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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 시간) 오전 미국 워싱턴 삼성전자 북미법인 사무소. ‘솔브포투모로우(Solve for Tomorrow·내일을 위한 해법)’란 문구가 쓰인 티셔츠를 입은 초등학생에서 고등학생까지 40여 명의 학생이 모였다. 미국 전역에서 치열한 지역 예선을 거쳐 선발된 이들의 손에는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자 개발한 발명품들이 들려 있었다. 학생들의 표정은 경쟁을 위해 모였다고는 보기 힘들 정도로 밝았다. 이들은 삼성 솔브포투모로우 결선에 오른 학생들이다. 솔브포투모로우는 스템(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직접 지역사회의 주요 사회 문제에 대한 창의적 해법을 찾아내도록 지원하는 청소년 아이디어 경진대회다.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9개월에 걸쳐 사회문제를 찾아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기업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구성원,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들의 성장을 함께 추구하는 ‘넷 포지티브’의 표본인 셈이다.● 동굴사고, 기후변화 등에 대안 내놓은 학생들 처음 무대에 오른 웨스트버지니아주(州) 그린브라이어고 학생들은 케이빙(Caving) 중 발생하는 사고를 막기 위한 ‘디지털 정션 트래커’를 소개했다. 프레젠테이션에 나선 학생은 “매년 미국에서만 200만 명이 동굴탐험을 즐기지만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휴대전화 신호가 끊겨 길을 잃고 수십 명이 다치거나 사망한다”며 “이 기계는 낮은 주파수의 라디오 신호로 깊은 동굴 속에서도 신호를 유지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로 꼽히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발명품도 다수 소개됐다. 텍사스주 포터고 학생들은 기후변화로 급감하고 있는 벌을 보호하기 위한 제품인 ‘하이브허브(Hivehub)’를 내놨다. 양봉농가가 벌집 외부에 부착하기만 하면 기온과 습도, 벌의 활동성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전송하고 인공지능(AI) 기술로 벌집 상태를 분석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장치는 태양광으로 작동하며 자체 충전기를 장착하고 있다. 한 시간에 370여 대의 휴대전화를 충전할 수 있는 수준의 전력을 생산한다. 가격은 53달러(약 7만 원) 정도여서 일반 농가에서 도입하기도 부담스럽지 않다. 한 학생은 “하이브허브를 설치하면 텍사스주 몽고메리카운티에서만 한 해 200만 마리의 벌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생태계 다양성을 유지하고 환경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인디애나주 블루밍턴고 학생들은 천식환자 증가 등 기후변화로 인한 질병을 막기 위한 황화바륨을 사용한 단열 마이크로스피어(microsphere·미세구체) 페인트를 개발해 선보였고, 뉴햄프셔주 메리맥벨리고 학생들은 녹조를 청소할 수 있는 수중 드론 ‘셀비’를 소개했다. 뉴욕 리버티애비뉴중학교 학생들은 뉴욕 지하철에서 자주 발생하는 정신질환 환자들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해 의료기관과 직접 연결된 무선송신기를, 델라웨어주 브랜디와인고 학생들은 장애인들이 손쉽게 전자장치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인터페이스 장치를 선보였다.● “공동체 위한 질문 던질 기회를 준 삼성에 감사” 프레젠테이션이 끝나자 심사위원들은 “이 제품을 다른 동물이나 곤충을 보호하는 데도 사용할 수 있느냐” “장치가 외부에 설치되는데 손상될 위험은 없느냐” 등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단순한 아이디어 경진대회를 넘어 실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해법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가 평가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16일 열린 시상식에선 벌집 보호 장치인 ‘하이브허브’를 개발한 텍사스주 포터고, 장애인용 전자장치 인터페이스를 개발한 델라웨어주 브랜디와인고, 미식축구 선수들의 고온 관련 질병을 실시간 측정할 수 있는 보호구를 개발한 플로리다주 스트로베리크레스트고 학생들이 대상(national winner)으로 선정됐다. 시상식에는 존 오소프 민주당 상원의원(조지아주)과 토드 영 공화당 상원의원(인디애나주)도 참석했다. 오소프 의원은 “미국과 전 세계에서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추구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나선 학생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이런 기회를 제공한 삼성에 감사하며 한미관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영 의원도 “공동체를 위해 질문을 던지고 함께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여러분 모두와 삼성에 감사한다”며 “세계는 여러분처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것”이라고 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일본 정부는 북한으로부터 인공위성 로켓 발사 계획을 통보받은 뒤 자위대에 ‘파괴 조치 명령’을 내렸다. 자국 영토나 영해에 떨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요격에 나설 방침을 밝힌 것이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29일 “미일, 한미일 간 긴밀한 공조 체제를 구축할 것”이라며 “정보 수집과 경계 감시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도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오키나와 인근) 난세이제도를 포함해 일본 영토를 통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마다 야스카즈(浜田靖一) 방위상은 인공위성 등이 일본에 낙하할 경우 요격할 수 있는 ‘파괴 조치 명령’을 자위대에 내렸다. 앞서 방위성은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에 대비해 지난달 오키나와현 섬인 미야코, 이시가키, 요나구니에 패트리엇 미사일을 배치한 상태다. 일본은 북한이 2012년과 2016년 로켓을 발사했을 때 오키나와현 부근 상공을 통과한 것을 상기하면서 오키나와현 섬 지역에 패트리엇 미사일 부대를 두고 있다. 다만 일본 NHK방송은 “(잔해물 등의) 낙하가 예상되는 해역은 서해 2곳, 필리핀 동쪽 해상 1곳 등 총 3곳으로 모두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바깥쪽”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8일(현지 시각) 북한의 위성 발사 통보에 대해 “위성을 우주로 발사하는 데 사용되는 우주발사체(SLV)를 포함해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하는 북한의 모든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무부는 이어 “SLV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탄도미사일에 사용되는 기술과 같거나 상호 교환할 수 있는 기술을 포함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의 위성 발사는 유엔 안보리가 금지하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하는 만큼 대북 제재 대상이라는 의미다. 국무부는 “북한에 더 이상의 불법적인 활동을 자제할 것을 촉구하며 북한이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한국이 참여하고 있는 미국 주도 경제협력체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가 27일(현지 시간) 공급망 협정에 합의했다. IPEF 회원국들은 이 합의에 따라 반도체와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대중(對中) 의존도를 낮추고 중국의 자원 무기화로 인한 위기 발생 시 공동 대응할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미 상무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IPEF 14개 회원국이 각료회의에서 공급망 협정에 실질적으로 합의했다”며 “IPEF가 협정에 합의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IPEF는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도해 출범시킨 중국 견제 경제협력체다. 한국과 미국, 일본, 인도 등 14개 회원국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무역·공급망·청정경제 등 4개 분야에서 협상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공급망 분야에서 첫 협정을 타결한 것이다. IPEF 공급망 협정에 따라 회원국들은 공급망 위기 발생 시 대응을 위해 비상 소통 채널인 ‘공급망 위기 대응 네트워크’를 가동하기로 했다. 또 공급망 병목 현상을 조기 식별할 수 있도록 ‘공급망 위원회’를 설치하고, 각 ‘노동 자문위원회’를 통해 각국의 노동환경 개선 이슈도 다루기로 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IPEF 회원국들이 사전에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공급망 문제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희토류 등 반도체·전기차 핵심 소재를 무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이에 상시 대응할 수 있는 협력체를 구축하겠다는 뜻이다. 다만 최근 창설을 선언한 주요 7개국(G7)의 플랫폼이 중국의 경제 보복에 맞서 직접적인 공동 행동을 하기 위한 것이라면 IPEF의 협력체는 핵심 원료 개발과 대체 공급망 구축 등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이번 IPEF 협정을 통해 국내 기업이 공급망 관련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IPEF 회원국으로서 이번 협상 참여가 자칫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자극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도 있다. 중국 왕원타오(王文濤) 상무부장은 26일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중국을 견제하는 IPEF의 움직임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고 중국 상무부는 밝혔다.美, 中의 ‘자원 무기화’ 겨냥 新공급망 구축… 中 “美, 다른나라 협박” IPEF, 공급망 中견제 협정 타결美, 반도체-전기차 배터리에 초점… 中 “글로벌 공급망에 심각한 타격”정부 “공급망 다변화 기회” 평가 속… “中과 긴밀한 관계 유지-확대” 신중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가 출범 1년 만에 공급망 분야에서 첫 협정을 타결하면서 반도체와 전기차 등 핵심 산업에 대한 미국 주도의 새 공급망 구축 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미국의 핵심 동맹인 이른바 아시아태평양파트너국(AP4)과 함께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대거 참여한 IPEF를 통해 중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다만 미국은 최근 중국과 고위급 대화 채널 복원에 나서는 등 미중 경제 분리를 뜻하는 ‘디커플링’(탈동조화) 대신 ‘디리스킹’(탈위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한국과 동남아 국가 등 중국과의 교역 비중이 큰 국가들이 포함된 만큼 중국에 대한 IPEF의 실질적인 압박 수위는 높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中 견제’ 공급망 재구축 나선 美IPEF는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새로운 인도태평양 경제틀’을 내걸고 출범시킨 협력체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27일(현지 시간) 협정 합의 타결 사실을 전하며 “14개 회원국이 공급망에 대해 첫 국제 합의를 갖게 된 것은 큰 성과”라고 밝혔다. 이번 공급망 협정의 핵심은 ‘공급망 위기 대응 네트워크’와 ‘공급망 위원회’ 창설이다. 중국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중국의 자원 무기화를 겨냥했다. 