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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는 대선 당일인 지난해 12월 1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부인 김미경 서울대 의대 교수, 딸 설희 씨와 함께 출국했다. 이후 샌프란시스코 공항 입국장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정치 활동을 계속한다”고 한 뒤 80일 가까이 공식 일정 없이 휴식을 취하면서 간간이 지인들을 만났다. 안 전 교수 주변 인사들에 따르면 안 전 교수는 숙소 근처 스탠퍼드대 도서관을 다니면서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으며 대선 과정을 복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23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직후 캠프 국민소통자문단과 점심 식사를 하면서 “새로운 정치를 하려면 왜 실패했는지 알아야 한다”고 한 것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캠프의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무소속 송호창 의원은 1월 12∼15일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해 안 전 후보를 만났다. 송 의원은 “위로차 만났을 뿐이다. 구체적인 정치 행보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2월 초 캠프의 상황실장을 지낸 금태섭 변호사와의 만남에선 대선 과정을 돌이켜보면서 신당 창당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 변호사는 당시 만남에 대해 “무엇보다도 전체적인 준비가 부족했다고 돌이켜봤고, 지지해 주신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을 나눴다”고 소개한 바 있다. 캠프 바깥 사람들과도 e메일, 전화를 주고받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향후 정치 행보를 조율했다고 한다. 안 전 캠프 관계자는 3일 “안 전 교수가 미국으로 떠나기 전 ‘정치가 의미 있는 길일 수도 있겠다’고 하더라”며 “아마도 미국에서 ‘새로운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고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단지 국회의원 300명 중 한 명으로서의 삶을 살기 위해 이번 결정(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출마)을 내린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난해 대선 때 민주통합당과의 대선후보 단일화를 반대하면서 “끝까지 가야 한다”고 주장한 일부 인사들과는 교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안 전 교수가 후보직 사퇴를 발표했을 때 “정치 쇄신은 실종되고 오로지 정권 교체만을 향한 길을 선택했다. 문재인-안철수 연대에 동참할 수 없다”며 안 전 교수를 비판한 조용경 전 캠프 국민소통자문단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그간) 연락이 없었다. 귀국이나 보궐선거 출마 문제를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에서 함께 머물던 안 전 교수의 부인 김 교수는 지난주 귀국해 새 학기 개강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정부조직법 개정안 국회 처리 지연에 따른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여야는 3일 저녁 긴박하게 움직였다. 이날 오전 원내대표·수석부대표 협상과 오후 원내수석부대표 회담만 해도 ‘강대강(强對强)’의 대결을 이어갔지만 밤에 진행된 3차 수석부대표 회동부터는 협상문 초안 마련에 나서면서 타결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마저 나왔다.○ 3차 회동부터 기류 급변 이날 오후 8시 반경 민주통합당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가 국회 본관 2층에 있는 새누리당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를 찾으면서 협상 분위기가 급격하게 바뀌었다. 오후 8시 50분경 양 수석부대표는 회동을 마친 뒤 타협안 내용을 가지고 각 당 원내대표실로 가서 원내대표들과 최종 협의에 들어갔다.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에서는 이한구 원내대표와 김 수석부대표가 늦은 저녁식사를 하면서 수석부대표 회동 결과를 조율한 뒤 조정안 협상문 초안 작성에 들어갔다. 오후 9시 10분경 우 수석부대표가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잠깐 밖으로 나와 “될 듯 말 듯하니 답답하다”고 말한 뒤 다시 들어갔다. 오후 9시 15분경 김 수석부대표 측에서는 기자들에게 ‘곧 조정안에 타협할 것 같다’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곧 타결될 것처럼 보였던 합의안은 이후 40여 분 동안 공전을 거듭했다. 그러다 오후 10시 5분경 이정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새누리당 원내대표실로 들어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국회에서는 협상문 초안이 마무리돼 이를 검토하려고 청와대에서 온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았다. 이 정무수석은 오후 10시 45분경 대기하던 기자들에게 “야당 측에 사정하러 왔다”고 말한 뒤 국회를 빠져나갔다. 이후 오후 11시까지 여야는 국회의사당 2층, 30여 m 떨어진 각 원내대표실을 오가며 협상문 초안의 최종 문구 수정을 계속했다. 막판까지 여야의 쟁점이 됐던 것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소관 업무에 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은 SO의 인허가권은 방송통신위원회에 존치하되, 관련 법률 제정·개정권은 미래창조과학부로 옮기자고 주장한 반면, 민주당은 둘 다 방통위에 그대로 존치시켜야 한다고 맞섰다. 하지만 결국 이 문제에서 여야는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오후 11시 15분경 새누리당 이 원내대표와 김 수석부대표가 국회를 떠나면서 협상은 최종 결렬됐다. ○ 박 대통령, 협상타결 호소 특히 새누리당이 이날 막판에 적극적인 협상 태도를 보인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강한 뜻이 전달됐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정치권의 조속한 협상타결을 호소했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이 이틀 전의 호소문 발표에 이어 이날 “야당에서 미래창조과학부가 방송진흥정책을 담당하는 것이 방송장악이라고 주장하며 유료방송정책을 통신정책과 분리해 방송통신위원회가 담당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혀 실정에 맞지 않다”고 반박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호소는 정치권에 대한 압박으로 해석되면서 여야 협상을 하기도 전에 기자회견을 한 것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타결이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나왔다.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는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여야가 협상 중인데 청와대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고춧가루와 소금을 뿌리고 있다”고 황당해했다. 실제 이날 오전과 오후 협상은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회동 시작부터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가 방송 장악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방송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자 새누리당 이 원내대표는 “방송 인허가권을 미래부에 준다고 무조건 방송이 장악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맞받았다. 