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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잠든 사이, 오늘 밤에도 세상은 빙글빙글 돌아가는 중입니다. 지난 밤 당신이 놓쳤을 수도 있는 세계 각국의 소식들, ‘세계 한 조각’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고 합니다. 순식간에 바뀌는 세상만사, “잠깐! 왜 이러는 거지?” 여러분의 궁금증을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1960년대 말 어느 늦은 밤. 루마니아 이아시시(市) 한 아파트에서 목소리를 잔뜩 낮춘 중년 남성이 젊은 여성에게 다급히 묻습니다. “누구한테 듣고 온 거죠? 임신 사실은 언제 알았어요?” 여성의 답변을 들은 남성이 말합니다. “피를 준비하세요. 소 피가 색이 진하니 나을 거예요. 그 피로 속옷을 적시고 다리 사이에도 묻히세요. 그리고 산부인과에 가서 ‘갑자기 피가 심하게 난다’고 말하세요. 거기서 뵙죠.” 곧 그의 말대로 한 여성이 산부인과 병원에 도착합니다. 의사인 이 남성은 그제야 낙태 수술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여성은 운이 좋았습니다. 그는 조금이라도 의심스럽다면 낙태하러온 여성을 받지 않았습니다. 당시 공산주의 국가 루마니아에서 낙태는 엄격히 금지돼 있었습니다. 낙태 시술한 의사는 비밀경찰에 끌려가서 종신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었습니다. 이 사연을 담은 올 5월 17일자 영국 일간 더타임스 기사 제목은 ‘국가가 낙태를 금지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What happens when a country bans abortion)’입니다. 오늘은 ‘루마니아와 낙태금지법 24년’을 주제로 얘기해보겠습니다.● ‘법령 770’, 자궁을 국유화하다 1966년 루마니아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에게 고민이 생깁니다. 그해 루마니아 출산율이 1.9명으로 역대 가장 낮았던 겁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여성의 사회 참여는 높아지고 생활수준은 열악해진 결과입니다. 노동력이 줄어들까 우려된 차우셰스쿠는 인구 증가 정책의 하나로 ‘법령 770’을 발표합니다. 법령 770은 만 45세 이하 여성의 낙태와 피임을 금지하는 법입니다. 강간, 근친상간, 산모가 위험한 경우, 또는 4명 이상(이후 5명으로 늘어납니다) 아이를 낳은 여성은 이 법령에서 ‘해방’(?)됐습니다. 루마니아 비밀경찰은 여성들 생리주기를 체크하고, 임신이 의심되는 여성들을 비밀명단에 올려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추적하고 감시했습니다. 법령 시행 1년 만에 출산율은 1.9명에서 3.66명으로 수직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일시적일 뿐이었습니다. 임신을 원치 않던 여성은 ‘불법’ 낙태를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낙태가 금지된 1967년부터 1989년까지 루마니아에서는 낙태는 약 730만 건 시행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출산율은 꾸준히 감소해 시행 17년 만인 1983년 2명 수준으로 내려옵니다. 법령 770은 가난한 여성에게 더 치명적이었습니다. 부유층 여성은 암시장에서 밀수입한 콘돔을 사거나 뇌물을 주고 의사를 집으로 불러 시술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반면 가난한 여성에게 남은 선택지란 불법 낙태 시술소가 있는 뒷골목으로 향하는 것이었습니다. ● ‘식탁 위 낙태’ 지하 네트워크 1970년대 중반 대학생이던 다니엘라 드러기치는 불법 낙태 시술소를 찾아 나서야 했습니다. 당시 루마니아 여성 대부분은 ‘손다(Sonda·루마니아어로 파이프)’라는 것을 통해 직접 자궁에 낙태를 유발하는 액체를 투여했습니다. 높은 데서 배로 떨어지는 것도 흔한 낙태법이었습니다. 온갖 위험한 방법을 동원한 ‘셀프’ 낙태가 유행한 셈이죠. 드러기치는 친구들 손에 이끌려 한 노파의 집으로 갔습니다. 집안 오래된 화덕에서는 철제 기구들이 소독을 위해 달궈지고 있었습니다. 노파는 그에게 수건 한 장을 던져주고 입에 물라고 합니다. 이웃이 비명을 들을 수 있으니까요. 소리가 새 나가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시술을 받은 다음에도 그의 입덧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낙태는 실패했습니다. 그 후 드러기치는 정식 산부인과 의사를 통해 낙태 시술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루마니아 직장인 한 달 월급보다 비용이 더 들었습니다. 드러기치는 이후 낙태가 필요한 여성이 안전하게 낙태 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의사와 연결해주는 지하조직 ‘식탁 위 낙태’ 네트워크에 참여합니다. 지금도 그는 루마니아에서 낙태 옹호론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루마니아 정부 공식 집계에 따르면 법령 770이 시행된 1966년~1989년에 불법 낙태 시술을 받던 여성이 적어도 1만 명 숨졌습니다.(2만 명 이상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산모 사망률은 시행 13년 만에 10만 명 당 85.8명에서 159명으로 두 배로 증가했습니다. 대부분 불법 낙태 시술에 따른 사망입니다. 1989년 챠우체스쿠 독재가 무너지며 낙태가 합법화되자 이듬해 산모 사망률은 다시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버려진 ‘법령의 아이들’ 17만 명디크레테이(Decretei) 또는 법령의 아이들. 낙태가 금지된 23년 동안 루마니아에서 태어난 세대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낙태가 금지되자 루마니아 전역의 고아원에는 새 생명을 감당하지 못한 부모가 버린 아이들이 ‘쌓이기’ 시작합니다. 1970년 감당할 수 없이 늘어난 고아를 줄이기 위해 루마니아 정부는 관리 제도를 도입합니다. 신체적, 정신적 장애로 ‘사회 통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아이는 만 9세가 넘으면 특수시설에 격리됐습니다. ‘회복 불가능한(irrecuperable)’한 아이들이라는 것이었죠. 1989년 챠우체스쿠 독재 정권이 붕괴된 이후 루마니아 전국 고아원 아동 약 17만 명의 실태가 알려졌습니다. 아이들은 영양실조로 뼈만 앙상했고 온몸에는 폭력 흔적이 가득했습니다. 사망률도 높았습니다. 서부 비호르주(州) 한 고아원에서는 겨울마다 평균 수용인원 100명 중 50명 넘게 숨졌다고 합니다. 사인은 대부분 폐렴이었지만 말 그대로 얼어 죽은 아이도 있었습니다. 공산주의가 붕괴된 후에도 회복 불가능한 아이들은 한동안 사형선고처럼 남아 있었습니다. 회복 불가능한 아동이 몇 명이었는지 이들이 어떤 처우를 받았는지 기록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루마니아 독재자 차우셰스쿠의 낙태 금지 정책은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낙태와 피임을 금지하면 인구가 늘고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는 착각은 여성과 아이 수십만 명을 ‘지옥’에 빠뜨렸습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달 여성이 낙태할 권리(낙태권)를 인정한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낙태권은 각 주에서 허용 여부를 결정할 일이지 헌법상 주어진 권리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러자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비과학적인 ‘셀프 낙태’ 방법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합니다. 차가운 식탁 위에 몸을 맡겨야 했던 루마니아 여성들이 떠오릅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방역수칙 위반 논란으로 지난달 신임 투표까지 실시했다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성비위 인사를 감싸다 다시 사퇴 위기에 몰린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퇴진을 권고한 최측근 마이클 고브 주택장관까지 전격 해임하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최소 48명의 장차관급 인사 및 집권 보수당 하원의원 등이 총리 사퇴를 촉구하며 줄줄이 사의를 밝혀 그가 더 버티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BBC 등은 고브 장관이 6일 존슨 총리에게 “이제 그만둘 때”라며 사퇴를 권고하자 분노한 총리가 곧바로 당일 그를 해임했다고 전했다. 총리실 소식통은 “뱀처럼 구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없다”며 총리가 고브 장관의 사퇴 요구를 배신으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옥스퍼드대 동문인 두 사람은 수십 년간 가까운 사이로 지내왔다. 그러나 이날 프리티 파텔 내무장관, 크리스 히튼해리스 보수당 원내대표 등도 총리 사퇴를 외치는 등 당과 내각의 전방위적인 퇴진 요구가 이어졌다. 