공급망 위기 대응 네트워크는 공급망 혼란 시 회원국들이 대체 공급처와 운송 경로를 개발하고 신속 통관 등 협력 방안을 협의하는 채널이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사활을 건 반도체와 전기차 공급망이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산업에 필요한 핵심 소재인 리튬과 니켈, 희토류 등 핵심 광물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대비해 공급망을 다변화하겠다는 취지다. 미국은 IPEF 참여국인 인도네시아 등 천연자원이 풍부한 동남아 국가들과 광물 협정을 맺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상무부는 공급망 위원회에 대해선 “공급망에 중대한 병목 현상이 발생하기 전 문제 해결을 지원하기 위한 기구”라고 설명했다. 공급망 위기에 대한 조기 경보 체계를 만들고 핵심 광물 채굴 확대 등 IPEF 회원국 간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중국은 반발했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IPEF의 움직임에 대해 “중국의 발전을 막기 위해 다른 국가들을 협박해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는 행위에 대해 중국은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 韓 “공급망 다변화 기회”… 中 반발은 우려정부는 이번 IPEF 협정을 통해 공급망 다변화 기회를 확보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28일 “지난해 기준 특정국 의존도가 75% 이상인 품목이 600개를 넘는다”면서 “한국이 호주, 인도네시아 등 자원 보유국은 물론이고 베트남, 인도 등 주요 생산기지와도 함께 갈 수 있다면 대체 공급처를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도 23일 브리핑에서 “(IPEF의 협정이) 공급망 불확실성을 줄여 우리 기업의 투자 전략 수립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이번 협정 참여가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자극하는 결과로 이어질까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이에 산업부 관계자는 “협정에 참여한 14개국 중 10개국이 중국을 제1의 교역 파트너로 두고 있는데도 자국의 이익을 위해 참여했다”며 “중국은 (우리의) 중요한 파트너인 만큼 긴밀한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중국에 대한 과의존을 어느 정도 해소하자는 느슨한 수준의 합의”라며 “중국의 반발이나 보복을 우려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지난해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은 여성의 낙태권을 헌법상의 권리로 보장했던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파기했다. 이로써 각 주(州) 정부는 독자적으로 낙태권 존폐를 결정할 수 있게됐다. 텍사스주 등 야당 공화당이 득세한 남부 주들은 일제히 환호한 반면 뉴욕주, 캘리포니아주 등 집권 민주당 소속 지사를 둔 주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은 텍사스주의 한 여성이 성폭력으로 원치 않은 임신을 했지만 낙태가 허용되지 않자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낙태할 권리가 포함되며 국가가 이에 간섭할 수 없다고 결정한 판례다. 원고 ‘제인 로’(가명)와 피고 측 텍사스주 댈러스카운티 지방검사장 ‘헨리 웨이드’의 이름을 딴 것이다. 이 판결로 인해 미국에서는 연방 차원에서 최근 약 50년간 임신 약 24주까지 낙태가 허용됐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은 1868년의 수정헌법 14조 ‘사생활 보호 권리’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이에 이 판결이 폐지된 직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법원이 미국을 (낙태가 범죄였던) 150년 전으로 돌려놨다”고 맹비난했다. 이 판결이 뒤집힌 뒤 약 1년이 지난 지금, 낙태권으로 분열된 미국은 여전히 진통을 앓고 있다. 전체 51개 주(수도 워싱턴 포함) 가운데 절반 수준인 26개 주는 로 대 웨이드 판결 폐지 이후 낙태를 금지 또는 제한했다. 대부분 공화당 지지 성향이 강한 남부 주들이다. 반면 수도 워싱턴을 포함한 25개 주는 낙태권을 주 법에 따라 보호하는 등 허용하고 있다. 특히 일리노이주나 콜로라도주 등 중부 지역에 있는 주들은 법적 처벌 없이 낙태를 받기 위해 온 여성들을 위한 ‘낙태 피난처’가 됐다. 내년 11월 미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낙태권을 둘러싼 집권 민주당과 야당 공화당 간 ‘입법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재선 출마를 선언한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여성 유권자를 겨냥해 낙태권을 핵심 의제로 끌고 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공화당의 주요 주자들은 “낙태 반대”를 외치며 보수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이 이슈의 폭발력을 염두에 둔 듯 공화당 유력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CNN 타운홀’ 생방송에 출연해 ‘재선에 성공하면 미 전역에서 낙태를 금지하는 연방법에 서명할 것이냐’는 질문에 “미국인 모두를 위해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 美 전역 확산되는 낙태 입법 전쟁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상원은 23일(현지 시간) 임신 6주 후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기존에는 임신 22주 이내 낙태를 허용해왔다. 낙태 시술을 하는 의사들의 면허도 취소된다. 통상 임신 6주까지 여성들이 임신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사실상 이번 법 제정으로 주 내 낙태가 전면 금지된 셈이다. 낙태 금지 법안을 주도한 공화당 소속 헨리 맥매스터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가능한 한 빨리 법안에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바이든 대통령의 집권 첫해인 2021년에도 낙태 금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당시 연방법원에 의해 즉시 저지됐지만 이후 미 전역에 ‘낙태 논쟁’의 불씨를 지피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히며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의회는 동일한 법안을 2년 만에 재추진했다. 다만 올 1월 주 대법원이 “낙태는 주 헌법에 명시된 여성의 사적 권리”라고 판결하며 논란은 일단락됐다. 이번 법안에도 낙태권 옹호 단체들이 효력 저지를 위해 소송에 나선 만큼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법이 시행될 경우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낙태를 전면 또는 사실상 금지한 16번째 주가 된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남부 주 지역이 대거 낙태를 금지하며 사우스캐롤라이나는 의도치 않게 낙태를 원하는 여성들의 목적지가 됐었다”며 “이 법안으로 남부 여성들의 낙태에 대한 접근이 크게 줄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텍사스 앨라배마 아칸소 등 10개 주는 성폭행 및 근친상간 등에 따른 임신에도 예외 없이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특히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지난해 성폭행 피해자들이 임신을 피하기 위해 “의료 돌봄 서비스를 받고 ‘사후피임약’을 복용할 수 있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네브래스카주는 임신 12주 이내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과 함께 19세 미만 트랜스젠더 청소년에게 성전환수술을 금지하는 법안을 함께 통과시켰다. 켄터키·텍사스주 등 보수 성향이 강한 5개 주에선 공화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낙태를 살인죄로 기소하는 방안까지 추진되고 있다. 다만 민주당과 낙태권 옹호 단체들을 중심으로 집단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아이오와주와 와이오밍주 등 5개 주에서는 주 법원 차원에서 법 집행이 금지된 상황이다. ● ‘낙태약’ 법정 공방도 이어져 낙태권에 대한 논쟁은 ‘낙태약 판매’로 확산되고 있다. 공화당 우세 지역에서 낙태 금지 입법화에 맞서 바이든 행정부가 낙태약 판매 지원에 나서자 일부 주에선 낙태약 사용 자체를 금지하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움직임은 올 1월 미 식품의약국(FDA)이 먹는 임신중절약의 주요 성분 중 하나인 ‘미페프리스톤’ 판매 관련 규제를 완화하면서 비롯됐다. 기존에는 병원이나 의료시설 등에서 직접 받았어야 했지만 현재는 미국 내 대형 소매 약국에서도 의사 처방전이 있을 경우 구할 수 있게 됐다. 이에 공화당 소속 20개 주 검찰총장들이 낙태 금지 지역에서 이를 판매할 경우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소매 약국들에 경고하며 논란이 불거졌다. 미페프리스톤 승인 여부를 둘러싼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텍사스주 연방법원은 지난달 7일 FDA의 미페프리스톤 사용 승인 처분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2000년 승인 이래 약 23년간 사용되던 낙태약을 한순간에 불법화하겠다는 뜻이다. 미 법무부는 항소와 함께 즉시 연방대법원에 낙태약 승인 취소 판결에 대한 일시 중지를 요청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여성의 자유를 박탈하고 건강을 위협하는 전례 없는 일”이라며 반발했다. 현재 연방대법원은 지난달 21일 텍사스 법원의 판결을 번복하고 항소가 진행되는 동안까지는 낙태약 긴급사용 요청을 승인했다. 다만 낙태약 판매 금지 항소심이 시작되면서 1심 판결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항소 재판이 열리는 루이지애나 뉴올리언스 제5항소법원의 판사 대부분이 낙태 금지에 찬성하는 공화당 행정부에서 임명한 판사들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우세 지역에서는 반대로 낙태권을 보호하는 입법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소속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가 올 4월 낙태를 범죄로 규정하는 법을 퇴출시켰다. ‘낙태 피난처’인 일리노이주는 올 1월 낙태 시술을 받기 위해 다른 주에서 방문하는 여성들을 보호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또 다른 민주당 텃밭인 캘리포니아주 역시 다른 주 여성들에게 낙태약을 우편 배송하는 의사들을 보호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 공화당 내부서 “대선 패배할라” 우려 낙태권을 둘러싼 갈등은 내년 대선에서도 표심을 가를 핵심 이슈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미 중간선거에서 ‘레드 웨이브(공화당 열풍)’를 예측했던 공화당이 사실상 민주당에 패배한 주요 원인으로 낙태권이 꼽힌다. 재선 도전을 공식 선언한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낙태권 이슈를 대선 캠페인의 핵심으로 내세울 태세다. 낙태 금지법을 통과시킨 주에서도 여전히 낙태 금지에 대한 반대 여론이 상당한 가운데 낙태권 이슈를 전면에 내세워 여성과 청년층 표심을 결집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최근 낙태 금지 법안을 통과시킨 노스캐롤라이나주는 2020년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가장 근소하게 패배한 ‘최대 격전지’ 중 하나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의회는 16일 민주당 소속 로이 쿠퍼 주지사의 비토(veto·거부)에도 불구하고 임신 12주 이내 낙태 금지 법안을 다시 통과시켰다. 이 지역은 현재 공화당이 주의회 상·하원을 모두 차지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참모진은 “낙태 금지 법안이 선거 쟁점이 될 것은 분명하다”며 “노스캐롤라이나주는 낙태권 문제에 대한 확고한 메시지를 부각할 핵심 지역”이라고 CNN에 밝혔다. 아베 존스 노스캐롤라이나주 하원의원은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소용돌이가 치고 있다”며 “주 여성들은 (미 대선이 있는) 내년 11월에 이 일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화당 대선주자들은 대부분 낙태 금지에 찬성하고 있다. 