다만 이날 야당이 요구하고 있는 방송의 공정성 확보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박 원내대표는 1시간 15분가량 진행된 회동 직후 원내대책회의에서 “새 정부의 몽니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결심을 했다”며 미래부 신설을 제외한 나머지 정부조직법 개정안 일체를 우선 처리하자고 ‘역제안’하면서 상황은 더 꼬였다. 새누리당 이철우 원내대변인은 즉각 브리핑을 통해 “미래부가 핵심인데 핵심을 빼놓고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오후 1시 반 국회 본관 2층에 있는 새누리당 김 원내수석부대표실에서 열린 민주당 우 원내수석부대표와의 여야 실무협상도 별다른 의견 접근을 이루지 못하고 30분 만에 결렬됐다. 민주당은 회동 불발에 대한 청와대의 유감 표명 및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방침에 대해서도 발끈했다. 윤관석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야당은 청와대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비서실이나 부속실, 정치적 2중대가 아니다”고 성토했다. 민현주 새누리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조건 없는 만남을 통해 정부조직법의 조속한 처리를 희망했으나 회동이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성호·이남희·홍수영 기자 sungho@donga.com}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3일 4·24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전격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23일 대선후보직을 사퇴한 지 100일 만이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부터 ‘안철수 바람’이 정치권의 주요 변수로 등장하게 됐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맞는 선거이자 서울이란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와 여당은 필사적으로 나설 개연성이 크다. ○ 정치권이 열어 준 ‘틈’ 정치권에선 ‘기성 정치권’이 안 전 교수의 재등판을 불렀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1주일이 지났음에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조차 처리하지 못하는 ‘정치력 부재’ ‘불통’ 이미지를 고착화시키고 있다. 여권에선 안철수 바람이 거세게 강타할 경우 박근혜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는 주목받지 못할 수 있고, 정국의 축이 안 전 교수를 중심으로 돌아갈 개연성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대선 패배 이후 여전히 지리멸렬한 상황을 반복하고 있는 민주통합당이 안 전 교수에게 활로를 열어 줬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은 올 초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해 혼란에 빠진 당을 수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대선 패배 책임론 등을 둘러싼 계파 갈등을 전혀 봉합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5월 4일 새 지도부 선출을 앞두고 당내 친노(친노무현) 주류와 비주류 사이에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데다 안 전 교수와의 연대, 협력 수위를 놓고도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후보를 내겠다는 방침을 밝혀 온 상황에서 안 전 교수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기도, 거리를 두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에 놓일 개연성이 높다. 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대선 패배 이후 정비를 잘해서 수권정당, 대안정당의 모습을 보여 줬다면 안 전 교수가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교수 측 인사들은 안 전 교수의 직접 출마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고 한다. 4년 뒤 대선을 차분히 준비한다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신중론과 계속 정치를 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본격적인 행보를 하는 게 좋다는 조기 대응론이 맞섰다는 것. 안 전 교수 측에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무리 빨라도 10월 재·보선에 출마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가 나왔었다. 그러나 서울 노원병을 지역구로 둔 진보정의당 노회찬 공동대표가 2월 14일 옛 국가안전기획부의 X파일 사건으로 의원직을 상실하자 안 전 교수가 등판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교수의 한 측근은 안 전 교수에게 e메일을 보내 “노원병에 출마하고 싶다”고 했지만 안 전 교수는 “송 의원 등과 상의해 보라”는 취지의 답신을 했다고 한다. 안 전 교수가 노 대표의 의원직 상실 직후부터 직접 출마를 검토한 것이란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정치 활동 재개를 앞두고 안 전 교수의 정치 스타일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안 전 교수는 3일 오전 언론에서 자신의 귀국 날짜와 관련한 보도가 나오자 송 의원을 통해 귀국 날짜, 재·보선 출마 계획까지 속전속결로 발표했다. 지난해 대선 출마 선언 이전에 출마 여부를 놓고 언론과 숨바꼭질하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안 전 교수는 지난 대선에서 무소속 후보로서 기성 정치권의 장벽에 부닥쳤던 만큼 4월 재·보선을 계기로 신당 창당 등 정치 세력화를 본격화할 개연성이 크다. 캠프 상황실장 출신의 금태섭 변호사는 최근 한 방송 인터뷰에서 “정당의 중요성을 공감한다”고 했다. ○ 왜 부산이 아닌 서울 노원병? 그러나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안 전 교수가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고향이면서 적진에 속해 있는 부산 영도에서 출마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야당의 세가 강한 노원병 출마는 정계 복귀 이상의 의미가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친노(친노무현)계로 분류되는 한 비례대표 의원은 “안 전 교수가 부산 영도에 나왔으면 확실하게 문재인을 대신할 야권 전체의 차기 지도자로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안 전 교수의 한 측근은 “수도권이 중요하지 않나. 또 ‘PK(부산·경남) 주자론’은 이미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민주당 후보가 써먹은 것”이라고 했다. 다만 민주당 문재인 전 대선후보는 “환영한다.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재·보선에서 야권이 힘을 합해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 노 대표의 부인을 출마시키기로 의견을 모은 진보정의당이 불쾌감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도 변수다. 송 의원은 안 전 교수의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안 전 교수가 낮 12시경 노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며 출마에 대해 노 대표의 양해를 구했다는 식의 언급을 했지만 이정미 대변인은 “노 대표에게 확인한 결과 의원직 상실에 대한 위로의 말만 오갔을 뿐 출마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고 잘랐다.민동용·이남희 기자 mindy@donga.com}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지금 ‘삼각파도’를 맞고 있다.” 