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김수현 기자

동아일보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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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둥글고 신문은 네모납니다. 빙글빙글 세상 이야기, 재밌게 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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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20~2025-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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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하루 6번 넘게 공습경보… 아이들 평생 악몽될 것”

    “춥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어두컴컴한 방공호에선 아이들의 울음소리만 들립니다. 아이들은 지금의 이 악몽을 평생 기억할 것입니다.” 공습경보 때마다 공포에 질린 채 지하 방공호로 대피하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는 샤포발로바 류드밀라 씨(57)가 6일 기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현지 상황을 알려왔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사는 류드밀라 씨는 전쟁 전에는 한 대형마트 관리 부서에서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하루에도 여섯 번 넘게 공습경보가 울립니다. 폭발음이 들리면 사람들은 전부 방공호 안으로 뛰어가요. 이런 지옥에서도 우리는 꿋꿋하게 살아남을 거예요.” 러시아가 침공한 지 열흘이 지나면서 그의 하루는 새벽에 일어나 집에 빵과 물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푸틴은 우크라인들을 오판… 끝까지 굴복 안할것”통금 풀리자 마트엔 물건구입 긴 줄공습경보 울리면 방공호로 뛰어가‘잔류 결심’ KOTRA 협력 청년“갈 곳 없어… 내 조국-어머니 지킬것”류드밀라 씨는 오전 7시에 통금이 해제되면 곧바로 마트로 향한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 2시간쯤 기다려야 겨우 마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빵은 1인당 최대 일주일 치만 살 수 있다. 이마저 없는 경우가 많아 여러 가게를 전전하는 일이 많다. “언제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을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거리의 모든 약국,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어요. 모두가 오늘 하루 포격이나 공습을 당하지 않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류드밀라 씨는 러시아군의 대대적인 진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키이우시를 떠나지 않고 있다. 현재 키이우시는 우크라이나군의 통제하에 있으며 평소 다니던 길 곳곳에 온통 진지가 구축돼 있다고 한다. 그는 아파트에 남편과 함께 머물다가 공습경보가 울리면 바로 인근 방공호로 뛰어간다. 방공호에서는 보통 2∼6시간을 기다리다 나오지만 밤을 지새운 날도 많다. 방공호에 모인 시민들은 식량을 나누고 우울함을 달래려 때론 농담도 건넨다. 하지만 폭격 소리가 들려오면 모두 말없이 뉴스를 켠다. 류드밀라 씨는 “방공호에는 놀란 아이들의 울음소리와 뉴스 소리만 들린다”고 했다. “푸틴은 우리에 대해 잘못 생각했습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어려운 시기에 강하게 단결합니다. 푸틴의 피비린내 나는 행위는 그 어떤 민족도 굴복시킬 수 없을 것입니다.” 3일 기자와 연락이 닿은 또 다른 우크라이나인 스타니슬라우 페트코 씨(31)는 키이우 인근 도시인 바실키우의 한 주택 지하창고에서 어머니와 함께 숨어 지낸다. 6.6m²(약 2평) 남짓한 이 좁은 공간이 모자의 은신처다. 페트코 씨는 KOTRA 키이우 무역관과 함께 일했다.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되기 10일 전쯤 전쟁이 임박했다는 KOTRA 측의 경고를 들었지만 남기로 결심했다. 지켜야 할 60대 어머니가 있었기 때문이다. 페트코 씨는 전쟁에 대비해 지하창고에 감자와 양배추, 물 등 몇 달 치 식량과 연료를 챙겼다. 그는 “준비를 하면서도 전쟁이 온다는 걸 머리로는 알았지만 마음으론 믿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그가 남아 있는 바실키우에는 요즘 거의 3시간마다 공습경보가 울린다. 밤에는 시민군이 총을 들고 거리를 지킨다. 페트코 씨는 통화에서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어디로 가야 할까요? 아무 곳도 없습니다(nowhere). 저는 제 국가와 어머니를 지켜야 합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푸틴이 최대한 빨리 전쟁을 멈추는 것입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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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2년… 전 세계 누적 사망자 600만명 넘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지 2년 만에 전 세계 누적 사망자가 602만 명을 넘어섰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저개발국 사망자가 많아 실제 누적 사망자는 1400만∼2350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추산했다. 한국 시간 7일 오후 4시 기준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4억4600만 명을 기록했다. 앞서 6일(현지 시간) AP통신도 미국 존스홉킨스대 집계를 인용해 이날 기준 세계 누적 사망자가 599만8000명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는 2019년 12월 31일 세계보건기구(WHO)에 처음 보고됐다. 8000만 명 이상이 감염된 미국은 7일 월드오미터 기준 사망자 또한 98만4000명으로 가장 많다. 브라질(65만2000명). 인도(51만5000명), 러시아(35만6000명), 멕시코(32만 명)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서구 선진국에 비해 보건 환경이 열악한 중남미와 동유럽에서는 인구 100만 명당 사망자 수치가 특히 높았다. 페루(6257명)가 1위였고 불가리아(5223명),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4780명), 헝가리(4604명)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177명 이었다. 보건 전문가들은 세계의 실제 누적 사망자는 600만 명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멕시코 정부는 자국의 실제 코로나19 사망자가 5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최근 추정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발원지인 인도 역시 실제 사망자 수가 수백만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피란민이 대거 유입되는 동유럽의 상황이 우려스럽다고도 진단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등은 원래 코로나19 사망자가 많은 데다 최근 10일간 150만 명의 우크라이나인이 몰려 감염 위험을 높이고 있다는 이유다. 대부분의 피란민들은 코로나19의 감염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이웃 나라로 대피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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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팬데믹 끝나가나… 신규 확진 80만명서 4만명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올해 초 80만 명을 넘어섰던 미국의 일일 평균 확진자 수가 4만 명대로 크게 줄었다. 확진자 수가 정점을 지나 급격한 감소 추세를 이어가면서 미국에선 팬데믹(대유행)이 끝나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자체 집계에 따르면 5일(현지 시간) 기준 미국의 일주일간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는 4만5819명을 기록했다. 델타 변이 확산 이전인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확산의 정점을 찍은 1월 14일(80만6795명)과 비교하면 약 5.8%에 불과하다. 입원 환자와 사망자 수도 크게 줄었다. 1월 후반 16만 명에 근접했던 하루 평균 입원 환자는 4만2044명으로 급감했고, 2월 초 2600명에 달했던 하루 평균 사망자도 1539명으로 줄어들었다. CNN은 이번 봄, 여름부터 ‘정상에 가까운(near normal)’ 일상을 보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밴더빌트대 의료센터의 윌리엄 섀프너 교수는 “팬데믹에서 엔데믹(토착병)으로의 전환이 가속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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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국제혼란 틈타 대만 호시탐탐… 세계 지도자들 “침공 가능성”[글로벌 포커스]