다만 정도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공화당 유력 주자로 초반 우위를 달리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낙태 금지에는 원칙적인 지지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10일 진행된 CNN 타운홀 생방송에서도 “내가 임명한 (보수 성향)의 대법관 덕분에 판결이 폐지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재선 시 낙태를 금지하는 연방법에 서명할 가능성에 대해선 “모두를 위한 효과적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다른 주요 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 주지사는 낙태 금지 시기를 현행 임신 15주 이후에서 6주 이후로 앞당기는 주 법안에 서명하며 더 적극적인 낙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역시 낙태 전면 금지에 찬성하고 있다. 현재까지 나온 유일한 여성 공화당 주자인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는 “낙태를 금지하는 연방법에 서명하겠다”고 밝히면서도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며 회의적 태도를 보였다. 다만 공화당 내부에서도 낙태권 이슈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 강경 지지층을 결집시키지 않고는 공화당 내 경선에서 승리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자칫하다 본선에서 경합주 내 중도층의 표심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과거 낙태는 50 대 50 문제였다면 지금은 공화당의 (빠지면 헤어 나오기 어려운) 늪”이라고 전했다. 실제 지난달 미국 내 대표적 경합주로 꼽히는 위스콘신주 대법관 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재닛 프로터세이위츠 후보가 보수 성향의 현직 주 대법관인 대니얼 켈리 후보를 약 11%포인트 차로 누르고 당선에 성공했다. 위스콘신주로서는 2008년 이후 15년 만에 진보 우위의 대법원이 구성된 셈이다. 패배한 켈리 후보는 낙태 반대 단체의 지지를 받던 대표적 인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주요 경합주에서 낙태권 문제의 중요성이 드러난 승리”라고 전했다. 여론조사에서도 낙태 금지 법안에 대한 반대 기류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미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낙태 찬성 비율은 약 62%, 반대는 약 36%였다. 공화당 지지층에서도 낙태 금지에 대해 크게 호의적이지 않다. 로이터통신과 입소스가 지난달 함께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임신 6주 후 낙태’에 대한 찬성 비율은 45%로, 반대(44%)와 오차범위 내에 있었다. 낙태 금지를 지지하는 정치인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밝힌 공화당 지지자는 43%로, 투표하겠다(40%)는 응답보다 많았다. 이에 따라 공화당 내에서도 낙태 금지 법안을 밀어붙이다 정작 2024년 대선 본선에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화당 소속 낸시 메이스 하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은 NYT에 “극단주의의 늪에 빠지면 우리는 계속해서 패배할 수밖에 없다”며 “공화당은 정치적으로 잘못된 편에 서 있다”고 말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미국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는 24일(현지 시간) “경제 제재는 동맹국이 동참할 때 가장 효과적”이라며 “미 의회는 중국의 대만 공격 시 부과할 경제 제재 개발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비해 한국 등이 참여하는 대중(對中) 금융·무역 제재 법제화를 권고한 것이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한국 등 동맹국에 대한 규제 동참 압박이 점점 커지는 형국이다.● 美 “동맹과 반도체 시장 왜곡에 대응”미중전략경쟁특위는 이날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수호를 위한 10가지 정책 권고’ 보고서에서 “전쟁에 대비한 연합비상계획과 같이 평화 시 미국 동맹들과 조정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경제 제재에 동참해야 할 국가로는 주요 7개국(G7)과 쿼드(Quad),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함께 ‘나토+5’를 제시했다. 나토+5에는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이스라엘이 포함된다. 이 보고서는 미 하원에서 2024년 국방수권법(NDAA) 등 법안을 제정 및 개정할 때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하원에는 중국의 대만 침공 시 국제금융시스템에서 중국을 퇴출하는 법안 등이 발의돼 있다. 앞서 마이크 갤러거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은 23일 중국이 미 최대 메모리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의 자국 내 판매를 부분 금지한 것과 관련해 “미 상무부는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외국 메모리반도체 기업에 부여한 (장비) 수출 허가가 마이크론 공백을 메우는 데 사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한국에 대중 반도체 압박 동참을 촉구한 바 있다. 미 백악관은 마이크론 사태와 관련해 “중국의 조치는 경제적 강압에 맞서 G7이 취한 강력한 입장을 약화하려는 시도”라며 공동 대응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중국은 경제적 강압에 대한 비판에 (또다시) 경제적 강압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반도체 시장의 왜곡에 대처하기 위해 G7 내부의 동맹 및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에서 창설하기로 합의한 ‘경제적 강요에 대한 조정 플랫폼(Coordination Platform)’의 첫 의제가 마이크론 사태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中, 수년 전부터 마이크론 제품 구매 줄여중국이 최근 마이크론의 자국 내 판매를 금지하기 몇 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마이크론 제품 구매를 축소해 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번 마이크론 제재로 중국이 받는 타격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4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중국 정부의 입찰 내용을 검토한 결과 2020년 이후 마이크론 반도체 구매가 급격하게 줄었다”면서 “그 대신 대부분 중국 업체의 제품을 구매했고 일부 한국 업체의 제품도 구매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020년부터 3년간 중국 정부 입찰에서 마이크론 제품이 언급된 것은 단 4건에 불과했다. 중국 정부는 주로 화웨이, 유니크, 하이크비전 등 중국 업체로부터 메모리반도체를 구매해왔다. 또 일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제품 구매도 있었지만 물량이 적어 중국산 제품을 보완하는 정도로 보인다. 이는 2020년 이전 마이크론 반도체가 중국 지방정부의 다양한 프로젝트에 사용됐던 것과 대비된다. 당시는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제재가 본격화하면서 중국이 이에 대비하기 위해 중국산 반도체 생산을 늘리려고 하던 때였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정부가 외국에 대한 기술 의존을 줄이려는 것과 관련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인텔 프로세서나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은 계속 구매했다. 이는 메모리반도체인 마이크론 제품과 달리 인텔 등의 제품은 대체재가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정부는 수년간 마이크론 반도체 구매를 줄였기 때문에 이번 제재로 인한 혼란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미국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는 24일(현지 시간) “경제 제재는 동맹국이 동참할 때 가장 효과적”이라며 “미 의회는 중국의 대만 공격 시 부과할 경제 제재 개발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비해 한국 등이 참여하는 대중(對中) 금융·무역 제재 법제화를 권고한 것이다. 미중전략경쟁특위는 이날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수호를 위한 10가지 정책 권고’ 보고서에서 “전쟁에 대비한 연합비상계획과 같이 평화 시 미국 동맹들과 조정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경제 제재에 동참해야 할 국가로는 주요 7개국(G7)과 쿼드(Quad),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함께 ‘나토+5’를 제시했다. 나토+5에는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이스라엘이 포함된다. 미중전략경쟁특위는 또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타깃이 된 파트너 국가를 지원하기 위한 수단을 포함한 중국 대응을 위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대만 관련법을 개정해 동맹 및 파트너와 함께 대만의 주권적 지위를 훼손하려는 중국의 어떤 시도에도 공개적으로 반대하도록 규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 보고서는 미 하원에서 2024년 국방수권법(NDAA) 등 법안을 제·개정할 때 반영될 전망이다. 현재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하원에는 중국의 대만 침공 시 국제금융시스템에서 중국을 퇴출하는 법안 등이 발의돼 있다. 여당인 민주당도 대중 수출 규제 강화와 대만에 대한 무기 지원 가속화 등 이른바 ‘중국 경쟁법안 2.0’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마이크 갤러거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은 23일 중국이 미 최대 메모리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의 자국 내 판매를 부분 금지한 것과 관련해 “미 상무부는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외국 메모리반도체 기업에 부여한 (장비) 수출 허가가 마이크론 공백을 메우는 데 사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한국에 대중 반도체 압박 동참을 촉구한 바 있다. 미 백악관은 마이크론 사태와 관련해 “중국의 조치는 경제적 강압에 맞서 주요 7개국(G7)이 취한 강력한 입장을 약화하려는 시도”라며 공동 대응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중국은 경제적 강압에 대한 비판에 (또다시) 경제적 강압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중국의 조치로 야기되는 반도체 시장의 왜곡에 대처하기 위해 G7 내부의 동맹 및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에서 창설하기로 합의한 ‘경제적 강요에 대한 조정 플랫폼(Coordination Platform)’의 첫 의제가 마이크론 사태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미국 의회에서 “(미 행정부의 한국 기업에 대한 중국 내)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 유예가 마이크론의 중국 시장 공백을 메우는 데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중국이 미 최대 메모리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의 자국 내 판매를 부분 금지한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그 빈자리를 채울 경우 이 기업들에 대한 규제 유예를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중 간 첨단 반도체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한국이 미국의 대중(對中) 규제 동참 압박과 중국의 경제 보복 가능성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강요받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마이크 갤러거 위원장(공화당)은 23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미 상무부는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외국 메모리반도체 기업에 부여한 (장비) 수출 허가가 마이크론 공백을 메우는 데 사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동맹 한국은 중국공산당으로부터 직접 (마이크론과) 정확히 같은 경제적 강압을 경험한 만큼 (한국 기업이 마이크론) 공백을 메우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서 메모리반도체 공장을 가동 중이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첨단 반도체 장비에 대한 중국 반입 규제를 내놓으며 이들 기업에 1년간 규제를 유예했다. 