 너무 많이 나오고 힘들어서…. 사장 역할이라면 생각을 해 보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로스앤젤레스=윤수민 특파원 soom@donga.com / 이서현 기자}

“아카데미는 정말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1929년에는 흑인 후보가 없었는데 2020년에는 흑인 후보가 1명이나 있네요.” 9일(현지 시간)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코미디언 스티브 마틴의 독설로 포문을 열었다. 올해 남녀 배우 주·조연상 부문에 유색인종 후보가 영화 ‘해리엇’으로 후보에 오른 신시아 어리보뿐임을 비꼰 것이다. 수상식 이후 오스카의 역사는 전환점을 맞았다.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는 시상식 직후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봉준호 감독 사진을 올리며 ‘역사를 만든 순간(When you make history)’이라는 코멘트를 달았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비영어 영화인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 여부였다. 평단의 호평과 상업적 성공, 칸 국제영화제를 비롯한 유수 영화제의 수상을 모두 누렸지만 오스카 작품상은 백인과 영어권을 중심으로 한 미국 주류 문화계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봉 감독마저도 지난해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영화가 한 번도 오스카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오스카는 지역 축제(They‘re very local)’라고 답했듯 아카데미는 올해도 안전한 선택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시상식 직전까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병사들의 사투를 다룬 영화 ‘1917’이 작품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 이유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수년간 다양성과 균형의 확보라는 거센 도전을 받아왔다. 2016년 제88회 시상식을 앞두고 배우 부문 후보 20명이 모두 백인으로 채워지며 공개적으로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이날 봉 감독에게 감독상을 시상한 스파이크 리 감독은 2016년 당시 아카데미를 가리켜 ‘백합처럼 하얀 오스카’라며 보이콧 운동을 벌였다. 스티브 매퀸 감독이 2014년 86회 시상식에서 흑인 감독 최초로 작품상을 받았지만 감독상은 흑인 감독이 수상한 적이 없었다. 아시아계 감독으로는 리안 감독이 2006년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감독상을 받았지만 영어로 만든 영화였다. 봉 감독은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두 번째 아시아인 감독이다. 인종에 대한 장벽보다 비영어권 영화에 대한 장벽은 더 높았다. 오스카 투표권을 가진 아카데미 회원들은 자막을 읽으며 몰입해야 하는 외국어 영화에 거부감이 강하다. 이 때문에 제11회 시상식에서 프랑스 영화 ‘위대한 환상’이 작품상과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함께 오른 이후 지난해 영화 ‘로마’에 이르기까지 총 10편의 비영어 영화가 외국어영화상과 동시에 작품상의 문을 두드렸지만 한 차례도 수상하지 못했다. 흑인 동성애자 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문라이트’(2017년 작품상), 흑인 천재 피아니스트와 백인 운전사의 우정을 다룬 ‘그린 북’(2019년 작품상)으로 점진적으로 변화해 온 아카데미는 ‘1인치의 장벽’을 뛰어넘어 마침내 작품상을 한국인 감독이 만든 한국어 영화에 안겼다. 봉 감독은 지난달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1인치 정도 되는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만날 수 있다”는 수상소감을 밝혔다. 자막과 문화의 장벽을 뛰어넘은 것은 장르를 오가며 자본주의 사회의 빈부격차를 통렬하게 비판하면서도 러닝타임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선사한 ‘기생충’의 재미와 작품성이다. USA투데이는 “‘기생충’은 봉 감독 커리어의 정점이며 영화사에 빛날 예술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92년의 오스카 역사는 ‘기생충’이 외국어 영화 최초로 작품상 수상을 하는 순간 산산이 흩어져 버렸다”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외신들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더욱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AP통신은 “외국어 영화를 늘 별도의 항목으로 좌천시켰던 아카데미 시상식의 새 분수령이다. 기생충이 할리우드가 관행을 벗어던지고 진보의 신호를 보내게 했다”고 분석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오스카의 새 시대를 알렸다. 봉 감독 본인에게도 큰 사건이지만 오스카에 더 큰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에서 아시아 영화가 새로운 장을 열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타임지는 “기생충의 성공은 미국에서 외국어 영화, 특히 아시아 영화 전반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봤다. 할리우드 프로듀서인 재닛 양은 타임지 인터뷰에서 “(기생충 덕분에) 비영어권 영화에 대한 미국인의 마음의 장벽이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또 “아카데미가 영광과 즐거움을 되찾기 위해서는 ‘기생충’같이 국제적으로 사랑받는 영화에 더 많이 시상해야 한다. 언어는 크게 문제되지 않아야 한다. (봉 감독의) 업적이 국제 영화계를 위한 첫 성과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서현 baltika7@donga.com·최지선 기자}

