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진

신규진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구독 74

추천

정치부에서 국방부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newjin@donga.com

취재분야

2024-04-20~2024-05-20
정치일반41%
남북한 관계17%
국제일반10%
국방10%
사회일반7%
외교3%
인사일반3%
보건3%
대통령3%
기타3%
  • “김정은, 지방 자주 다녀 직통전화 대신 이메일로 연락하자 해”

    “제대로 사귀어 보기도 전에 폭격 타깃부터 내놓으라는 거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2018년 9월 평양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렇게 주장했다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우리가 평양에서 김 위원장으로부터 들은 바로는 폼페이오가 (그해) 평양을 방문해 종전선언의 대가로 핵 신고 리스트를 요구했다”며 김 위원장이 이같이 반응했다고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맹수 앞에 포수가 총 한 자루로 생명을 지키고 있는데 총을 내려놓으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당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요구로 인해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상당 기간 지체되고 불투명해지는 상황까지 갔다”는 인식을 나타냈다. 문 전 대통령은 비핵화 협상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해 “결국 미국은 우리보다 덜 절박한 것”이라며 “그런 미국에 운명을 맡길 수밖에 없는 우리 처지가 참 안타깝다”고 했다.● 金 “보유 중장거리 미사일 없다” 했지만 문 전 대통령은 17일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 외교안보 편’(사진)을 통해 2018∼2019년 남북, 북-미 대화 후일담 등을 공개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4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당시 도보다리에서 김 위원장이 “체제 안전만 보장되면 핵을 내려놓을 것”이라며 “나도 딸이 있는데, 딸 세대한테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할 순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9월 평양 방문 당시엔 김 위원장이 “(이미 만든) 중장거리 미사일은 모두 시험 발사하고 보유한 게 없어 문제없다”고 말했다고 했다. 김 위원장에게 “중장거리 미사일을 먼저 폐기하면 미국에 성의 있는 비핵화 조치가 될 수 있다”고 제안하자 이같이 답했다는 것. 하지만 당시 정부 고위 관계자를 지낸 인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이미 최소 여러 기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는 게 당국의 판단이었다”고 했다. 2018년 5월 두 번째 판문점 회담 당시 남북 정상이 이메일 연락에 합의한 사실도 회고록에서 공개됐다. 문 전 대통령은 5월 판문점 회담 며칠 전 문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 집무실을 연결하는 직통 전화를 개설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실제 가동은 안 됐다고 한다. 문 전 대통령은 “(남북 간 직통 전화를) 가동하자고 (내가) 독촉했다”며 “김 위원장의 대답은 ‘집무실이 노동당 청사에 있어 일주일에 한두 번 출근하고 대부분 지방을 다녀 없을 때가 많고 보안도 염려되니 확실히 보안이 지켜지는 이메일로 하면 좋겠다는 거’였다”고 했다. 또 “(김 위원장이) 이메일은 자기가 지방 현장에 가도 노트북을 늘 갖고 다녀 언제든 주고받을 수 있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메일 연락은 북한 쪽의 보안 시스템 구축 작업 지연으로 실제로는 안 됐다고 문 전 대통령은 말했다. ● 金 “내 전용기 비행 범위 굉장히 좁아” 회고록에는 2018년 4월 도보다리 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문 전 대통령에게 “중국에 의존해 비행기를 이용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 사실도 공개됐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2018년 6월)을 앞두고 “솔직하게 (내) 전용기로 갈 수 있는 범위가 굉장히 좁다”면서 이같이 말했다는 것. 이후 김 전 위원장은 2차 북-미 정상회담(2019년 2월)을 앞두고 2018년 9월 북한 삼지연에서 문 전 대통령을 만나선 “싱가포르에 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중국 비행기를 이용했는데, 정말 내키지 않았다”고 했다고 한다. 문 전 대통령은 “김 전 위원장이 (북-미 회담 장소로) 판문점이 안 된다면 기차로 이동 가능한 몽골을 바랐다”며 “몽골도 어렵다면 미국이 북한 해역에 항공모함 같은 큰 배를 정박시키고 거기서 회담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9월 평양 정상회담 당시 “언젠가 연평도를 방문해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고통을 겪는 주민들을 위로하고 싶다”고 한 김 위원장의 발언도 소개했다. 북한이 매우 예민하게 반발하는 대북전단과 관련해서 문 전 대통령은 “수준이 저열한 대북전단은 우리 자신을 부끄럽게 한다”고 주장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24-05-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김정은, 지방 자주 다녀 직통전화 대신 이메일로 연락하자 해”

    “제대로 사귀어보기도 전에 폭격 타깃부터 내놓으라는 거다.”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2018년 9월 평양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렇게 주장했다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우리가 평양에서 김 위원장으로부터 들은 바로는 폼페이오가 (그해) 평양을 방문해 종전선언의 대가로 핵 신고 리스트를 요구했다”며 김 위원장이 이같이 반응했다고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맹수 앞에 포수가 총 한 자루로 생명을 지키고 있는데 총을 내려놓으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도 했다.문 전 대통령은 당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요구로 인해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상당 기간 지체되고 불투명해지는 상황까지 갔다”는 인식을 나타냈다. 문 전 대통령은 비핵화 협상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해 “결국 미국은 우리보다 덜 절박한 것”이라며 “그런 미국에 운명을 맡길 수밖에 없는 우리 처지가 참 안타깝다”고 했다.● 金 “보유 중장거리 미사일 없다” 했지만문 전 대통령은 17일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 외교안보 편’을 통해 2018~2019년 남북, 북-미 대화 후일담 등을 공개했다.문 전 대통령은 2018년 4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당시 도보다리에서 김 위원장이 “체제 안전만 보장되면 핵을 내려놓을 것”이라며 “나도 딸이 있는데, 딸 세대한테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할 순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전했다.문 전 대통령은 2018년 9월 평양 방문 당시엔 김 위원장이 “(이미 만든) 중장거리 미사일은 모두 시험발사하고 보유한 게 없어 문제 없다”고 말했다고 했다. 김 위원장에게 “중장거리 미사일을 먼저 폐기하면 미국에 성의 있는 비핵화 조치가 될 수 있다”고 제안하자 이같이 답했다는 것. 하지만 당시 정부 고위 관계자를 지낸 인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이미 최소 여러 기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는 게 당국의 판단이었다”고 했다. 2018년 5월 두번째 판문점 회담 당시 남북 정상이 이메일 연락에 합의한 사실도 회고록에서 공개됐다. 문 전 대통령은 5월 판문점 회담 며칠 전 문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 집무실을 연결하는 직통전화를 개설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실제 가동은 안 됐다고 한다. 문 전 대통령은 “(남북 간 직통전화를) 가동하자고 (내가) 독촉했다”며 “김 위원장의 대답은 ‘집무실이 노동당 청사에 있어 일주일에 한두 번 출근하고 대부분 지방을 다녀 없을 때가 많고 보안도 염려되니 확실히 보안이 지켜지는 이메일로 하면 좋겠다는 거’였다”고 했다. 또 “(김 위원장이) 이메일은 자기가 지방 현장에 가도 노트북을 늘 갖고 다녀 언제든 주고받을 수 있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메일 연락은 북한 쪽의 보안 시스템 구축 작업 지연으로 실제로는 안 됐다고 문 전 대통령은 말했다.● 金 “내 전용기 비행 범위 굉장히 좁아”회고록에는 2018년 4월 도보다리 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문 전 대통령에게 “중국에 의존해 비행기를 이용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 사실도 공개됐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2018년 6월)을 앞두고 “솔직하게 (내) 전용기로 갈 수 있는 범위가 굉장히 좁다”면서 이같이 말했다는 것. 이후 김 전 위원장은 2차 북-미 정상회담(2019년 2월)을 앞두고 2018년 9월 북한 삼지연에서 문 전 대통령을 만나선 “싱가포르에 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중국 비행기를 이용했는데, 정말 내키지 않았다”고 했다고 한다. 문 전 대통령은 “김 전 위원장이 (북-미 회담 장소로) 판문점이 안 된다면 기차로 이동 가능한 몽골을 바랐다”며 “몽골도 어렵다면 미국이 북한 해역에 항공모함 같은 큰 배를 정박시키고 거기서 회담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고 덧붙였다.문 전 대통령은 2018년 9월 평양 정상회담 당시 “언젠가 연평도를 방문해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고통을 겪는 주민들을 위로하고 싶다”고 한 김 위원장 발언도 소개했다.북한이 매우 예민하게 반발하는 대북전단 관련해선 문 전 대통령은 “수준이 저열한 대북전단은 우리 자신을 부끄럽게 한다”고 주장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24-05-17
    • 좋아요
    • 코멘트
  • 정부, 대만총통 취임식에 대표단 안보내기로