표류하고 있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두고 의사결정의 병목현상에 걸린 민주통합당 문 위원장의 처지를 당 관계자는 28일 이렇게 묘사했다. 삼각파도란 △‘방송 장악’이라는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당 안팎 강경파의 눈치 △당 쇄신 책무라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민주당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중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정책 업무 상당 부분을 미래창조과학부로 옮기는 것을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특히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날부터 방통위 업무의 미래부 이관에 대해 ‘방송의 공정성, 중립성 훼손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태도에는 지난해 대선 패배의 주요한 원인이 방송을 우군화하지 못한 데 있었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이날 국회를 찾은 정홍원 국무총리가 “(정부의 방송 장악 의도라니) 개명 천지에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느냐”고 하자, 문 위원장이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말한 대목에서도 방송에 대한 깊은 트라우마를 엿볼 수 있다. 이 같은 ‘방송 장악’ 트라우마는 당 안팎 강경파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새누리당에서 “대화가 안 되는 협상 파트너”라는 평을 들으며 ‘악역’을 맡고 있는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도 당내 의견 조율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 정도다. 전날 민주당은 골프, 바둑, 오락채널 같은 방송의 공익성 및 공정성과 관련이 적은 비(非)보도 부문의 채널사업자(PP) 업무를 방통위에서 미래부로 이관할 수도 있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우 수석부대표가 이 ‘양보안’을 새누리당에 제시하겠다고 하자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의 한 의원이 “대선에서 오락채널인 ‘tvN’이 여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모르느냐”며 “비보도 부문도 절대 이관할 수 없다”고 저항했다는 후문이다. 강경파는 소수라고 해도 영향력은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이 당내의 시각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해주자’는 생각을 지닌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만약 여기서 민주당이 물러설 경우 좌파 진영의 눈총을 고스란히 받아야 한다는 우려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 패배 후 혼란에 빠진 당을 수습해야 하는 책무가 겹쳐진 것이다. 이미 전당대회 개최 일정과 방식, 그리고 지도부 경선 규칙을 놓고 문 위원장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비대위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마련한 안을 정치혁신위원회가 반대하는 파행이 벌어졌고, 당내 주류-비주류의 기 싸움이 세지면서 당이 혼란에 빠지기 직전까지 갔다. 전날 열린 중앙위원회에서 친노(친노무현)·범주류의 의견을 일부 수용함으로써 간신히 파국을 면하긴 했다. 이 같은 이유로 문 위원장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에 대한 전권을 사실상 박기춘 원내대표에게 위임했다. 그러나 이제는 문 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결단을 해야 할 때라는 의견이 당 일각에서 나온다. 그가 처한 삼각파도가 거세긴 하지만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을 제 궤도로 돌려놓기 위해선 그가 진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병목’에 막힌 채 장기 표류하고 있다. 여야는 ‘타협의 리더십’을 사실상 포기한 채 각자 여론전에 나선 모습이다. 여야 대치 속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새누리당 김영주 의원(비례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는 사실상 무산돼 국회는 이래저래 임무 방기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여야는 28일 오전 각각 최고위원회와 고위정책회의를 열고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위한 당내 의견을 수렴했다. 미약하게나마 ‘정치적 해결’ 목소리도 나왔지만 강경 분위기에 묻혔다. 새누리당 최고위 비공개 회의에서 유기준 최고위원은 “논란이 되는 것(미래창조과학부)을 빼고 (여야 합의가 가능한) 나머지 것(부처)부터 통과시키자”는 ‘분리 처리론’을 제안했지만 싸늘한 반응만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후 민주통합당에 “국회의장단과 여야 대표-원내대표 연석회의를 통해 정부조직 개편안 협상을 타결하자”는 새로운 제안을 내놨다. 황우여 대표는 “주말을 넘기지 말고 해결해야 한다”며 야당을 압박했다. 이에 민주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후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황 대표에게 ‘사진만 찍는 모임은 안 한다’고 말했다. 정치적 행위보다는 (여당이) 실질적인 것을 들고 와야 한다”며 거부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타협론’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힘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제 결단을 내릴 때가 됐다”며 “여야 지도부가 전권을 가지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도 이날 여야 지도부를 찾아 협조를 구했다. 정 총리는 문 위원장을 만나 “대통령이 철학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문 위원장은 “(정부조직법은) 법률 형태이기 때문에 (여야) 합의 없이 할 순 없다”고 버텼다. 한편 2월 26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된 김 의원 체포동의안은 ‘보고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 규정에 따라 1일까지 표결에 부쳐야 하지만 3·1절에 본회의 일정을 잡지 않아 처리가 무산됐다. 국회의 쇄신을 다짐하며 ‘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경쟁적으로 다짐했던 여야의 약속이 또다시 무색해진 셈이다.길진균·민동용 기자 leon@donga.com}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가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민주통합당 내부에선 “차라리 표결로 처리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달 넘게 새누리당과의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며 기 싸움을 벌이는 데서 오는 피로감과 새 정부가 ‘반쪽 출범’한 데는 ‘야당이 여당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라는 여론이 조금씩 우세해지고 있다는 위기감의 발로인 것으로 보인다.○ 강경위주 전략에 우려 목소리 민주당 소속 강운태 광주시장은 27일 표류하고 있는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관련해 “표결을 해서라도 처리해 주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와 당 소속 광역단체장의 간담회 자리에서다. 