“아카데미는 정말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1929년에는 흑인 후보가 없었는데 2020년에는 흑인 후보가 1명이나 있네요.” 9일(현지시간)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시작과 함께 코미디언 스티브 마틴의 독설로 포문을 열었다. 올해 남녀 배우 주·조연상 부문에 유색인종 후보가 영화 ‘해리엇’으로 후보에 오른 신시아 어리보 뿐인 것을 비꼰 것이다. 수상식이 끝난 직후 오스카의 역사는 전환점을 맞았다. 미국영화과학아카데미는 시상식 직후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봉준호 감독 사진을 올리며 ‘역사를 만든 순간’(When you make history)이라는 코멘트를 달았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비 영어 영화인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 여부였다. 평단의 호평과 상업적 성공, 칸 국제영화제를 비롯한 유수 영화제의 수상을 모두 누렸지만 오스카 작품상은 백인과 영어권을 중심으로 한 미국 주류 문화계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봉 감독마저도 지난해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영화가 한 번도 오스카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오스카는 지역 축제(They’re very local)‘라고 답했듯 아카데미는 올해도 안전한 선택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시상식 직전까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병사들의 사투를 다룬 영화 ’1917‘이 작품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 이유다. 아카데미시상식은 수년 간 다양성과 균형의 확보라는 거센 도전을 받아왔다. 2016년 제 88회 시상식을 앞두고 배우 부문 후보 20명이 모두 백인들로 채워지며 급기야 공개적으로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이날 봉 감독에게 감독상 트로피를 시상한 스파이크 리 감독은 2016년 당시 아카데미를 가리켜 ’백합처럼 하얀 오스카‘라며 보이콧 운동을 벌인 당사자다. 스티브 맥퀸 감독이 2014년 86회 시상식에서 흑인 감독 최초로 작품상을 받았지만 감독상은 흑인 감독이 수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아시아계 감독으로는 리안 감독이 2006년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감독상을 받았지만 영어로 만든 영화였다. 봉 감독은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두 번째 아시아인 감독이다. 인종에 대한 장벽만큼이나 비 영어권 영화에 대한 장벽은 더 높았다. 오스카 투표권을 가진 아카데미 회원들은 자막을 읽으며 몰입해야하는 외국어 영화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 이 때문에 제 11회 시상식에서 프랑스 영화 ’위대한 환상‘이 작품상과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함께 오른 이후 지난해 영화 ’로마‘에 이르기까지 총 10편의 외국어 영화가 작품상의 문을 두드렸지만 단 한 차례도 수상하지 못했다. 흑인 동성애자 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문라이트‘(2017년 작품상), 흑인 천재 피아니스트와 백인 운전사의 우정을 다룬 ’그린 북‘(2019년 작품상)으로 점진적으로 변화해 온 아카데미는 ’1인치의 장벽‘을 뛰어넘어 마침내 난공불락과도 같은 작품상을 한국인 감독이 만든 한국어 영화에 안겼다. 뉴욕타임스는 “92년의 오스카 역사는 ’기생충‘이 외국어 영화로 최초로 작품상 수상을 하는 순간 산산이 흩어져버렸다”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외신들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더욱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AP통신은 “외국어 영화를 늘 별도의 항목으로 좌천시켰던 아카데미 시상식의 새 분수령이다. 기생충이 할리우드가 관행을 벗어던지고 진보의 신호를 보내게 했다”고 분석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오스카의 새 시대를 알렸다. 봉 감독 본인에게도 큰 사건이지만 오스카에게 더 큰 사건”으로 평가했다. 미국에서 아시아 영화가 새로운 장을 열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타임지는 “기생충의 성공은 미국에서 외국어 영화, 특히 아시아 영화 전반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봤다. 할리우드 프로듀서인 재닛 양은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기생충 덕분에) 비영어권 영화에 대한 미국인의 마음의 장벽이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또 “아카데미가 영광과 즐거움을 되찾기 위해서는 ’기생충‘과 같이 국제적으로 사랑받은 영화에 더 많이 시상해야 한다. 인도의 발리우드와 중국 영화산업, 일본과 터키의 작품들, 놀리우드(나이지리아 영화업계)와 그 이상의 영화에 대한 개방이 아카데미에 얼마나 큰 항상성의 상승을 가져올지 상상해 보라. 언어는 크게 문제되지 않아야 한다. 