    정부가 20일 친미·반중 성향의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 취임식에 정부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기로 했다. 26, 27일로 확정된 한중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대만 문제에 민감한 중국을 의식해 내린 결정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해 12월 부산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회담 당시,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은 정상회의 개최와 관련해 ‘우호적 여건 조성’ 등을 전제 조건처럼 언급한 바 있다. 중국 외교부는 회담 보도자료에 “3국은 정상회의 조건을 조성하고 준비를 서두르기로 동의했다”고 했다. 당시 우리 정부에선 이 ‘조건’이 민주주의 정상회의(3월)나 대만 총통 취임식(5월) 등 중국이 민감해하는 정치 일정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정부 고위 관계자는 “1992년 한중 수교 당시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는 우리 기존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중일 정상회의가 정부 대표단 미파견 결정에 변수가 된 건 아니라는 것. 이 관계자는 “중국 측에서 취임식과 연계해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거론한 적은 없다”고도 했다. 한국은 앞서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 단교했다. 양국은 대사관이 아닌 상주대표부를 설치해 외교관계를 유지 중이다. 정부는 앞서 대만 총통 취임식 때도 정부 대표단은 파견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은 이번에 브라이언 디스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등 전직 고위관료 중심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대만에 파견한다. 일본도 초당파적인 친대만 국회의원 모임인 ‘일화(日華) 의원 간담회’ 소속 의원 30여 명이 대만으로 향한다. 중국 측은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와 관련해 1박 2일 일정만 소화할 것으로 전해졌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5-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정부, 라이칭더 대만 총통 취임식에 대표단 파견 안한다

    정부가 20일 친미·반중 성향의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 취임식에 정부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기로 했다. 26, 27일로 확정된 한중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대만 문제에 민감한 중국을 의식해 내린 결정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해 12월 부산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회담 당시,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은 정상회의 개최 관련해 ‘우호적 여건 조성’ 등을 전제 조건처럼 언급한 바 있다. 중국 외교부는 회담 보도자료에 “3국은 정상회의 조건을 조성하고 준비를 서두르기로 동의했다”고 했다. 당시 우리 정부에선 이 ‘조건’이 민주주의 정상회의(3월)나 대만 총통 취임식(5월) 등 중국이 민감해하는 정치 일정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다만 정부 고위 관계자는 “1992년 한중 수교 당시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는 우리 기존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중일 정상회의가 정부 대표단 미파견 결정에 변수가 된 건 아니라는 것. 이 관계자는 “중국 측에서 취임식과 연계해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거론한 적은 없다”고도 했다. 중국 당국이 관련해서 우리 측에 어떤 압박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은 앞서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 단교했다. 양국은 대사관이 아닌 상주대표부를 설치해 외교관계를 유지 중이다. 정부는 앞서 대만 총통 취임식 때도 정부 대표단은 파견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은 이번에 브라이언 디스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등 전직 고위관료 중심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대만에 파견한다. 일본도 초당파적인 친대만 국회의원 모임인 ‘일화(日華) 의원 간담회’ 소속 의원 30여 명이 대만으로 향한다.중국 측은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 관련해 1박 2일 일정만 소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앞서 서울에서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당시엔 하루 전 방한해 2박 3일 일정을 소화한 바 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5-16
    • 좋아요
    • 코멘트
  • 한중일 성명에 자유무역 확대 담길듯… 韓 “中 지지로 비칠라” 고심

    한중일 정상회의가 26, 27일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인 가운데, 3국이 경제협력·지역안보·인적교류 등이 담긴 공동성명 문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번 정상회의에선 3국이 경제·통상 분야에서 어떤 합의를 이룰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3국은 자유무역 확대, 공급망 안정 협력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을 의식하는 한국·일본과 미국 견제에 초점을 맞추는 중국의 입장이 크게 달라 자유무역·다자주의 강화에 초점을 맞추는 세계무역기구(WTO) 개혁 등 문안 수위를 두고 이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관세 전쟁 등 경제 이슈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한국 정부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 韓 “미중 갈등 속 중국 지지로 비칠까 고심” 15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한중일 정상회의 일정은 13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중국 방문 전에 최종 확정됐고, 현재는 공동성명 문안을 조율·협상하는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3국은 특히 관심이 집중되는 경제협력·무역 분야 등에서 집중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한중일 3국의 경제 규모나 영향력은 유럽연합(EU) 전체와 비교해도 못지않은 수준”이라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지역 현안들보단 아무래도 필요성에 공감대가 있고 조치에 따른 즉각적인 효용도 큰 경제협력에 힘을 주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3국은 보호무역주의 심화에 따른 자유무역 훼손,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 다양한 도전 과제에 대한 공동대응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메시지를 공동성명 문안에 포함시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은 3국 경제협력이 지역 안보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장치라는 측면을 한일 양국에 거듭 강조했다고 한다. 세부적인 각론에선 한중일 3국 간 의견 차이가 적지 않다고 한다. 특히 WTO 개혁이나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에 따른 입장 차가 대표적이다. WTO가 보호주의 산업 정책·보조금 경쟁 과열에 따른 무역 분쟁 조정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에는 한중일이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 하지만 중국은 반도체 등 자국 첨단 기술 등에 대한 미국의 수출 규제에 맞서 WTO가 자유무역, 다자주의 촉진에서 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최근 자유무역 강화, WTO 개혁을 미국 비판의 주요 명분으로 삼고 있다. 자신들 역시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보조금 지급을 하면서도 미국의 대중국 압박에 맞불을 놓는 수단으로 WTO 개혁, 자유무역·다자주의 회복을 주장하고 있는 것. 중국은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WTO 개혁 문제를 공동성명 문안에 제대로 포함시키자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일 FTA에 있어서도 중국은 “조속한 협상 재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한국과 일본은 자유무역 확대, 공급망 안정 협력, WTO 개혁, 한중일 FTA 추진 등이 자칫 미국을 배제하고 중국을 지지하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어 신중한 입장이다. 정부 소식통은 “미중 충돌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WTO 개혁, 한중일 FTA 추진 등 입장이 공동성명에 반영되면 중국 입장을 지지하는 모양새가 돼 미국을 자극하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며 “어떤 수준으로 문안을 정리할지 중국과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대만, 북핵 등에선 원론적 메시지 그칠 수도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에선 대만·북핵 문제 등 안보 분야 이슈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언급될지도 관심사다. 공동성명에는 역내 평화와 안정, 3국 관계 개선 등 메시지가 담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만 문제 등 안보 현안들에 있어서도 한일과 중국 간 간극이 작지 않아 원론적인 메시지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 소식통도 “2019년 한중일 정상회의 때보다 안보 분야에선 의견을 좁히기 쉽지 않다”고 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2024-05-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中 왕이, 조태열에 ‘대만문제 개입 말라’ 압박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양국은 대만이나 북핵, 탈북민 강제 북송 등 민감한 현안들에 대해선 여전히 인식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 14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은 전날 회담에서 “중한(한중) 사이에는 근본적인 이익 충돌이 없고 화이부동(和而不同·조화를 이루되 같아지지 않는다)의 경지를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고 대만 문제를 적절히 처리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 내용은 전날 회담 이후 나온 우리 외교부 보도자료에는 없었다. 중국은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발언에 반발하는 등 우리 정부의 대만 문제 언급에 노골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내비쳐 왔다. 왕 부장의 대만 관련 발언은 친미·반중 성향의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이 20일 취임을 앞둔 상황에서 우리 정부에 대만 문제와 관련해 중국에 반하는 입장을 내지 말라고 압박을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외교부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회담에서 북한이 위협적 도발을 이어가고 러시아와의 불법적인 군사협력을 지속하는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고 전했다. 또 탈북민들이 강제 북송되지 않도록 중국 측의 각별한 관심과 협조도 요청했다고 했다. 하지만 중국 측은 보도자료에 이 내용은 넣지 않았다. 조 장관은 14일 베이징 특파원 간담회에서 북핵 문제 대응과 관련해 중국의 역할이 과거보다 약해졌고 이로 인해 한국 정부가 중국에 거는 기대 수준도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가 기대하는 역할이 있는데 못 미치는 것을 보고 느낀 것을 얘기했고 왕 부장도 그 나름대로 논리를 갖고 설명했다. 동의는 서로 못 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방한과 관련해선 “양국 정상 간 상호 방문 필요성이 있다는 수준으로 언급했다”고 밝혔다. 한중 양국 모두 자료에 이를 담진 않았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 2024-05-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미즈시마 주한 日대사 17일 부임