    러시아가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하면서 대만이 다음 전쟁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 등은 러시아의 폭주를 본 중국 또한 국제적 혼란을 틈타 대만을 노릴지 모른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미 지난해 4월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대만을 ‘지구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라고 했다. 대만 내에서도 ‘우크라이나의 오늘이 대만의 내일’이 될 수 있다는 불안이 높다. 특히 중국이 러시아의 침공 당일에도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9대의 전투기를 진입시키면서 대만에서는 징병제 부활 등 총력 대비에 나서자는 의견이 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상군 파병 등 직접적 군사 지원을 하지 않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1, 2일 양일간 대만에 대표단을 파견하는 등 사뭇 다른 태도를 보인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고 대만과 단교했지만 ‘대만관계법’을 제정해 유사시 대만을 군사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무엇보다 대만은 미국의 9번째 교역국이자 반도체 동맹의 핵심이어서 미국 또한 중국의 침공 위협을 가만히 보지만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세계 지도자 “中, 대만 침공 가능성”전현직 세계 지도자들은 잇따라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언급했다. 존슨 총리는 지난달 19일 “우크라이나가 위기에 처하면 그 충격은 전 세계로 퍼져 메아리로 들릴 것”이라며 “대만과 동아시아에서 그 메아리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또한 지난달 2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모습을 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대만 공략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달 27일 “중국이 러시아와 비슷한 행동을 벌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만의 비상사태는 곧 일본의 비상사태”라고 했다. 대만과 일본 요나구니(那國)섬은 불과 110km 떨어져 있어 중국이 대만에 무력을 행사하면 일본의 영공과 영해 또한 위협을 받는다는 이유다. 특히 그는 “미국이 중국의 침공 위협에 노출된 대만의 안보를 확실히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은 최근 밥 먹듯이 대만 ADIZ에 전투기를 출격시키고 지난달 27일∼이달 1일에는 남중국해에서 해상 군사훈련도 진행했다. 대만 침공 시 쓰일 가능성이 높은 ‘075형’ 상륙강습함의 사진도 공개했다. 특히 1일 중국 공군기 7대는 중국과 대만의 경계로 간주되는 대만해협 중간선에 바짝 붙어 비행했다. 단순히 ADIZ에 진입한 것을 넘어 금방이라도 중간선을 넘을 듯 노골적인 무력시위를 벌인 셈이다.○ 징병제 부활 등 국방력 강화 논의하는 대만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이미 지난달 22일 군에 ‘전투 준비태세 강화’를 지시했다. 1일 추궈정(邱國正) 국방부장은 “우크라이나 사태 후 대만에 제기된 여러 경고가 대만군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우자오셰(吳釗燮) 외교부장 역시 “중국이 언제든 대만에 군사 작전을 할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징병제 부활 등 군사력 강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대만은 1951년부터 징병제를 시행했다. 67년 만인 2018년 12월 말부터 모병제를 도입했으나 성인 남성에게 4개월의 군사훈련 의무는 부과하고 있다. 2일 쯔유시보 등에 따르면 입법원 법제국은 최근 보고서에서 “출생률 저하로 2039년에는 모병제 지원 인원이 5만여 명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징병제 부활 필요성을 제기했다. 1일 의회에서도 야당 국민당의 한 의원이 징병제 부활 가능성을 거론했다. 국방부 또한 4개월 훈련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과 대만의 군사력 격차에 대한 대만 사회의 불안감을 반영한 행보로 풀이된다. 중국은 200만 병력을 보유했지만 대만의 현역병은 약 19만 명에 불과하다. 전차, 대포, 구축함, 상륙함, 잠수함, 전투기, 수송기 등 육해군의 모든 면에서 중국에 크게 뒤처진다. 특히 중국이 항공모함 2척과 폭격기 450대를 보유한 것과 달리 대만은 이 둘 모두를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대만 역시 중화인민공화국 건립 후 73년간 사실상 국토 전체를 요새화하고 막대한 돈을 투입해 군사력을 현대화했다. 미국은 전투기, 전차, 미사일, 공격용 드론 등 각종 최신식 무기를 대거 판매하며 대만을 도왔다. 러시아군에 비해 현격한 열세인 우크라이나군과 달리 대만군의 위력 또한 만만치 않아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려면 상륙함 1만 척, 병력 45만 명이 필요하며 양측에서 최대 20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미 싱크탱크 ‘프로젝트2049’는 추산했다. 대만 당국 또한 대만 자체가 강력한 천연 요새임을 강조하며 국민을 안심시키고 있다. 우선 중국과 대만 사이에는 130km의 대만해협이 있다. 러시아군이 전차로 육상 진격할 수 있는 우크라이나와 지형 여건이 완전히 다르다. 인천상륙작전을 이끈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 또한 과거 대만을 ‘침몰하지 않는 항공모함’이라고 평했다. 차이 행정부에서 중국 업무를 담당하는 추타이싼(邱太三) 대륙위원회 주임위원(장관급)은 지난달 25일 “‘오늘은 우크라이나, 내일은 대만’이란 우려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대만은 일본 오키나와, 필리핀, 말레이시아 믈라카해협을 잇는 방어선의 중심점이며 우리가 무너지면 남중국해 정세가 요동친다”고 했다. 그는 미국 등 서방이 대만에 대한 위협을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만 방어는 의무”바이든 행정부가 1, 2일 대만에 파견한 미국 대표단 또한 차이 총통과 만나 대만 방어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미 해군 미사일 구축함 ‘랠프존슨함’이 지난달 26일 대만해협을 통과하며 중국에 경고 신호를 보냈다.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차관, 마이클 멀린 전 합참의장 등으로 구성된 대표단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는 것은 미국과 세계의 이익에 부합한다. 미국이 약속을 확고히 유지할 것이라고 보증한다”고 밝혔다. 차이 총통 또한 대만이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 4개국 협의체 ‘쿼드(Quad)’에 가입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 트럼프 전 미 행정부의 외교 수장으로 강력한 반중 정책을 주도했으며 2024년 미 대선의 공화당 후보군에 올라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역시 2∼5일 대만을 찾았다. 특히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책사로 꼽힌 재미 중국 학자 위마오춘(余茂春·60) 허드슨연구소 연구원을 대동했다.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위 연구원은 폼페이오 장관이 재직 시절 중국공산당 체제를 ‘전체주의’라고 비판하고 각종 제재를 가할 때 이를 입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미 대선 결과 등을 두고 내내 대립했던 집권 민주당과 야당 공화당이 초당적인 대만 지지 행보를 보내는 것은 대만이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TSMC를 보유한 세계적 반도체 강국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제재해 효과를 거둔 미국은 주요 동맹과 반도체 공급망 가치사슬을 구성해 중국을 배제시키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폼페이오 전 장관 또한 차이 총통 접견 등 공개 일정 외에도 TSMC 공장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무역대표부(USTR)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미국과 대만의 교역 규모는 906억 달러(약 108조7200억 원)로 37억 달러에 불과한 미-우크라이나보다 약 24배 많다. 오키나와 등 일본 남부에 있는 미군 기지는 대만에서 수백 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으며 일본 도쿄 인근에 기항하는 미 제7함대도 빠르게 대만의 유사 상황에 개입할 수 있다. 미국이 대만을 방치하면 동맹국의 신뢰가 추락하고 중국의 위협에 맞서 한국, 일본 등이 핵무장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것 또한 미국에 큰 부담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CNN 타운홀 행사에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때 미국이 방어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그렇게 할 책무가 있다”고 답했다. 그간 ‘전략적 모호성’을 구사하며 직접적 발언을 삼갔던 전임자들과 매우 대조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커트 캠벨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 또한 지난달 28일 “미국은 이미 2차대전과 냉전 때도 여러 전장에 깊이 관여한 경험이 있다. 인도태평양과 유럽이라는 ‘2개 전장(two theaters)’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제재 등으로 바쁘지만 중국의 대만 위협 또한 동시에 상대할 수 있다는 뜻을 강조한 발언이다.○ 대만 내 우크라 지원 열기… 월급 기부 봇물대만에서는 동병상련에 처한 우크라이나를 돕자는 움직임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 위협이 가시화했을 때부터 “우크라이나에 동질감을 느낀다”고 했던 차이 총통은 2일 “한 달 월급을 우크라이나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라이칭더(賴淸德) 부총통, 쑤전창(蘇貞昌) 행정원장 등 수뇌부는 물론이고 야당 국민당 또한 급여 기부에 동참했다. 일반 국민 역시 속속 모금 계좌에 돈을 보내고 있다. 차이 총통은 “우크라이나 국민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것을 전 세계가 봤다. 우크라이나 지원을 통해 자유민주주의가 함께한다는 것을 세계에 알리겠다”고 했다. 대만은 이미 27t의 의료 물자 등 다양한 지원품을 우크라이나에 보냈다. 야후타이완의 지난달 28일 조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대만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느냐’는 질문에 약 11만 명의 응답자 중 54.8%가 “걱정한다”고 했다. 대만 곳곳에서는 시민들이 우크라이나 국기와 ‘우크라이나와 함께한다’는 팻말을 들었다. 타이베이 ‘101빌딩’ 등 주요 건물들도 밤에 우크라이나 국기를 상징하는 파란색과 노란색 조명을 켰다. 전문가들은 서방의 비판을 늘 ‘내정 간섭’으로 비판했던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일종의 ‘자가당착’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이정남 고려대 교수(중어중문학)는 “러시아가 명확한 주권 국가를 침공한 것은 신장위구르, 홍콩, 대만 사안을 ‘내정’이라고 주장했던 중국에 큰 부담”이라고 진단했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중국학) 또한 “미국의 일방주의에 반대해 유엔 체제를 다자주의의 기본으로 세우고 유엔 헌장을 국제법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중국이 러시아의 일방주의로 입장 정리가 불가능해졌다”고 평했다. 