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운전 똑바로해” 택시에 폭언한 벤츠남…승객은 “아이 있으니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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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4월 12일 15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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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를 운전하는 남성 A 씨가 택시 기사 B 씨에게 욕설을 하는 모습을 승객 C 씨가 촬영해 공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벤츠를 운전하는 남성 A 씨가 택시 기사 B 씨에게 욕설을 하는 모습을 승객 C 씨가 촬영해 공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한 외제차 운전자가 여성과 아이들이 타고 있는 택시를 멈춰 세우고 기사에게 고함과 욕설을 했다는 주민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당시 택시에 있던 승객도 해당 외제차 운전자를 처벌해달라는 글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했다.

12일 경기 분당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1시 50분경 성남시 분당구 태재고개 부근에서 벤츠를 운전하던 남성 A 씨가 택시 기사 B 씨를 상대로 “운전 똑바로 하라”며 고성을 지르고 있다는 주민 신고가 접수됐다.

이 사건은 당시 택시에 아이들과 함께 타고 있던 여성 승객 C 씨가 온라인에 글을 올리면서 먼저 알려졌다.

C 씨는 “아마 택시 기사가 차선 변경을 하려는데 뒤에 오던 벤츠 차주가 양보를 안 하려던 것 같다”며 “그런데도 차선 변경을 하니 화가 나서 택시 앞에 차를 멈춰 세운 것 같다”고 설명했다.

C 씨는 당시 A 씨가 B 씨에게 욕설을 내뱉는 현장을 촬영했다. 영상을 보면 A 씨는 “한 번 더 나 건드리면 죽는다”, “야 운전 똑바로 해”, “애들 있는데 왜 운전을 X같이해”, “네가 똑바로 운전했으면 경적 안 울리지 시XXX”, “개XX. 면상 다 갈아버린다”, “잘못했어? 안 했어?” 등 5분간 폭언을 퍼붓는다.

이에 B 씨는 “잘못했다”, “죄송하다”, “알겠으니까 가세요”, “애들도 있다”, “마스크 쓰세요” 등 사과하며 A 씨를 진정시키려 했다. 뒷좌석에 아이들과 함께 앉아 있던 C 씨도 “아이가 있으니 그만해달라. 제발 그만해달라”고 호소했으나 A 씨는 멈추지 않았다.

C 씨는 “벤츠 운전자가 아버지뻘 되는 택시 기사님께 고함을 치고 욕을 했다”며 “아마 기사님이 블랙박스가 찍고 있다고 해서 주먹질은 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아무리 택시 기사님이 잘못 했다고 하더라도 저런 행동을 해선 안 된다. 뒤에 타고 있던 아이들은 귀를 막고 눈을 감은 채 공포에 떨어야 했다”며 “택시 기사를 위협하는 행동은 승객인 나와 아이들의 안전도 위협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기사님께 신고하자고 블랙박스를 요청했는데 본인 생사에 문제가 생길까 봐 그냥 넘어가자고 하신다”며 “마음이 너무 안 좋고 무섭다”고 했다.

이후 C 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지금 담당자 배정 중이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주변을 지나가다 이 장면을 목격한 다른 시민도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 등을 토대로 A 씨와 B 씨를 찾고 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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