강 시장은 “새 정부 출범과 관련해 정부조직법(처리)에 대한 걱정이 적지 않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의 무능을 탓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또 한편으로는 식당을 지키는 주인이 밥을 짓겠다는데 찰밥이든 흰밥이든 짓게 하지 왜 민주당이 그러는가(간섭을 하는가) 하는 걱정의 목소리도 있다”고 여론을 전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강 시장의 돌출 발언일 뿐”이라며 “어제(26일) 의원총회에서도 ‘발목잡기로 비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은 나오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경 위주의 협상 전략을 걱정하는, 드러나지 않는 당내 여론도 적지 않다.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그대로 통과시켜 주는 대신 인사청문회를 세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이 선출한 박 대통령이 일단 원하는 대로 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국민을 의식하지 않는 일방적인 협상 태도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 수도권 중진의원은 “미래창조과학부 신설과 관련한 쟁점 사항은 사실 매우 중요한 이슈임에도 국민을 상대로 한 홍보와 설득이 부족했다”며 “그러니까 민주당이 딴죽을 걸고 있다는 쪽으로 여론이 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호남의 한 중진의원도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 정말 답답하다”면서도 “좌우 살피지 않고 협상을 하다 출구전략을 마련하지 못한 민주당도 딱하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새누리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변재일 정책위의장의 존재감이 사라진 것을 주목한다. 온건·합리주의자로 알려진 변 의장은 새누리당과의 ‘3+3 협의체’에 참석해 실무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변 의장은 보이지 않고 협상은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가 주도하는 모양새로 변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에서는 “왜 정부조직법 협상을 하는데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의혹 국정조사’나 ‘4대강 사업 국정조사’를 이야기하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민주, 수정안 제시했지만… 여야는 이날도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진흥 업무를 미래부로 이관하는 것을 놓고 감정 섞인 공방전을 벌였다. 민주당 우 수석부대표는 오전 라디오 인터뷰와 오후 국회 브리핑을 통해 수정안을 제시했다. 첫째 인터넷TV(IPTV) 인·허가권과 법령 제정·개정권은 방통위에 남겨 두되 IPTV 사업 진흥업무를 미래부로 옮기자는 것과, 둘째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같은 플랫폼 사업자 소관 업무를 방통위에 남겨 둔다면 비보도 부문 채널사업자(PP) 업무를 미래부로 이관하자는 것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IPTV, SO, PP,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사업자 업무에 대해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방통위 잔류를 요구해왔다. 그러자 1시간여 뒤 김기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민주당의 제안은 통신과 방송의 융합 추세에 정면으로 반하고 있다”고 민주당의 수정안을 거부했다. 김 수석부대표는 “IPTV 인·허가권을 제외한 다른 기능은 처음부터 조직개편 협상 대상이 아니었다”며 “민주당이 이미 이전에 제안했던 것으로 새롭지도 않다”고 밝혔다. 비보도 PP 업무의 미래부 이관에 대해서는 “의미 없는 주장”이라며 “PP는 보도전문채널과 종합편성채널을 제외하고는 별도의 인·허가 절차 없이 등록만 하면 되므로 민주당 주장에 따른다고 해도 실제 미래부로 이관되는 업무는 거의 없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곧바로 우 수석부대표가 정론관으로 달려왔다. 그는 “보도와 비보도 PP를 나눌 순 없지만 새누리당 이 원내대표가 얘기하는 골프, 바둑, 요리 채널 같은 비보도 PP를 미래부로 옮기자는 데 통 크게 양보하겠다고 한 건데 협상을 받아주지 않았다”며 울분을 토했다. 그는 “누가 누구의 발목을 잡고 있는가. 자신들이 자신의 발목을 잡고 야당이 발목 잡는다고 누명을 뒤집어씌운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28일 오전 취임 인사차 국회를 방문해 국회의장단과 여야 지도부에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할 예정이다. 앞서 이정현 정무수석도 27일 야당 지도부를 만나 협조를 요청했다.민동용·고성호 기자 mindy@donga.com}
박근혜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된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26일 72.4%의 찬성률로 국회를 통과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하루 만이다. ▶A6면에 관련기사 국회는 오후 2시 본회의를 열고 국회의원 272명이 참석한 가운데 무기명 투표를 실시해 찬성 197표, 반대 67표, 무효 8표로 동의안을 가결시켰다. 여당이 단독으로 표결에 참여했던 김영삼 정부의 황인성 총리(97.4%)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를 제외하고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의 초대 총리 후보자 가운데 가장 높은 찬성률이다. 정 총리는 오후 5시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서 임명장을 받고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 때는 출범 후 나흘 만인 2월 29일 한승수 초대 총리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통과됐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이명박 정부의 간판 사업인 4대강 사업과 한식 세계화 지원 사업이 감사원의 감사를 받게 됐다. 국회는 26일 본회의를 열어 ‘4대강 수질 개선을 위한 총인처리시설 입찰 관련 감사요구안’과 ‘한식 세계화 지원 사업에 대한 감사요구안’을 각각 의결했다. 이 전 대통령이 퇴임한 지 이틀 만에 사실상 이 전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감사요구안을 처리한 묘한 모양새가 된 것. 감사원은 감사 요구를 받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감사를 마무리하고 국회에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특히 4대강 사업은 2009년 공사를 시작한 이후 세 차례의 감사원 감사를 받게 됐다. 앞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13일 “2010년부터 지방자치단체나 한국환경공단이 발주한 36개의 총인처리시설 설치 사업의 평균 낙찰률이 97.5%나 된다. 담합 의혹이 있다”며 감사요구안을 제출했다. 총인처리시설 설치 사업은 조류 발생의 원인이 되는 총인의 유입을 줄이기 위해 하수처리장의 처리 시설을 보강하는 사업이다. 또 농림수산식품위원회는 ‘뉴욕 플래그십 한식당’ 개설비 50억 원을 당초 계획대로 사용하지 않고 49억6000만 원을 다른 용도로 변경해 사용한 의혹 등이 있다면서 지난달 31일 감사요구안을 제출했다. 한식 세계화 사업은 이 전 대통령 재임 중에 부인 김윤옥 여사가 의욕을 갖고 추진해 ‘영부인 프로젝트’로 불렸다. 한편 이날 국회 본회의 법안 처리 과정에서는 경북 포항 출신인 이병석 국회부의장이 ‘쌍시옷’ 발음을 제대로 못해 웃음바다가 됐다. 강창희 국회의장을 대신해 이 부의장은 24번째 법률안인 ‘쌀 소득 등의 보전에 관한 법률안 일부 개정안’을 소개했다. 이때 ‘쌀’ 발음을 하지 못하고 거듭 ‘살’로 발음했다. 일부 의원들은 “쌀로 발음해요”라며 장난스레 호통을 쳤다. 이 부의장은 웃음보가 터져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음을 참았다가 다시 개정안을 읽으려 했지만, 연이어 웃음보가 터졌다. 의원들은 박장대소했다. 다시 호흡을 가다듬은 이 부의장이 “저는 죽을 때까지 두 발음(쌀과 살)을 구분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자 회의장은 또 한 번 웃음바다가 됐다. 민동용·홍수영 기자 mindy@donga.com}