그럼에도 중국이 대만을 지금 이대로 두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2일 미 뉴욕타임스(NYT) 등은 중국이 러시아의 침공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는 등 푸틴 정권과 긴밀한 교감을 나눠 왔다고 전했다. 이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중국이 우크라이나에서 고전하는 러시아의 모습을 봤다고 해서 대만을 무력 통일하는 방안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초기 단계에 더 많은 화력을 쏟아부을 것으로 내다봤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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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에 아이들 있어요” 통화중 ‘탕 탕 탕’… 일가족 5명 몰살당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달 24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남성 데니스 페드코는 어머니(56)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의 부모는 며느리(27)와 어린 두 손녀를 차에 태워 급하게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지역을 빠져나오던 중이었다. 경찰관인 그의 형제는 순찰 업무에 투입돼 가족들을 직접 대피시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전화기 너머로 갓 태어난 조카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던 와중에 어머니가 누군가에게 소리를 질렀다. “차 안에 아이들이 있어요!” 그때 몇 발의 총성이 울렸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던 모든 소리가 갑자기 멈추고 침묵이 흘렀다. 몇 초 뒤 2, 3발의 총성이 더 울렸다. 페드코는 그 순간 모든 것이 끝났다는 것을 직감했다. 차에 타고 있던 일가족은 러시아군의 총격으로 몰살당했다. 페드코의 두 조카는 각각 여섯 살, 생후 6주였다. 경찰관인 그의 형제는 자신이 순찰을 나간 사이 대피하다 목숨을 잃은 부모와 부인, 아이들의 시신을 수습할 수 없었다. 해당 지역이 곧바로 러시아군의 통제하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 같은 비극이 현재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비상대책본부에 따르면 러시아군 침공 이후 민간인 사망자는 2일(현지 시간)까지 2000명이 넘는다. 영국 BBC는 이날 북부 지토미르에서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처참하게 무너진 건물 잔해를 뒤지며 가족을 찾아 헤매는 한 남성의 사연을 전했다. 그는 거대한 콘크리트 더미 앞으로 기자를 데려가더니 카메라를 응시하며 말했다. “이곳에서 나의 딸이 죽었어요…. 이웃들도 죽었어요. 이게 러시아가 우리를 대하는 방식입니다.” 수도 키이우에서 의료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타타 마르하리안은 이날 CNN에 “나는 죽은 아이들을 보고 있다. 병원과 교회가 폭격되는 것도 보고 있다”며 “자전거를 타고, 이웃들에게 인사를 하며, 웃고 사랑하던 마을이 완전히 폭파된 것을 상상해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에서는 1일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소속 우크라이나 감시단원이 포격으로 숨졌다. OSCE는 “이 단원이 전쟁으로 갇혀버린 가족들에게 물품을 전해주려다 사망했다”고 밝혔다. BBC는 3일 남부 마리우폴에서 러시아군이 무려 15시간 동안 포격과 공습을 가했다고 전했다. 세르히 오를로우 마리우폴 부시장은 “희생자 수를 세지 못했으나 최소 수백 명이 숨졌을 것”이라고 했다. 마리우폴시 측은 “러시아가 우리를 지구상에서 제거하려고 한다”며 비판했다. 지난달 26일 하르키우에서는 알제리에서 온 20대 공대생 무함마드 압델모네임이 피란처를 찾던 중 러시아군의 총격을 받아 숨졌다고 영국 알아라비TV가 전했다. 그의 아버지는 “이 미친 세상에 말한다. 살인을 위한 살인은 멈춰 달라”고 했다. 1일에도 인도 유학생이 피란처에 함께 대피한 친구들을 위해 음식을 사러 나갔다가 총에 맞아 사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일 러시아의 민간인 공격은 “명백히 의도적”이라고 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무고한 시민들에게 탄약을 사용하는 것은 완전한 전쟁 범죄”라고 했다. 에미네 자파로바 우크라이나 외교차관은 이날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민간인 사망자 중 생후 18개월 유아도 포함됐다며 “그러나 지금은 눈물을 흘릴 때가 아니다. 우리는 승리한 이후에 눈물을 흘릴 것”이라고 말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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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 “밀가루도 동났다”… 침공 장기화에 식량-의료대란

    러시아의 침공이 장기화하면서 우크라이나 국민이 극도의 고통을 겪고 있다. 식량난으로 상당수가 겨우 통조림으로 연명하고 전기와 수도 역시 대부분 끊겼다. 수도 키이우에서만 최소 1만5000명의 시민이 지하철역을 집처럼 여기며 견디고 있다. 2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우크라이나 상당수 상점의 매대가 비어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곳곳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데다 상당수 남성들이 전선에 나가 유통망이 사실상 붕괴된 여파다. 상당수의 주유소 또한 기름이 떨어져 아예 문을 닫았다. 소셜미디어에도 텅 빈 매대 사진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현지 교민들은 지난달 28일부터 키이우에서도 주식인 빵과 햄의 공급이 끊겼고 최근에는 밀가루마저 동났다고 전했다. 키이우 남부에 거주 중인 교민 임모 씨(51)는 “인근 공장에서 긴급히 밀가루를 생산 중이라는 이야기가 있어 사람들이 그 소식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전했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2일 “지하철역에 1만5000명이 대피해 있다”고 밝혔다. 키이우의 지하철역은 지난달 26일부터 대피소로만 사용되고 있다. 매트리스 1개를 서너 명이 나눠 쓰며 쪽잠을 청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지하철역에도 오지 못한 일부는 길거리 벤치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 의료 붕괴도 가시화하고 있다. 러시아군이 발전소를 폭격하는 바람에 수술 등을 하기도 어렵고 의약품도 매우 부족하다. 2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우크라이나 최대 어린이병원 ‘오흐마디트’는 응급외상 병원으로 바뀌어 부상자를 받고 있다. 일부 산부인과는 폭격 위험이 적은 지하에 분만실을 만들어 임신부를 돌보고 있다. 임 씨는 “사람들이 약품을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팔고 있지만 문을 연 약국이 거의 없어 구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곳곳의 도로에서도 사람이나 차량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달 말만 해도 폴란드 등으로 탈출하려는 행렬이 가득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성인보다 취약한 어린이들의 고통은 더 심각하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750만 명의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이 기아 등 각종 위험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 더 많은 어린이가 희생될 것이라고 우려했다.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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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 안에 아이들 있다”…총격 들린 통화 뒤 일가족 5명 몰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달 24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남성 데니스 페드코는 어머니(56)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의 부모는 며느리(27)와 어린 두 손녀를 차에 태워 급하게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지역을 빠져나오던 중이었다. 경찰관인 그의 형제는 순찰 업무에 투입돼 가족들을 직접 대피시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전화기 너머로 갓 태어난 조카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던 와중에 어머니가 누군가에게 소리를 질렀다. “차 안에 아이들이 있어요!” 그 때 몇 발의 총성이 울렸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던 모든 소리가 갑자기 멈추고 침묵이 흘렀다. 몇 초 뒤 2, 3발의 총성이 더 울렸다. 페트로는 그 순간 모든 것이 끝났다는 것을 직감했다. 차에 타고 있던 일가족은 러시아군의 총격으로 몰살당했다. 페드코의 두 조카는 각각 6세, 생후 6주였다. 경찰관인 그의 형제는 자신이 순찰을 나간 사이 대피하다 목숨을 잃은 부모와 부인, 아이들의 시신을 수습할 수 없었다. 해당 지역이 곧바로 러시아군의 통제 하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 같은 비극이 현재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비상대책본부에 따르면 러시아군 침공 이후 민간인 사망자는 2일(현지 시간)까지 2000명이 넘는다. 영국 BBC는 이날 북부 지토미르에서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처참하게 무너진 건물 잔해를 뒤지며 가족을 찾아 헤매는 한 남성의 사연을 전했다. 그는 거대한 콘크리트 더미 앞으로 기자를 데려가더니 카메라를 응시하며 말했다. “이곳에서 나의 딸이 죽었어요…. 이웃들도 죽었어요. 이게 러시아가 우리를 대하는 방식입니다.” 수도 키이우에서 의료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타타 마르하리안은 이날 CNN에 “나는 죽은 아이들을 보고 있다. 