갤러거 위원장의 발언은 마이크론의 중국 판매 몫을 가져오려는 한국 기업에는 일종의 ‘불이익’으로 이 같은 규제 유예를 철회해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에서 한국에 공개적으로 중국에 대한 메모리반도체 판매 확대 자제를 요구한 것은 처음이다. 미 의회에서는 대중 규제 동참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 상원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는 “마이크론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계는 물론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접촉 중”이라며 “미 행정부가 (동맹과) 긴밀히 협력해 이 같은 행동이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을 중국 정부에 분명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미 반도체법 보조금 가드레일(안전조치) 조항을 완화해 달라고 미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이날 미 정부 관보에 따르면 한국 정부와 한국반도체산업협회(KSIA)는 “미 정부가 규정안에 있는 ‘실질적 확장’ 등 핵심 용어의 현재 정의를 재검토할 것을 요청한다”며 22일 공식 의견을 제출했다. 정부는 미 보조금을 받는 한국 기업이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장할 수 있는 범위를 기존 5%에서 10%로 늘려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美의회, 韓반도체에 ‘美-中택일’ 압박… 美업계 “우리 발등 찍을것” 美의회 “中반도체 전면 제재해야”현실화 땐 한국기업 對中수출 막혀엔비디아CEO “美업계도 피해 우려”“美, 지배적 위치 있지 않다” 지적도중국이 미국 최대 메모리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에 대해 자국 내 판매 부분 금지 조치를 단행하며 미중 반도체 경쟁이 상호 보복전으로 비화하고 있다. 미 의회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 중국 메모리반도체 기업에 대한 고강도 수출 규제를 요구했다. 중국 제재의 성패를 가를 수 있는 한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미국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급기야 마이크론의 중국 판매 몫을 채우는 한국 기업에는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진영을 중심으로 ‘반도체 블록이 재편되는 움직임 속에서 미국이냐, 중국이냐 선택을 하라는 것이다.● 美 의회 “中 반도체 기업에 화웨이식 제재 해야”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마이크 갤러거 위원장(공화당)은 23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사양에 무관하게 미국 기술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나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같은 중국 반도체 기업에 흘러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YMTC에 이어 CXMT를 즉각 수출 통제 리스트(entity list)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기업은 상무부 수출 통제 리스트에 오른 기업에 정부 허가 없이 수출할 수 없다. 특히 갤러거 위원장이 “사양에 무관하게”라고 언급한 것은 현재 첨단 반도체 장비와 AI 반도체 등에 국한된 해외직접생산규칙(FDPR)을 중국 반도체 산업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국 기술이 사용된 제품은 미 기업뿐 아니라 해외 기업 제품이더라도 중국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인 FDPR은 화웨이에 취해진 바 있다. 이 방안이 현실화되면 국내 기업의 중국 반도체 수출길이 사실상 막힐 수 있다. 대표적 ‘대중 강경파’ 갤러거 위원장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한 고강도 대응을 촉구하는 미 의회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마이클 매콜 하원 외교위원장(공화당) 등은 “미국과 동맹국이 중국의 경제적 침략에 함께 맞서야 한다”는 취지를 밝혔다. 마이크론 제재를 둘러싼 미중 충돌의 불똥은 한국에 본격적으로 옮겨붙는 형국이다. 갤러거 위원장이 마이크론 중국 생산 공백을 한국 기업이 채우지 말 것을 압박하면서 10월 종료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대중(對中)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 유예 조치의 연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렇다고 미국에 협력할 경우 중국이 국내 반도체 기업에 보복할 우려가 커진다는 것도 딜레마다. 정부는 일단 기업이 결정할 사안이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산업통상자원부 당국자는 24일 “현재로선 해당 사안과 관련해 정부 입장을 내놓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미 관계를 감안해 입장을 세우면서도 우리 핵심 이익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범용 반도체 판매 구조상 누가 누구를 제한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엔비디아 CEO “반도체 전쟁이 美 발목 잡아” 미중 간 ‘보복전’에 대해 미국에서도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한 반도체 전쟁이 “미국 기술 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황 CEO는 “바이든 행정부 반도체 수출 규제가 오히려 실리콘밸리 기술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면서 “중국은 미 경쟁업체들에 대항해 자체 반도체 개발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 기술기업 전체 매출에서 중국 비중은 약 3분의 1로 대체할 수 없는 중요한 시장”이라면서 “중국과 거래할 수 없다면 미 기술기업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도 이날 사설에서 “중국 권위주의 정권은 반도체 산업을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반도체 전쟁에서 미국은 지배적 위치에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

《21일(현지 시간) 미국 버지니아주(州)에 있는 대형 쇼핑몰 건너편 가정용품 전문점 ‘베드배스앤드비욘드(BB&B)’. 블록 하나를 온전히 차지할 만큼 큰 단독 매장인 이곳은 주말인데도 그 앞을 오가는 사람이 없어 을씨년스러울 정도였다. 같은 날 버지니아의 또 다른 BB&B 매장은 손님들이 분주하게 진열대 사이를 오갔다. 지난달 23일 재정난에 빠진 BB&B가 파산을 신청한 이후 미 전역 매장들이 대거 폐업하는 가운데 일부 문을 열고 할인 판매를 하는 매장에는 사람들이 몰리는 것이다. 이 매장에서 만난 루나 씨는 “어릴 때부터 BB&B 제품을 써왔는데 곧 문을 닫는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두고두고 쓸 물품을 사려고 왔는데 사고 싶은 것들이 다 팔려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BB&B는 한때 미 전역에 매장 1500여 곳을 거느리던 가정용품 유통업체 선두 주자였다. 1971년 뉴저지주에서 처음 문을 연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거듭했다. BB&B는 백화점이나 슈퍼마켓처럼 분야를 망라해 각양각색 제품을 판매하는 것과는 달리 가정용품에만 집중하는 이른바 ‘카테고리 킬러(category killer)’ 영역을 개척한 기업으로 꼽혔다. 쿠폰을 활용한 공격적인 할인으로 2018년 매출 120억 달러(약 16조 원)를 넘어선 이 유통업계 공룡을 무너뜨린 결정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온라인 쇼핑 확산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와중에 팬데믹이 닥치며 급격한 재정 위기를 맞았다.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되면서 미국에서 파산하는 기업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0∼2011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최다 수준으로 치솟는 가운데 아마존을 비롯한 온라인 유통업계로의 쏠림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카테고리 킬러’ 전성시대의 끝 BB&B 파산은 미국 카테고리 킬러 몰락의 상징적인 사건이다. 백화점들이 1980, 1990년대 호황기에 지갑이 두둑해진 미국인을 겨냥해 패션 분야에 집중하는 사이 카테고리 킬러는 가정용품과 스포츠용품, 장난감 같은 특정 분야 제품을 한데 모아 판매하는 전략을 폈다. 이 같은 전략이 동네 슈퍼마켓 몰락을 부르면서 카테고리 킬러는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정 분야 상품 대량 구매, 중국 부상(浮上)과 세계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구축 등을 통해 파격적인 가격으로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카테고리 킬러 전성시대가 열린 것. 미 경제학자 마크 레빈슨은 CNN방송에 “카테고리 킬러의 핵심은 현대적 공급망 채택”이라며 “뉴욕의 사무실에서 중국 공급자와 소통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이들의 성장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온라인 쇼핑몰이 본격적으로 세(勢)를 넓히기 시작하자 BB&B 같은 카테고리 킬러의 수익성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아마존 같은 온라인 쇼핑몰의 등장으로 대량 구매를 통한 가격 경쟁력이 사라진 것이다. 온라인 쇼핑몰이 점점 대형화해 직접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싼 가격에 더 많은 제품을 선택할 수 있게 되면서 카테고리 킬러가 설 자리를 잃게 됐다는 분석이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가 등장하면서 미 전역에 약 3000개 매장을 두고 있던 비디오 대여 전문점 블록버스터가 파산한 데 이어 2015년에는 가전 유통업계를 주름잡던 라디오섁(RadioShack)이 뒤를 이었다. 2017년에는 전 세계 최대 장난감 판매점 토이저러스가 막대한 부채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파산했다. 카테고리 킬러의 잇단 파산에도 강도 높은 자구책을 단행하며 명맥을 이어가던 BB&B가 결국 더 버티지 못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이 컸다. 온라인 쇼핑 같은 파괴적 혁신에 적응하지 못한 가운데 중국의 엄격한 코로나19 폐쇄 조치와 수송 대란 등으로 인한 공급난에 쇼핑객까지 감소하면서 막대한 적자가 쌓였다. 올 1월 파티용품 업계 선두 주자 파티시티도 파산을 신청했다. 아직 남아 있는 카테고리 킬러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미 최대 서점 체인 반스앤드노블도 올해 150여 개 매장을 폐쇄하기로 했고 사무용품 업체 스테이플스 역시 지속적으로 매장을 줄이고 있다.美 기업 파산 10년 만에 최다 BB&B를 비롯한 카테고리 킬러 몰락의 최대 수혜자는 온라인 쇼핑 공룡 아마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온라인 쇼핑으로의 고객 이동에 발 빠르게 대처한 대형 유통업체 타겟과 월마트, 할인점 TJ맥스 등도 혜택을 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유통 분석업체 뉴머레이터 조사에 따르면 BB&B에서 제품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쇼핑객의 68%는 대체 상품을 구입할 곳으로 아마존을 꼽았다. 미 온라인 쇼핑 전체 매출의 40%가량을 차지하는 아마존 쏠림 현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올 1분기(1∼3월) 아마존 매출은 1274억 달러(약 170조 원)로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9% 증가했다. 