이만섭 전 국회의장(사진)이 2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헌정 사상 처음으로 새 정부가 ‘반쪽 출범’을 했다.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쓴소리를 했다. 새 정부 출범 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한 것을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이 전 의장은 “반쪽 출범의 책임은 여야 모두에 있다”면서 “여당은 포용력과 협상력이 부족한 것 같다. 여당은 야당의 목소리에 좀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또 야당은 지나치게 기싸움을 하고 있다. 절대 발목잡기나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제1야당인 민주당에 “여당과 새 정부가 밉다고 해서 대한민국이라는 초가삼간을 태울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당보다 나라와 국민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원래 새 정부가 들어서면 1년은 휴전을 하면서 잘하나, 못하나를 지켜봐야 하는데…”라며 “반대만 하면 평생 다시 정권을 못 잡는다”고 덧붙였다. 이 전 의장은 민주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나 박기춘 원내대표에 대해서도 “온건하고 합리적인 사람들인데 당내 강경파 때문에 그런지 자꾸 시간을 끈다. 좀더 리더십을 발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25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을 지켜보면서 남다른 소회를 느낀 사람들이 있다. 민주통합당엔 박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집권 기간(1961∼1979년) 중 민주화운동을 하다 투옥, 수배 등 숱한 고통을 겪은 의원들이 있다. 그러나 이들은 “아버지 때의 일은 아버지 때로 끝난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서 성공하기를 빈다”라고 말했다. ○ “아버지는 아버지, 딸은 딸”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 선고까지 받았던 유인태 의원은 취임식에 참석했다. 유 의원은 “지난 일을 얘기해 뭐 하겠느냐. 뭐라고 그래야 할지…. 잘해 주길 바라야지”라고 했다. 그는 “잘해 주길 바라는 것은 진심”이라며 “잘못하면 우리 국민만 불쌍하잖아”라고도 했다. 1975년 유신 반대 시위를 벌이다 긴급조치 위반으로 투옥돼 감옥에서 ‘10·26’(1979년, 박 전 대통령 서거)을 맞았던 설훈 의원은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서 TV를 통해 취임식을 지켜봤다. 그는 “아버지는 아버지, 딸은 딸”이라며 “박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역할을 제발 잘해 줬으면 좋겠다. 야당은 차치하고라도 여당의 이야기라도 잘 들었으면 좋겠다. 아버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유신 시절 공안기관의 눈을 피해 노동운동을 했던 이목희 의원은 “취임하는 대통령 지지율이 (대선 지지율보다 낮은) 40%대 중반으로 나오는 것은 간단치 않은 일”이라며 “걱정이 앞선다”라고 말했다.앞서 문재인 전 대선후보는 24일 정월대보름을 맞아 지역구인 부산 사상의 삼락생태공원에서 열린 달집태우기 행사에 참석해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의 성공과 사상구의 발전을 함께 기원한다”라며 박 대통령의 취임을 미리 축하했다. 문 전 후보가 대선 패배 이후 처음으로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어서 정치권에서는 문 전 후보의 정치 활동 재개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문 전 후보 측은 “사상 전통 달집태우기는 7만여 명의 지역 주민이 나오는 행사로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당연히 축하하러 가야 하는 자리였다”라고 설명했다. ○ 여야, 차분한 축하 메시지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논평에서 “5년 동안 대한민국을 이끌 박근혜 정부가 국민의 축복 속에 출범하게 된 데 자부심을 느낀다”라고 축하했다. 이어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을) 적극 도울 것이며 필요할 때는 쓴소리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우여 대표, 이한구 원내대표는 별도의 축하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민주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축하 메시지를 통해 “국민 삶의 질 향상과 대한민국의 풍요로운 미래를 위해 박근혜 정부가 성공하길 진심으로 바란다”라고 밝혔다. 박기춘 원내대표도 “민주적이고 여성적인 리더십에 기반을 둔 준비된 대통령으로서 어렵고 힘든 국민의 눈물을 닦아 주는 모습을 기대한다”라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진보정의당 노회찬 공동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퇴임할 때도 국민의 큰 박수를 받으며 떠나는 대통령이 되길 당부드린다”라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김재연 원내 공동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박정희 시대를 상징하는 ‘한강의 기적’이라는 표현이 4번이나 언급된 취임사를 듣고 나니 새 시대의 미래가 그려지기보다 구시대로의 역행이 우려스럽다”라고 비판했다. 또 “취임 첫날부터 북한에 대한 대결적 인식을 내세운 취임사에서 평화통일, 조국번영의 새 시대를 향한 비전은 찾을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민동용·홍수영 기자 mindy@donga.com}

25일 오후 1시 15분. 박근혜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청와대 정문을 통과했다. 부모님을 잃고 소녀가장으로 동생 두 명을 데리고 떠난 지 33년 3개월 만이다. 1979년 아버지 영정을 앞세우고 청와대를 떠날 당시 검은색 투피스 정장 차림의 그는 석고상처럼 표정이 없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날 화려한 빨간색 한복을 입고 환하게 웃으며 ‘금의환향’했다. 그는 청와대 영빈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청운·효자동 주민대표와 대화를 하며 “감회가 새롭다. 감회가 깊다”고 청와대 입성 소회를 밝혔다. 청와대 본관 앞에선 비서실 직원들이 박수를 치며 새 대통령을 환영했다. 꽃다발을 받은 박 대통령은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이정현 정무수석비서관, 유민봉 국정기획수석비서관 등 새로운 청와대 비서진과 차례로 악수하고 본관에 첫발을 디뎠다.박 대통령은 본관 2층 계단에 올라가기 전 잠시 멈칫했다. 16년이나 머문 곳이지만 대통령의 딸이 아닌 대통령으로 돌아오기까지 지나온 33년은 짧지 않은 세월이었다. 박 대통령에게 청와대는 열두 살 때 들어와 청소년기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곳이다. 그는 어린 시절 살던 청와대를 두 동생들과 함께 뒹굴던 큰 잔디밭이 있는 ‘마당 넓은 집’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를 떠난 후 33년 동안 군인의 길을 걷던 남동생은 방황 끝에 사업체를 운영하는 아버지가 됐고, 여동생과는 연락을 거의 끊을 정도로 사이가 벌어졌다. 청와대 생활도 그때와 많이 달라진다. 박 대통령은 5년 동안 6000여 m² 규모의 대규모 관저에서 홀로 지내게 된다. 침실도 33년 전과는 다른 곳에 있다. 과거 박 대통령의 침실은 옛 청와대 본관 2층에 있었다. 1층에는 대통령 집무실과 대·소 접견실, 식당이 있었고, 2층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침실과 서재, 그리고 자신과 두 동생의 침실이 있었다. 지금 관저는 본관과 별도의 전통 한옥 건물이다. 옛 청와대 본관은 1993년 헐렸다.박 대통령의 25일과 26일 취임 일정은 외교 일정이 대부분이다. 박 대통령은 자연스레 퍼스트레이디 시절의 경험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그는 스스로 “국빈 방문 때 퍼스트레이디를 하면서 아버지를 통역하거나 수행 차량에 함께 타서도, 밥상 대화를 통해서도 외교 훈련을 쌓았다”고 회고했다. 