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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택시면허 거품 꺼지자…‘죽음의 초대장’ 된 100만 달러 면허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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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택시면허 거품 꺼지자…‘죽음의 초대장’ 된 100만 달러 면허의 배신

뉴욕=박용 특파원입력 2019-05-31 16:59수정 2019-05-3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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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적 대출’ 그림자 드러나…82년 제도 실효성도 논란
동아일보DB

지난해 11월 미국 뉴욕 퀸즈에서 한국계 택시기사 A씨(58)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커피 인심’이 후했던 그의 사망에 동료 기사들과 주변 사람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뉴욕타임스(NYT)는 “뉴욕에서 최근 1년간 8번째로 목숨을 끊은 택시 기사”라며 고인의 사연을 전했다.


한국 출신 이민자로 택시를 몰던 A 씨는 2017년 ‘택시 오너’가 됐다. 1만3000개 밖에 없는 뉴욕택시 면허(메달리온)를 57만8000달러(약 6억8800만 원)에 매입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듯했다. 그런 그는 왜 끔찍한 선택을 했을까. A씨의 동료는 NYT 인터뷰에서 “금융 문제 외엔 다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뉴욕 시와 의회는 택시기사들을 죽음으로 내몬 주범으로 우버, 리프트 등 승차공유 회사를 지목했다. 이들이 택시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면서 기사들의 소득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시 의회는 지난해 승차공유 서비스 기사의 수를 제한하는 법안으로 대응했다. 그것만으로 잇단 죽음을 설명할 수 있을까.


NYT는 지난달 19일(현지시간) 450명의 뉴욕 택시업계 관계자를 취재한 분석 기사에서 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이 신문은 “우버가 진출한 2011년 이후 뉴욕 택시 수입이 10% 감소했지만 메달리온 가격은 96% 떨어졌다”며 뉴욕 택시면허의 ‘거품 붕괴’를 지목했다. 그러면서 1937년 도입된 택시면허 제도의 허점, 택시업계와 브로커들의 ‘약탈적 대출’ 관행을 파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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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에 따르면 메달리온 가격은 2002년 20만 달러에서 2014년 100만 달러로 뛰었다. 뉴욕 시는 2004년 메달리온 경매 제도까지 도입하고 ‘일생일대의 기회’, ‘주식보다 나은 투자상품’이라며 투자광고까지 했다. 메달리온이 비싼 값에 낙착될수록 뉴욕 시 세수는 불어났다.

대출은 느슨해졌다. 과거엔 메달리온 매입 금액의 40%는 갖고 있어야 나머지 메달리온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택시업계 신용협동조합은 단돈 1달러가 없어도 전액 대출을 해주고 3년 내에 상환하게 하는 상품을 내놓았다. 택시업계 브로커들은 대출 중개로 돈을 벌었다. 90%가 이민자인 뉴욕 택시기사들은 모아둔 돈이 없어도 ‘택시 오너’가 될 수 있다는 꿈에 부풀었다.

거품이 빠지면서 ‘아메리칸 드림의 보증수표’는 ‘죽음의 초대장’으로 바뀌었다. 우버와 리프트에 밀려 수입이 준 택시기사들은 대출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었다. 면허 값은 추락했다. 금융사는 대출을 회수하고 집과 소득을 압류했다. 메달리온은 경매로 넘어갔다. 2016년 이후 950명의 택시기사들이 파산했다. NYT는 “2008년 금융위기 원인인 주택대출 거품과 비슷하다”며 “메달리온 거품에 대한 경고가 여러 번 있었지만 당국이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예일대 저널을 인용해 “(뉴욕 메달리언)은 강력한 이익집단의 압력에 취약한 정치적 의사결정에 의해 유지되는 비효율적 사적 소유권의 사례”라며 “왜 사회가 이 산업을 보호해야하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NYT의 보도 이후 뉴욕 주 검찰과 시는 약탈적 대출에 대한 진상조사에 나섰다. 뉴욕 택시업계가 “택시 수입은 10%가 아니라 36%가 줄었다”며 NYT 보도를 반박하면서 논란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이에 앞서 정부의 인위적인 택시 공급과 가격 통제, 택시업계와 금융사의 도덕적 해이, 약탈적 대출에 대한 감시 소홀 등 구조적 문제에 귀 기울이고 피해자 구제에 나서는 노력들이 있었다면 적어도 극단적 선택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모든 문제를 신기술과 경쟁자 탓으로 돌리는 건 진실을 외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일 뿐이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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