브랜든 루이스 북아일랜드 장관, 사이먼 하트 웨일스 장관 등도 총리 밑에서 일할 수 없다며 사표를 냈다. 2월 존슨 총리가 보수당 원내부총무로 임명한 크리스토퍼 핀처 의원은 2019년 외교 부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성 비위를 저질렀다. 존슨 총리는 이 사실을 알고도 임명을 강행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핀처 의원은 지난달 30일 사퇴했지만 존슨 총리는 1일 “그 사실을 몰랐다”고 부정했다. 하지만 관련 보고를 받은 문건이 공개되면서 방역수칙 위반 논란 때와 마찬가지로 매사 거짓말로 일관한다는 거센 비판에 휩싸였다. 이미 당 안팎에서는 리즈 트러스 외무장관, 나딤 자하위 재무장관 등을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꼽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프랑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개월 만에 20만 명을 넘어서는 등 세계 곳곳에서 전파력과 면역 회피성이 강한 오미크론 하위 변이 BA.4와 BA.5가 급속히 퍼지고 있다. 새로운 코로나19 팬데믹이 우려된다. 프랑스 보건부는 5일(현지 시간) “지난 24시간 코로나19 하루 감염자 20만6554명이 발생해 4월 이후 처음으로 20만 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5, 6월 평균 5만 명 이하이던 하루 평균 확진자는 지난달 말 증가하기 시작해 최근 일주일간 12만 명을 넘었다. 프랑수아 브론 보건부 장관은 하원에서 “BA.4와 BA.5가 7차 코로나19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며 “다시 마스크를 쓰고 취약계층은 부스터샷을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5월 16일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끝으로 모든 코로나19 방역조치를 해제했다. 5월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1만 명 이하로 줄었던 독일도 5일 신규 감염자가 14만7489명으로 늘어났다. 독일병원협회(DKG)는 “여름이 지나면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탈리아도 이날 신규 확진자가 13만227명으로 2월 이후 처음으로 10만 명을 넘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주(6월 26일∼7월 2일) BA.5 검출 비율이 전체 확진 사례의 53.6%를 기록해 우세종이 됐다고 이날 발표했다. BA.4 비율은 16.5%다. 오미크론 하위 변이의 비율이 총 70%를 차지했다. BA.5의 일주일 전 비율은 40.5%였다. 뉴욕타임스(NYT) 집계에 따르면 5일 기준 일일 평균 신규 확진자 수는 10만155명으로 2주 전에 비해 4% 상승했다. NYT는 “이번 확산세가 두 번째로 큰 유행일 수 있다는 전문가 진단도 나왔다”고 전했다. 일본의 5일 코로나19 감염자는 3만6189명으로 일주일 전보다 86.7%(1만6808명) 증가했다. 일본에서 하루 감염자가 3만 명을 넘은 것은 5월 26일 이후 처음이다. 고토 시게유키 후생노동상은 6일 “BA.5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중국도 다시 확산세를 보였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있는 산시성 시안은 6일부터 준(準)봉쇄에 해당되는 임시 방역 조치에 돌입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백신 접종으로 5월 29일 세계 일일 확진자는 27만 명까지 줄었지만 여름이 되며 증가세로 돌아서 이달 5일 121만 명을 넘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BA.4와 BA.5가 주도하는 새로운 코로나19 물결이 시작되고 있다”고 경고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수칙을 어기고 파티를 벌인 이른바 ‘파티게이트’로 퇴진 압박을 받아온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58)가 핵심 장관들의 ‘줄사퇴’로 최대 위기에 몰렸다. 존슨 총리가 성 비위 인사를 당내 요직에 앉히면서 거짓말까지 한 것이 드러나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는 것. 5일과 6일 이틀간 장관급 최소 9명과 차관 9명을 포함한 내각 인사 21명이 사퇴를 발표했고 이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내각이 붕괴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보수당 내부에서도 “존슨 총리는 끝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영국 BBC에 따르면 리시 수낵 영국 재무장관과 사지드 자비드 보건장관이 5일 “(존슨 총리에 대해) 신뢰를 잃었다”며 사임을 발표한 데 이어 6일 윌 퀸스 아동가족장관, 로라 트롯 교통부 차관도 사의를 밝혔다. 이들의 줄사퇴는 존슨 총리가 5일 성 비위를 저지른 크리스토퍼 핀처 보수당 하원의원을 2월 보수당 원내부총무로 임명한 것에 대해 “나쁜 실수”였다고 인정하는 기자회견을 한 직후 이뤄졌다. 핀처 의원은 지난달 29일 클럽에서 남성 2명의 몸을 더듬은 혐의가 불거지자 다음 날 사임했다. 존슨 총리는 핀처 의원이 2019년 외교부 부장관 재임 때 성 비위를 저지른 사실을 알고도 원내부총무 임명을 강행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존슨 총리는 1일 “관련 내용을 몰랐다”고 잡아떼다가 5일 “의혹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번복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세계 에너지 대란 와중에 탄소중립 목표까지 달성해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처하자 원자력 발전을 반대했던 개빈 뉴섬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55), 다이앤 파인스타인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89) 등 집권 민주당 소속 주요 정치인이 속속 입장을 바꾸는 등 원전 찬성 여론이 늘고 있고 뉴욕타임스(NYT)가 5일 보도했다. 4000만 명이 거주하는 캘리포니아는 미 50개 주 중 인구가 가장 많아 고질적인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주내 유일한 원전이자 전력 수요의 10%를 담당하는 ‘디아블로 캐년’ 원전 또한 허가 기간이 만료되는 2025년 문을 닫아야 한다. 하지만 최근 두 사람이 연장을 강하게 주창하고 있어 가동 기간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 또한 기간이 만료된 원전의 운영을 연장하기 위해 총 60억 달러(약 7조8000억 원)을 지원할 뜻을 밝혔다. 뉴섬 주지사는 4월부터 디아블로 캐년 원전의 운영을 주창하며 소유주 PG&E와 협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파인스타인 의원 또한 지난달 지역신문 기고를 통해 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원전을 10년간 더 가동하면 주내 에너지업계의 탄소 배출량을 10% 감축할 수 있다는 스탠퍼드대의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지금은 원전 폐기물 우려보다 탄소 중립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 ‘버거킹’에서 27년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며 홀로 두 딸을 키워 온 ‘싱글파더’ 케빈 포드 씨(54·사진)의 사연이 알려지며 그의 앞으로 33만 달러(약 4억3000만 원)의 성금이 모였다고 미 폭스뉴스 등이 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서부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버거킹 매장에서 조리사 겸 현금 수납원으로 근무해온 포드 씨는 지난달 회사로부터 장기 근속을 축하하는 의미로 영화 표, 사탕, 스타벅스 컵, 펜 등이 담긴 선물 꾸러미를 받았다. 그가 이를 자랑스레 보여주는 영상이 소셜미디어 틱톡에 올라온 후 ‘27년간 헌신한 직원에 대한 버거킹의 대우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딸 세리나 씨가 온라인 모금 사이트에 아버지의 사연을 소개했고 미 전역에서 성금이 답지했다. 포드 씨는 ‘어떻게 단 하루도 안 빠지고 일만 했느냐’는 질문에 “아마도 난 로봇일 것”이라며 “그저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일했다”고 답했다. 