    미즈시마 고이치(水嶋光一) 신임 주한 일본대사가 17일 한국에 부임한다.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최근 26, 27일 서울에서 개최되는 방향으로 확정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상회의 준비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9일 일본 각의(국무회의)에서 임명된 미즈시마 대사는 17일 한국에 입국해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미즈시마 대사는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 전 대사 후임으로 주미 대사관 참사관, 북미2과장, 영사국장 등을 거쳤고, 2021년부터 주이스라엘 대사를 지냈다. 지난해 한국 정부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에서 한국인을 이송할 때 일본인의 귀국을 지원하자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미즈시마 대사는 앞서 2018년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 공사(부대사)로 부임했을 당시 한일 관계가 악화되는 과정도 경험했다. 한국 근무 경험이 있는 만큼 일본 외무성 내에서 ‘한국통’으로 평가받는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2024-05-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조태열 “韓中, 北도발-공급망 공동대응을” 왕이 “간섭 배제해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 모두발언에서 “(한중 관계에서) 난관이 있더라도 이견이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하는 가운데 협력 모멘텀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장관)도 “최근 중한(한중) 관계가 직면한 어려움과 도전이 현저히 늘어난 건 쌍방의 공동이익에 부합하지 않고 중국이 원한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왕 부장은 “한국이 중국과 함께 양국 수교의 초심과 선린·우호의 방향, 상호 협력의 목표를 견지하고, 간섭을 배제한 채 마주 보며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중 협력을 위해 미국 간섭을 배제하라고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한반도를 중심으로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구도가 강화되는 가운데, 한중 외교 수장은 이날 만나 양국 관계가 갈등으로 치닫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26, 27일 한중일 정상회의가 최종 조율되고 있는 만큼, 경색된 양국 관계가 이번 장관 회담을 계기로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양 장관은 이날 한일중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지속해서 협력해가기로 했다. 한국 외교 수장의 베이징 방문은 2017년 11월 이후 6년 반 만이다.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이날 “지난 몇 년간 악화된 양 국민의 상호 인식을 개선해 나가기 위해선 역지사지 자세로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가운데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공감대를 확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대외관계를 제로섬 관계로 인식하지 않고 그렇게 관리하지도 않는다”고도 했다. 한미, 한미일 관계가 강화된다고 한중 관계에 소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또 조 장관은 탈북민 강제북송에 대한 국내외 우려를 전달하고, 탈북민들이 강제북송 되지 않고 희망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중국 측의 각별한 관심·협조도 요청했다. 중국은 지난해 10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탈북민들을 대규모로 강제 북송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북한이 위협적 언사와 각종 도발을 통해 한반도를 비롯한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한편 러시아와의 불법적인 군사협력을 지속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조 장관은 우려를 표했다. 이에 왕 부장은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 변함이 없다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조 장관은 이날 고위급을 포함해 다양한 수준에서 전략적 교류·소통을 강화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왕 부장을 한국으로 초청했다. 앞서 조 장관은 1월 취임 후 약 한 달 만인 2월 6일 상견례를 겸한 통화에서 왕 부장으로부터 방중 초청을 받은 바 있다. 왕 부장은 이번 조 장관의 초청에 대해선 상호 편리한 시기에 방한하겠다고 화답했다.양국은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 등 경제 협력도 지속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소통을 해나가기로 했다. 조 장관은 특히 우리 기업의 투자환경 보장 등 기업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한 중국의 관심과 지원도 당부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 2024-05-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北, 금강산 韓정부 자산인 소방서 첫 철거… 이산면회소도 위기

    북한이 강원 고성군 금강산 관광지구 내 소방서를 지난달 말 완전히 철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소방서는 우리 정부의 자산으로, 북한이 금강산 내 정부 자산을 철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10일 “정부는 소방서를 북한이 일방적으로 철거한 데 대한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미 비핵화 협상 결렬로 남북, 북-미 간 대화가 중단된 2019년 금강산 지구를 방문해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남측 시설들을 싹 들어내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후 북한은 한국 기업 소유의 관광 시설들을 하나둘 철거해 왔다. 여기에 이번엔 금강산 내 정부 자산까지 철거를 완료하면서 남북 경협의 완전한 단절과 금강산 지구 재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 북한은 개성공단 내 우리 기업 공장에 대한 무단 가동 범위도 지난해 말 30여 곳에서 최근 40여 곳까지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 “남측 시설 싹 들어내라” 이후 대거 철거 수순 금강산 지구 내 소방서는 지상 2층 건물로 우리 관광객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2008년 7월 8일 준공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3일 뒤인 11일,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가 현지에서 피격 사망하면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됐다. 이후 소방서는 방치된 건물로 남았다. 금강산 지구 내 정부 소유 자산은 이 소방서(22억 원)를 비롯해 이산가족면회소(550억 원), 관광 도로(26억6000만 원) 등 3건으로, 건설에만 총 598억6000만 원이 투입됐다. 현대아산 등 민간 기업의 투자액까지 합산하면 4000억 원이 넘는 돈이 금강산 지구 개발에 쓰였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2019년 10월 금강산 지구를 방문해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한 뒤 이곳에 대한 재개발 수순을 밟아 왔다. 2020년엔 김덕훈 내각총리가 현장을 시찰하면서 “민족적 특성과 현대성이 결합된 우리 식으로 건설할 것”을 지시했고 이어 2021년 8차 노동당대회를 통해 연차별·단계별 재개발 계획을 공식화한 바 있다. 올해 1월엔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금강산국제관광국을 폐지하면서 금강산 관광 사업에서 남한을 완전히 배제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정부는 남측 시설물들에 대한 북한의 철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황이 완화된 2022년부터 본격화됐다고 보고 있다. 현대아산 소유의 해금강호텔이나, 골프레저 기업인 아난티가 운영한 골프장 숙소 등 시설 해체 작업도 이때부터 이뤄졌다. 현재도 지구 내 골프장, 생활관 등 기업 소유 자산에 대한 철거 작업이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북한이 금강산 지구에 새 건물을 짓는 동향은 현재까지 포착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소방서 인근 지상 12층짜리 정부 소유의 이산가족면회소도 향후 북한이 철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소방서와 달리 면회소는 2018년 이산가족 상봉 때까지 우리 정부가 여러 차례 보수 작업을 했다”면서도 “노후화가 진행돼 북한이 이 건물을 쓸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고 했다. 면회소는 대형 건물인 만큼 소방서와 달리 폭파 작업을 통해 철거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개성공단에 이어 금강산 지구 내 정부 및 기업 재산권의 침해에도 노골적으로 나선 만큼, 정부는 소송 등 법적 조치도 검토 중이다. 이미 정부는 북한이 무단 가동 중인 개성공단에 대한 재산권 피해액을 4000억 원대로 산정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 시점 등을 검토하고 있다.● 개성공단 무단 가동 공장, 지난해보다 10여 곳 늘어 정부는 개성공단 내 우리 기업 공장 120여 곳 중 40여 곳에 대해 북한이 무단 가동하는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5월 10여 곳, 지난해 12월 30여 곳에 이어 무단 가동 범위가 또 늘어난 것. 개성공단에선 의류 봉제, 플라스틱, 금형 등 생산 공장으로 인력을 태운 버스가 수시로 오가고 공장 불이 밤에도 켜져 있는 등 무단 가동 정황이 지속적으로 포착되고 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24-05-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외교안보 질문, 국내언론 빼고 외신 4곳에만 기회