카테고리 킬러가 잇달아 파산하면서 미 소비시장 위축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컨설팅업체 칸타의 데이브 마코테 수석 부사장은 CNN에 “문 닫는 업체들 매출이 모두 경쟁업체에 흡수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많은 돈이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 상무부가 16일 발표한 4월 소비지표에 따르면 미 소매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 증가했지만 시장 전망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특히 외식 음료 건강 같은 이른바 재량 지출 소비는 확연한 둔화세를 보였다. 이 와중에 올 1분기 파산을 신청한 기업은 236개사로 글로벌 경기 침체가 한창이던 2010년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일각에선 BB&B를 비롯한 카테고리 킬러 연쇄 파산이 미 상업부동산 시장 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파산 위기에 처한 미 지역은행들이 대출을 조이고 있는 가운데 재택근무 확산과 소비 둔화로 인한 상업부동산 시장 붕괴에 기름을 끼얹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체투자 플랫폼 일드스트리트의 미치 로젠 부동산 담당 이사는 최근 보고서에서 “BB&B 파산은 상업부동산 시장에 충격을 줄 것”이라며 “파산 과정을 통해 늘어난 빈 사무실의 새로운 세입자를 찾는 데 매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BB&B 매장들 대부분이 입지가 좋은 지역에 있는 데다 최근 상업부동산 신규 건설이 매년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는 만큼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상업부동산 투자회사 CBRE 브랜던 이스너 유통업 분석 책임자는 CNN에 “BB&B 파산은 그동안 공실(空室)이 없던 입지 좋은 부동산이 시장에 대거 나온다는 의미”라며 “다른 유통업체들이 이를 차지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테고리 킬러상품 분야(카테고리)별로 특화해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대형 소매 유통업체. 사무용품 전문 오피스디포, 가정(주택) 개조 전문 홈디포, 가전제품 전문 베스트바이 등이 대표적이다. 문병기 워싱턴 특파원 weappon@donga.com}

미국 의회에서 “(미 행정부의 한국 기업 등에 대한) 반도체 장비 반입 유예가 마이크론의 중국 시장 공백을 메우는 데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국이 미 최대 메모리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의 중국 내 판매를 부분 금지한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판매를 확대하면 이 기업들에 대한 미국의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 유예를 철회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한국에 공개적으로 중국에 대한 메모리반도체 판매 확대 자제를 요구한 것은 처음이다.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마이크 갤러거 위원장(공화·위스콘신)은 23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상무부는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부여된 미국의 수출 허가가 마이크론 공백을 메우는 데 사용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동맹 한국은 중국공산당으로부터 직접 (마이크론과) 정확히 같은 경제적 강압을 경험한 만큼 (마이크론) 공백을 메우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중국에서 메모리반도체 공장을 가동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 판매 금지 조치로 생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중국 내 메모리반도체 판매를 늘리면 미 상무부가 부여한 반도체 장비 반입 수출 규제 유예를 철회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첨단 반도체 장비 중국 반입 규제를 발표하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대해선 1년간 이를 유예해줬다. 하지만 유예 조치는 상무부 규정에 따라 철회될 수 있다.미 상원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뉴욕) 역시 “마이크론에 대한 중국 정부 규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계는 물론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접촉 중”이라며 “(조) 바이든 행정부가 긴밀히 협력해 이 같은 행동이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을 중국 정부에 분명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첨단 반도체 경쟁이 심해지는 가운데 한국이 미국 압박과 중국 경제 보복 가능성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강요받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중국 친강(秦剛) 외교부장은 이날 네덜란드 부총리 겸 외무장관을 만나 네덜란드에 미국 반도체 장비 규제에 동참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한국과 미국이 23일 북한 핵·미사일 개발 자금조달을 위해 사이버해킹을 벌여온 북한 사이버전(戰) 전담부대 등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북한 해커를 양성해온 미림대학 등도 포함돼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는 북한의 불법 해킹 체계 전반을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북한 기술정찰국과 110연구소, 지휘자동화대학(미림대학), 진용정보기술협력회사 등 기관 4곳과 개인 1명을 제재했다고 밝혔다. 기술정찰국은 북한군 정보기관인 정찰총국 산하 기관으로 사이버 테러를 담당하고 있으며 북한의 대표적인 해킹 조직 라자루스 등을 운영하고 있다. 기술총국 산하 110연구소는 사이버 공격을 전담하는 조직으로 한국과 미국에 대한 사이버정보 수집과 정보전, 가상화폐 탈취 등을 주도하고 있다. 재무부는 “110연구소는 2013년 한국 금융기관과 언론사를 해킹한 ‘다크서울’ 작전을 실시했으며 한국 정부로부터 군사 방어 및 대응 계획에 대한 민감한 정보를 훔쳤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가 이날 제재한 지휘자동화대학은 1986년 설립된 미림대학의 후신으로 북한 해커들의 양성소로 꼽힌다. 재무부는 “지휘자동화대학 출신 상당수는 북한 정찰총국 산하 사이버 부대에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보통신(IT) 회사로 가장해 러시아와 라오스에 불법으로 북한 IT 노동자를 보내온 진영정보기술협조회사와 이 회사 러시아사무소 대표인 김상만(65)도 제재 대상에 올렸다. 김상만은 중국과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IT팀으로부터 200만 달러어치의 가상화폐를 송금 받는 등 북한의 불법적인 가상화폐 거래에 가담했으며 북한에 외국 IT 장비를 수송하는데 연루됐다고 재무부는 밝혔다. 이번 제재는 북한 해킹 조직 지휘부부터 해킹 실행기관과 양성소를 동시에 겨냥한 것. 이날 외교부 역시 진영정보기술협조회사와 김상만 등 북한 기관 3곳과 개인 7명에 대한 독자제재를 단행했다. 브라이언 넬슨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은 “미국과 파트너들은 전 세계 금융기관과 가상화폐 거래소 등으로부터 자금을 탈취하려는 북한의 시도에 맞서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미국 최대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에 대한 중국 당국의 전격적인 판매 금지 조치를 놓고 미중이 연일 충돌하고 있다. 미 국무부 매슈 밀러 대변인은 22일(현지 시간) “미국은 중국이 마이크론 반도체 판매를 금지한 데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어 “상무부는 미국 입장을 분명히 하기 위해 중국 정부와 접촉 중(engaging)”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수출 규제 등을 담당하는 미 상무부가 이번 조치에 대해 중국 당국에 항의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밀러 대변인은 ‘미국의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 제재와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가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에는 “중국에는 규제의 투명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중국은 원하는 모든 결정을 내릴 수 있지만 이는 투명한 규제 체계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크 머피 마이크론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이날 브리핑에서 “중국이 어떤 우려로 판매 제한 조치를 내렸는지 불분명하다”며 “중국 조사 결과를 분석하고 향후 대응을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머피 CFO는 “이번 조치가 매출에 최대 한 자릿수 퍼센티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매출이 전체 매출의 약 11%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마이크론이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이날 마이크론 주가는 뉴욕증시에서 2.85% 하락했다. 중국은 관영매체를 동원해 마이크론 제재는 법에 따른 정당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3일 “마이크론 제재에 대해 미국이 중국을 비난하는 것은 미국의 위선과 이중 잣대를 스스로 드러내는 꼴”이라면서 “미국은 중국 기업 화웨이와 틱톡에 대해 무자비하고 탐욕스러운 제재를 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는 “중국의 안보 이익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규제를 가하면서) 주장하는 국가안보는 중국에 대한 일방적이고 반시장적인 탄압”이라면서 “마이크론이 중국에 공급해 온 반도체 물량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한국 기업들이 메우지 못하도록 (요구)하는 것도 그 연장선”이라고 강조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런민일보 계열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마이크론은 미국이 발동한 중국 과학기술 탄압 과정에서 ‘불쏘시개’ 역할을 했으며, 동시에 중국 반도체 기업에 가장 많은 화를 초래한 미국 기업 중 하나”라고 썼다. 이어 “그들이 미국 정부에 협력해 중국으로 안전하지 못한 제품을 수출했는지는 자신들만 분명히 알 것”이라고 덧붙였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중국이 미국 최대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에 판매 제한 조치를 내리면서 한국이 어떻게 대응할지 미중 양국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향해 미국은 중국 경제보복 공동 대응을, 중국은 미국에 협력하지 말 것을 압박하고 있다. 마크 리 미 투자은행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22일(현지 시간) 보고서에서 “중국 국내 메모리반도체 공급자 경쟁력을 고려할 때 중국은 마이크론을 대체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키옥시아 등 외국 공급자에 의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들은 모두 미국 동맹국(기업)이며 모두 미국 장비 공급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미국의 압력을 무시하고 마이크론 판매 금지 혜택을 차지하려 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밝혔다. 