성금은 다른 지역에 사는 나머지 딸과 손주들을 보는 데 사용하겠다고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미국 독립기념일인 4일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 교외 하일랜드파크에서 22세 백인 남성 로버트 크리모 3세(사진)가 축제 퍼레이드 관람객을 향해 총기를 난사해 현재까지 최소 6명이 숨지고 40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난달 25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21세 미만 총기 구매자의 범죄기록 조사 등을 포함한 총기규제 강화법안에 서명한 지 불과 9일 만에 최대 국경일 행사가 피로 얼룩져 미 전역이 충격에 휩싸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건 직후 긴급 성명을 내고 “총기폭력과의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강도 높은 추가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미 비영리단체 ‘총기폭력 아카이브’에 따르면 올 들어 미 전역에서 발생한 총기 사건 사고는 총 309건이고, 올해까지 누적 사망자는 1만60명에 달한다. ○ 축제 20분 만에 아이·노인에게 무차별 총격이날 참사는 독립기념일 퍼레이드가 시작된 지 약 20분이 흐른 오전 10시 20분쯤 발생했다. 유대계가 많은 부촌 하일랜드파크에 사는 크리모는 동네 한 상가 건물 옥상에 올라 건너편 관람객을 향해 소총을 무차별로 쏘기 시작했다. 성조기를 흔들며 축제를 즐기던 관람객들은 처음 총성을 들었을 때 퍼레이드를 위한 축포 혹은 불꽃놀이로 여겼다. 그러다 주변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지자 대피하기 시작했고 현장은 아비규환이 됐다. 참사를 촬영한 일부 영상에서는 60번 이상의 총성이 들렸다. 경찰은 이날 사상자의 연령이 8세부터 85세까지 다양했다고 밝혔다. 부상자 중 신체 곳곳에 여러 발의 총격을 맞고 위중한 사람도 있어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상자 중 1명은 어린이다. 크리모는 사건 발생 7시간이 흐른 이날 오후 한 차량 검문소에서 붙잡혔다. 그는 고등학생이던 2016년부터 ‘어웨이크 더 래퍼’라는 이름으로 활동했으며 당시 뮤직비디오 등에 대량 살상, 경찰에 의해 살해되는 총격범을 연상시키는 이미지 등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 행사에 참여한 영상도 올렸다. 1987년 뇌물수수 의혹으로 기자회견장에서 권총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버드 드와이어 전 공화당 상원의원의 영상과 ‘정치인은 이렇게 연설해야 한다’는 글도 게재했다. 그의 부친은 2019년 하일랜드파크 시장에 도전할 정도로 지역 유명 인사다.○ 미국의 일상이 된 총기 난사올 들어 미국에서는 유례없을 정도로 자주 총기 참사가 발생하고 있다. 앞서 5월에는 텍사스주 유밸디 롭초등학교에서 히스패닉 남성이 총기를 난사해 학생 19명, 교사 2명 등 총 21명이 희생됐다. 같은 달 뉴욕주 버펄로 슈퍼마켓에서도 백인 남성의 난사로 10명이 숨졌다. 롭초등학교 참사 후 미 전역에서 총기 규제 여론이 높아져 지난달 25일 1993년 이후 29년 만에 총기규제 법안이 통과됐지만 총기 구매 연령 상향, 돌격소총 및 대용량 탄창 판매 금지 같은 강도 높은 규제가 빠져 ‘반쪽짜리 입법’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추가 규제에 나설 뜻을 밝혔지만 대법관 9명 중 6명이 보수 성향인 연방대법원의 구성, 야당 공화당 및 미 최대 이익단체로 꼽히는 전미총기협회(NRA)의 반대 등으로 추가 규제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법원은 총기 보유의 자유를 언급한 수정헌법 2조를 내세워 추가 규제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집권 민주당 소속인 제이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는 “무고한 생명을 총으로 앗아간 ‘악(evil)’은 형언할 수 없다. 총기 난사가 매주 벌어지는 미국의 전통이 되고 있다”며 추가 규제를 촉구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미국 패스트푸드체인 ‘버거킹’에서 27년 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며 홀로 두 딸을 키워 온 ‘싱글파더’ 케빈 포드씨(54)의 사연이 알려지며 그의 앞으로 33만 달러(약 4억3000만 원)의 성금이 모였다고 미 폭스뉴스 등이 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서부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버거킹 매장에서 조리사 겸 현금 수납원으로 근무해온 포드 씨는 지난달 회사로부터 장기 근속을 축하하는 의미로 영화표, 사탕, 스타벅스 컵, 펜 등이 담긴 선물 꾸러미를 받았다. 그가 이를 자랑스레 보여주는 영상이 소셜미디어 틱톡에 올라온 후 ‘27년간 헌신한 직원에 대한 버거킹의 대우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딸 서리나 씨가 온라인 모금사이트에 아버지의 사연을 소개했고 미 전역에서 성금이 답지했다. 포드 씨는 ‘어떻게 단 하루도 안 빠지고 일만 했느냐’는 질문에 “아마도 난 로봇일 것”이라며 “그저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일했다”고 답했다. 성금은 다른 지역에 사는 나머지 딸과 손주들을 보는 데 사용하겠다고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학생! 빨간불!”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지하철 2호선 신촌역 앞 오거리. 고개를 숙인 채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며 걷던 20대 남성이 보행신호를 보지 않고 곧장 횡단보도로 진입했다. 우회전 차량이 남성을 발견하고 경적을 울렸지만 이어폰을 착용한 상태라 안 들리는 듯했다. 옆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김모 씨(61)가 황급히 소리를 질러 남성이 걸음을 멈췄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지만 남성은 별일 아니라는 듯 목례만 한 뒤 다시 스마트폰을 봤다. 김 씨는 “요즘 길거리에서 음악을 듣거나 영상을 보면서 걸어다니는 젊은이가 많다”며 “큰 사고가 날까 항상 걱정된다”고 말했다.○ 보행자 10명 중 7명이 ‘스몸비족’국민 10명 중 9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스마트폰에 빠져 주변을 살피지 않고 걷는 일명 ‘스몸비족’(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늘고 있다. 보행자 교통사고를 줄이려면 운전자 못지않게 보행자의 안전 의식도 중요한데, 여전히 많은 이들이 걸으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이다. 2020년 서울연구원이 15세 이상 남녀 시민 1000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9%가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30대 이하의 경우 △15∼19세 84.0% △20∼29세 85.7% △30∼39세 86.8% 등 10명 중 8명 이상이 걸을 때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답변했다. 보행 중 타인이 스마트폰을 사용해 불편을 겪은 적이 있다는 응답도 78.3%에 달했다. 실제 동아일보 취재팀이 6월 30일∼이달 1일 이틀간 신촌을 비롯해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사거리, 마포구 공덕 오거리, 중구 광희동 사거리 등 4곳에서 보행자들의 스마트폰 이용 실태를 점검한 결과 홀로 걷는 보행자 10명 중 7명은 스마트폰을 보며 길을 걷는 것으로 나타났다. 횡단보도에서 보행신호를 기다릴 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던 이들 중 절반가량은 신호가 녹색으로 바뀐 뒤에도 좌우를 주시하지 않은 채 스마트폰을 보며 길을 건넜다. 이날 공덕 오거리에서 스마트폰을 보며 걷다 물웅덩이를 밟은 고등학생 이모 군(17)은 “학교와 집을 오가는 길에 좋아하는 유튜브 영상을 보는 게 수험생활의 유일한 낙”이라며 “영상에 몰입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앞을 보지 않고 걷게 된다”고 말했다. ‘스몸비족’은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보행자의 안전도 위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장맛비가 쏟아졌던 지난달 30일 광희동 사거리에선 우산을 든 채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사람이 상당수였다. 한영준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보행 중 스마트폰 이용은 본인은 물론 타인의 보행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보행 주의 분산 심각…“안전시설 확충하고 의식 개선해야”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2014년부터 3년간 삼성화재에 접수된 보행 중 ‘주의 분산’에 의한 교통사고 사상자 1791명을 분석한 결과 61.7%(1105명)가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보행 중 스마트폰을 이용할 경우 주의가 분산돼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한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실험에 따르면 보행자가 뒤에서 오는 자전거의 경적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거리는 최대 12.5∼15m 정도였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해 메시지를 보내거나 게임을 하며 보행할 땐 이 거리가 연령에 따라 33.3∼80%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보행자들의 의식 개선과 함께 △보행 교육 강화 △안전시설 확충 △도로 환경 정비 등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성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학생을 대상으로 한 보행 교육을 강화하고 위험한 지역엔 바닥 표지판 등을 설치해 보행자가 스마트폰 이용에 경각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각 지방자치단체도 보행 시스템 정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는 현재 횡단보도 138곳에 ‘바닥 신호등’이 설치돼 있다. 