그의 업적이 국제 영화계를 위한 첫 성과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세계 영화 역사를 새로 썼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엔젤레스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기생충’은 외국어 영화로는 최초로 작품상을 거머쥐었다. 한국영화가 미국 아카데미 최종 후보에 오른 것은 ‘기생충’이 처음으로, 아카데미에서 수상에 성공한 것도 ‘기생충’이 최초다. ‘기생충’은 총 6개 부문에 올라 △작품상 △감독상 △국제영화상 △각본상 4관왕에 등극했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다 수상 기록이다. 아카데미에서 외국어로 된 영화가 작품상을 수상한 것은 기생충이 최초다. 제 1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프랑스어 영화 ‘위대한 환상’이 작품상과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동시에 오른 이후 지난해 제 91회 시상식에 스페인어 영화 ‘로마’까지 총 10편의 작품이 나왔지만 외국어영화들은 작품상 수상의 영광을 누리지 못했다.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영화제 작품상을 동시에 수상한 것은 1956년 델버트 맨 감독의 영화 ‘마티’ 이후 64년 만의 일이다. 아시아계 감독이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것은 대만 출신의 이안 감독 이후 첫 사례다. 이안 감독은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78회)’과 ‘라이프 오브 파이(85회)’로 두 차례 감독상을 수상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5월 개봉하며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이 영화는 마침내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가장 세계적인 영화가 됐다.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를 비롯해 미국에서 지난해 10월 개봉한 이후 문화권을 가리지 않고 폭발적인 평단과 관객들의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전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된 현대사회의 계급구조를 날카롭게 조명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영화 속 다양한 상징과 은유는 전 세계 관객들로 하여금 계속해서 영화를 곱씹게 하고 각종패러디도 양산하며 하나의 현상으로 등극했다. 관객들 뿐 아니라 평단에서도 봉 감독이 다양한 장르적 요소를 한 작품 안에 녹여내면서 ‘봉준호 자체가 장르가 됐다’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기생충’ 대 ‘1917’.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샘 멘데스 감독의 영화 ‘1917’은 기생충의 가장 강력한 경쟁작이다. 작품상과 감독상 부문에 뛰어난 작품이 다수 올라왔지만 오스카 결과를 예측하는 외신 보도와 해외 시상식 결과를 종합하면 그중 단연 압도적인 작품으로 꼽히며 이번 아카데미에서는 작품상과 감독상, 촬영상 등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할리우드 전문가들과 이용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시상식 결과를 예측하는 사이트 ‘골드더비’ 집계에 따르면 ‘1917’은 ‘기생충’을 누르고 오스카 작품상 후보 1위를 달리고 있다. 할리우드 전문지 ‘버라이어티’ 등 매체들도 박빙의 대결 속에 ‘1917’이 우세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917’의 서사는 비교적 단순하다.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17년 독일군의 함정에 빠질 위기에 처한 아군을 구하기 위해 장군의 명령을 전하러 전령으로 전장을 달려가는 두 영국군 병사 스코필드(조지 매케이)와 블레이크(딘찰스 채프먼)의 이야기를 그렸다. 샘 멘데스 감독은 1차대전에 참전한 그의 할아버지 앨프리드 H 멘데스의 자전적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았다. 영화는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개봉한 이후 단숨에 화제의 중심에 섰다.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을 받았으며 아카데미 수상 결과의 지표처럼 여겨지는 미국프로듀서조합상(PGA)과 미국감독조합상(DGA)에서도 각각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했다. 전쟁 영화는 스크린에 자주 등장했지만 이 영화가 특별한 대접을 받는 이유는 단순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진일보한 연출 덕분이다. 관객은 전쟁터를 가로지르는 기관차에 탄 것처럼 적군과 아군, 양쪽으로부터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는 지옥을 질주한다. 카메라는 마치 멘데스 감독이 단 한 번도 ‘컷’을 외치지 않은 것처럼 2시간 내내 쉼 없이 이들의 여정을 기록한다. 덕분에 관객은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스코필드, 블레이크와 함께 사투를 벌이는 제3의 병사가 된 듯한 시선으로 시체와 쥐가 들끓는 전장을 체험하게 된다. ‘덩케르크’(2017년)가 지닌 건조한 시선을 따라 ‘레버넌트’(2016년)의 휴 글래스를 지켜보는 듯한 극한을 체험하며 마침내 당도하는 곳은 전쟁에 대해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과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년)에서 느끼는 감동이다. 