박 전 대통령은 딸을 매주 목요일 대통령이 주재하는 청와대 안보회의에 참석시키는 등 사실상 ‘대권 조기교육’을 시켰다.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을 주인으로 맞은 청와대는 많은 시스템이 바뀐다. 지금까지 대통령 일정과 수행은 제1부속실, 영부인은 제2부속실이 담당했다. 박 대통령이 퍼스트레이디이던 시절에도 제2부속실 개념의 보좌진이 있었다. 미혼인 박 대통령은 제1부속실을 일정 담당, 제2부속실을 민원 업무 담당으로 바꿨다. 1998년부터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가족과 다름없는 정호성 안봉근 전 비서관이 각각 제1, 2부속실 비서관을 맡게 된다. 이들은 박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은 물론이고 사적인 생활도 잘 파악하고 있어 이른바 대통령 ‘심기 관리’ 역할도 담당해야 한다. 대통령 곁에서 근접 경호를 하는 여성 경호 인력은 현재 10여 명에서 더 보강될 것으로 보인다.박 대통령은 24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관저를 비운 이후 밤새 삼성동 자택의 짐을 관저로 옮기는 ‘번개 이사’를 했다. 평소 쓰던 가구와 집기를 대부분 가져온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 대통령에게 맞춰 화장실과 같은 소소한 곳까지 인테리어 작업에 꽤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집무실에 딸린 화장실에서는 남성용 변기를 들어내는 공사도 진행됐다고 한다.박 대통령의 올림머리 헤어스타일을 담당하던 미용사와 운전사도 청와대에서 일할 것으로 알려졌다. 차관급 대우를 받는 주치의 역시 여성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의 연봉은 1억9225만 원이다. 연봉제 적용 대상이어서 별도의 수당 없이 매달 같은 금액을 받는다. 12개월로 나누면 월 1602만 원이다. 여기에 ‘연봉 외 급여’로 지급되는 직급보조비(월 320만 원)와 급식비(13만 원)를 더하면 매달 1930여만 원씩 연간 2억3200여만 원이 총보수로 지급된다. 동정민·민동용 기자 ditto@donga.com}

새 정부 출범을 하루 앞둔 24일에도 여야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최대 난제인 방송통신위원회의 기능 이관 문제를 놓고 벼랑 끝 대치를 계속했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는 25일 정부조직법을 확정짓지 못한 채 ‘개문(開門) 발차’를 했다. 새 정부가 정부조직 개편을 마치지 못하고 출범한 것은 처음이다. 여야는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각종 정치 쇄신안을 내놓으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지만, 올해 들어 두 달 동안 구태만 되풀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계속된 ‘네 탓’ 공방 여야는 24일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지연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는 데 급급했다. 새누리당이 오후 2시 긴급최고위원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민주당은 그보다 30분 이른 오후 1시 반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앞서 22일 양당 대표와 원내대표,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참여한 6인 협상에 이어 원내수석부대표 협상까지 가졌으나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23일부터는 협상이 중단된 상태다. 쟁점은 방통위가 담당하는 방송 광고, 인터넷TV(IPTV), 뉴미디어의 인허가 등의 업무를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로 이관하는 문제다. 새누리당은 미디어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이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의 핵심이 되는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 원안에서 양보할 수 없다는 방침이다. 반면 민주당은 방송광고 등 실질적인 규제를 담당하는 기능을 이관하는 것은 방송의 공정성, 독립성을 해친다고 판단해 물러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방통위의 역할과 관련한 타협안을 제시했다. 황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야당이 비보도 방송 부문을 미래부로 이관함으로써 통신과 융합해 관장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새누리당은 추가적으로 방통위가 독립적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법적 지위를 중앙행정기관으로 격상시키겠다”고 말했다. 방통위를 종전처럼 입법 권한을 갖는 행정기관으로 격상하되 방송정책 총괄은 미래부에 두는 것을 수용해 달라는 것이다. 이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방통위 권한을 중앙행정기관에서 일반행정위원회로 격을 낮춘 원안을 수정한 것이다. 당초 인수위 원안은 정책 기능은 모두 미래부로 넘어가고, 방통위는 미래부에서 결정한 사항을 단순히 집행하는 기능만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황 대표는 또 “방통위 소관 사항에 대해 미래부 장관과 공동으로 법령 제·개정권을 갖도록 하는 방안을 깊이 있게 검토하겠다”며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 등 방송광고 판매 부문도 규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수단으로 방통위 귀속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받을 수 없다”고 거부했다.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는 황 대표의 제안 40분 뒤 브리핑을 갖고 “보도뿐 아니라 모든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 공익성을 지켜야 한다”며 “비보도 방송 부문을 미래부로 보내라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방통위가 현재도 중앙행정기관이고, 이미 방송광고정책을 갖고 있다며 새누리당의 나머지 제안을 일축했다. 우 수석부대표는 오히려 “쌀 관세, 자유무역협정(FTA)을 다룰 통상기구의 독립에 대한 황 대표의 답을 요구하며 여당을 압박했다.○ 정치 쇄신은 구호일 뿐? 이처럼 새 정부 출범을 뒷받침할 제도를 정비해야 할 2월 임시국회는 아무 소득 없이 저물어 가고 있다. 새 정부 출범에 오히려 국회가 걸림돌이 됐다는 비판이 나올 법하다.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만 해도 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26일로 미뤄진 데다, 청문회를 시작조차 못한 새 정부 장관 후보자 중 일부는 낙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국무위원 진용이 제자리를 찾는 데 얼마나 많은 기간이 소요될지 우려가 적지 않다. 이미 여야는 1월 임시국회를 공친 상태다. 쌍용자동차 사태 해결을 위한 국정조사 실시 여부, 여야와 노사정(2+3) 협의체 구성 방식을 놓고 입씨름만 벌이다 끝이 났다. 2월 임시국회가 자동 소집됐지만 1월 임시국회 중에 처리하기로 여야가 합의했던 ‘국회의원 겸직 금지’, ‘국회 폭력 방지’ 등의 정치 쇄신안도 물 건너갔다. ‘쪽지 예산’이 문제가 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상임위 전환 문제, 헌정회 연로회원 지원금제(이른바 의원연금) 폐지 등은 여전히 논의가 난망한 상태다. 정치권에선 “지난해 대선 때의 정치쇄신이니 정치개혁이니 하는 구호는 말 그대로 구호가 되고 있다” “과거와 다를 바 없는 ‘불임(不姙)’ 국회”란 말들이 나온다. 민동용·길진균 기자 mindy@donga.com}