성동구와 구로구 등이 운영 중인 ‘스마트폰 차단 시스템’은 초등학생이 학교 앞 횡단보도에 진입하면 스마트폰 화면이 경고 문구로 전환된다. 학생과 학부모의 동의를 받아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면 앱과 횡단보도가 연동돼 스마트폰 이용이 자동 차단되는 것이다. 오성훈 건축공간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횡단보도처럼 보행자와 차량이 만나는 곳에선 바닥 신호등이나 음성 신호기 같은 안전시설이 꼭 필요하다”며 “보도 포장을 매끄럽게 하고 장애물을 줄여 보행 환경 자체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특별취재팀▽ 팀장 강승현 사회부 기자 byhuman@donga.com▽ 김재형(산업1부) 정순구(산업2부) 신지환(경제부) 김수현(국제부) 유채연(사회부) 기자}

‘괴짜’ 억만장자이자 소셜네트워스서비스(SNS) 업체 트위터 인수에 나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주의 트위터 계정 팔로워가 1억 명을 넘었다. 트위터 팔로워 수 세계 6위에 올랐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더 버지(The Verge)’는 데이터 분석 사이트 소셜블레이드를 인용해 머스크의 트위터 팔로워가 26~27일(현지 시간) 1억 명을 돌파했다고 보도했다. 29일 현재 팔로워는 약 1억18만 명이다. 이날까지 머스크를 포함해 트위터 팔로워가 1억 명이 넘는 인사는 여섯 명이다. 1위는 1억3210만 명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다. 이어 저스틴 비버(1억1410만 명) 케이티 페리(1억880만명) 리애나(1억690만 명) 등 미 팝스타가 차지했고 포르투갈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1억130만 명)가 5위다. 2009년 6월 트위터를 시작한 머스크는 테슬라와 자신의 우주탐사업체 스페이스X 소식을 전하며 활발하게 트위터 활동을 해왔다. 올 4월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며 440억 달러(약 55조 원)에 트위터를 인수하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27일 미국 남부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남서부 외곽 도로에 방치된 대형 트레일러 안에서 불법 이민자로 추정되는 50명이 사망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은 “미 역사상 최악의 밀입국 참사”라고 전했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장관은 28일 트위터를 통해 “미 당국으로부터 50명이 숨졌다는 정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까지 국적이 알려진 사망자는 멕시코인 22명, 과테말라인 7명, 온두라스인 2명이라고 밝혔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경 철로 옆 도로에 있던 트레일러 인근에서 구조 요청을 들은 시민의 신고로 출동한 샌안토니오 소방 당국은 트레일러 내부에서 시신 대부분을 발견했다. 시신 최소 한 구는 트레일러 밖에 너부러져 있었다. 어린이 4명을 포함한 생존자 16명은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들은 대부분 온열질환에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샌안토니오 경찰은 희생자들의 사인을 질식사와 열사병으로 추정했다. 미국 남부가 극심한 열돔(dome) 현상에 포획된 가운데 샌안토니오의 이날 최고기온은 섭씨 40도에 육박했고 습도는 높았다. 소방 당국은 발견 당시 시신들은 몸에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웠다고 말했다. 또 이 트레일러는 냉장용 차량이었으나 냉장장치가 가동된 정황은 없었고 내부에서 식수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3명을 연행했으며 인신매매 연관성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론 니런버그 샌안토니오 시장은 “숨진 이들은 더 나은 삶을 찾으려고 온 가족들로 보인다”며 “인류의 끔찍한 비극”이라고 애도했다. 멕시코 국경으로부터 약 250km 떨어진 샌안토니오는 텍사스주로 들어오는 불법 이민자들의 주요 경유지다. 미 세관국경보호국에 따르면 지난달 남부 국경을 통해 유입된 불법 이민자는 역대 최다 수준이었으며 이 중 약 24만 명이 밀입국 과정에서 체포됐다. NYT는 지난달 샌안토니오 인근 국경도시 델리오와 이글패스에서만 불법 이민자 4만4000명 이상이 유입됐다고 보도했다. 야당인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이번 죽음의 책임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있다”며 “생명을 앗아가는 국경 개방정책 결과”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옹호 정책을 비판해온 애벗 주지사는 국경지대에 주 경찰과 방위군을 배치해 불법 이민자를 단속하고 컨테이너와 강철 등으로 국경에 장벽을 세우기도 했다. 2003년에는 샌안토니오에서 찜통더위 속 트럭에 갇힌 이민자 19명이 숨졌다. 2017년 샌안토니오 월마트 앞에 주차된 트레일러트럭 내부에서도 이민자 39명이 물과 음식도 없이 갇힌 채 발견돼 10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3월 캘리포니아주 남부 국경 인근에서는 이민자들이 타고 있던 차량과 대형 트레일러가 충돌해 13명이 숨졌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27일(현지 시간) 미국 남부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남서부 외곽 도로에 방치된 대형 트레일러 안에서 불법 이민자로 추정되는 시신 46구가 발견됐다.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미국 언론은 이번 사건이 “최근 몇 년간 벌어진 최악의 이민자 참사”라고 전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경 철로 옆 도로에 있던 트레일러 인근에서 구조 요청을 들은 시민의 신고로 출동한 샌안토니오 소방 당국은 트레일러 내부에서 시신 대부분을 발견했다. 시신 몇 구는 트레일러 밖에 너부러져 있었다. 어린이 4명을 포함한 생존자 16명은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들은 대부분 열사병 같은 온열질환에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샌안토니오 경찰은 희생자들 사인을 질식사와 열사병으로 추정했다. 미국 남부가 극심한 열돔(dome) 현상에 포획된 가운데 샌안토니오의 이날 최고기온은 섭씨 40도에 육박했고 습도는 높은 전형적인 무더위였다. 소방 당국은 발견 당시 시신들은 몸에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웠다고 말했다. 이 트레일러는 냉장용 차량이었으나 냉장장치가 가동된 정황은 없었고 트레일러 내부에서 식수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 3명을 연행했으며 인신매매 연관성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론 니렌버그 샌안토니오 시장은 숨진 이들은 “더 나은 삶을 찾으려고 온 가족들로 보인다”며 “인류의 끔찍한 비극”이라고 애도를 표시했다. 희생자 등의 신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멕시코 국경으로부터 약 250km 떨어진 샌안토니오는 텍사스주로 들어오는 불법 이민자들의 주요 경유지다. 미 세관국경보호국에 따르면 지난달 남부 국경을 통해 유입된 불법 이민자는 역대 최다 수준이었으며 이 중 약 24만 명이 밀입국 과정에서 체포됐다. NYT는 지난달 샌안토니오 인근 국경도시 델리오와 이글패스에서만 불법 이민자 4만4000명 이상이 유입됐다고 보도했다. 야당인 공화당 소속 그래그 에벗 텍사스 주지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이번 죽음의 책임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있다”며 “생명을 앗아가는 국경 개방정책 결과”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옹호 정책을 줄곧 비판해온 애벗 주지사는 국경지대에 주 경찰과 방위군을 배치해 불법 이민자를 단속하고 컨테이너와 강철 등으로 미-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기도 했다. 