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빙 기계로 키웠나…모국어 이해못한 中 금메달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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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8월 11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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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 중국 여자 다이빙 금메달리스트 취안훙찬. (GettyImages)/코리아
2020 도쿄올림픽 중국 여자 다이빙 금메달리스트 취안훙찬. (GettyImages)/코리아

2020 도쿄올림픽 중국 여자 다이빙 금메달리스트 취안훙찬(全紅嬋·14)이 경기 직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엉뚱한 대답을 해 선수에 대한 기초교육 없이 기계처럼 훈련만 시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필명 팡저우쯔(方舟子)로 유명한 중국의 과학저술가 팡쉬민(方是民)은 지난 8일 트위터에 취안훙찬의 인터뷰 영상 일부를 올리며 “14살이 일상적인 질문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걸 보니 귀여운 게 아니라 서글프다”고 밝혔다.

영상에 따르면 한 기자는 취안훙찬에게 “본인의 성격은 어떤 것 같나”라고 물었다. 그런데 취안훙찬은 ‘성격(性格, 씽거)’과 발음이 비슷한 ‘씽 오빠(씽거)’로 이해한 듯 기자에게 ‘씽 오빠가 누구냐’고 되물었다.

옆에 있던 관계자가 “평상시 너의 태도”라고 설명해주자 취안훙찬은 그제야 민망한 듯 웃으며 인터뷰를 이어갔다. 이를 두고 팡 작가는 “(취안훙찬에겐) 어린 시절도 없고, 기초교육도 받지 못한 채 다이빙 기계로 훈련됐다”고 주장했다.

팡쉬민 작가가 올린 취안훙찬의 인터뷰 영상 일부. 트위터 갈무리
팡쉬민 작가가 올린 취안훙찬의 인터뷰 영상 일부. 트위터 갈무리


앞서 취안훙찬은 지난 5일 도쿄올림픽 다이빙 여자 10m 플랫폼 결승에서 5차 시기 합계 466.20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 직후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는 “돈을 많이 벌어서 엄마의 병을 치료해주고 싶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취안훙찬이 아픈 어머니의 병원비를 위해 7살 때부터 다이빙을 시작했다는 사연도 전해졌다. 팡 작가는 “어머니의 병을 고치기 위해 돈을 버는 게 어린이 노동자(童工)와 무엇이 다르냐”면서 “우승하지 못해 알려지지 않은 어린이 노동자는 얼마나 더 많을까”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취안훙찬이 광둥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표준어를 잘 알아듣지 못했을 뿐, 지나친 확대 해석이다”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팡 작가는 “이런 주장은 기초적인 (표준어)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방증하는 것”이라고 재차 지적했다.

2005년 중국 청두 어린이 체조학교에서 한 소녀가 체조 동작을 연습하고 있다. (GettyImages)/코리아
2005년 중국 청두 어린이 체조학교에서 한 소녀가 체조 동작을 연습하고 있다. (GettyImages)/코리아

이와 관련해 영국 매체 더선은 “중국이 스포츠를 공산주의 체제 유지에 활용하기 위해 서구권 비인기 종목을 중심으로 스포츠 영재를 육성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공산당의 후원을 받는 스포츠 관계자들은 경쟁을 통해 어린아이들을 선발하고, 무자비한 훈련을 시키고 있다고 더선은 전했다.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스포츠 학교만 20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4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들이 고된 훈련에 투입되고 있으며,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면 추가 훈련까지 받아야 한다. 기숙 생활로 가족을 보는 건 일 년에 두 번 정도. 기초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집중훈련으로 몸이 망가지기도 한다.

2005년 중국 청두 어린이 체조학교에서 한 소년이 코치의 도움으로 역기를 들어 올리고 있다. (GettyImages)/코리아
2005년 중국 청두 어린이 체조학교에서 한 소년이 코치의 도움으로 역기를 들어 올리고 있다. (GettyImages)/코리아

이런 상황에도 일부 부모는 정부 보조금과 아이 장래를 고려해 자녀를 스포츠 학교에 보내고 있다. 중국의 한 스포츠 관계자는 “경제적 형편이 좋지 않은 가정에서 온 아이들이 어려운 훈련에 잘 적응한다고”고 더선에 밝혔다.

중국 측은 이러한 비판과 논란에 대해 “서구 언론의 편파적 보도”라고 일축했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서구 언론은 우리 선수들의 긍정적인 에너지와 팬들의 성숙한 사고방식을 외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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