반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정부가 (기업에)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고 기업이 판단할 문제”라는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의 22일 발언을 소개하며 “한국이 중국의 마이크론 판매 금지로 인한 공백을 메울 것임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미국과의 경제안보 차원까지 고려해 면밀히 검토한 뒤 우리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조찬포럼에서 “한국 입장에서는 삼성이나 SK하이닉스가 중국에서 투자와 기업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사항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기업 활동에 대해 간섭하거나 방해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대중 판매 확대 금지 요청을 실제 하더라도 섣불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 같은 의견을 내기는 어렵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기존 주요 정당이 과감한 혁신을 하고 알을 깨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외부 충격이 생길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22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저서 ‘대한민국 생존전략―이낙연의 구상’ 출판기념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최근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이어 김남국 의원의 코인 의혹 등 겹악재가 닥친 민주당에 쇄신을 촉구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는 현 민주당 상황에 대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노력의 결과로 국민 신뢰를 되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벌어진 당내 갈등 상황에 대해선 “거기까지 정리된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다음 달 20일 귀국을 앞두고 있는 이 전 대표는 귀국 후 역할을 묻는 질문에 “정치가 길을 찾고, 국민이 마음 둘 곳을 갖게 되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정책에 대해선 “한 부분을 놓고 보면 맞는 것 같은데, 다 합치면 이상해지는 것들이 반복된다”며 “모순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한미일 협력 강화가) 필요하지만 그것은 북-중-러 연대의 강화를 부르며 한반도의 긴장을 높일 것”이라며 “한미일 협력 강화와 함께 한반도의 긴장 완화가 추진돼야 한다”고 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미국 최대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에 대한 중국 당국의 전격적인 판매 금지 조치를 놓고 미중이 연일 충돌하고 있다. 미 국무부 매튜 밀러 대변인은 22일(현지 시간) “미국은 중국이 마이크론 반도체 판매를 금지한 데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어 “상무부는 미국 입장을 분명히 하기 위해 중국 정부와 접촉 중(engaging)”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수출 규제 등을 담당하는 미 상무부가 이번 조치에 대해 중국 당국에 항의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밀러 대변인은 ‘미국의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 제재와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가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에는 “중국에는 규제의 투명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중국은 원하는 모든 결정을 내릴 수 있지만 이는 투명한 규제 체계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크 머피 마이크론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이날 브리핑에서 “중국이 어떤 우려로 판매 제한 조치를 내렸는지 불분명하다”며 “중국 조사 결과를 분석하고 향후 대응을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머피 CFO는 “이번 조치가 매출에 최대 한 자릿수 퍼센티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매출이 전체 매출의 약 11%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마이크론이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이날 마이크론 주가는 뉴욕증시에서 2.85% 하락했다. 중국은 관영매체를 동원해 마이크론 제재는 법에 따른 정당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3일 “마이크론 제재에 대해 미국이 중국을 비난하는 것은 미국의 위선과 이중 잣대를 스스로 드러내는 꼴”이라면서 “미국은 중국 기업 화웨이와 틱톡에 대해 무자비하고 탐욕스러운 제재를 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는 “중국의 안보 이익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규제를 가하면서) 주장하는 국가안보는 중국에 대한 일방적이고 반시장적인 탄압”이라면서 “마이크론이 중국에 공급해 온 반도체 물량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한국 기업들이 메우지 못하도록 (요구)하는 것도 그 연장선”이라고 강조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런민일보 계열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마이크론은 미국이 발동한 중국 과학기술 탄압 과정에서 ‘불쏘시개’ 역할을 했으며, 동시에 중국 반도체 기업에 가장 많은 화를 초래한 미국 기업 중 하나”라고 썼다. 이어 ”그들이 미국 정부에 협력해 중국으로 안전하지 못한 제품을 수출했는지는 자신들만 분명히 알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중국 당국이 마이크론 제품 구매 금지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한국 반도체 업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의 대중(對中) 제재 동참 압박이 거세지는 한편으로 중국의 보복이 미 동맹국으로 확대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반도체 공급망에서 ‘고립무원’이 된 중국이 자체 반도체 굴기를 강화할 가능성도 중장기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일촉즉발’ 미중 갈등 22일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마이크론 제품에 대한 중국 당국의 구매 제한 조치와 관련해 “국가 핵심 정보 인프라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에 대해 국가 안보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날 중국 매체 왕이(網易), 메이르징지(每日經濟) 등은 “중국이 마이크론을 제재한 5월 21일은 역사에 기록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중국 기술기업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포함해 중국에 대해 각종 과학기술 제재를 가했으나 그동안 한 번도 제대로 된 반격을 하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이번 마이크론 판매 금지 조치가 최근 미중 갈등 심화 과정에서의 보복 조치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국 내에선 퀄컴과 인텔 등 다른 미국 반도체 기업으로 보복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한국을 비롯한 동맹 참여국의 공동 대응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는 22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제재가 현실화되면 한국 등 동맹국들과 (대응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상무부는 21일(현지 시간) 마이크론 판매 금지 반대 성명에서 향후 “동맹국과 협력”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중국에서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으로 일했던 홀든 트리플렛은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번 조치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한 보복 이외에 어떤 설명도 불가능하다”며 “어떤 기업도 다음 보복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반도체 기업은 좌불안석 반도체업계에서는 중국 현지 기업들 중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중국 낸드 시장의 9.9%를 차지하고 있어 마이크론의 공백을 일정 부분 보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D램 시장의 경우 창신메모리(CXMT)의 점유율이 0.1% 안팎으로 미미한 수준이고 기술력도 한참 뒤처진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중국의 고객사들에 메모리 재고가 넘쳐 일정 기간 버틸 수 있겠지만 결국 마이크론의 D램 빈자리를 채우려면 한국 제품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은 앞서 미국 당국이 마이크론의 공백을 채우지 말라고 요청했다는 FT 보도에 대해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향성이 사실일 경우 대체 제품 공급에 대한 중국 당국의 압박에 한국 기업들이 응할 수 없는 상황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럴 경우 중국으로부터 현지 사업에 대한 불이익이나 보복 조치가 이어질 우려도 제기된다. 마오 대변인은 “한국 기업에 대해 마이크론과 비슷한 제재를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어떤 기업이라도 중국 법률의 요구 사항을 준수하기만 하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이날 세종시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번 조치로 인해 우리 기업에 일차적으로 피해가 없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라며 “정부가 (기업에)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고 기업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공급망 고립 정책이 지속되면 중국 내부에서 자체 반도체 굴기 움직임이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 매체 왕이는 “이번 사건은 중국의 반도체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중국 업체들이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곧 메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전략적 동맹 전선이 확대되는 가운데 지정학적 리스크가 적은 일본의 역할도 급부상하고 있다. 실제 대만 TSMC와 미국 마이크론 등이 일본 생산기지 건설이나 첨단 장비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중국 당국이 미국 반도체 기업을 상대로 첫 제재를 내놓은 데 대해 미중이 정면충돌하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에 불똥이 튀고 있다. 미 상무부는 21일(현지 시간) 성명을 내고 중국 당국이 미국 마이크론 반도체 구매를 금지한 데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며 “미국은 반도체 산업의 혼란을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동맹국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중국이 마이크론 반도체 구매 금지 조치를 내릴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이 중국에서 메모리반도체 판매를 확대하는 것을 자제하도록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다른 나라를 협박해 중국 수출을 제한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칙과 국제경제 무역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는 전적으로 미국의 패권적 이익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는 이러한 관행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당국은 앞선 21일 마이크론의 제품에 대해 “심각한 네트워크 보안 문제가 있다”며 “중국 중요 정보인프라 운영자는 마이크론 제품 구매를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최대이자 세계 3위 메모리 업체인 마이크론은 지난해 기준 중국 D램 시장의 14.5%(3위), 낸드플래시 시장의 4.6%(6위)를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은 범용 제품으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제품으로 쉽게 교체될 수 있다. 