병원과 교회가 폭격되는 것도 보고 있다”며 “자전거를 타고, 이웃들에게 인사를 하며, 웃고 사랑하던 마을이 완전히 폭파된 것을 상상해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리키우에서는 1일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소속 우크라니아 감시단원이 포격으로 숨졌다. OSCE는 “이 단원이 전쟁으로 갇혀버린 가족들에게 물품을 전해주려다 사망했다”고 밝혔다. BBC는 3일 남부 마리우폴에서 러시아군이 무려 15시간 동안 포격과 공습을 가해 “인도적 참사” 수준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세르히 오를로프 마리우폴 부시장은 “희생자 수를 세지 못했으나 최소 수백 명이 숨졌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26일 하리키우에서는 알제리에서 온 20대 공대생 모하메드 압델모네임이 피난처를 찾던 중 러시아군의 총격을 받아 숨졌다고 영국 알아라비TV가 전했다. 그의 아버지는 “이 미친 세상에 말한다. 살인을 위한 살인은 멈춰달라”고 했다. 1일에도 인도 유학생이 피난처에 함께 대피한 친구들을 위해 음식을 사러 나갔다가 포격에 맞아 사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일 “(러시아의) 민간인 지역 공격이 의도적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명백히 그렇다”고 답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무고한 시민들에게 탄약을 사용하는 것은 완전한 전쟁 범죄”라고 했다. 에미네 자파로바 우크라이나 외무차관은 이날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민간인 사망자 중 생후 18개월 유아도 포함됐다며 “그러나 지금은 눈물을 흘릴 때가 아니다. 우리는 승리한 이후에 눈물을 흘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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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젤렌스키, EU 가입 신청 “즉각 승인해달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을 신청하며 “특별 절차를 통해 즉각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전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환영한다”고 밝히자 젤렌스키 대통령이 다음 날 바로 EU 가입을 거듭 요청한 것이다. 이에 불가리아, 체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등 중·동부 유럽 8개 EU 회원국이 “우크라이나에 즉시 EU 후보국 지위를 부여하라”며 연대 지지 성명을 냈다. 로이터통신은 EU 고위 관리를 인용해 이달 열리는 비공식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가입 문제가 논의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EU 가입에는 수년이 걸리고 가입 협상 개시에만 27개 회원국 전체의 만장일치 승인이 필요해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우크라이나 영공의 상당 부분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할 것을 요청했다고 미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가 보도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미군이 (영공을 침범하는) 러시아 군용기를 격추해야 한다는 의미인데 러시아와의 긴장 고조는 대통령이 원하는 방향이 아니다”라며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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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숨진 아이 눈, 푸틴에 보여줘라” “러, 유치원에 집속탄 포격도”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러시아군의 포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마리우폴의 한 병원 응급실. 잠옷을 입은 채 축 늘어진 6세 여자아이를 끌어안은 아버지가 다급히 병원으로 달려왔다. 머리에 붕대를 감은 이 아버지는 딸의 피로 물든 자신의 손을 보며 울먹였다. 부인 역시 구급차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의료진은 바로 응급 수술을 했지만 포격으로 이미 치명상을 입은 아이는 결국 숨을 거뒀다. 한 의사는 현장에 동행한 AP통신 기자의 카메라를 응시한 채 소리쳤다. “이 아이의 눈과 지금 울고 있는 의사들의 눈을 푸틴에게 보여줘라!”○ 유치원 포격에 ‘집속탄’ 사용 정황러시아의 무차별적 공격으로 민간인 사망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유치원과 학교 등에도 포격과 공습이 가해져 많은 아이들이 희생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보건부에 따르면 러시아의 침공 나흘째였던 지난달 27일까지 민간인 사망자는 어린이 16명을 포함해 352명이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첫 어린이 사망 사례는 키예프의 한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 폴리나다. 당국은 폴리나가 키예프의 한 거리에서 가족들과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중 러시아군 측 비밀 파괴공작(사보타주) 단체의 공격을 받아 부모와 함께 사망했다고 밝혔다. 생존자인 두 동생 중 한 명은 현재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고 있다. 또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은 러시아가 사용이 금지된 집속탄(cluster munition)으로 유치원을 포격해 어린이 1명 등 3명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이날 밝혔다. 그동안 서방 언론은 러시아의 집속탄 사용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국제 비정부기구가 이를 공식적으로 거론한 것이다. 집속탄은 참혹하게 인명을 살상하는 대표적인 비인도적 무기다. 지난달 25일 우크라이나 북부 수미주 오흐티르카에서는 유치원과 보육원이 러시아군의 집속탄 폭격을 받아 최소 6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중 한 명은 8번째 생일을 석 달 앞둔 7세 소녀 알린사였다. 앰네스티에 따르면 폭격 현장에 있던 한 남성은 격하게 절규했다. “봐라. 전부 피범벅이다. 여기가 유치원이라는 게 정말 견딜 수가 없다. 이곳이 군사시설이라도 된다는 말이냐!” 국제 아동인권단체 세이브더칠드런 역시 지난달 27일 오흐티르카 지역에서 유치원을 포함해 교육시설 7곳이 공격을 받았다고 공개했다. 아녜스 칼라마르 앰네스티 사무총장은 “보육원, 유치원 할 것 없이 무차별적 공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너무 구역질난다. 이건 전범 조사 대상”이라며 분노를 표했다. ○ 지하벙커 맨바닥에서 미숙아 치료 러시아군의 무차별 포격으로 미숙아들이 지하벙커 등 열악한 환경에서 치료를 받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키예프의 한 아동병원에서 생후 2개월 된 미숙아 딸을 둔 나탈리야 티시추크 씨는 침공이 시작된 지난달 24일 새벽, 공습 사이렌이 울리자 아기를 안고 병원 지하실로 대피했다. 다른 부모들도 신생아 중환자실에 있던 미숙아들을 끌어안고 간호사들과 함께 생명유지 장치, 산소통 등을 들고 뛰어내려 갔다. 병원 지하실에는 성인용 침대나 의자가 없어 부모들은 아기를 안고 맨바닥에 앉아 있어야 한다. 티시추크 씨는 “전쟁을 예상한 사람이 없어서 준비된 사람도 없다. 약이나 아기 침대 등 최소한의 필수품만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병원 지하실에는 암 등 중증질환 어린이 환자 수십 명도 함께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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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 시민, 맨몸으로 탱크 막고 화염병 제조…13만명 민병대 자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나흘째로 접어드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결사항전의 태세로 러시아군에 맞서고 있다. 1989년 중국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당시 ‘탱크맨’을 연상시키듯 맨몸으로 러시아군 탱크를 막아서고, 시민들은 화염병을 만들고, 칼이나 망치를 들고서라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의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가 24일 침공 후 곧 수도 키예프를 함락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게릴라전을 동반한 우크라이나인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화염병, 망치, 칼 들고 결사항전 27일(현지 시간)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몰로토프 칵테일’로 불리는 화염병을 만드는 영상이 잇달아 올라왔다. 몰로토프 칵테일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핀란드를 침공한 소련의 뱌체슬라프 몰로토프 외무인민위원이 “핀란드에 빵을 공수하는 것”이라고 침공을 정당화하자 핀란드인들이 “몰로토프에게 보내는 칵테일”이라며 소련 전차에 화염병을 던진 것에서 비롯됐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은 시민들에게 수제 무기를 만들어 저항할 것을 촉구했다. 화염병을 만드는 방법이 방송 뉴스를 통해 전파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시민들에게 소총 등 무기를 나눠줘 26일까지 우크라이나 전역에 1만8000개의 무기가 풀렸다고 한다. 시민이 러시아군 탱크 등 군용 차량을 맨몸으로 막아선 사례도 주목받고 있다. CNN은 한 남성이 맨몸으로 탱크에 올라가 매달려 저지하다 바닥으로 떨어진 뒤 무릎을 꿇고 양팔을 벌려 막아서는 장면이 담긴 1분짜리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고 26일 전했다. CNN은 키예프 북동부 지역에서 찍힌 영상이라며 시민들이 자전거를 던져 러시아군 탱크를 저지하려 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25일 영국 가디언은 “러시아군 차량을 막으려는 우크라이나 남성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이 남성이) 톈안먼 광장의 ‘탱크맨’에 비유되고 있다”고 전했다. 30초 분량의 해당 영상을 보면 탱크 등이 줄지어 도로를 지나던 도중 한 남성이 행렬 앞에 나타나 차량 앞을 막아섰다. 키예프 외곽에서는 시민들이 검문소를 세우고 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검문소에는 총으로 무장한 시민뿐만 아니라 칼이나 망치를 들고 경비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봉제공장 근로자들은 전투용 모래주머니를 만들기 시작했고, 시민들의 헌혈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또 해외에서 귀국한 지원병을 포함해 침공 전부터 조직되어온 민병대 규모가 13만 명에 이른다.