    윤석열 대통령의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외교안보 분야에선 외신 매체 4곳만 질문 기회를 얻었다. 시간상 제약은 있었지만 대통령 공식 기자회견에서 외교안보 분야와 관련해 국내 언론의 질문을 받지 않은 건 이례적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재임 기간 기자회견 당시 외교안보 분야와 관련해 국내 언론의 질문에 답했다. 외교가에선 북한 핵·미사일 고도화, 한중관계 등 외교안보 이슈가 산적한 상황에서 국내 언론의 시각으로 질문하고 이에 윤 대통령이 답하는 과정이 있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외교안보 분야와 관련한 질의응답에선 영국의 로이터통신과 BBC, 프랑스 AFP통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외신 기자 4명이 질문했다. 윤 대통령은 미국과의 방위비 협상과 관련한 로이터통신의 질의에 “한미의 탄탄한 동맹관계는 변치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거기에 기반해 문제를 풀어 나가면 원만하게 여러 가지 협상과 문제가 잘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1월 미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방위비 인상 요구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동맹국이라 해도 다른 나라 대선 결과를 예측·가정해서 언급하는 건 대통령으로서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한미 동맹에 관해 미국 조야와 상하원 양당, 행정부의 강력한 지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러시아가 북한산 무기를 구매하며 최근 한국 정부가 설정한 ‘레드라인’을 넘은 것 같다는 BBC의 질문엔 “러시아와의 관계는 사안별로 협력할 것은 협력, 반대·경계할 것은 그렇게 하면서 가급적 원만하게 경제 협력과 공동 이익은 함께 추구해 나가는 관계로 잘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 계획에 대해선 “공격용 살상무기는 어디에도 지원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방침을 가지고 있다”고 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강제징용 문제가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니혼게이자이신문 질의엔 “한일 관계는 과거사와 현안에 대해 양국 국민의 입장 차이가 확실하게 존재한다”며 “여러 가지 현안이라든가 과거사가 걸림돌이 될 수는 있지만 우리가 확고한 목표 지향성을 가지고 인내할 것은 인내해 가면서 가야 할 방향을 걸어가야 된다”고 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의 협력에 대해서는 “저와 기시다 총리는 서로에 대해 충분히 신뢰하고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마음의 자세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은 이날 “가치와 이념을 앞세운 미일 편중외교의 폐해에 대해 질문하고 싶던 국내 언론은 없었을지, 질문 기자 선정 방식이 너무 유치하지 않냐”고 비판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24-05-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金씨 일가 우상화 주도 ‘北의 괴벨스’ 김기남 사망

    ‘북한의 괴벨스’라 불린 김기남 전 노동당 선전선동 담당 비서(사진)가 7일 사망했다. 김기남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쳐 북한 체제 선전과 우상화를 주도했다. 김기남의 시신은 평양 보통강구역 서장회관에 안치됐다. 장례식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국가장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국장으로 치른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8일 2022년 4월부터 노환과 다장기 기능 부전으로 치료를 받아 오던 94세 김기남이 전날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김기남은 김일성종합대학 학부장, 노동신문 책임주필 등을 지냈다.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부장에 이어 선전 담당 비서를 맡아 김씨 일가 3대 세습의 정당성 확보에 앞장섰다. 김 위원장의 정치적 멘토 역할을 했던 그는 2013년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구차를 호위한 7인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김기남은 김 위원장의 노동당 장악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2013년 12월에는 김 위원장의 고모부이자 정권 2인자로 군림하던 장성택 부위원장을 ‘반당 반혁명 종파분자’로 낙인찍는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 토론자로 직접 나서는 등 김정은 체제 안착의 걸림돌을 제거하는 일을 주도했다. 김 위원장이 8일 오전 2시 직접 빈소를 찾아 조문한 것도 이런 인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기남은 2017년 10월 노동당 제7기 2차 전원회의를 통해 주석단 명단에서 배제되며 당 부위원장 등 직책을 내려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최측근이기도 했던 그는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김정일의 특사 자격으로 북한 조문단장을 맡아 서울을 찾았다. 이보다 앞선 2005년엔 8·15민족대축전 참석을 위해 대표단 단장으로 서울을 방문해 6·25전쟁 이후 북한 당국자로는 처음으로 국립현충원을 참배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24-05-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한중일 정상회의 26, 27일 서울서 개최”

    한중일 3국이 다음 달 26, 27일경 이틀간 서울에서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하기로 잠정 합의하고 의제 등 회담 관련 세부 준비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3국 정상회의는 2019년 12월 중국 청두에서 마지막으로 열린 뒤 4년 반 만이다. 정부 소식통은 3일 “3국이 26, 27일 개최 방향으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민영방송 TBS 계열 JNN도 이날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한중일 정상회의가 26, 27일 서울에서 개최되는 게 확실해졌다고 보도했다. 한미일 협력 강화와 북한 중국 러시아의 밀착으로 동아시아 정세가 4년 전과 달라진 가운데 열리는 회의다. 회의에는 윤석열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리창(李強) 중국 총리가 참석한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5월 이후 1년 만의 방한이고, 리 총리는 지난해 3월 총리 선출 이후 첫 방한이다. 3국 정상회의 기간에 양자 회담도 연달아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에선 북한을 포함한 동아시아 정세, 3국 경제협력 등이 논의될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삐걱거린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한 논의도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24-05-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10일 50개 병원 동시 휴진”… 어제 아산-성모 큰 혼란은 없어

    가톨릭대와 울산대 등 전국 9개 의대 교수들이 휴진을 예고한 3일 소속 병원 24곳 대부분에서 별다른 차질 없이 진료가 진행됐다. 환자들의 진료 취소, 예약 변경 등이 쉽지 않아 실제 휴진한 교수는 소수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향후 진료 일정을 사전에 조율하고 휴진하는 교수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10일에는 전국적인 휴진이 예정돼 있다. 진료 재조정으로 주 1회 휴진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휴진 예고에도 대부분 정상 진료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이날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중단하겠다고 예고했으나 대부분 정상 운영됐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휴진을 하지 않은) 지난주 금요일과 비교했을 때 진행된 진료와 수술 건수 등에서 거의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울산대 의대 비대위 소속 교수 일부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서울아산병원 정문 앞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항의하며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날 병원 대강당에서는 ‘2024 의료 대란과 울산의대 교육 병원의 나아갈 길’을 주제로 비공개 세미나도 열었다. 가톨릭대 의대 소속 병원 8곳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휴진으로 일정을 바꾼 교수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성모병원은 홈페이지에 정상 진료를 한다는 내용을 게시했다. 정부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전국 40개 의대 소속 88개 병원 중 87개 병원이 정상 진료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갑작스럽게 진료 일정 변경 못 해” 병원에 남아 진료하는 의사들은 “진료 일정을 갑작스럽게 조율할 수 없어 휴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의 한 교수는 “오전 내내 외래 환자를 진료했다”며 “오히려 암 환자 3명에 대한 수술 일정까지 새로 잡았다”고 말했다.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안도했다. 한 환자는 “휴진 소식을 듣고 내심 불안했는데 진료가 가능하다는 문자를 받고 안도했다”며 “환자들의 방문이 줄어 병원이 한적할 것 같았는데, 전혀 그런 것은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직서를 제출한 방재승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등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등 4명도 병원에서 진료를 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4명 모두 병원을 떠나지 않았으며 사직서는 아직 수리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향후 교수들의 휴진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최창민 전의비 비대위원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10일 휴진에는 전의비 소속 19개 대학 약 50개 병원이 참여할 것”이라며 “정부가 내년도 의대 정원 증원을 강행하면 일주일 집단 휴직 등 다양한 행동 방법에 대해서도 내부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성근 여의도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일주일 전에 휴진을 결정해 현실적으로 일정 조율이 어려웠다”며 “사태가 길어지면 매주 금요일에는 수술을 잡지 않는 방식으로 휴진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중증 환자 진료 전문병원에 보상 강화” 2월 말부터 석 달째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중 일부는 병원으로 복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3일 중대본 모두발언에서 “최근 전공의 일부가 환자 곁으로 돌아오고 있으며, 전임의 계약률도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일 기준 전국 100개 수련병원 소속 레지던트 9994명 중 596명(6%)이 현장에 남아 근무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의 577명보다 이틀 새 19명이 늘었다. 실제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에선 지난달 전공의 10여 명이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지던트 마지막 해인 경우 이달 말까지 수련병원에 복귀해야 내년 2월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복귀자들이 더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도권 대학병원의 4년 차 레지던트는 “지금도 마이너스 통장으로 생활하는 전공의들이 있다. 일부는 이달 복귀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중증 환자를 진료하는 전문병원을 상급종합병원 수준으로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중대본 모두 발언에서 “전문병원 지정 및 평가 기준을 개선해 심장, 소아, 분만 등 특화 전문병원을 육성하겠다”고 제시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24-05-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다자녀 군인 부부 “초저출생 시대, 우리가 진짜 대한민국 수호자”