25일 국회에서 열리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외에도 김영삼 전두환 전 대통령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2008년 2월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때와 마찬가지로 건강상 이유로 참석하지 않는다. 노 전 대통령 측은 2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건강이 좋지 않아서 참석하기가 힘들다”며 “요즘 자택에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참석하지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는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권 여사 측은 “웬만하면 참석하실 생각이었으나 감기 몸살로 외부 출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대선 출마 선언 후 이 여사와 권 여사를 예방했고, 7일 설 연휴를 앞두고는 당시 당선인 대변인이었던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통해 선물을 보냈다. 여야 지도부는 대부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에선 황우여 대표와 이한구 원내대표, 서병수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자들이 대거 참석하며, 민주통합당에서도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박기춘 원내대표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지난해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섰던 문재인 의원은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자신의 지역구가 있는 부산에 머물고 있으며 일정상 취임식 시간에 맞춰 서울에 도착하기가 여의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진보당에서는 초청장을 받은 오병윤 원내대표, 이석기 김재연 의원 등 소속 의원 6명이 참석한다. 이정희 신임 당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은 22일 밤늦게 선출된 까닭에 대통령취임준비위 측으로부터 개별 초청장을 받지는 못했다. 진보정의당에선 원외 인사인 노회찬 조준호 공동대표, 강동원 원내대표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고성호·민동용 기자 sungho@donga.com}
21일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이틀째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박지만 봐주기 구형 의혹’ 논란이 벌어졌다. 민주통합당 이춘석 의원은 “정 후보자가 1998년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재직할 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동생인 박지만 씨가 히로뽕 투약으로 기소됐지만 벌금 1000만 원만 구형했다”며 “그 전에 같은 죄로 처벌받아 집행유예 기간이었던 박 씨에게 벌금형을 구형하는 것은 봐주기 아니냐”고 따졌다. 정 후보자가 “기억이 없다”고 하자 이 의원은 “그렇게 유명하지 않은 분이 (지난해 4·11총선 때)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장(공직자후보추천위원장)을 맡고 총리 후보자까지 된 것은 그 사건 덕분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고까지 했다. 이에 정 후보자는 “조금 심한 추리다. 정말 지나친 말씀”이라고 반박했다. 이후 민주당 전병헌 의원이 거듭 봐주기 수사 의혹을 제기하자 정 후보자는 자료를 찾아본 뒤 “해당 사건은 제가 떠나고 난 뒤였다. 억울하다”고 했다. 확인 결과 정 후보자는 1998년 3월까지 서울지검 3차장으로 재직한 뒤 서울남부지청(현 서울남부지검) 지청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박 씨에 대한 검찰 구형은 1998년 4월 이뤄졌다. 민주당의 주장대로라면 서울남부지청장이 서울지검 3차장의 소관 사건을 지휘한 것이 된다. 민주당에서는 “조금만 신경을 썼다면 헛발질을 방지할 수 있었는데…”라는 얘기가 나왔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노무현 대통령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했다”는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에 대해 21일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리자 민주통합당과 노 전 대통령 측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은 “검찰의 편파 수사를 규탄하며 즉각 항고하겠다”라고 밝혔다. 민주당 법률위원장이자 노무현 정부 초기 대통령 법무비서관을 지낸 박범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철저히 편파적이고 목적 지향적인 수사를 통해 사실을 왜곡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므로 심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10·4 남북정상회담에 배석하고 이를 준비했던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 등 관련자의 일관되고 확고한 주장에 대해서는 참고인 조사조차 없거나 그 진술의 신빙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라며 “가히 편파 수사의 백미”라고 덧붙였다.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민주당 전해철 의원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찰의 이날 결정으로) 분명히 사실이 아닌 부분이 사실인 것처럼 비친 것은 유감이다. 납득할 수 없는 결과”라고 말했다. 노무현재단도 논평에서 “대단히 유감스럽다”라고 밝혔다. 재단은 “대선 당시 정치적 의도에 따라 제기된 이런 허위 주장에 대해 면죄부를 주겠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라며 “정 의원의 주장은 당시 남북정상회담에 배석했던 참여정부 인사들의 증언에 의해 사실이 아니었음이 확인된 바 있다”라고 반박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민주당이 고발했던 대상자 중 한 명인 이철우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상대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고 박선규 당선인 대변인과 나를 고발한 데 대해 민주당은 충분히 해명해야 한다”라며 ‘민주당의 철저한 반성과 사과’를 요구했다. 이 대변인은 특히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던 문재인 전 대선후보도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사필귀정”이라며 “사법적 판단을 통해 진실이 밝혀져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민동용·고성호 기자 mindy@donga.com}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첫날인 20일 여야 의원들은 박근혜 정부 초대 총리로서의 자질과 역량을 검증하는 데 주력했다. 21일과 22일에는 변호사 시절 급여, 아들 병역 면제 등 신상 관련 의혹을 검증한다. ○ “책임총리 권한 충실히 행사할 것” 정 후보자는 책임총리의 핵심 역할로 대통령의 국정운영 보좌, 제청권 실질 행사를 꼽았다. 그는 특히 “총리에게 부여된 헌법의 국무위원 제청권과 해임 건의권을 충실히 행사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이번 새 정부 내각 인사에 제청권을 행사했느냐는 민주통합당 홍익표 의원의 질문에 “했다”고 답변했다. 총리에게 보장된 해임 건의권도 활용할 것이냐는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의 질문에는 “국민 눈높이와 상식에 맞춰 국정수행 능력이 없을 경우 행사하겠다”고 했다. 국회에서 처리가 늦어지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당선인이 ‘어떻게 하면 공약을 잘 이행할까 (하는 고민으로) 잠이 잘 안 온다’고 하더라”며 “국민이 어떤 분을 선출했으면 국정운영을 맡겨 주시고 다음에 평가를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제 확정이 안 된 부처 장관 인선을 강행한 것은 실정법 위반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주시면 이런 사람(장관)에게 맡기겠다’는 선의로 해석해 달라”고 답했다. 