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 정규군뿐만 아니라 민병대의 전투 참여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본보 기자가 폴란드 국경에서 만난 20대 우크라이나 남성 로만 씨는 “침공 소식에 당황해 국경을 넘어오긴 했지만 다시 돌아가서 입대해 러시아군과 맞서 싸울 것”이라고 했다. 저명인사들도 저항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2014∼2019년 대통령에 재임한 후 반역 혐의로 해외에 있다가 지난달 귀국한 페트로 포로셴코 전 대통령은 25일 소총을 메고 미 CNN과 인터뷰를 했다. 2015년 미스 우크라이나였던 아나스타시야 렌나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총을 든 사진과 함께 “러시아군과 싸우기 위해 군대에 입대했다”고 밝혔다. 키예프 시의회 의원 야리나 아리에바(21)는 신랑(24)과 결혼식을 한 직후 국토방위군에 함께 입대했다.○ 러 작전 교란 위해 도로표지판 없애 우크라이나 도로청은 러시아군의 작전을 교란하기 위해 “도로표지판을 없애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도로청은 “러시아군은 지리를 잘 모른다. 그들이 지옥에 가도록 하자”며 지방정부 등에 표지판 제거에 동참해 달라고 촉구했다. 러시아 기갑부대의 진군을 늦추기 위해 자폭을 택한 우크라이나 장병도 주목받고 있다. 25일 우크라이나군은 해병대 공병인 비탈리 샤쿤 볼로디미로비치가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본토를 연결하는 다리 해체 작전에 투입됐다가 숨졌다고 밝혔다. 작전에 자원한 볼로디미로비치는 다리에 지뢰 설치를 완수했지만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시간이 부족하자 부대에 복귀가 어렵겠다고 연락한 뒤 자폭한 것으로 전해졌다.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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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 우리 모두 죽나요?” 방공호서 떠는 우크라 아이들

    우크라이나 전역에 러시아군의 공격이 이어지면서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보건부는 26일(현지 시간) 기준 민간인 198명이 숨지고 1115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발표했다. 사망자 중에는 어린이 3명도 포함됐다. 수도 키예프 등 주요 도시에서 어린이들은 지하 폭탄 대피소로 피신하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굳은 표정의 아이들이 마스크를 쓴 채 방공호 선반 위에 나란히 앉아 있는 사진을 24일 보도했다. 방공호에 있는 한 40대 여성은 “아이들이 겁에 질려 ‘엄마, 우리는 모두 죽나요?’라고 물어본다”고 전했다. 유치원, 보육원 등 어린이들이 머무는 시설도 공격을 받았다. 25일 키예프 보르젤 마을에서 어린이 51명이 있던 보육원에 포격이 가해져 어린이 3명이 중태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제2의 도시 하리코프의 한 유치원 놀이터에서는 폭발하지 않은 러시아군의 로켓이 발견됐다. 27일 오전 수도 키예프 북부 부차에서는 9층짜리 아파트가 러시아군의 공습을 받아 민간인 3명이 숨졌다. 전날 키예프 국제공항 인근에서도 러시아군에 의한 아파트 공습으로 최소 2명이 사망하고 6명이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는 민간인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거짓말이었다. 침공 초기부터 전기와 병원, 집 등 민간 시설을 고의로 타격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는 “민간인 공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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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 우리는 모두 죽나요?”…러, 우크라 침공에 민간인 피해 속출

    우크라이나 전역에 러시아군의 공습과 포격이 이어지면서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고 잇다. 우크라이나 보건부는 26일(현지 시간) 기준 민간인 198명이 숨지고 1115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발표했다. 사망자 중에는 어린이 3명도 포함됐다. 방공호로 대피한 아이들은 부모에게 “우리 모두 죽는 것이냐”고 묻는 등 극도의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27일 우크라이나 당국은 지난 24시간 동안 키예프에서만 민간인 6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이날 오전 수도 키예프 북부 부차에서는 9층짜리 아파트가 러시아군의 공습을 받아 민간인 3명이 숨졌다. 전날 키예프 제2공항 줄랴니 국제공항 인근 솔로미얀스키 지역에서도 러시아군에 의한 아파트 공습으로 최소 2명이 사망하고 6명이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치원, 보육원 등 어린이들이 머무는 시설도 공격을 받았다. 25일 키예프 보르젤 마을에 어린이 51명이 있던 보육원에 포격이 가해져 어린이 3명이 중태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유치원과 보육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은 전쟁범죄”라고 비판했다. 공습을 피한 사람들이 모인 키예프의 지하 방공호도 상황도 열악하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수백 명의 사람들은 잘 곳도 없이 오직 의자와 조금의 물만 가진 채 방공호에 모여 있었다. 방공호에 있는 한 40대 여성은 “두려움에 빠진 아이들이 ‘엄마, 우리는 모두 죽나요?’라고 물어본다”고 전했다. 이날 폴란드 국경에는 우크라이나 피난민 수만 명이 몰렸다.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24일 새벽에 출발해 52시간이 걸려 폴란드 코르쵸바 국경검문소를 통과한 교민 김도순 씨(58·무역업)는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굉음과 폭탄, 총소리가 들리자 나를 포함한 가족 모두 패닉 상태가 됐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는 민간인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거짓말이었다. 침공 초기부터 전기와 병원, 집 등 민간 시설을 고의로 타격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는 “민간인 공격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거듭 부인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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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랜Z 시작” 돈바스 반군 발표 직후… ‘Z’표시 러 탱크들 침공[글로벌 포커스]

    “신(新)러시아연방(노보로시야)을 위한 ‘플랜Z’가 시작됐다.” 24일(현지 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뤄지기 직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내 친러 반군이 세운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측이 밝힌 말이다.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영토 진입은 DPR와 LPR가 러시아와의 연방을 구성하기 위해 불가피한 수순이라는 의미다. 당시 돈바스 지역에는 부대 휘장 없이 하얀색 페인트로 ‘Z’를 표시한 러시아군 탱크와 군용차량이 대거 발견됐다. 정확한 의미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서구 언론은 러시아군이 아군을 구별하는 표시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Z가 있으면 러시아군, 없으면 적군이라는 의미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부터 옛 소련이 속한 연합군이 아군을 겨냥한 발포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사용한 방법으로 알려졌다. 앞서 21일에도 DPR와 LPR는 러시아에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한 것을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또한 즉각 이곳에 군대를 파견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계 주민의 보호 요청을 받아들여 군대를 보냈을 뿐이므로 이번 사태는 ‘타국 침공’이 아니며 우크라이나에 진입한 러시아군 또한 ‘평화유지군’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우크라이나 침공의 시작과 끝에 모두 돈바스가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돈바스는 왜 이렇게 러시아와 밀착하려 할까.○ 제정 러시아 시절부터 러시아화 진행돈바스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를 일컫는다. 일대를 관통하는 도네츠강의 분지 지형 명칭에서 유래했다. 이 분지에서 석탄, 철강 등 풍부한 원자재가 생산된다. 인구는 620만 명, 면적은 5만3200km²로 각각 우크라이나 전체의 약 14.3%, 8.0%에 불과하다. 특히 DPR와 LPR는 돈바스 내에서도 3분의 1 정도만 점유하고 있다. 즉 면적만으로 보면 한국의 6배에 달하는 60만 km²가 넘는 넓은 영토를 보유한 우크라이나에서 돈바스의 비중은 그야말로 미미하다. 이곳이 유럽의 화약고가 된 이유는 우크라이나 내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은 러시아어 화자 및 러시아계 주민 비율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체의 러시아계 주민 비율은 17.3%다. 마지막 공식 자료인 2001년 우크라이나 인구조사에 따르면 돈바스 주민의 약 38.6%가 러시아계로 우크라이나 전체 비율보다 2배 이상 높다. 또 전체 주민의 약 70%는 러시아어를 모국어로 사용한다. 즉 러시아계가 아닌 수많은 우크라이나인조차 제1언어로는 러시아어를 쓸 정도로 러시아화가 진행됐다. 돈바스에 러시아계 주민이 많은 이유는 이곳이 19세기 제정 러시아의 석탄 생산 중심지였기 때문이다. 당시 러시아인의 1차 이주가 이뤄졌고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옛 소련 또한 노동자를 대대적으로 이주시켰다. 한때 돈바스는 소련 내 철강용 석탄의 절반을 생산할 정도로 위세를 떨쳤다. 독립 직후에도 돈바스 광산업은 한때 우크라이나 전체 수출의 25%를 담당했다. 그러나 2014년 내전 발발 후 공장이 폐쇄되고 사람들 또한 떠나면서 경제가 극도로 피폐해졌다. 소련은 우크라이나어와 역사 교육을 전면 금지하는 등 강력한 민족 말살 정책을 폈다. 이로 인해 가뜩이나 러시아계 주민이 많은 돈바스에서는 우크라이나어 화자가 사실상 사라졌다. 