    《‘대한민국 진짜 수호자’ 육해공군 다자녀 부부들30대 초반, 비교적 어린 나이에 자녀를 네 명 이상 낳은 부부 군인들이 있다. 전례 없는 초저출생 위기에 맞서 또 다른 의미로 나라를 지키고 있는 육해공군 대표 다자녀 부부와 아이들을 소개한다. 이들은 “육아는 힘들지만 차원이 다른 행복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0.72명. 지난해 기준 합계출산율이다. 대한민국은 유례없는 초저출생 위기로 신음하고 있다. 끝이 아니다. 출산율이 바닥을 찍을 거란 우울한 전망까지 들린다. 여기 출산율 바닥 시대에 역행한 사람들이 있다. 군인 부부인 이들은 30대에 자녀를 4명 이상 출산했다. 대한민국 수호의 최일선에서 근무하는 이들은 또 다른 의미로도 ‘애국자’다. 가정의 달을 맞아 동아일보는 육해공군을 대표하는 다자녀 군인 부부 세 쌍에게 초저출생 시대에 다자녀를 양육하는 이야기를 들어봤다.》지난달 29일 인천 계양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집 앞. 보호자가 아이 1명씩을 데리고 하원하는 모습이 띄엄띄엄 이어졌다. 새소리가 간간이 들릴 뿐 어린이집 앞 풍경은 여유로웠다. 오후 4시 반. 어린이집 앞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김진수 육군 대위(33·17사단)가 어머니 박점자 씨(58), 아이돌보미와 함께 나타난 것. 이들은 136kg까지 태울 수 있는 대형 왜건을 끌고 등장했다. 이내 “천천히 천천히”란 교사의 말소리가 들렸고, 똑같은 디자인의 옷을 입은 아이 5명이 나왔다. “꺄아아” 하며 어린이집에서 나온 아이들은 2021년 11월 국내에서 34년 만에 태어나 화제가 된 다섯쌍둥이다. 28주 만에 태어나 몸무게 1kg 남짓, 5명 모두 합쳐도 4.9kg에 불과했던 오둥이는 어느새 각각 13kg이 넘는 건강한 아이들로 성장했다. 맏언니 소현이를 시작으로 수현, 서현, 이현, 청일점 막내 재민이까지. 30개월이 된 오둥이가 차례로 오르자 가로 84cm, 세로 53cm 크기 왜건이 가득 찼다. 아이들이 약한 감기 증세를 보여 왜건에 태워 병원으로 가는 길. 동네 주민들의 눈길이 일제히 쏠렸다. “아이고 예뻐라. 많이 컸네.” 주민들은 손을 흔들고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고서 오둥이를 반겼다. 지나가는 버스를 보며 “타요!”라고 외치던 아이들도 주민들이 인사하면 익숙하다는 듯 함께 손을 흔들었다. 주민 이영례 씨(74·여)는 “세상에 어떻게 배 속에 다섯 명이 사이좋게 있었는지 기특하다”며 웃었다. 오둥이 아빠 김 대위는 “어디를 가나 알아봐 주신다. 과자를 주시는 등 아이들에게 뭐라도 하나 더 주려고 하셔서 감사하다”며 “온 동네가 아이들을 같이 키우는 기분”이라고 했다. 아파트 1층인 오둥이 집 현관에는 똑같은 신발 5켤레와 유모차 등 각종 육아용품이 가득했다. 부엌에 아기 식탁 의자 5개가 늘어선 모습은 대형 푸드코트의 아기 의자 비치 공간 같았다. 보호자 3명에 아이만 5명. 집 안은 군부대로 치면 1개 분대다. 과거엔 오둥이 부모에 김 대위 부모님, 아이돌보미까지 최대 5명이 아이들을 돌봤다. 그러나 김 대위 아버지가 해외로 발령 나고 엄마 서혜정 소령(33)이 지난해 11월 교육을 받으러 대전으로 가면서 현재는 김 대위 어머니를 ‘분대장’으로 3명이 아이들을 돌본다. 서 소령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이들에게 평일에 못 해줬던 걸 주말에 집중적으로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34년 만에 태어난 오둥이는 ‘국민 오둥이’가 됐다. 승합차, 기저귀, 반찬 등 각계 지원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런 국민적 관심이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김 대위는 “‘군인이 저런 지원을 받아도 되느냐’며 민원이 이어져 한동안 많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부부는 이 같은 여러 난관과 오둥이 육아로 인한 체력적 부담을 아이들 웃음으로 이겨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5명이 번갈아 깨다 보면 하루 5시간도 채 못 잘 때가 많다는 김 대위는 “마음 편하게 자보는 게 소원”이라면서도 “아이들 입에 먹을 것이 들어가고 웃는 모습을 볼 때면 피로가 풀린다”며 웃었다. 김 대위에게 물었다. 자녀 계획이 또 있을까. “현재까지는 없어요. 현재까지는요.”(웃음) 서 소령은 “내가 오둥이를 힘들게 낳아 남편이 쉽게 말하진 못하지만 남편은 오둥이가 초등학교에 갈 때쯤 여섯째를 낳고 싶어 한다”고 귀띔했다.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묻자 부부는 “각자 가치관과 사정이 있는 만큼 함부로 조언하기는 조심스럽다”면서도 다둥이 부모만의 행복을 자랑했다. “시부모님을 비롯한 가족 간에 끈끈한 전우애가 생기더라고요. 오둥이가 아니었다면 이런 전우애는 느끼지 못했을 거예요. 오둥이를 낳고 나니 세상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어요. 힘든 점도 분명 많지만 전혀 다른 차원의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서 소령)부모님 도움 없이 부부 힘으로만 사남매 육아“아이들 추억 위해” 격오지 울릉도 근무 자청 경북 울릉군에 있는 73㎡(약 22평)짜리 군 관사. 결합한 3개의 매트리스가 놓인 작은 방에 매일 여섯 식구가 뒤엉켜 잔다. 해군 1함대사령부 118조기경보전대 소속 김민호 상사(39)와 고유리 중사(34) 부부는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근무 시간 전후 다흰(9·여), 다겸(7), 다울(6·여), 다봄(4·여) 등 1남 3녀를 키우며 육아 전쟁을 치르고 있다. 부부는 초임 하사 시절 첫 근무지였던 천지함(군수지원함)에서 처음 만났다. 같은 기관부 소속으로 함정 생활에 대한 고민을 나누며 가까워진 둘은 2015년 6월 결혼했다. 결혼 전엔 아이 셋을 갖는 게 목표였다고 한다. 고 중사는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외동아들로 자란 남편이 다자녀를 원했고 나 역시 한 명보다는 둘이, 둘보다는 셋이 낫다고 생각했다”면서 “사실 넷째는 의도한 건 아니었다”며 웃었다. 그럼에도 “셋도 키우는데 넷은 못 키우겠냐 싶어 걱정은 없었다”고 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고 중사가 넷째를 임신했을 때 김 상사가 함정 근무로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아 ‘독박 육아’를 하게 된 것. 그는 “만삭일 때도 혼자 세 아이를 돌봤다. 그때가 네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라고 회상했다. 아이들을 모두 재우고도 빨래와 집 정리를 하고 나면 자정 무렵에야 부부는 잠이 든다. 둘만의 시간은 일주일에 한두 시간도 갖기 어렵다고 한다. 