지난해 3월 캘리포니아주 남부 국경 인근에서는 이민자들이 타고 있던 차량과 대형 트레일러가 충돌해 13명이 숨졌다. 2017년 샌안토니오 월마트 앞에 주차된 트레일러 트럭 내부에서는 이민자 200여 명이 물과 음식도 없이 갇힌 채 발견됐다. 이 중 10명이 사망했다. 2003년 샌안토니오 남동부에서도 찜통 더위 속에 트럭에 갇힌 이민자 19명이 숨졌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낙태가 불법이던) 과거 낙태 시술자로서 제가 느꼈던 두려움이 이제는 딸의 몫이 됐네요.” 미국 미시간주에서 2대에 걸쳐 낙태 클리닉을 운영해온 캐시(78)는 24일 미국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지’ 판결에 대해 “세상이 거꾸로 뒤바뀐 듯하다”며 이같이 한탄했다. 캐시는 1990년대 낙태 클리닉을 열어 운영해 오다 10여 년 전 은퇴했다. 현재 그의 딸이 이어받아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26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이 모녀의 사례를 통해 낙태 관련 종사자들이 겪는 위험한 실상을 보도했다. 캐시 모녀의 클리닉이 있는 미시간주는 이번 연방대법원 판결에도 아직까진 낙태 불법화 관련 입법을 추진하지 않고 있는 31개 주 중 하나다. 그럼에도 캐시 모녀는 판결 이전부터 낙태 반대론자들의 끊임없는 협박과 테러 위협에 시달려 왔다. 클리닉 앞 정원에는 꽃은 물론이고 풀 한 포기조차 심어져 있지 않다. 혹시 모를 폭탄 테러에 대비해서다. 낙태 반대론자들은 수시로 클리닉에 난입해 환자들을 향해 “아이를 죽이는 살인자”라며 위협하기도 한다. 클리닉 직원들은 집 앞까지 스토킹을 당하거나 협박 메일에 시달린다. 캐시는 손녀들에게 “엄마 대신 왔다”면서 접근해올 경우에 대비해 그 누구도 따라가선 안 된다고 단단히 경고를 했다. 캐시 모녀는 연방정부 차원에서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한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 이후에도 낙태 시술을 해오며 끊임없이 위험에 노출돼 왔는데 이번 판결로 최소한의 장벽마저 사라졌다. 캐시는 “(클리닉을 계속 운영하는) 딸이 더욱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낙태 클리닉 종사자를 표적으로 한 폭력 사건은 2018년 15건에서 2021년 123건으로 늘었다. 미시간주가 향후 ‘낙태 합법화’ 입법에 나설지도 불분명하다. 공화당 소속의 스티브 캐라 주 하원의원은 22일 낙태 시술을 하다 적발될 경우 최대 징역 10년에 처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캐시는 뉴욕 등 4개 주를 제외한 모든 주에서 일부 특수한 경우 외에는 낙태가 불법이었던 1970년대부터 낙태 시술자로 활동했다. 그는 문의가 들어오면 집이 있던 디트로이트에서 뉴욕으로 이동해 몰래 시술을 해야 했다. ‘로 대 웨이드’ 판결 이후 그가 근무했던 병원이 처음으로 낙태 시술을 시작하자 병원 주차장은 밤새 줄서 기다리는 여성들로 넘쳤다. 캐시는 “당시 의료진은 정신없이 바빴지만 열정이 넘쳤다”고 했다. 26일 미 CBS 방송이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지’ 판결에 대해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약 60%는 판결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아마존 삼림 위기에 대해 취재하던 중 아마존 내 원주민 마을 인근에서 살해된 영국 출신 언론인 돔 필립스의 장례식이 26일(현지 시간) 브라질 현지에서 열렸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향년 57세. 고인은 생전 사랑했던 ‘제2고향’ 브라질에 안장될 예정이다. 이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외곽의 한 공동묘지에서 진행된 장례식에서 필립스의 여동생 시안 씨는 “그는 열대우림과 원주민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알리려 했기 때문에 살해당했다”며 “이 비극의 시기에도 필립스의 마지막 이야기는 계속돼야 한다”고 전했다. 아내 알레산드라 삼파이오 씨는 고인에 대해 “그는 전문가로서의 신념을 수호하고자 했을 뿐 아니라 큰 마음과 인류애까지 지닌 매우 특별했던 사람”이라고 회고했다. 필립스는 미국 워싱턴포스트, 영국 가디언 등 유수 일간지에 브라질에 관한 글을 기고했던 프리랜서 언론인이다. 15년 전 브라질에 정착했으며, 최근에는 불법 벌목꾼과 광부들에게 위협받는 원주민 공동체 보호 활동을 이어갔다. 2019년에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에게 “아마존은 브라질 것이지 당신의 것이 아니다”라고 발언해 주목을 받았다. 필립스는 5일 원주민 전문가인 브루노 페레이라와 함께 페루와 인접한 브라질 북부 아마조나스주의 자바리 원주민 마을 인근에서 실종됐다. 실종 당시 그는 ‘아마존을 구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저서를 준비하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브라질 연방경찰은 15일 용의자 일당을 체포한 뒤 이들의 자백을 토대로 고인의 시신을 찾아 가족들에게 인계했다. 이번 사건은 브라질 삼림 지역의 환경·인권 운동가가 살해된 가장 최근의 사건이다. 브라질 가톨릭주교협의회 산하 사목위원회는 올해 1월~5월까지 최소한 21명의 아마존 관련 환경·인권 운동가들이 살해됐다고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26일(현지 시간)부터 잇따라 열리면서 미국 동맹국을 주축으로 한 ‘민주주의 가치 동맹’과 개발도상국들을 규합하고 나선 중국-러시아 간 신(新)냉전 구도를 좌우할 슈퍼위크의 막이 올랐다. 한국 정상으로 처음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의를 연다. 한미일 정상회의는 4년 9개월 만이다. 한일 정상 간 만남은 정식 회담은 물론이고 잠깐 서서 약식으로 진행하는 ‘풀 어사이드(pull aside)’ 회담도 무산됐다. 28일까지 열리는 G7 회의 참석차 독일을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26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일대일로에 맞대응하기 위한 G7 차원의 ‘글로벌 인프라스트럭처(infrastructure) 파트너십’ 구상을 발표했다. G7 정상들은 러시아산 금 수입 금지에도 합의할 방침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9, 30일 스페인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중국의 군사안보 위협 대응 구상을 담은 나토 신전략개념 채택을 논의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5일 “서방의 위협에 대응하겠다”며 나토와 국경을 맞댄 친러 국가 벨라루스에 핵탄두 탑재 가능 이스칸데르-M 미사일을 수개월 안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과 밀착한 시 주석은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24일 연 ‘글로벌 발전 고위급 대담회’에 아시아태평양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 개발도상국 13개국 정상을 초청해 개도국들에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를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G7, GIP로 中 일대일로에 맞불나토, 한일도 규합해 중러 견제 美, G7-나토회의 통해 ‘가치동맹’ 확장 G7, 러시아 金 수입금지 등 새 제재나토는 ‘中은 위협, 러는 적’ 새 전략인플레 등 복합위기가 중러 견제 변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는 독일에서 26일(현지 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영토 확장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에 맞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인프라스트럭처(infrastructure) 파트너십(GIP)’을 내놓았다. G7 정상들은 26∼28일 회의에서 금 수입 금지 등 새 러시아 경제 제재를 논의한다. 29, 30일 스페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는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을 초청해 중국을 군사적 위협 대상으로 규정한 신(新) 전략개념 문서를 내놓는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한일 순방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출범시킨 데 이어 유럽에서 중-러에 함께 맞서기 위한 아시아-유럽 동맹 연계 협력을 공식화하는 것이다. 다만 전 세계를 덮친 인플레이션과 에너지·식량위기, 경기 침체 우려 등 글로벌 복합위기가 심화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강화된 미국과 동맹국들의 중-러 견제 협력이 분열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美 “中 대응이 G7 정상회의 우선순위”바이든 대통령은 26일 G7 정상회의가 열리는 독일에 도착했다. 