이런 현상은 1991년 우크라이나가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03년 키예프국제학연구소(KIIS)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서부로 갈수록 러시아어 화자가 드물고 동부로 갈수록 러시아어 화자가 대폭 증가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서부는 러시아어 화자가 5.0%에 불과하고 수도 키예프를 포함한 중부에서도 25.6%에 그친다. 돈바스가 포함된 동부에서는 92.7%가 러시아어를 쓴다.○ 야누코비치 축출 후 러시아계 주민 불만 고조돈바스의 친러 세력은 우크라이나의 독립 직전인 1990년에도 독립을 반대하는 ‘인터프런트 운동’을 벌였다. 1994, 2004년에도 자치권을 요구하며 결집했지만 당시에는 뜻을 이루지 못했다. 걸핏하면 중앙정부와 대립하던 이들이 결정적으로 러시아에 쏠린 계기로 역시 돈바스 태생이며 집권 내내 친러 정책을 편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72)의 축출이 꼽힌다. 도네츠크주 예나키예베에서 태어난 야누코비치는 소련 붕괴 후 도네츠크 주지사를 지냈고 2010년 집권했다. 고질적 경제난으로 2013년 11월 우크라이나의 외환 위기가 가중됐을 때 우크라이나는 유럽연합(EU)으로부터 약 200억 달러의 경제 지원을 받는 대신 강도 높은 개혁을 실시하겠다는 협정 서명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러시아 모스크바를 찾아 푸틴 대통령과 만난 야누코비치가 돌연 ‘EU와의 협정을 파기하겠다’고 선언했다. 분노한 국민은 키예프의 마이단 네잘레주노스티(독립 광장이라는 뜻)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장소 이름을 따 ‘유로마이단’으로 불린 이 시위로 2014년 2월 야누코비치 정권이 무너졌다. 야누코비치 또한 러시아로 도피했고 의회는 러시아어의 제2공용어 지위를 박탈했다. 분노한 러시아는 한 달 후 러시아계 주민 비율이 60%인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다. 이번 사태에서 DPR, LPR가 취한 행동과 마찬가지로 당시 크림반도의 친러 세력 또한 러시아에 군사 지원을 요청했다. 2014년 3월 16일 러시아와의 합병을 묻는 주민투표가 실시됐고 97%가 찬성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를 근거로 아직까지도 “크림반도 합병은 국제법 위반이 아니며 주민 의견을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크림반도 합병 후 돈바스 내 친러 세력 역시 덩달아 분리 독립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2014년 4월 DPR와 LPR를 세웠고 주민투표 또한 실시했다. 두 곳 모두에서 약 90%가 “독립을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후 러시아는 반군에게 대규모 병력과 무기 등을 노골적으로 지원하며 중앙정부와의 전쟁을 부추겼다. 2014년 7월 친러 반군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가던 말레이시아항공 소속 민항기를 적의 군용기로 오인해 격추했다. 탑승자 298명 전원이 숨졌다. 당시 서방 정보당국은 격추에 러시아제 ‘부크’ 미사일이 쓰였으며 반군 지도자가 러시아군 고위 간부와 격추 사실을 논의하는 통화 내역까지 입수했지만 반군 측은 책임을 부인했다. 우크라이나, 반군, 러시아, 독일은 2014년 9월 이웃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1차 휴전 협정을 맺었다. 교전이 끊이지 않아 2015년 3월 2차 민스크 협정이 체결됐다. 이후에도 양측은 내내 대립했다. 이번 침공까지 8년간 약 1만5000명이 숨졌고 2000건의 휴전 위반 사례가 발생했다.○ 러, 돈바스 주민에게 여권 발급·공무원 급여 지급DPR와 LPR는 설립 후 사실상 러시아 지방정부처럼 행동했고 러시아 또한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화폐 흐리우냐를 포기하고 러시아 루블을 공식 통화로 채택했고 학교에서도 러시아어와 러시아 교과 과정만 가르친다. 지난해 DPR는 아예 6월 12일을 국경일로 지정했다. 이날은 러시아가 소련으로부터 새롭게 설립된 날을 기념하는 러시아의 국경일이다. 2016년 로이터통신은 러시아가 DPR 공무원의 급여 및 연금을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정부가 2014년 이후 이 지역 공무원에 대한 급여 지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국제위기감시기구(ICG)는 러시아가 연 10억 달러(1조2000억 원)를 지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2019년 4월 푸틴 대통령은 돈바스 주민의 러시아 시민권 획득을 촉진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이후 80만 명이 러시아 여권을 받았다. 타국 국민에게 여권을 발급하는 것이 노골적인 주권 침해 행위임을 알면서도 감행한 것이다. 이 같은 ‘여권 정책(passportization)’은 우크라이나인의 대규모 러시아 귀화를 통해 합병을 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러시아 정치인 또한 종종 돈바스를 찾아 ‘러시아와 돈바스는 하나’라는 식으로 연설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반박하면 “러시아 국적자가 많으니 이곳에서 유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푸틴 대통령 또한 러시아와 돈바스 상품 수출입 규제 철폐를 명령했다. 2017년부터 우크라이나 중앙정부가 돈바스와의 교역을 중단하며 경제 봉쇄를 한 것에 대한 보상으로 해석된다. DPR와 LPR는 즉각 “러시아와의 통합을 향한 중요한 걸음”이라고 환영했다.○ 크림반도 때처럼 주민투표 후 병합 수순?전문가들은 러시아가 DPR와 LPR를 독립 국가로 승인한 것을 두고 노골적인 합병 의지를 드러냈다고 보고 있다. 그간 지원은 하되 공식적으로는 인정하지 않는 시늉이라도 했지만 이제 독립 국가로 승인한 만큼 노골적인 지원 및 합병 여론 조성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이에 크림반도 합병 때와 마찬가지로 돈바스 또한 주민투표를 거쳐 러시아에 편입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러시아가 크림반도 합병 때도 겉으로는 ‘주민투표라는 민주적 절차를 거쳤다. 강제 병합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듯 같은 행동을 취할 것이란 의미다. 침공 하루 만에 수도까지 함락 위기에 놓일 정도로 허약한 우크라이나의 실정을 감안할 때 돈바스를 내주지 않으면 러시아가 군대를 철수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투표 결과 또한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미 워싱턴포스트(WP) 조사에 따르면 돈바스 내 친러 반군 점령지의 주민 80%가 러시아와의 합병을 지지했다. ‘우크라이나 복귀’ 응답은 12%에 불과했다. 강윤희 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는 “러시아의 침공 전에는 돈바스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서 일종의 완충지대 역할을 했지만 이번 침공으로 러시아가 완전히 돈바스를 차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민스크 협정 이후처럼 정부군과 반군이 공존하던 시기는 끝났고 두 번 다시 돈바스가 우크라이나에 편입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졌다는 의미다. 문제는 돈바스의 약 3분의 2는 친러 세력이 점령하고 있는 곳이 아니며 280만 명의 주민 또한 러시아계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대표적 지역이 도네츠크 2대 도시이자 남부의 군사 요충지인 마리우폴이다. 이들 또한 원하지도 않는 러시아 국민이 되는 길을 반길 리 없어 러시아로의 합병이 진행되면 거세게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WP 조사에서 친러 반군 점령지 이외 지역에 있는 돈바스 주민의 70%는 우크라이나 복귀를 희망했다. DPR와 LPR가 주민의 자유로운 이동을 금지하고 반대파를 탄압하는 소련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식 공포 통치를 펼쳤다는 점도 비러시아계 주민의 반발을 사고 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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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쾅쾅’ 새벽 폭발음… “전쟁 났다” 탈출행렬에 도로 수십km 마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24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는 겁에 질린 시민들의 ‘대탈출(엑소더스)’이 벌어졌다. 키예프에서 서부 중심 도시인 리비프로 향하는 도로에 차량들이 한꺼번에 밀려들어 옴짝달싹 못하는 행렬이 수십 km 이어졌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키예프 외곽에 거주하는 교민 장모 씨(44)는 이날 오전 5시 반경 두 차례 큰 폭발음을 듣고 잠에서 깼다. 장 씨는 본보 기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폭발음을 들으니 정말 대피해야 할 것 같아서 필요한 서류를 준비했다”며 “시내에 차량이 많다는 소식에 지금은 집 밖으로 못 나가고 있는데 교통 정체가 풀리는 대로 바로 서부로 이동할 계획”이라고 했다. 키예프에 살고 있는 김병범 선교사도 “사람들이 ‘이제는 진짜 전쟁이 났구나’라고 말한다. 너도나도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우크라이나 서부 접경에 있는 폴란드 국경검문소는 아침부터 대피하는 차량 행렬로 붐볐다. 이날 키예프에는 이른 아침부터 공습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개인 차량으로 피란을 가지 못하는 시민들이 아침부터 시외버스 정류장에 몰려들었고, 지하철역에도 여행가방을 끌고 이동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미국 CNN은 “공습 사이렌을 들은 사람들은 최대한 빠르게 러시아의 반대편인 서쪽으로 향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의 포격을 받은 키예프나 공습경보가 울린 리비프 등 주요 도시 시민들은 도시 밖으로 대피하는 게 여의치 않자 임시 방공호 역할을 하는 지하철역으로 모여들었다. 하리코프, 오데사 등의 주유소와 은행 앞에는 장거리 이동에 대비해 연료와 현금을 확보하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지어 있었다. 시민들이 몰려와 마트에서 사재기를 하려 하자 경비원이 한 명씩 줄을 세워 입장시키기도 했다. 현지 교민들에 따르면 이날 은행에선 현금 인출이 되지 않고, 마트에서 카드 결제가 되지 않는 등 혼란도 발생했다. 이날 오전 6시경 푸틴 대통령의 군사작전 개시 연설 직후 키예프의 한 호텔에서 생방송으로 소식을 전하던 CNN 특파원은 갑작스러운 폭발음을 듣고 ‘PRESS(기자)’라고 적힌 방탄조끼를 황급히 꺼내 입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여자 유도 스타 다리야 빌로디드(21)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오늘 난 키예프에서 폭발 소리를 들으며 새벽 6시에 눈을 떴다. 