그래도 둘은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한 적이 없다. 고 중사는 “우리가 낳은 아이들이기에 책임은 전적으로 우리 몫”이라며 “나이 드신 부모님에게까지 기대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다. 오히려 아이들이 어느덧 서로 의지하며 부부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된 맏딸 다흰이는 학교가 끝나고 하교할 때 동생들을 일일이 챙긴다. 셋째는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 막냇동생이 밥을 먹을 때나 화장실을 갈 때도 항상 옆에 있어 준다. 고 중사는 “네 살 다봄이도 언니 오빠를 보고 따라 하면서 스스로 옷을 입는다”며 “하루 중 가장 바쁜 아침 시간에도 아이들이 앞다퉈 엄마를 도와줘 참 고맙다”고 말했다. 근무와 육아로 고된 생활에도 김 상사는 퇴근 후 문 앞에서 아이들이 반겨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고 중사는 “아이들끼리 서로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존재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며 더욱 힘을 내고 있다”고 했다. 격오지로 분류되는 울릉도 근무를 자원한 것도 아이들에게 색다른 추억을 선사해주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고 중사는 “학업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친구들과 자연에서 뛰노는 걸 지켜보면 근무지를 잘 선택했다고 느낄 때가 많다”고 했다. 지난해 5월엔 아이들이 교과서에서만 보던 독도를 망원경을 통해 직접 보는 소중한 경험도 했다. 올해는 지난해엔 멀리서만 봤던 독도를 아이들과 함께 직접 가볼 예정이다. 다자녀 부모이지만 부부는 아이를 갖지 않는 요즘 젊은 부부들을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섣불리 “아이를 가져야 한다”는 조언도 하지 않았다. 고 중사는 “육아휴직 등 군 인사제도 덕분에 그나마 네 명을 키우는 게 가능했다”면서 “친정이나 시댁에서 육아를 도와주지 않고는 젊은 부부가 아이 한 명 키우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래도 김 상사는 이렇게 힘주어 말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또 다른 행복을 많은 부부가 느껴봤으면 좋겠어요.”아들-딸 둘씩 갖자는 계획 30대 초반에 이뤄매일 아침 등원 전쟁에도 “아이들 웃음에 행복” “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1일 오전 8시 공군작전사령부가 있는 경기 평택 오산기지 내 관사 놀이터. 연보라색 운동복을 입은 아이 3명이 빨간 야구 모자를 쓴 황해일 공군 대위(32)의 구령에 맞춰 마무리 체조에 한창이었다. 찬성(5), 아정(4·여), 우승(3)이는 팔 벌려 높이뛰기, 다리 스트레칭 등 어린아이들에겐 고난도인 동작도 비교적 정확히 따라 했다. 군인 자녀다운 절도 있는 동작과 “까르르” 하는 아이들 특유의 웃음소리가 묘한 조화를 이뤘다. 아이들은 아빠가 챙겨 온 우유를 배식받은 뒤 “건강을 위하여 건배”를 외쳤다. 그리고 놀이터에 떨어진 쓰레기를 주웠다. 아침 운동은 이렇게 평소 하던 대로 마무리됐다. 황 대위는 “날이 좋을 때 아이들과 아침 산책을 하곤 한다”며 “아이들이 꽃, 고양이, 청설모를 한참 들여다보는데 그 순수한 얼굴을 볼 때 참 행복하다”고 했다. 황 대위 집인 관사 아파트 7층에선 지난해 12월 태어난 막내딸 자영이가 수유쿠션 위에 누워 모빌을 보며 한창 옹알이 중이었다. 황 대위는 아내 이은혜 중사(33)와 2017년 근무 중 만났다. 사귄 지 3개월 만인 그해 9월 혼인신고부터 해버렸다. 황 대위는 “아내에게 첫눈에 반했다. 많은 적들 사이에서 특수작전을 통해 만남을 이끌었고, 3개월 만에 혼인신고서에 도장을 찍게 했다”며 특유의 너털웃음을 보였다. 두 사람은 2018년 결혼식을 올렸다. 이듬해 첫째를 낳았고, 30대 초반에 4남매 부모가 됐다. “연애 초반 치킨집에서 닭다리를 뜯으며 아들 둘, 딸 둘 낳자고 얘기했는데 아내도 흔쾌히 동의하더라고요. 약속이 거짓말처럼 그대로 실현돼서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웃음) 매일 오전 8시부터는 ‘등원 전투’가 시작된다. 올해 3월 1일부터 육아휴직 중인 황 대위의 진두지휘 아래 아이 3명을 관사에서 걸어서 2분 거리인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기 위한 ‘임무’가 이날도 군사작전처럼 진행됐다. 부부는 산책할 때 입은 아이들 옷을 벗기고 한 명씩 씻기더니 유아 식탁 의자 3개에 3명을 앉혀 유부초밥을 먹였다. 막내가 울자 찬성이와 아정이는 밥을 먹다 말고 쏜살같이 옆으로 가 노래를 부르며 달랬다. 막내는 울음을 뚝 그쳤다. 아침 식사 후 수박을 먹던 아이들은 “한글 놀이 하자”며 아빠를 졸랐다. 황 대위는 익숙한 듯 부엌 한편에 붙은 한글 벽보 앞에 서서 글자를 짚으며 아이들을 가르쳤다. “거너더러머버서어저처커터퍼허허허허허.” 아빠의 “허허허허” 소리와 아이들의 “까르르” 소리가 뒤섞였다. 황 대위 발톱이 주황색 사인펜으로 색칠돼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등원 전쟁’은 오전 9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황 대위는 네 아이를 돌보느라 땀을 비 오듯 흘렸다. 이 중사는 전투복을 입은 채 아정이 머리를 묶어주고 아이들 옷을 입히느라 분주했다. 아정이는 이날 사진 촬영을 위해 휴직 중 오랜만에 전투복을 입은 아빠를 보고 “전투복 입었네”라며 웃었다. 찬성이는 “엄마 아빠가 군인이어서 좋다. 전투복 입고 모자까지 쓸 때 가장 멋지다”고 했다. 이 중사는 다자녀 육아를 위한 단축 근무로 오전 9시 반에 출근해 오후 4시 반 퇴근한다. 점심시간이면 집에 와 막내에게 모유를 수유하고, 점심을 먹은 뒤 부대로 돌아간다. 아이들이 많아 하루 6번, 주말이면 하루 종일 세탁기와 건조기를 돌리는 탓에 건조기 모터가 타버린 적도 있다. 식비는 아이 3명만 해도 일주일에 30만 원 이상 든다. 그럼에도 부부는 여섯째까지 낳을 생각이라고 했다. “저희가 아이들을 워낙 좋아하거든요. 군인답게 최초 계획대로 실행하고 있는 거죠.”(이 중사) “아이가 한 명, 두 명, 세 명일 때 느낄 수 있는 행복이 다 다르더라고요. 아이들 에너지를 감당하려고 저도 더 관리하게 되는 장점도 있고요.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에 너무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황 대위)인천, 평택=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24-05-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한중일 정상회의, 내달 26~27일 서울 개최 잠정 합의