러시아 제재를 주로 논의한 3월 유럽 순방과 달리 G7 정상회의와 나토 정상회의는 중국이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중국은 G7 정상회의의 중심이자 우선순위”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첫날인 26일 GIP를 발표하며 중국 견제 구상을 가속화했다. GIP에는 개발도상국들에 사회기반시설 구축 자금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커비 대변인은 중국을 겨냥해 “G7 정상들은 저소득 또는 중간소득 파트너 국가에 ‘부채의 덫’을 파는 (중국식) 인프라 지원 모델의 대안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G7 정상들은 러시아산 금 수입 금지와 러시아 에너지 가격 상한제 등 새 러시아 제재 및 폴란드에 곡물 저장고를 설치해 러시아가 막고 있는 우크라이나 곡물 반출을 육로를 통해 가능하게 하는 등 식량위기 대책도 내놓는다. 러시아는 2020년 한 해 금 수출로 187억 달러(약 24조 원)를 벌어들였다. 전 세계 금 수출의 5%를 차지하며 수출량 세계 4위다. 미국과 일본,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5개국은 24일 중국의 남태평양 국가 공략에 맞대응하기 위해 이 지역 사회기반시설 구축을 지원하는 ‘블루퍼시픽 파트너(PBP)’ 결성도 발표했다. ○ 나토, ‘中은 위협, 러는 적’ 전략 채택한국, 일본 등 미국의 아시아 핵심 동맹국들이 처음으로 동참하는 나토 정상회의에선 중국을 안보에 대한 ‘잠재적 위협’으로, 러시아는 ‘전략적 적’으로 규정하는 새 전략개념이 채택된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우리 안보에 미칠 영향을 다룰 것”이라며 “중국의 핵 역량 확장 등 군사 현대화에 대한 막대한 투자와 유럽의 중요 기반 시설을 통제하려는 시도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글로벌 복합위기로 러시아 제재의 모멘텀이 약화된 데다 개발도상국들 상당수가 중국의 보복 우려 등으로 중-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CNN은 25일 “서방 주요 정상들이 모든 방면에서 위기에 직면했다”며 중-러의 밀착과 달리 유엔과 주요 20개국(G20)은 분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中, 13개 개도국 모아 勢 과시러 “벨라루스에 핵미사일 지원” 中, 브릭스 확장 ‘개도국 연대’로 맞불 시진핑 “10억달러 더 지원하겠다”개도국 경제지원 내세워 우군 확보 전략푸틴, 美 겨냥 “일부의 오만 탓 세계 위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동맹국들의 견제, 포위 전략에 맞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돌파구 격인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회의에 아시아태평양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 13개국이 더 참가했다. 민주주의 가치 공유를 앞세운 미국의 ‘가치 동맹’에 맞서 중국과 러시아가 ‘개발도상국 연대’의 세(勢)를 과시한 것이다. ○ 시진핑 “개도국에 10억 달러 추가 지원”25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에 따르면 23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브릭스 정상회의에 이어 24일 열린 브릭스 확대 정상회의 성격의 ‘글로벌 발전 고위급 대담회’에는 알제리 아르헨티나 이집트 인도네시아 이란 카자흐스탄 세네갈 우즈베키스탄 캄보디아 에티오피아 피지 말레이시아 태국 등 13개 개도국 정상이 참가했다. 이 나라들은 브릭스를 확대하면 동참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호주 인도와 4개국 안보협의체 쿼드로 중국 견제에 나선 미국이 26∼28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29∼30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로 ‘민주주의 가치 동맹’을 공고히 하자 중국이 이에 맞서는 플랫폼으로 브릭스의 외연 확장을 꾀하고 나선 것이다. 시 주석은 24일 대담회 연설에서 미국의 동맹국 중심 외교와 브릭스를 대조하며 개도국 경제에 대한 기여를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경제 발전을 공통분모로 개도국에 대규모로 투자해 우군을 늘리려는 포석이다. 시 주석은 ‘글로벌 발전과 남남협력 기금’에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를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시 주석은 미국을 겨냥해 “어떤 나라는 개발 의제를 정치화하고 작은 울타리에 높은 담을 친 채 극한의 제재를 가하며 인위적으로 분열과 대항을 조성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브릭스 정상회의 내내 강조한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 반대’를 개도국 발전 이슈와 연결시켰다. ○ 푸틴 “벨라루스에 핵미사일 제공”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의 위협에 맞서 우크라이나 북쪽의 친(親)러시아 국가 벨라루스에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미사일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고 미 CNN방송 등이 보도했다. 러시아가 글로벌 신냉전 구도 속 핵공격 위협 수위를 한층 높인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만나 “탄도 및 순항 미사일로 모두 사용 가능한 이스칸데르-M 미사일 시스템을 벨라루스로 옮길 것”이라며 “재래식 미사일로도 핵미사일로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푸틴 대통령은 벨라루스가 보유한 수호이-25 전투기에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도록 개량하는 것을 돕겠다고 밝혔다. 이는 루카셴코 대통령이 “나토 회원국들이 벨라루스 국경 인근에서 핵무장 비행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하며 도움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24일 브릭스 비즈니스포럼에 화상으로 참석해 “서방의 이기주의적 행동에 맞서 협력해야 한다”면서 “일부 국가의 오만하고 이기적인 행동으로 세계 경제가 위기에 놓였다”고 주장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서방의) 제재와 에너지 금수 조치가 푸틴 대통령에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지만 러시아와 싸우는 국가들의 경제적 고통은 점점 커지고 있다”며 “어느 쪽에 시간이 더 많은지 확실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홍수영 기자 gaea@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
국제통화기금(IMF)은 24일(현지 시간)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강도 긴축 정책을 펴고 있는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월 3.7%에서 두 달 만에 2.9%로 대폭 낮췄다.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해선 “가까스로(narrowly) 피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IMF는 내년 세계 식량 사정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IMF는 이날 성명을 내고 올 미국 경제성장률을 4월 전망치보다 0.8% 하락한 2.9%라고 발표했다. 2023년 성장률 전망치는 4월 2.3%에서 1.7%로 하향 조정했다. 2024년 성장률 전망치는 0.8%로 예측했다. IMF는 지난해 10월만 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종식 등의 기대로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5.2%로 예측했다. 이후 오미크론 변이 확산과 글로벌 공급 대란으로 경제 회복이 더뎌지자 올해 2월 미 성장률 전망치를 4%로 하향 조정했다.