매우 불안하다”며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왜 무고한 사람들의 삶을 짓밟는가. 전쟁을 중단하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하루 동안 두 차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관은 “교민들과 비상 연락망을 갖춰 안전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우크라이나에 남은 우리 교민은 64명이다. 이 중 36명이 철수 의사를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폴란드나 루마니아 등 인접국으로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23일 열린 유엔 총회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시 최대 500만 명 규모의 피란민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근 유럽 국가들은 대규모 피란민 유입에 대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인 150만 명이 거주하는 폴란드는 “최대 100만 명의 난민 수용을 위한 조치를 취해 왔다”고 밝혔다. 접경 국가인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헝가리 역시 우크라이나 피란민 수용에 긍정적인 의사를 보였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염정원 기자 garden9335@donga.com}

    • 2022-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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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진짜 전쟁”…새벽 폭발음, 공습경보에 우크라 도시마다 공포, 혼란

    “사람들이 ‘이제는 진짜 전쟁이 났구나’라고 말합니다. 너도나도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고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적 침공을 지시한 24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거주하는 김병범 선교사는 아침부터 들려온 폭발음에 크게 놀랐다고 했다. 김 선교사는 서부 지역으로 대피하기 위해 집을 나섰지만 키예프 외각으로 나가려는 차량들로 도로가 이미 가득 차있었다고 전했다. 주유소와 은행 앞에는 장거리 이동에 대비해 연료와 비상금을 확보하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지어 있었다.● 대피 차량 행렬로 도로 가득 차이날 키예프에는 이른 아침부터 공습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키예프를 떠나려는 시민들이 아침부터 시외버스 정류장에 몰려들었고, 지하철역에도 여행가방을 끌고 이동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미국 CNN은 “공습 사이렌을 들은 사람들은 최대한 빠르게 러시아와 반대편에 있는 서쪽으로 향했다”고 전했다. 키예프 외각에 거주 중인 교민 장모 씨(44)는 이날 오전 5시 반경 두 차례 커다란 폭발음을 듣고 잠에서 깼다. 교민들은 서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안전을 확인했다. 장 씨는 본보 기자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폭발음을 들으니 정말 대피해야 할 것 같아서 필요한 서류를 준비했다”며 “시내에 차량이 많다는 소식에 지금은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데 교통 정체가 해소되는 대로 바로 서부로 이동할 계획”이라고 했다. 러시아군의 폭격을 받은 키예프나 리비우 등 주요 도시 시민들은 도시 밖으로 대피하는 게 여의치 않자 임시 방공호 역할을 하는 지하철역으로 모여 들었다. 하리코프, 오데사 등에서는 주민들이 마트와 은행으로 몰렸다. 시민들이 몰려와 마트에서 사재기를 하려 하자 경비원이 한 명 씩 줄을 세워 입장시키기도 했다. 현지 교민들에 따르면 이날 은행에선 현금 인출이 되지 않고, 마트에서 카드 결제가 되지 않는 등 혼란도 발생했다. 키예프와 제2도시 하르키우 등 일부 도시에서는 휴교령이 내려졌다. 이날 오전 6시경 푸틴 대통령의 군사작전 개시 연설 직후 키예프의 한 호텔에서 생방송으로 소식을 전하던 CNN 특파원은 갑작스런 폭발음을 듣고 ‘PRESS(기자)’라고 적힌 방탄조끼를 황급히 꺼내 입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여자 유도 스타 다리아 빌로디드(21)도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오늘 난 키예프에서 폭발 소리를 들으며 새벽 6시에 눈을 떴다. 매우 불안하다“며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왜 무고한 사람들의 삶을 짓밟는가. 전쟁을 중단하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하루 동안 두 차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주 우크라이나 한국 대사관은 “교민들과 비상 연락망 시스템을 갖춰 안전을 확인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현재 우크라이나에 남은 우리 교민은 64명이다. 이중 36명이 철수 의사를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지 상황이 유동적”이라면서 “폴란드나 루마니아 등 인접국으로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면서 이동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500만 난민 유입 대비하는 유럽이날 우크라이나 서부 접경에 있는 폴란드 국경검문소 역시 아침부터 대피하는 차량 행렬로 붐볐다.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23일 열린 유엔 총회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시 최대 500만명 규모 피란민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근 유럽 국가들은 추후 대규모 피란민 유입에 대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인 150만 명이 거주하는 폴란드는 “최대 100만 명의 난민 수용을 위한 조치를 취해왔다”며 적극적인 피란민 수용 의사를 밝혔다. 접경 국가인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헝가리 역시 우크라이나 피란민 수용에 긍정적인 의사를 보였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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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싱크탱크 “한국인 71% 자체 핵 개발 찬성”

    한국인 10명 중 7명이 자체 핵무기 개발을 지지한다는 미국 싱크탱크의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인들은 10년 뒤 가장 위협적인 나라로 중국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응답자의 82%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미국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1∼4일 18세 이상 한국인 1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으며 21일 이 같은 결과를 공개했다. 설문 결과 한국의 자체 핵무기 개발에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1%가 찬성했다. 반대는 26%에 그쳤다. 핵무기 보유에 찬성하는 이유로는 ‘북한 이외 위협으로부터 방어’(39%)가 가장 많았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 제고’(26%)와 ‘북한의 위협 대응’(23%)이 뒤를 이었다. 미국의 핵무기를 한국에 배치하는 것에 대해선 56%가 찬성했다. 그러나 자체 핵무기 개발과 미국 핵무기의 한국 배치 중 선택하라는 질문에는 ‘자체 개발’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67%로 ‘미국 핵무기 배치’(9%)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응답자의 24%는 한국 내 핵무기 배치 자체에 반대했다. 현재 한국의 안보에 가장 위협적인 국가로는 북한(46%)이 꼽혔으며 중국(33%), 일본(10%), 미국(9%)이 뒤따랐다. 반면 10년 후 가장 위협적인 국가로는 응답자의 56%가 중국을 꼽았고 북한이라고 한 응답자는 22%였다. 북한의 핵 포기에 대해선 응답자의 82%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북한과 충돌 시 미국이 한국을 방어할 것이라고 확신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가 61%, ‘그렇지 않다’가 36%로 나타났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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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바스 반군, 러서 무기 받아 우크라군과 8년 교전

    돈바스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인구 410만 명)와 루간스크주(인구 210만 명)를 일컫는다. 19세기 말부터 석탄업이 발달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옛 소련이 러시아 노동자를 이곳에 파견하면서 친러 성향이 강해졌다. 주민 중 약 70%는 우크라이나어가 아닌 러시아어를 모어(母語)로 쓰고, 약 40%는 인종적으로도 러시아계다. 2014년 러시아가 역시 러시아계 주민이 대다수인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하자 돈바스 내 친러 세력 역시 분리 독립을 주장하며 각각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을 세웠다. 국제사회는 인정하지 않았으나 러시아는 이들에게 무기와 자금을 지원하며 분리 독립을 부추겼다. 정부군과 친러 반군은 2015년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휴전협정을 체결했지만 이후에도 교전을 계속해 현재까지 8년간 약 1만5000명이 숨졌다. ‘DPR와 LPR의 요구에 따라 군사 지원에 나선다’고 주장하는 러시아의 모습이 크림반도 병합 때와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크림반도 주민들이 러시아와의 합병 투표에서 97%의 압도적 찬성을 보내자 러시아는 이를 구실 삼아 즉각 합병에 나섰다. 러시아가 돈바스에서도 주민투표를 근거로 DPR와 LPR를 합병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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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 독립 승인’ 돈바스 어떤 곳?…주민 70% 러시아어 사용