정 후보자가 지명 후 했던 “보통사람”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 이춘석 의원이 “후보자를 보통사람이라고 여기는 분은 별로 없을 것 같다”고 하자 정 후보자는 “과거의 궤적은 보통사람이고, 지금 마인드도 그렇다”고 답했다. 이 의원이 “(변호사 시절) 2년간 10억 원을 받은 후보자가 보통사람이냐”고 따지자 “10억 원은 잘못된 통계다. 6억7000만 원 정도 된다”고 답했다. “사법시험을 통과해 검사 30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을 했는데 보통사람은 아니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저는 평범과 비범의 세계를 경험했다. 보통사람이 아닌 것은 틀림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 “유신헌법은 반민주 조치” 정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차분한 태도로 때로는 소신 있게, 때로는 어물쩍 답변했다. 정 후보자는 민주당 의원들이 유신헌법에 대한 견해를 묻자 서슴없이 “헌법 가치를 파손시킨 반민주적 조치”라고 말했다. 5·16이 군사혁명인지, 쿠데타인지를 묻자 “교과서에 군사정변으로 기술돼 있고 저도 (그 표현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관 제청의 결과는 매우 실망스럽다. ‘하자 종합 백화점’이다”라는 지적에는 “긍정적인 점도 많이 봐주셨으면 한다”고 답하거나,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저축은행 대량인출 사태 때 2억 원을 인출했다고 한다”고 하자 “뭐라고 답할 수가 없다”고 피해나갔다. 정 후보자는 ‘최저임금이 얼마인지 아느냐’ ‘대학 진학률이 얼마나 되느냐’ 같은 질문이나 구체적인 정책 질의에도 “인수위에서 조정하고 있다”거나 “구체적으로 알아보지 못해서…”라는 식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 “배우자는 지금도 봉사 중” 북한의 3차 핵실험을 계기로 여권 일각에서 제기된 핵 보유론에 대해서는 “핵 관계 조약에 가입한 우리 입장에서는 핵 보유는 할 수 없다”고 반대했다. 또 “종북적인 것은 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 개혁 방안과 관련해선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최대한 빨리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는 대검 중수부 3·4과장을 지냈다. 부동산 활성화 대책에 대해서는 “심각한 상황이다. 주택 지분 매입 제도 등을 활성화해 우선적으로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총리 주도로 부동산 종합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에는 “아주 적절한 지적이다. 그것이야말로 총리가 할 일”이라고 했다. 이날 청문회는 여야 합의에 따라 인사청문회 사상 처음으로 가족을 배석할 수 있게 했으나 정 후보자의 가족인 부인 최옥자 씨(62)와 외아들 우준 씨(35)는 참석하지 않았다. 새누리당 이진복 의원이 “사안에 따라 후보자의 배우자가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있다”고 하자 정 후보자는 “집사람은 큰 장점은 없지만 봉사에는 도가 튼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봉사의 달인이라는 부인이 충분히 나오실 것 같은데…”라는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의 말에는 “아마 지금도 봉사하러 갔을 것”이라고 답해 청문회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민동용·이남희 기자 mindy@donga.com}
민주통합당이 진통 끝에 5월 4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정기 전당대회를 열어 임기 2년의 새 지도부를 선출하기로 18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새 지도부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총괄하게 됐다. 민주당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비대위원 만장일치로 이같이 결정했다고 정성호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민주당은 당초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마련한 안대로 3월 말∼4월 초 임시 전대를 개최해 내년 9월까지를 임기로 하는 지도부를 선출하려 했으나 정치혁신위원회가 임시 전대를 열되 임기를 한명숙 전 대표의 잔여 임기(내년 1월까지)로 해야 한다고 반발하면서 진통을 겪어왔다. 두 위원회의 입장 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자 비대위는 “새 지도부가 당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며 임기 2년을 보장하는 정기 전대를 대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변인은 “대선평가위원회가 내놓을 선거 평가, 정치혁신위가 제안한 공천혁신 방안을 차기 지도부가 책임지고 실행할 수 있도록 전대에서 당헌·당규를 개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날 회의에서는 모바일 투표 존폐 문제, 지도체제 개편 등 구체적인 전대 룰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번 주 내 당무위원회를 열어 비대위의 결정 사항을 처리할 예정이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최은경 인턴기자 서울대 사회교육학과 4학년 }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징계심사소위원회는 18일 18대 대선 과정에서 야권후보 단일화를 비하하는 ‘홍어 ×’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새누리당 김태호 의원, 정수장학회 관계자의 휴대전화 통화 목록을 공개해 ‘도촬’(도둑촬영) 논란을 빚은 민주통합당 배재정 의원에 대한 징계 수위를 여당 단독으로 ‘공개회의에서의 경고’로 의결했다. 징계소위는 새누리당 이한구 경대수 박인숙, 민주당 노영민 김영주 박혜자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으나 표결 직전 민주당 의원들이 배 의원의 경우 윤리특위 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나가면서 여당 단독으로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
민주통합당 배재정 의원은 15일 확대간부회의에서 “국민은 TV를 켰을 때 어떤 프로그램이냐를 보는 거지, 종합편성채널이냐, 케이블이냐, 지상파냐 나눠 보지 않는다”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 개편안이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조직 개편안은 지상파방송, 케이블방송 중 종편과 보도전문채널은 방송통신위원회가, 나머지 케이블방송과 위성방송, 인터넷방송(IPTV)은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가 나눠 맡도록 하고 있다. 배 의원은 또 “인수위 개편안에 따르면 방통위는 방송 정책 수립 권한도, 법령 제정권과 개정권도 없다. 방송광고 정책 수립은 미래창조과학부 소관이 된다”며 “방송의 독립성,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위원장 원유철)는 15일 전체회의를 열어 증인 9명을 채택해 출석을 통보했다. 증인에는 김태정 전 검찰총장과 권영해 전 국가안전기획부장 등이 포함됐다. 김 전 총장에게는 정 후보자가 의정부 법조비리 사건(1998년)을 수사지휘했을 때 총장으로서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는지를 확인하기로 했다. 권 전 부장은 ‘북풍’ 사건(1997년·안기부가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당선을 막기 위해 북한과의 연루설을 퍼뜨린 사건)을 지휘한 것과 관련해 채택됐다.정 후보자 아들의 병역 면제 의혹과 관련해선 재검을 담당한 병무청 직원, 의사 등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또 경제민주화와 비정규직 문제, 검찰 개혁 등에 대한 견해와 역량을 검증하기 위해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 참여연대 관계자 등 9명이 참고인으로 채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