미중 정면충돌에 따라 미국의 한국을 향한 대중(對中) 반도체 규제 동참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도 이날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제재가 현실화되면 우리는 같은 주제에 대해 다른 나라들과 논의하듯 한국 등 동맹국들과도 논의할 것”이라고 답했다.中, 美상무장관 방중 앞두고 ‘반도체 보복’… 마이크론을 협상 지렛대로 삼을 가능성 대체 가능한 마이크론 제품 규제로美에 대한 ‘디리스킹’ 카드 분석도 중국이 21일 미국 최대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에 전격적인 판매 금지 조치를 내리자 미 상무부는 같은 날 즉각 성명을 내고 “근거 없는 조치”라고 반박했다. 사실상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규정한 것이다. 특히 중국이 미중 고위급 대화 복원을 앞둔 시점에서 미 대표 반도체 기업을 공격 목표로 삼은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미 상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최근 다른 미국 기업들에 대한 급습 및 표적 조사와 함께 취해진 이번 조치는 시장을 개방하고 투명한 규제에 전념하고 있다는 중국의 주장과 모순된다”고 비판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달 미 뉴욕에 본부를 둔 기업실사업체 민츠그룹의 베이징 사무소를 기습 단속해 중국 국적 직원 5명을 연행했다. 미 유명 컨설팅사 베인앤드컴퍼니의 상하이 사무소에서도 비슷한 일을 벌였다.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를 이 같은 기습 조사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사실상의 보복 조치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미국과의 고위급 대화 재개를 앞두고 마이크론에 대한 부분적 판매 금지 조치를 협상 레버리지(지렛대)로 삼으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을 통해 “곧 중국과의 관계가 해빙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규제의 주무 장관인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함께 조만간 중국을 방문하기로 했다. 러몬도 장관은 최근 방중 이유를 두고 “중국 내 미 기업의 사업 환경을 안정화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미국이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 움직임에 나선 가운데 중국이 미국에 대한 디리스킹(de-risking·탈위험)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국의 수출 규제가 더 강화되기 전 한국이나 중국 기업의 제품으로 대체 가능한 마이크론 제품의 판매를 중단해 향후 타격을 최소화하려 한다는 뜻이다. 그레이엄 웹스터 미 스탠퍼드대 연구원은 미 뉴욕타임스(NYT)에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추가 규제에 대응해 미국산(産)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디리스킹하려 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20일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체를 창설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이 미국 주도의 반도체 수출 규제에 보복할 움직임에 나서자 미국이 G7을 중심으로 공동 대응하겠다며 ‘맞불’을 놓은 것이다. 중국의 경제 보복에 대응한 국제 협력체가 구성되는 것은 처음이다. 실제 21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세계 3위이자 미국 최대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 제품에서 심각한 네트워크 보안 위험이 발견돼 중국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중국의 주요 인프라 운영자들이 마이크론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금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G7 정상은 20일 발표한 코뮈니케(공동성명)를 통해 “경제적 강압에 대한 평가·준비·억제 및 대응을 강화하기 위한 조정 플랫폼을 출범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을 직접 지목하진 않았지만 미 최대 메모리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을 조사하겠다고 밝히는 등 최근 노골적인 경제 보복을 시사한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G7 정상은 이 플랫폼에 대해 “G7을 넘어 파트너와의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으로 피해를 입은 한국에도 동참을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3국은 경제적 측면에서 논의할 것이 많다”면서 한미일 3국 차원에서도 중국의 경제 강압에 대한 논의에 나설 뜻을 밝혔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특정 국가의 경제적 강압 및 보복 조치에 대비해 어떤 협의체를 만들 것인가에 한국이 가담한 사례가 없고, 앞으로도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은 “G7은 중국의 엄중한 우려에도 우리를 먹칠하고 공격했으며, 중국 내정을 난폭하게 간섭했다”고 반발했다.G7, 반도체-AI 對中투자 제한 원칙적 합의… 韓 동참압력 커질수도 中겨냥 경제안보 협의체 창설 G7 “非시장 정책에 우려 표명”中의 美마이크론 보복조사에 대응… “디커플링 아닌 디리스킹” 협력 여지대통령실, 일단 “韓참여 계획 없어”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20일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항한 새로운 국제 협의체 창설을 비롯해 대중(對中) ‘액션플랜’(행동계획)을 처음으로 내놨다. 경제 패권을 위해 경제 보복과 희귀자원 무기화 등에 나서고 있는 중국에 공동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G7은 “우리는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이 아닌 디리스킹(derisking·탈위험)을 추진한다”며 중국과의 투자, 교역 등 경제 관계는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G7 “中 경제보복 경보·대응 체계 마련”G7 정상은 66개 항으로 이뤄진 코뮈니케(공동성명)를 통해 ‘경제적 강요에 대한 조정 플랫폼(Coordination Platform)’ 창설을 선언하며 “광범위하고 불투명하며 유해한 산업 보조금, 국영기업의 시장 왜곡, 모든 형태의 강제 기술 이전 요구 등 비(非)시장 정책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경제 보복뿐만 아니라 희토류 등 자원 무기화, 반도체 산업에 대한 보조금 살포, 합작회사 설립을 통한 기술 이전 요구 등에 전방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G7은 플랫폼의 구체적인 활동 계획 등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다만 별도로 발표한 ‘경제 회복력과 경제 안보에 관한 성명’에선 “각국의 법적 시스템에 따라 조기 경보 및 신속한 정보 공유를 통해 정기적으로 서로 협의하고 대응을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적절한 경우 경제적 강요를 저지하고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G7 정상들은 “G7을 넘어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더욱 촉진할 것”이라고 밝혀 이 플랫폼에 참여 대상 국가를 확대할 계획을 내비쳤다. 중국이 미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에 대해 보복성 조사에 나서자 미국이 한국에 대중 반도체 판매 확대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같은 협력 요청이 새로 창설된 플랫폼에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은 일단 한국의 참여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을 겪은 한국에 참여 요구가 이어질 수 있는 데다 중국이 미국과 일본에 이어 한국을 경제 보복의 타깃으로 삼을 경우 동참 압력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中 분리하려는 것 아니다”G7 정상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의 대중 투자 제한 필요성 등에도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최첨단 기술이 군사력 증강에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정책 도구를 개발하고 필요한 경우 수출 및 투자 관련 조치를 포함해 각국 상황에 부합하는 추가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G7은 또 중국이 필리핀 등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와 관련해 “중국의 영유권 주장은 법적 근거가 없으며 이 지역에서 중국의 군사화 활동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군사적 영향력 확대에 전례 없는 수준의 규탄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날 일본에서 열린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 4자 안보협의체 ‘쿼드(Quad)’ 정상회의에서도 핵심 광물과 인프라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로 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1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중국과) 분리하려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위험을 제거하고 다각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미국이 중국과의 경제 관계 유지를 원하는 유럽 국가들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에 대한 탈위험’은 3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제시한 개념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독일과 프랑스가 이 표현 사용을 압박했다”고 전했다.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특정 국가의 경제가 세계 경제나 다른 국가와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현상. 미중 디커플링은 수출 규제, 공급망 분리로 양국 경제가 탈동조화되는 것을 뜻한다.디리스킹(derisking·탈위험)통상 금융기관이 위험 관리를 위해 특정 분야의 거래를 제한하는 것. 대중국 디리스킹은 첨단기술과 공급망의 위험 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제한적 조치를 뜻한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히로시마=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지뢰 제거 장비, 긴급 후송 차량 등 현재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물품을 신속히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비살상용 무기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일부 (지원 요청) 목록을 (내게) 줬다. 이에 대해 신속하게 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 비살상용이기는 하지만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할 의사를 밝힌 것이어서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일본 히로시마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 “한국 정부는 앞으로도 국제사회와 긴밀한 협력하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외교·경제·인도적 지원을 포함해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지원을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담 직후 “한국의 인도적, 비살상 (장비) 지원에 감사한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양국 정상은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 복구를 위한 협력 필요성에 공감하고 우수한 한국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참여해 전후 복구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지속하기로 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21∼23일 폴란드 바르샤바를 찾아 폴란드 및 우크라이나 장차관급 인사들과 우크라이나 재건 참여 방안을 논의한다. 