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악화되고 인플레이션이 극심해지자 4월 다시 3.7%로 조정했다. IMF는 이날 “(미국의) 정책 우선순위는 경기 침체를 촉발하지 않고 신속하게 임금과 물가 상승 속도를 완화하는 것”이라며 “이것은 힘든 과업”이라고 밝혔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도 “미국의 경기 침체를 피하기 위한 길이 매우 좁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경기 침체가 발생하더라도 2001년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짧게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제로(0) 코로나’ 정책이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며 “부정적인 상황이 추가로 발생할 경우 상황은 불가피하게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는 연준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현재 1.5∼1.75%인) 기준금리를 3.5∼4%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긴축) 정책이 금융 상황을 조여 빠르게 물가 상승률을 목표치(2.0%) 수준으로 되돌릴 것”이라고 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는 독일에서 26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영토 확장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에 맞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인프라스트럭처(infrastructure) 파트너십(GIP)’을 내놓았다. G7 정상들은 26~28일 회의에서 금 수출통제 등 새 러시아 경제 제재를 내놓는다. 29, 30일 스페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는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을 초청해 중국을 군사적 위협 대상으로 규정한 신(新) 전략개념 문서를 내놓고 공동 협력을 강조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한일 순방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출범시킨 데 이어 유럽에서 중-러에 함께 맞서기 위한 아시아-유럽 동맹 연계 협력을 공식화하는 것이다. 다만 전 세계를 덮친 인플레이션과 에너지·식량위기, 경기침체 우려 등 글로벌 복합위기가 심화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강화된 미국 주도의 중-러 견제 구상이 중대기로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美 “中 대응이 G7 정상회의 우선순위”바이든 대통령은 26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는 독일에 도착해 유럽 순방 일정에 들어갔다. 러시아 경제제재를 주로 논의한 3월 유럽 순방과 달리 G7 정상회의와 나토 정상회의는 중국이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중국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의 중심이자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첫날인 26일 GPI를 발표하며 중국 견제 구상을 가속화했다. GPI에는 개발도상국들에 사회기반시설 구축 자금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커비 대변인은 중국을 겨냥해 “G7 정상들은 저소득 또는 중간소득 파트너 국가에 ‘부채의 덫’을 파는 인프라 지원 모델의 대안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5개국은 24일 중국의 남태평양 국가 공략에 맞대응하기 위해 이 지역 사회기반시설 구축을 지원하기 위한 협력체인 ‘블루퍼시픽 파트너(PBP)’ 결성도 발표했다.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태평양 지역 안보 강화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며 “더 많은 미국 선박들이 이 지역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 ‘中 안보위협 규정’ 전략 채택 한국, 일본 등 미국의 아시아 핵심 동맹국들이 처음으로 동참하는 나토 정상회의에선 중국을 안보위협으로 규정하는 새 전략개념이 채택된다. 얀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중국이 우리 안보에 미칠 영향을 다룰 것”이라며 “중국의 핵 역량 확장 등 군사 현대화에 대한 막대한 투자와 유럽의 중요 기반 시설을 통제하려는 시도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G7·나토 정상회의에선 러시아산 금 수입 규제와 러시아 에너지 가격 상한제 등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경제제재와 폴란드에 곡물 저장고를 설치해 우크라이나 곡물을 육로로 이동시킬 수 있도록 하는 등 식량위기 대책도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글로벌 복합위기로 러시아 제재의 모멘텀이 약화된 데다 개발도상국들 상당수가 중국의 보복 우려 등으로 중-러 제재로 동참하지 않고 있다. CNN은 25일 “세계 주요 정상들이 모든 방면에서 위기에 직면했다”며 중러가 밀착하고 있는 것과 달리 유엔과 주요 20개국(G20)이 분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수현기자 newsoo@donga.com}

지난달 24일 어린이 19명과 교사 2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 남부 텍사스주 유밸디의 롭초등학교 총기 난사 당시 경찰 대응에 대해 텍사스주 당국이 ‘처참한 실패((abject failure)’라고 공식 인정했다. 21일 주 상원 청문회에 출석한 스티븐 매크로 텍사스주 공공안전부 국장은 “당시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경찰이 오기까지) 1시간 14분 8초를 기다려야만 했다”며 경찰의 늑장 대응을 비판했다. 특히 당시 현장 지휘관 피트 아리돈도 유밸디 교육구 경찰서장이 경찰관의 생명을 아이들의 생명보다 우선시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총격범 샐버도어 라모스가 학교 건물에 들어선 지 3분 만에 범인을 제압할 만한 충분한 숫자의 무장 경찰이 현장에 배치됐다. 그러나 무전기 없이 현장에 있었던 아리돈도 서장은 범인을 즉각 제압하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은 채 무전기, 무기 지원, 경찰 특수기동대(SWAT) 출동 등만을 기다렸다. 특히 그는 당시 잠기지도 않은 교실 문을 열겠다면서 필요 없는 열쇠를 확보하는 데 귀중한 시간을 허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매크로 국장은 “현장 지휘관이 끔찍한 결정을 내렸다. 경찰은 무기와 방탄복을 입었지만, 아이들은 아무 것도 없었고, 경찰은 훈련을 받았지만, 범인은 그렇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범인이 교실 문을 안에서 잠글 방법이 없었는데도 경찰이 이를 확인하지 않았고, 설사 교실 문이 닫혔더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갈 장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태의 대응이 “1999년 ‘컬럼바인 대학살’ 이후 우리가 20년 간 배웠던 모든 것과 정반대”라고 했다. 서부 콜로라도주 컬럼바인 고교에서 13명이 숨진 총기 사고 후 교내 총격범을 즉각 현장에서 제압해야 한다는 대응 지침을 마련했지만 이번에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아리돈도 서장은 최근 텍사스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현장 지휘관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우크라이나 난민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경매에 내놓은 노벨 평화상 메달이 1억350만 달러(약 1335억 원)에 팔렸다. 경매로 나온 노벨상 메달 사상 최고가다. 로이터통신은 ‘세계 난민의 날’인 20일(현지 시간) 지난해 노벨 평화상 공동 수상자이자 러시아 독립 언론 ‘노바야 가제타’ 편집장인 드미트리 무라토프(사진)가 경매에 내놓은 수상 메달이 이 같은 금액에 낙찰됐다고 보도했다. 무라토프는 경매 후 “(난민 어린이를 돕는다는) 뜻에 많이 공감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 정도로 큰 액수를 바라진 않았다”고 놀라움을 전했다. 경매를 진행한 미국 헤리티지 옥션은 “수익금 전액은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를 통해 전쟁으로 집을 잃은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메달 구매자 신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동안 노벨상 메달 최고 경매가는 196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왓슨의 메달로 2014년 476만 달러(약 61억4000만 원)였다. 1993년 동료들과 함께 노바야 가제타를 창간한 무라토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서도 ‘군사작전’ 대신 ‘침공’ ‘전쟁’이라고 규정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나는 ‘표현의 자유 절대주의자(free speech absolutist)다.” 4월 25일, 세계 미디어 지형을 뒤흔들 ‘깜짝 발표’가 등장했습니다. ‘괴짜’ 세계 최고 부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 인수를 발표한 것이죠. 이날 트위터는 주당 54.20달러, 총 매각 대금 440억 달러(약 55조원)에 머스크에게 지분 전량을 매각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현재로써는 머스크가 인수 계약 파기 가능성을 경고하는 등 협상에 난항을 겪는 듯 합니다. 