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한복판에 등장한 마차…“차별 멈춰라” 뿔난 게이머들 나섰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29일 14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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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50억 번 카카오게임즈 인기작 ‘우마무스메’
일본 서버 차별 논란으로 이용자 불만 폭발
이달초 엔씨 리니지2M도 광고 논란에 트럭시위
지난해부터 게임사 상대 적극 목소리내는 유저들

‘우마무스메’ 한국 배급사 카카오게임즈의 게임 운영에 불만을 품은 이용자들이 29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인근 도로에서 ‘마차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우마무스메’ 한국 배급사 카카오게임즈의 게임 운영에 불만을 품은 이용자들이 29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인근 도로에서 ‘마차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29일 오전 10시 경기 성남시 판교역 일대. 자동차들이 분주히 지나다니는 6차선 도로 위로 검정말이 이끄는 흰색 마차가 등장했다. 인기 모바일 육성 게임 ‘우마무스메’ 이용자들이 카카오게임즈를 겨냥해 시위에 나선 것이다. 마차는 ‘일본과의 차별대우, 한국유저 무시하나’ ‘계속되는 유저 기만’ 등 현수막을 내걸고 이날 6시간가량 판교역 주변을 맴돌 예정이다.

국내 게임사의 변화를 촉구하는 이용자 단체 시위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이용자들은 불합리한 게임 운영과 답답한 소통 방식에 불만을 호소하며 거리에 나섰다. 게임사는 개발, 출시만 하고 이용자는 플레이만 한다는 과거 일방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이제는 게임을 얼마나 이용자 친화적으로 운영하는지가 게임의 흥망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과제가 됐다는 평가다.

우마무스메는 일본 사이게임즈가 개발해 한국에서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유통)한 게임이다. ‘말’(우마)과 ‘딸’(무스메)이라는 뜻으로 실존 경주마를 본떠 만든 미소녀 캐릭터를 육성하는 것이 게임 목표다. 원작인 애니메이션 팬덤이 두텁고 일본에서는 이미 흥행이 검증된 게임이어서 한국 출시 전부터 입소문을 탔다. 국내에서 선보인지 한 달 만인 7월 말 구글과 애플 양대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7월 25일 하루 동안 발생한 매출만 150억 원이 넘을 정도였다.

‘우마무스메’ 한국 배급사 카카오게임즈의 게임 운영에 불만을 품은 이용자들이 29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인근 도로에서 ‘마차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우마무스메’ 한국 배급사 카카오게임즈의 게임 운영에 불만을 품은 이용자들이 29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인근 도로에서 ‘마차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용자들은 국내에서 게임을 퍼블리싱한 카카오게임즈의 운영 미숙을 문제 삼고 있다. 스토리가 중요한 게임인데 오역, 오타가 많고 계정마다 지급되는 핵심 아이템을 일본에서는 1년간 배포했으나 한국에서는 1개월만 줘 과금 부담을 키웠다는 점 등이 지적됐다.

이번 마차 시위를 이끈 결정적인 계기는 이 게임의 메인 콘텐츠인 ‘챔피언스 미팅’이라는 ‘PvP’(플레이어간 결투) 이벤트에 대한 공지였다. 일본 서버 이용자들은 대결 3주일 전부터 일정을 알고 예고된 경기장 종류, 종목, 날씨 등 조건에 맞춰 캐릭터 육성을 준비하는데 카카오게임즈는 3일 전 공지를 낸 것이 화근이었다. 정보를 미리 안 이용자와 그렇지 않은 이용자 사이에서 격차가 생겨 이는 차별이라는 주장이다. 불만이 터진 이용자들은 모금에 나서 마차 시위를 추진했고, 항의성 별점 평가도 병행해 현재 구글플레이 우마무스메 평점은 1.4점으로 주저앉았다.

이날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불편을 드린 이용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용자들의 의견들을 수렴해 개선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앞서 엔씨소프트도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2M’과 관련해 유튜버에게 이른바 ‘뒷광고’를 했다는 논란에 휘말려 뭇매를 맞았다. 게임에 돈을 얼마나 썼는지에 따라 우열이 가려지는 ‘P2W’(Pay to Win) 게임에서 특정 플레이어를 회사가 지원해주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달 초 리니지 유저들이 엔씨소프트 사옥 부근에서 트럭 시위를 했고, 엔씨 관계자들이 직접 방송에 나와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그동안 게임사 정책에 수동적으로만 따르던 이용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지난해부터 벌어진 현상이다.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며 유저끼리 목소리를 모으기 훨씬 용이해진 데다 ‘확률형 아이템’이라는 게임사 사업모델이 소비자들의 영향력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과거 게임을 구매해서 플레이했을 때와 달리 최근 게임들은 이미 진입한 이용자들이 계속해서 게임을 즐기고 유료 아이템을 많이 사야 유지·성장이 가능하다. 이런 관계에서 이용자들이 돌아서 버리면 게임사는 지속가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우마무스메나 리니지2M과 같은 논란은 게임사들의 성장성 우려로 이어지기도 한다. 마차 시위 예고 이후 카카오게임즈 주가는 계속 하락세를 보였고 이날 오후 1시 기준 2%가량 떨어지는 중이다. 강신진 홍익대 게임학과 교수는 “이제 게임 시장은 공급자 중심이었던 과거와 달리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회사를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이라며 “특히 확률형 아이템과 같은 과금 구조가 주류인 게임사 입장에선 이용자 이탈이나 불매운동은 치명적이기 때문에 이용자 평가에 더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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