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 CIA비밀요원 행세, 놀면서 봉급 챙겨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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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환경청 관리, 정부상대 황당 사기

“나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1급 비밀요원이다.”

이런 거짓말로 일을 하지 않으면서도 12년 동안 무려 88만6000달러(약 9억6900만 원)의 보수를 받아온 미국 환경보호국(EPA) 관리가 체포됐다. 정부 인사가 비밀요원을 사칭하며 정부를 상대로 사기를 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5일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EPA의 선임정책고문인 존 빌 씨(64)는 2000년부터 일을 하지 않고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영국 등에 장기 체류하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국장이 이유를 물으면 “나는 CIA를 비롯한 정보기관에서 1급 기밀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 말에 EPA의 어느 누구도 빌 씨의 여행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이렇게 12년 동안 빌 씨는 출근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프린스턴대 석사 출신인 빌 씨는 대기 및 방사능 관련 업무를 맡고 있지만 관련 업무를 전혀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면서도 월급은 물론이고 인센티브와 보너스까지 꼬박꼬박 챙겼다. 연봉도 꾸준히 올라 2013년 16만4700달러에 이르렀다. 동료들은 빌 씨가 항상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풍기며 다녔다고 말했다. 빌 씨는 결국 재판에 회부됐다.

검찰은 그에게 최고 3년의 징역형과 50만7200달러의 벌금을 구형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CIA#사기#미국 환경보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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