    한중일 3국이 다음달 26, 27일경 이틀간 서울에서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하기로 잠정 합의하고 의제 등 회담 관련 세부 준비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3국 정상회의는 2019년 12월 중국 청두에서 마지막으로 열린 뒤 4년 반 만이다.정부 소식통은 3일 “3국이 26, 27일 개최 방향으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민영방송 TBS 계열 JNN도 이날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한중일 정상회의가 26, 27일 서울에서 개최되는 게 확실해졌다고 보도했다. 한미일 협력 강화와 북한 중국 러시아의 밀착으로 동아시아 정세가 4년 전과 달라진 가운데 열리는 회의다. 회의에는 윤석열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리창(李強) 중국 총리가 참석한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5월 이후 1년 만의 방한이고 리 총리는 지난해 3월 총리 선출 이후 첫 방한이다. 3국 정상회의 기간 양자 회담도 연달아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에선 북한을 포함한 동아시아 정세, 3국 경제협력 등이 논의될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삐걱거린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한 논의도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24-05-03
    • 좋아요
    • 코멘트
  • 아산-성모병원 휴진 혼란 없었지만… “사태 길어지면 휴진 늘것”

    가톨릭대와 울산대 등 전국 9개 의대 교수들이 휴진을 예고한 3일 소속 병원 24곳 대부분에서 별다른 차질 없이 진료가 진행됐다. 환자들의 진료 취소, 예약 변경 등이 쉽지 않아 실제 휴진한 교수는 소수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향후 진료 일정을 사전에 조율하고 휴진하는 교수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휴진 예고에도 대부분 정상 진료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이날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중단하겠다고 예고했으나 대부분 정상 운영됐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휴진을 하지 않은) 지난주 금요일과 비교했을 때 진행된 진료와 수술 건수 등에서 거의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울산대 의대 비대위 소속 교수 일부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서울아산병원 정문 앞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항의하며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날 병원 대강당에서는 ‘2024 의료 대란과 울산의대 교육 병원의 나아갈 길’을 주제로 비공개 세미나도 열었다.가톨릭대 의대 소속 병원 8곳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휴진으로 일정을 바꾼 교수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성모병원은 홈페이지에 정상 진료를 한다는 내용을 게시했다. 정부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전국 40개 의대 소속 88개 병원 중 87개 병원이 정상 진료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갑작스럽게 진료 일정 변경 못 해”병원에 남아 진료하는 의사들은 “진료 일정을 갑작스럽게 조율할 수 없어 휴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의 한 교수는 “오전 내내 외래 환자를 진료했다”며 “오히려 암 환자 3명에 대한 수술 일정까지 새로 잡았다”고 말했다.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안도했다. 한 환자는 “휴진 소식을 듣고 내심 불안했는데 진료가 가능하다는 문자를 받고 안도했다”며 “환자들의 방문이 줄어 병원이 한적할 것 같았는데, 전혀 그런 것은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사직서를 제출한 방재승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등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등 4명도 병원에서 진료를 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4명 모두 병원을 떠나지 않았으며 사직서는 아직 수리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다만 향후 교수들의 휴진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김성근 여의도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일주일 전에 휴진을 결정해 현실적으로 일정 조율이 어려웠다”며 “사태가 길어지면 매주 금요일에는 수술을 잡지 않는 방식으로 휴진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2월 말부터 석 달째 병원을 이탈 중인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중 일부는 병원으로 복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3일 중대본 모두발언에서 “최근 전공의 일부가 환자 곁으로 돌아오고 있으며, 전임의 계약률도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일 기준 전국 100개 수련병원 소속 레지던트 9994명 중 596명(6%)이 현장에 남아 근무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의 577명보다 이틀 새 19명이 늘었다. 실제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에선 지난달 전공의 10여 명이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레지던트 마지막 해인 경우 이달 말까지 수련병원에 복귀해야 내년 2월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복귀자들이 더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도권 대학병원의 4년 차 레지던트는 “지금도 마이너스 통장으로 생활하는 전공의들이 있다. 일부는 이달 복귀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증 환자 진료 전문병원에 보상 강화”정부는 중증 환자를 진료하는 전문병원을 상급종합병원 수준으로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중대본 모두 발언에서 “전문병원 지정 및 평가 기준을 개선해 심장, 소아, 분만 등 특화 전문병원을 육성하겠다”고 제시했다.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의사 집단행동과 관련해 12번째 의료 현장으로 경기 고양시 국립암센터를 방문했다. 한 총리는 “전공의 집단행동에 의한 의료 공백으로 인해 암 환자와 가족들이 치료와 수술 지연으로 큰 불안과 고통을 겪고 있다”며 “(의료진은) 부디 환자 곁을 지켜 달라”고 말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24-05-03
    • 좋아요
    • 코멘트
  • 정부 “北, 테러시도 징후”… 해외 공관 5곳에 경계령

    정부가 해외 5곳에 있는 우리 공관원들에 대한 북한의 테러 준비 징후를 다수 입수해 2일 테러 경보를 기존 ‘관심’에서 ‘경계’로 두 단계 올렸다. 해외 공관에 대한 테러 경보가 ‘경계’로 상향된 건 2016년 대테러센터 출범 이후 처음이다. 정부는 이러한 북한의 테러 위협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직접적인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단순 첩보 수준을 넘어 좀 더 위협적인 테러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보 당국은 해외에서 이뤄지는 엘리트층을 포함한 탈북민 증가를 북한의 테러 시도 배경으로 지목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해외 파견 북한인을 관리·감시하는 (북한) 공관 간부와 보위성 등 특수기관원들이 ‘이탈 사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외부 소행으로 김정은에게 허위 보고하고, 우리 공관원을 대상으로 보복을 기도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이날 주캄보디아·주라오스·주베트남 대사관과 주블라디보스토크·주선양 총영사관 등 5곳에 대한 테러 경보를 상향 조정했다. 테러 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의 4단계로 구분되는데, 경계는 ‘테러 발생 가능성이 농후한 상태’에 발령된다.“고위탈북민 한국행 줄잇자… 北, 공관에 보복 나선듯” 해외공관 ‘北 테러경보’ 북한은 우리 정부가 이날 테러 경보를 상향 조정한 5개 국가에 요원들을 파견해 우리 공관 감시를 확대하고, 테러 목표로 삼을 우리 국민을 물색하는 등 구체적인 활동까지 전개하고 있다고 국가정보원이 이날 밝혔다. 북한은 이들 국가에 모두 공관을 두고 있다. 북한의 대남 공작 조직인 정찰총국이나 비밀경찰인 국가보위성이 테러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한국으로 온 고위급 탈북민은 10명 안팎에 달한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올해 현재까지 북한 엘리트층의 탈북은 지난해 동기 대비 또 증가했다고 한다. 강화된 대북 제재로 경제난에 봉착한 북한에서 엘리트층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는 것. 우리 정보 당국은 올해 상반기 평양에서 최신 정보를 가진 엘리트층이 본격적으로 탈북할 가능성까지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북한 당국은 지난해 말 재외공관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검열도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해외에 있는 북한 외교관·무역대표부 직원·유학생 등의 이탈이 가속화되자 관리 책임이 있는 북한 공관 간부들이 그 책임을 해외 우리 공관원 등에게 돌리고 보복까지 하려는 것으로 우리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지역에서 우리 공관원들에게 테러를 가해 현지에 있는 북한인들에게 보란 듯 경고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테러를 준비하기 위해 현지에 테러조를 파견하려는 정황 등까지 정보 당국이 이미 포착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2024-05-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선관위 근무시간 로스쿨 다니고… 병가 ‘셀프 결재’로 100일 무단결근”