우크라이나 인프라부와는 업무협약(MOU)을 통한 협력관계 구축 방안을 모색한다. 윤 대통령은 이날 G7 정상회의 확대 세션에 참석해선 “우크라이나에서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이 시도되고 무력에 의한 인명 살상이 자행되고 있다”며 “국제법을 정면 위반한,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가 목적을 달성하는 전례를 남겨서는 절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 우크라이나 비행사가 미 최신 전투기 ‘F-16’을 몰 수 있도록 조종 훈련을 지원하기로 했다. CNN은 조종 훈련이 유럽에서 진행될 것이며 4∼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장기적으로는 미 전투기의 직접 지원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최근 미국에서는 생성형 인공지능(AI) 규제 논의가 한창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5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챗GPT 아버지’로 불리는 샘 올트먼 오픈 AI CEO 등을 불러 AI 규제 회의를 갖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첨단 반도체 장비 규제를 내놓으며 ‘반도체 독트린’을 발표한 백악관의 주관심사가 이제 AI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미 의회도 최근 석 달간 7차례에 걸쳐 AI 규제에 대한 청문회를 열 정도로 AI 규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18일 “더 이상 낭비할 시간이 없다. 신속히 움직여야 한다”며 AI 규제 입법화에 조속히 나서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AI 규제에 팔을 걷어붙인 것은 AI 위협이 더 이상 먼 미래 일이 아니라는 자각에 따른 것이다. 사용자 요구에 따라 각종 ‘창작물’을 척척 내놓는 생성형 AI 챗GPT 상용화와 딥페이크(deep fake) 영상이 확산되면서 2024년 미 대선이 극단주의자와 중국 러시아 같은 외국 정보원들이 생성하는 허위 정보에 오염되는 최악의 선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미 미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들이 AI로 만든 영상과 거짓 정보가 소셜미디어에 넘쳐나고 있다. 미 조야(朝野)에선 이를 방치하면 유권자들이 진실을 판단하려는 시도를 포기하는 민주주의의 근본적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AI 규제 논의의 또 다른 축은 AI 무기화, 즉 자율살상무기(LAWS) 규제다. 미국은 국방부 지령에 따라 자동화 무기를 포함한 모든 무기에 인간 판단이 개입되도록 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AI 규제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AI 무기화를 방치할 경우 세계가 제3차 세계대전이라는 재앙을 맞게 될 것이라는 디스토피아적 경고도 나온다. 에릭 슈밋 전 구글 CEO는 17일 미 하원 청문회에서 “중국이 AI를 활용해 자동화 무기 시스템을 개발한다면 미국인의 규칙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며 “기계가 스스로 삶과 죽음의 결정을 내리게 된다면 언제든 세계전쟁으로 이어질 공격 판단을 내릴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AI 무기가 보편화되면 존 F 케네디 전 미 대통령과 니키타 흐루쇼프 옛 소련 서기장의 핫라인 소통으로 핵전쟁을 막은 ‘쿠바 미사일 사태’ 같은 위기가 언제든 인류 대재앙으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다. 미국은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처음으로 AI 논의를 이끌며 AI에 대한 국제적 규제 움직임에 시동을 걸었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 등은 ‘AI 디스토피아’를 막기 위해 미중이 AI 군축 협상을 벌여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하지만 미국에선 미국도 AI 무기 투자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함께 나온다. 냉전 초기 핵 디스토피아로 향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미국과 소련이 핵 군비 경쟁을 통해 ‘공포의 균형’으로 나아갔던 것처럼 AI 무기 규제 논의 이면에도 패권 경쟁에 나선 미중 간 뿌리 깊은 불신이 깔려 있다. AI 무기화로 인한 재앙을 막을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챗GPT의 대답은 이렇다. “국제사회는 AI 무기화에 대한 국제적인 규제와 협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또 미중은 긴장을 완화하고 분쟁과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공식, 비공식 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는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입니다.” 문병기 워싱턴 특파원 weappon@donga.com}

미국 백악관이 19일 개막한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관련해 “중국의 군사 현대화에 사용될 수 있는 민감한 기술을 보호하겠다는 내용이 공동성명에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첨단 반도체 등 중국이 군사력 증강에 활용할 수 있는 핵심기술의 수출을 통제하는 방안 등이 G7 합의에 포함될 것이란 의미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18일(현지 시간) G7 정상회의 관련 브리핑에서 “우리는 공급망 보안뿐 아니라 중국의 비(非)시장 정책과 경제적 강압을 우려한다”며 “중국의 군사 현대화에 쓰일 수 있는 좁은 범주의 민감한 기술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동성명은 역사적인 수준으로 G7 전체의 일치된 접근법을 강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중국의 경제 보복 등에 대한 공동대응은 물론 첨단 반도체 등 핵심기술 규제에 포괄적인 합의까지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간 한국과 유럽 등 동맹국들이 대중 기술 규제에 동참하도록 요청해 왔다. G7은 정상회의 첫째 날인 19일 우크라이나에 관한 별도의 공동성명을 통해 러시아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겠다고 경고했다. G7은 성명에서 “대(對)러시아 수출 제한 대상에 전장에서 사용되는 것뿐 아니라 러시아의 침공에 중요한 모든 품목이 포함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러시아에 무기나 무기로 전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 품목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 이란, 중국 등을 겨냥해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심각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G7 정상회의에 직접 참석하기 위해 20일 일본을 전격 방문한다. 그의 아시아 방문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처음이다. G7 차원의 대중 압박이 가시화하자 중국 외교부는 19일 “미국은 협박성 정책과 경제적 협박을 통해 다른 나라를 협박하는 데 익숙하다. ‘협박외교’의 발명권·특허권·지식재산권은 모두 미국의 소유”라며 강하게 비판했다.G7, 北-中-이란 겨냥 “러 지원하는 제3國도 심각한 대가 치를 것” 정상회의 첫날, 러 추가제재 경고美 “러-中 등 70여 기업 수출차단”佛-인도 등 제재강화 조치에 이견美 원하는 中견제 합의는 불투명주요 7개국(G7)은 러시아는 물론이고 서방의 제재를 피해 러시아를 지원하는 중국에 대한 대대적인 추가 제재를 경고하는 등 압박의 고삐를 더욱 조이고 있다. 러시아를 향한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예고된 가운데 러시아 무기에 사용되는 품목에 대한 금수 조치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민간용으로 제조됐지만 군사용으로도 쓰일 수 있는 ‘이중용도’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 확대는 러시아를 지원해온 중국을 정조준한 것이란 분석이 많다. ● G7, 중-러 겨냥 전쟁 품목 전면 금수 조치 G7은 정상회의 첫째 날인 19일 우크라이나에 관한 별도의 공동성명을 통해 “대(對)러시아 수출 제한 대상에 러시아 군사 장비 재건에 사용되는 기술을 포함해 러시아의 침공에 중요한 모든 품목이 포함되도록 조치를 확대할 것”이라며 “제조, 건설, 수송 등 주요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업이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G7 국가 내 러시아의 군사 장비를 지원하는 기술, 산업 장비와 서비스를 굶겨 죽일 것”이라는 격한 표현도 썼다. 중국 기업들이 러시아에 배터리와 카메라 같은 공격용 드론 부품을 제공한 데 이어 중국이 제3국을 통해 소총 등 무기까지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대러 제재를 회피하는 행태에 대한 규제도 강화하기로 했다. G7은 성명에서 “제3국이 러시아의 침략에 대한 물질적 지원을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심각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러시아의 침략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제3국 행위자들에 대한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정 국가를 지명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중국, 북한, 이란 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18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대러 수출 통제를 강화해 러시아와 제3국 기업 70여 곳을 블랙리스트에 추가해 미국의 수출을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군사 장비에 들어가는 품목을 제공한 중국 등 제3국 기업들을 금수 조치 대상에 올려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G7은 러시아의 돈줄을 차단하기 위해 러시아산 다이아몬드의 거래와 사용을 제한하기로 했다. 러시아산 석유와 석유 제품에 대한 가격 상한제도 유지하기로 했다.● ‘글로벌 사우스’ 끌어들여 中 견제하는 美 이번 정상회의에는 미국 등 G7 회원국 외에 한국과 호주는 물론이고 인도와 인도네시아, 베트남, 브라질, 아프리카연합(AU) 의장국 등 8개국이 초청됐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아프리카 등 ‘글로벌 사우스’는 과거 냉전 때도 비(非)동맹주의를 표방했다. 중국이 경제영토 확장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를 통해 신흥국들과의 관계 강화에 나선 상황에서 이 국가들을 대중-대러 견제에 끌어들이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다만 이 초청국들 간 입장 차가 작지 않다. 인도의 경우 서방의 대러 제재를 준수하지 않고 있으며 베트남도 무기의 60% 이상과 비료의 11%를 공급하는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BBC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는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에 명시적으로 반대하거나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글로벌 공급망에 긴밀히 연결돼 있는 중국은 러시아보다 더 까다로운 상대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미국 주도의 중국 견제에 이견을 낸 적이 있어 G7 내에서도 구체적인 사항까지 합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