    돈바스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인구 410만 명)와 루간스크주(인구 210만 명)를 일컫는다. 이 일대를 관통하는 도네츠강 주변의 분지 지형에서 유래한 단어다. 19세기 말부터 석탄 산업이 발달했고 옛 소련 시절에는 도네츠크의 석탄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등 옛 소련 내 주요 도시에 공급됐다. 주민 중 약 70%는 우크라이나어가 아닌 러시아어를 모어(母語)로 쓴다. 주민 중 약 40%는 인종적으로도 러시아계여서 친러 성향이 유달리 강하다. 2014년 러시아가 역시 러시아계 주민이 대다수인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하자 돈바스 내 친러 세력 역시 분리 독립을 주장하며 각각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NR)과 ‘루간스크 인민공화국’(LNR)을 세웠다. 국제사회는 인정하지 않았으나 러시아는 이들에게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교전할 무기와 자금을 지원했다. 정부군과 친러 반군 세력은 2015년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휴전 협정을 체결했지만 이후에도 교전을 계속해 현재까지 8년간 약 1만5000명이 숨졌다. 푸틴 대통령이 독립을 승인해달라는 DPR, LPR 요구에 파병을 결정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 2014년 크림반도 강제 병합 때와 비슷하다는 점도 주목된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크림공화국 자치정부가 독립을 결의하자 군을 파병했고, 이후 크림공화국 의회 주민투표에서 분리독립 찬성률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다며 독립국 지위를 승인했다. 이 때문에 돈바스에서도 주민투표를 근거로 DNR과 LNR의 러시아 합병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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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영토 침입 우크라軍 5명 사살”… 침공 시나리오 현실화 촉각

    러시아가 21일(현지 시간) 자국 영토인 로스토프에 침입한 우크라이나군 정찰대원 5명을 사살하고 우크라이나군 장갑차 2대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는 “러시아군이 대전차 무기로 보병전투장갑차를 공격했다”고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실이라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군 간 첫 번째 직접적인 충돌이라면서도 러시아가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관련 사실을 즉각 부인했다. 러시아는 자국 영토가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친러시아 반군세력이 일부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침공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예정에 없던 비상 안전보장회의를 소집했다. 미국 등 서방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제시했던 ‘도발 조작→최고위급 비상회의→침공’으로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침공 3단계 시나리오가 현실화된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러시아 침공이 임박했다는 각종 기밀첩보를 쏟아내며 “러시아가 곧(very soon) 우크라이나에 대한 총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백악관)고 밝혔다.○ 푸틴, 예정 없던 안보회의 열어 연설스푸트니크는 이날 “우크라이나군이 돈바스 지역 점령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국경 방향으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는 친러 반군세력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의 주장을 보도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역시 “21일 오전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날아온 미확인 발사체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150m 떨어진 로스토프 지역의 러시아 연방보안국 국경수비대 근무지를 완전히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군은 “국경 검문소 포격은 가짜 뉴스다. 어떤 공격 작전도 수행하지 않고 있다”며 즉각 반박했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비상 러시아 안전보장위원회 회의를 소집해 연설을 하기로 했다”며 “정례 회의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는 블링컨 장관이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제시한 침공 시나리오와 비슷하다.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는 러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나 공격을 조작한 뒤 최고위급 비상회의를 소집할 것이고 자국 시민 보호를 명분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 것”이라고 했다.○ 전쟁 임박 첩보 실시간 쏟아낸 美바이든 행정부는 20일 최소 4건의 기밀첩보를 공개하며 러시아의 침공 임박을 기정사실화했다. 미 CBS방송은 미 정보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침략을 진행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며 “이에 따라 러시아군 사령관들은 전장에서 어떻게 작전을 펼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CNN은 이어 이날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러시아가 주력 전투부대 전력의 75%를 이미 우크라이나 국경에 배치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러시아는 현재 120개 대대전술단(BTG)이 우크라이나 국경 60km 이내에 배치돼 있으며 35개 방공대대와 50대의 중대형 폭격기 및 500대의 전투기가 우크라이나를 타격할 수 있는 거리 내에 배치돼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수도 키예프 외에 우크라이나 북동부에 있는 제2의 도시 하리코프, 남부 최대 항구 도시인 오데사, 남부 드네프르강 하구 항구 도시 헤르손 등을 표적으로 삼을 것이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첩보를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시 우크라이나에 망명 중인 반체제 인사와 언론인, 소수민족 및 종교 지도자 등에 대한 살해 및 구금 계획을 담은 이른바 살생부를 갖고 있다는 ‘신뢰할 만한 정보’를 바이든 행정부가 입수해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에게 전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보회의(NSC)를 소집한 뒤 델라웨어 자택으로 이동하려던 일정을 취소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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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르단 국왕-무바라크 두 아들… 스위스 은행에 비밀계좌

    스위스 대형 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에 비밀 계좌를 튼 고객 3만7000여 명의 명단이 내부고발자 폭로로 드러났다. 베네수엘라, 이집트, 우크라이나 등 세계 90여 개국의 독재자 일가, 부패 정치인, 마약 카르텔 간부, 인신매매범, 전범이 포함됐다. 폭로된 계좌의 총 운용액은 1000억 달러(약 120조 원)에 달했다.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 미국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해 세계 48개 매체가 참여한 ‘조직범죄·부패 보도 프로젝트(OCCRP)’는 20일(현지 시간) CS 비밀 계좌 1만8000여 건의 분석 결과를 보도했다. 이 계좌들은 1940년대부터 2010년대에 걸쳐 개설됐고 이 중 3분의 2 이상은 2000년대 만들어졌다. 폐쇄된 계좌도 있지만 다수는 아직도 운영 중이다. 현직 국가수반으로는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이 7개 계좌에 5억4572만 달러(약 6494억 원)를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미국과 영국 등지에 호화 주택을 구매하는 데 약 1억600만 달러(약 1260억 원)를 쓰면서 조세 회피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집트 ‘30년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2020년 사망)의 두 아들로 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알라와 가말은 부친 재임 중인 2003년 1억9600만 달러(약 2346억 원) 규모의 계좌를 열었다. 당시 고문과 인권 유린으로 악명 높던 우마르 술라이만(2012년 사망) 전 정보국장도 2007년 2600만 파운드(약 423억 원) 상당 계좌를 만들었다. 1997∼1998년 우크라이나 총리를 지내다 돈세탁 혐의로 유죄를 받은 파블로 라자렌코도 퇴진 직후 최소 800만 스위스프랑(약 100억 원)을 예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21년 재임 동안 필리핀 민주주의의 암흑을 연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를 대신해 돈세탁을 도운 측근 헬렌 리빌라의 계좌도 발견됐다. 약 100억 달러(약 12조 원)를 횡령한 것으로 알려진 마르코스와 부인 이멜다는 이미 가짜 이름으로 CS에 계좌를 만들었다 적발됐다. 내부고발자로부터 최초로 명단을 입수한 쥐트도이체차이퉁은 CS가 고객의 불법적, 부적합 행위를 알고도 계좌를 개설하거나 유지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CS는 네르비스 비야로보스 베네수엘라 전 에너지부 차관이 2008년 국영 석유기업 부패 스캔들에 연루됐다는 외부 보고서를 확보하고도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계좌에 약 1000만 달러(약 120억 원)를 예치한 것으로 전해진다. CS 측은 “사실과 다르다. 이번 명단의 약 90%는 이미 폐쇄된 계좌”라며 “문제를 계속 분석해 필요하면 추가 조처를 하겠다”고 반박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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