    감사원은 30일 “선거관리위원회는 자녀 특혜 채용 외에도 규정을 무시한 조직·인사 관리도 지속해 왔다”고 밝혔다. 선관위 내부에서 인사, 복무 등 인력 관리 전반에 걸쳐 법령을 무시하는 등의 행위가 관행화됐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시선관위 사무국장인 A 씨는 병원에서 받은 진단서 1건을 반복 사용하거나 병가를 ‘셀프 결재’하는 등의 방식으로 8년 동안 100일가량 무단 결근했다. 70여 차례 무단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실도 드러났다. 다른 직원 B 씨는 근무 시간에 외근 처리를 하는 방식으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다닌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일부 선관위 내부에서조차 “선관위는 원래 근태가 철저히 이뤄지지 않는 분위기”라며 이를 당연시했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감사원은 또 선관위가 외부 통제 없이 스스로 조직·정원을 운영하면서 고위직인 3급 인원을 필요 인원보다 40% 이상 과다 운용했다고 지적했다. 선관위법에 따른 4·5급 직위에 3급을 배치하는 등의 방식으로 고위직 수를 늘렸다는 것. 재외선거관 파견을 명목으로 3급을 5명 증원한 뒤, 실제론 국내 승진 자리로 활용하고 재외선거관 파견 전 2개월간 재택근무를 시키는 등 복무 관리도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선관위는 고위직 인사적체 해소를 위해 임기 6년짜리 시도선관위 상임위원(1급) 자리도 2, 3년으로 쪼개 내부 직원이 맡게 했다. 이렇게 상임위원이 된 선관위 직원들은 모두 1급 이상으로 퇴직했다. 감사원은 “선관위는 법령에서 하도록 정한 정원 감사를 한 번도 실시하지 않았다”며 “인사 감사도 그간 중앙선관위 인사부서가 실시해 사후 조치가 되지 않아 위법·부당한 인사 행태가 장기간 방치돼 관행화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24-05-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김일성에게서 ‘태양’ 지우고, 자신을 ‘태양’으로 높인 김정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할아버지와 아버지인 김일성·김정일에 대한 신격화를 최근 의도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그 대신 자신을 ‘태양’으로 지칭하는 빈도를 늘리는 등 우상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태양’은 북한에서 최고 지도자, 특히 김일성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김 위원장은 2012년 집권 당시 ‘김일성 따라하기’ 등을 통해 기반을 다졌다. 하지만 집권 13년 차에 접어들면서 선대의 후광을 거부하고 선대를 뛰어넘는 지도자라는 의미로 ‘김정은 시대’를 본격적으로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정부 당국자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정은이 홀로서기에 나선 듯한 모습은 과거 여러 차례 보였지만 최근 그 강도가 달라 보여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 ‘김정은=태양’ 한 달 새 3번 노출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고려투어스(Koryo tours)는 25일 홈페이지에 “북한 파트너(당국)로부터 ‘태양절’(김일성 생일)이란 문구가 단계적으로 폐지되고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여러 차례 확인받았다”고 밝혔다. 고려투어스는 북한 전문 여행사다. 북한에서 태양은 김씨 일가 3대에 모두 사용됐지만 그동안엔 김일성을 대표하는 표현으로 사실상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태양절은 올해 2월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에서 ‘4월 명절’ ‘민족 최대의 명절’ 등으로 바꿔 표현됐다. 15일 태양절 당일 북한 관영매체에서 태양절 표현이 등장한 건 “태양절에 즈음하여”라고 쓴 기사 단 한 건에서였다. 북한 매체들은 김일성 생가가 있는 만경대도 기존 ‘태양의 성지’란 표현 대신 ‘애국, 혁명의 성지’ 등으로 바꿔 표현하고 있다. 내부 선전·홍보물에서도 태양절은 자취를 감췄다. 김정일 생일인 ‘광명성절’(2월 16일)이란 표현 역시 2월 이후 보이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김일성 생일에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았다. 이곳엔 김일성·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돼 있다. 북한 매체에선 당 간부 등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소식도 알리지 않았는데, 이는 김 위원장 집권 이래 올해가 처음이다. 반면 김 위원장을 ‘태양’으로 수식하는 문구의 노출은 부쩍 늘었다. 17일 노동신문에 게재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의 글에서 김 위원장은 “주체 조선의 태양”으로 불렸다. 지난달 강동종합온실 준공 행사에선 ‘주체 조선의 태양, 김정은 장군 만세’라는 현수막이 등장했다. 정보 소식통은 “2010년대 후반 북한 내 ‘김정은주의’ 정립 움직임에 따라 태양 표현이 간헐적으로 등장했지만 최근 그 양상이 늘었다”며 “그 의도나 배경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金, 선대 우상화 지우고 본인 업적 부각”김 위원장은 2019년 3월 선전일꾼에 보낸 서한에서 “김일성 수령의 혁명 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게 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진실 알리기’는 명분일 뿐, 결국 자신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선대에 대한 신격화부터 차단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소식통도 “결국 김정은이 핵무력 완성 선언 등 자신의 업적을 부각시키려면 일단 북한 주민들이 자신만 바라보게 해야 한다고 믿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김 위원장이 자신의 ‘통일 지우기’ 주장 등을 의식해 우상화 조치에 나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최근 남북이 통일을 더 지향하지 말고 별개의 국가로 살아야 한다는 등 김일성·김정일의 유훈과 다른 주장을 펼친 바 있다. 결국 김 위원장 입장에선 선대를 어느 정도 끊어내야 자신의 생각·정책이 주민들에게 더 잘 먹힐 것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2024-04-2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태양절→4월 명절…北 김일성-김정일 신격화 차단 의도적인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할아버지와 아버지인 김일성·김정일에 대한 신격화를 최근 의도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대신 자신을 ‘태양’으로 지칭하는 빈도를 늘리는 등 우상화 작업은 본격화하고 있다. ‘태양’은 북한에서 최고 지도자, 특히 김일성을 가리키는 표현이다.김 위원장은 2012년 집권 당시 ‘김일성 따라하기’ 등을 통해 기반을 다졌다. 하지만 집권 10년차를 넘어가면서 선대의 후광을 거부하고 선대를 뛰어넘는 지도자라는 의미로 ‘김정은 시대’를 본격적으로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정부 당국자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정은이 홀로서기에 나선 듯한 모습은 과거 여러 차례 보였지만 최근 그 강도가 달라 보여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 ‘김정은=태양’ 한 달 새 3번 노출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고려투어스(Koryo tours)는 25일 홈페이지에 “북한 파트너(당국)로부터 ‘태양절(김일성 생일)’이란 문구가 단계적으로 폐지되고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여러차례 확인받았다”고 밝혔다. 고려투어스는 북한 전문 여행사다. 북한에서 태양은 김씨 일가 3대에 모두 사용됐지만 그동안엔 김일성을 대표하는 표현으로 사실상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태양절은 올해 2월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에서 ‘4월 명절’, ‘민족 최대의 명절’ 등으로 바꿔 표현됐다. 15일 태양절 당일 북한 관영매체에서 태양절 표현이 등장한 건 “태양절에 즈음하여”라고 쓴 기사 단 한 건에서였다. 북한 매체들은 김일성 생가가 있는 만경대도 기존 ‘태양의 성지’ 란 표현 대신 ‘애국, 혁명의 성지’ 등으로 바꿔 표현하고 있다. 내부 선전·홍보물에서도 태양절은 자취를 감췄다. 김정일 생일인 ‘광명성절(2월 16일)’이란 표현 역시 2월 이후 보이지 않고 있다.김 위원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김일성 생일에도 금수산태양궁전도 참배하지 않았다. 이곳엔 김일성·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돼 있다. 북한 매체에선 당 간부 등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소식도 알리지 않았는데, 이는 건 김 위원장 집권 이래 올해가 처음이다.반면 김 위원장을 ‘태양’으로 수식하는 문구의 노출은 부쩍 늘었다. 17일 노동신문에 게재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의 글에서 김 위원장은 “주체조선의 태양”으로 불렸다. 지난달 강동종합온실 준공 행사에선 ‘주체 조선의 태양, 김정은 장군 만세’라는 현수막이 등장했다. 정보 소식통은 “2010년대 후반 북한내 ‘김정은주의’ 정립 움직임에 따라 태양 표현이 간헐적으로 등장했지만 최근 그 양상이 늘었다”며 “그 의도나 배경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金, 선대 우상화 지우고 본인 업적 부각”김 위원장은 2019년 3월 선전일꾼에 보낸 서한에서 “김일성 수령의 혁명 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게 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진실 알리기’는 명분일 뿐, 결국 자신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선대에 대한 신격화부터 차단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소식통도 “결국 김정은이 핵무력 완성 선언 등 자신의 업적을 부각시키려면 일단 북한 주민들이 자신만 바라보게 해야 한다고 믿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김 위원장이 자신의 ‘통일 지우기’ 주장 등을 의식해 우상화 조치에 나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최근 남북이 통일을 더 지향하지 말고 별개의 국가로 살아야 한다는 등 김일성·김정일의 유훈과 다른 주장을 펼친 바 있다. 결국 김 위원장 입장에선 선대를 어느 정도 끊어내야 자신의 생각·정책이 주민들에게 더 잘 먹힐 것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2024-04-28
    • 좋아요
    •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