아카데미상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을 놓고 ‘기생충’, ‘1917’과 더불어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아이리시맨’,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등 내로라하는 감독들의 걸작이 경쟁한다. 미국이 가장 사랑하는 고전을 시대의 맥락에 따라 재해석해낸 그레타 거위그 감독의 ‘작은 아씨들’,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가 소설 ‘갇힌 하늘’을 동화처럼 재해석한 ‘조조 래빗’도 있다. 토드 필립스 감독의 ‘조커’는 이번 아카데미에서 가장 많은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6개 부문에 지명된 ‘기생충’은 이런 걸작들과 겨루며 작품상과 감독상 부문의 강력한 후보로 예측되고 있다. 미국영화예술아카데미(AMPAS) 회원 8000여 명의 투표는 이달 4일(현지 시간) 종료됐다. 투표 결과는 80년 넘게 아카데미 행사를 대행해온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봉인돼 있다. 지난해 5월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시작된 ‘기생충’의 여정은 어떤 결과를 맺을지 10일 오전 10시(한국 시간) 확인할 수 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기생충’ 대 ‘1917’ 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샘 멘데스 감독의 영화 ‘1917’은 기생충의 가장 강력한 경쟁작이다. 작품상과 감독상 부문에 뛰어난 작품이 다수 올라왔지만 오스카 결과를 예측하는 외신 보도와 해외 시상식 결과를 종합하면 그 중 단연 압도적이 작품으로 꼽히며 이번 아카데미에서는 작품상과 감독상, 촬영상 등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할리우드 전문가들과 이용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시상식 결과를 예측하는 사이트 ‘골드더비’집계에 따르면 ‘1917’은 ‘기생충’을 누르고 오스카 작품상 후보 1위를 달리고 있다. 할리우드 전문지 ‘버라이어티’ 등 매체들도 박빙의 대결 속에 ‘1917’이 우세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917’의 서사는 비교적 단순하다.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17년 독일군의 함정에 빠질 위기에 처한 아군을 구하기 위해 장군의 명령을 전하러 전령으로 전장을 달려가는 두 영국군 병사 스코필드(조지 맥케이)와 블레이크(딘 찰스 채프먼)의 이야기를 그렸다. 샘 멘데스 감독은 1차 대전에 참전한 그의 할아버지 알프레드 H. 멘데스의 자전적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았다. 영화는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개봉한 이후 단숨에 화제의 중심에 섰다.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을 받았으며 아카데미 수상 결과의 지표처럼 여겨지는 미국 프로듀서조합상(PGA)과 미국감독조합상(DGA)에서도 각각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했다. 전쟁 영화는 스크린에 자주 등장했지만 이 영화가 특별한 대접을 받는 이유는 단순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진일보한 연출 덕분이다. 관객은 전쟁터를 가로지르는 기관차에 탄 것처럼 적군과 아군, 양쪽으로부터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는 지옥을 질주한다. 카메라는 마치 멘데스 감독이 단 한번도 ‘컷’을 외치지 않은 것처럼 2시간 내내 쉼 없이 이들의 여정을 기록한다. 덕분에 관객은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스코필드, 블레이크와 함께 사투를 벌이는 제 3의 병사가 된 듯한 시선으로 시체와 쥐가 들끓는 전장을 체험하게 된다. ‘덩케르크(2017년)’가 지닌 건조한 시선을 따라 ‘레버넌트’(2016년)의 휴 글래스를 지켜보는 듯한 극한을 체험하며 마침내 당도하는 곳은 전쟁에 대해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과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년)’에서 느끼는 감동이다. 아카데미상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을 놓고 ‘기생충’, ‘1917’과 더불어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아이리시 맨’,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등 내로라하는 감독들의 걸작이 경쟁한다. 미국이 가장 사랑하는 고전을 시대의 맥락에 따라 재해석해낸 그레타 거윅 감독의 ‘작은 아씨들’,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가 소설 ‘갇힌 하늘’을 동화처럼 재해석한 ‘조조 래빗’도 있다. 토드 필립스 감독의 ‘조커’는 이번 아카데미에서 가장 많은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기생충’은 이런 걸작들과 겨루며 작품상과 감독상 부문의 강력한 후보로 예측되고 있다. 미국영화예술아카데미(AMPAS) 회원 8000여명의 투표는 이달 4일(현지시간) 종료됐다. 투표 결과는 80년 넘게 아카데미 행사를 대행해온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봉인돼 있다. 지난해 5월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시작된 ‘기생충’의 여정은 어떤 결과를 맺을지 10일(한국시간) 오전 10시 확인할 수 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