진정 ‘농담‘같은 인수전이었습니다. 트위터는 수익성 측면에서 결코 좋은 인수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트위터의 하루 평균 이용자 수는 2억2900만 명 수준으로, 페이스북(19억6000명)·틱톡(10억 명)·인스타그램(5억 명)에 비해 밀리며, 신규 유입 역시 최근 떠오르는 틱톡이나 레딧만 못합니다. 이에 미 IT전문매체 슬레이트 “똑똑한 사람들이 아직도 트위터를 구입하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다”라며 머스크가 트위터의 수익성 개선에 성공할지 의문이라고 혹평했습니다. 머스크 역시 이번 인수의 목적은 ‘돈’이 아닌 ‘표현의 자유’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외부에서도 기존 신문이나 방송 등 전통 미디어 매입과는 다르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영국 ‘타임즈’는 “트위터는 공론장에 팔리는 ’출판물’이 아니라 공론장 그 자체다. 머스크의 인수는 부자들이 공론장의 규칙 뿐 아니라 민주주의 자체를 독점하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머스크‘만’의 자유가 보장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그는 2018년 트위터를 통해 테슬라의 배터리 대량 폐기 의혹 기사를 낸 ‘비즈니스인사이더’ 기자에 “가짜뉴스”라며 수차례 공개 저격했습니다. 표현의 ‘절대’ 자유를 외치며 정작 테슬라의 주요 시장인 중국의 검열 정책은 묵인하고 있다는 점도 비판받고 있습니다. ‘디지털 혁신’ 베이조스…“아마존 비판은 불가능” 지적도 미디어에 눈독을 들인 억만장자는 머스크가 처음이 아닙니다. 재정난에 허덕이며 SOS를 외친 언론에 수많은 기업인이 응답했습니다. 현재 이들은 미디어 수호와 소유 중간 어딘가에 있습니다. 머스크의 ‘세기의 라이벌’이자 미국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 역시 2013년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를 인수했습니다. WP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었습니다. 베이조스는 그런 WP를 그레이엄 가문으로부터 약 2억5000만 달러(약 3224억 원)에 인수했습니다. 인수 당시 WP의 편집국장을 맡은 마틴 바론은 “베이조스는 민주주의와 언론의 사명을 매우 중시하는 인물”이라며 “언론이 안정적인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는 것은 그에게 중요한 점”고 인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물론, “우린 아주 헐값이었다”며 너털웃음을 짓기도 했습니다. 베이조스는 인수 초반부터 독립된 편집권을 보장할 것이라고 공언했습니다. 초반의 우려와 다르게 WP의 편집권은 독립적으로 유지되는 듯 보였습니다. 특히 노조 설립과 관련해 WP는 친(親)노조 시각을 보이며 꾸준히 아마존에 비판적 태도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대신 “20년 안에 종이 신문은 사라질 것”이라는 그의 호언장담을 지키듯 그는 디지털 전환 등 사업 모델을 변화시키는 데 주력했습니다. WP는 인수 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2017년에는 온라인 유료 구독자 수 100만 명을 넘었습니다. 베이조스는 2018년 한 인터뷰에서 “90살이 된 후 내가 가장 자랑스럽게 일궈낸 것을 하나 꼽자면, WP를 인수해 그들이 험난했던 전환기를 지나가도록 도운 것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CEO의 직접 압박 없이도 기자들의 ‘눈치 보기’가 발생한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컬럼비아대가 발간하는 컬럼비아저널리즘리뷰(CJR)는 WP가 타 매체에 비해 아마존의 결점을 작게 보도하거나 아예 베이조스가 아마존의 소유주라는 점을 숨기는 등의 보도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 허프포스트스토리 역시 다수의 WP 기자들이 스스로 “다른 기업에 비해 아마존을 덜 비판적으로 바라본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CJR은 “베이조스가 소유한 신문사가 아마존을 취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WSJ 편집권 개입’ 의혹…정치적 파워까지 노린 언론 재벌 전통적인 미디어 재벌로는 호주 출신 폭스뉴스 창립자이자 뉴스코퍼레이션(뉴스코프) 회장인 루퍼트 머독(91)이 있습니다. 현재 뉴스코프는 폭스뉴스를 비롯해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포스트, 더타임스, 더선 등 세계 유수의 신문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대 타블로이드판의 창시자’ 머독은 1952년 종군 기자였던 아버지로부터 작은 신문사였던 뉴스 리미티드(News Limited)를 상속받습니다. 이어 그는 스캔들 보도와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통해 선풍적 인기를 끌며 호주에 이어 영국, 미국에서도 미디어 사업을 성공시킵니다. 머독이 미디어 재벌을 넘어 본격적으로 정치적 파워를 확보하기 시작한 것은 1976년 뉴욕포스트 인수입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980년 열린 제40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뉴욕포스트가 로널드 레이건 당시 공화당 후보의 당선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했습니다. 그 대가로 레이건 행정부는 머독의 미국 TV산업 진출을 빠르게 허용했죠. ‘같은 시장에서 한 개인이 방송과 신문을 동시에 소유할 수 없다’는 규정마저 없애며 그의 사업 확장에 전폭적 지지를 보냈습니다. 2007년 WSJ 인수 역시 결정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이 해 8월 머독은 소유주 뱅크로프트 가문과의 협의를 통해 50억 달러(약 6조 원)에 WSJ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NYT는 인수 결정 바로 다음 날에 ‘경쟁에 관한 촌평(Notes about Competition)’이라는 사설을 통해 편집권 독립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NYT는 “NYT와 WSJ는 머독이 ’더타임스’의 편집권 독립 약속을 어떻게 배신했고, 그가 중국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BBC의 위성중계를 어떻게 중단했는지 보도해왔다”며 “WSJ 보도의 수준과 성실성을 수호하는 것이 곧 자신의 투자(WSJ 인수)를 보호하는 길”이라고 비평합니다. 머독은 이듬해 5월 WSJ 신임 편집국장으로 본인의 측근인 로버트 톰슨 전 더타임스 편집국장을 올립니다. 머독의 편집권 침해 논란은 이후에도 사그라지지 않았습니다. 2017년 8월 NYT는 WSJ 내부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기사를 통제해 논란이 발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제라드 베이커 당시 WSJ 편집국장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反)이민·난민 정책을 비판하는 기사 일부가 과도하게 주관적이라며 삭제했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매주 전화를 할 정도로 ’절친’한 머독의 개입의 의심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선한 영향력 목표” 늘어나는 재벌의 ‘언론 소유’언론을 인수하는 재벌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2018년 제약회사 ‘비보알엑스(VivoRx)’를 설립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패트릭 순시옹은 미 유력 일간지인 ‘로스앤젤레스타임스’를 인수했습니다. 인수 이유에 대해선 “언론이 탄압받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유년 시절 인종차별을 경험한 것이 계기”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프로야구 보스턴 레드삭스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소속 리버풀FC의 구단주 존 헨리 역시 2013년 지역 신문인 ‘보스턴글로브’를 매입했습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1955~2011)의 배우자인 로렌 파월 잡스도 2017년 ‘디 애틀랜틱’의 최대 주주로 부상했습니다. 로렌 잡스는 “중요한 시기에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라고 인수 배경을 밝혔습니다. 표현의 자유, 민주주의, 경제적 이득. 억만장자들이 밝힌 미디어를 인수하는 이유는 각양각색입니다. 다만, ‘영향력’이라는 공통분모는 분명해 보입니다. 매체의 영향력이 곧 자신의 영향력이 되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돈으로 영향력을 살 수 있는 시대, 머스크의 ‘트위터 시대’가 열릴지는 아직까지는 물음표로 남아 있습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