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타운 같다” 오버투어리즘 신음하던 세계 명소들, 이젠 그립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0일 16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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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치비타 디 반뇨레죠. 사진 위키피디아 캡쳐
이탈리아 치비타 디 반뇨레죠. 사진 위키피디아 캡쳐
“우리 마을이 ‘차이나타운’ 같다는 자조 섞인 말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들’이 있어야 행복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탈리아의 중부의 작은 마을 ‘치비타 디 반뇨레죠’ 사람들의 하소연이다. 이곳은 ‘죽어가는 마을’로 통했다. 절벽 위에 위치한 마을의 지반이 조금씩 무너지면서 마을 주민들이 모두 떠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을이 일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와 유사하게 생겼다란 소문이 확산되면서 연간 10만 명의 중국인이 방문하는 관광명소가 됐다.

그러나 전 세계로 번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으로 최근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지면서 마을 사람들이 지역경제의 어려움을 호소하게 된 것이다. 이 곳 뿐만이 아니다. 신종 코로나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세계 곳곳의 크고 작은 관광지가 타격을 입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 등은 전했다.

9일 오후 파리 중심가인 오페라 가르니에 일대도 평소보다 중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어있었다. 일대 고급시계점 주인은 기자에게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드니 매출이 거의 반토막 난 거 같다”고 하소연했다. 파리 지역관광 위원회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은 다른 국적 여행객보다 60% 가량 돈을 더 써왔다.

이에 파리 시내 주요백화점과 대형 점포들은 ‘중국인’ 점원을 별도로 배치해왔지만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해 중국인 특수가 크게 줄어든 상태다. 신종 코로나로 인한 ‘중국인 혐오’ 분위기를 의식한 일부 중국인 관광객들을 겨냥해 점포 앞에서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걱정 말고 안으로 들어오라”며 호객행위를 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와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로 나간 중국인 관광객 은 1억7000만 명에 달했다. 전 세계 관광업의 10%에 해당된다. 중국인 해외 관광객은 1995년 500만 명에 불과했다. 2003년 사스가 발병할 당시에도 연간 2000만 명에 그쳤다.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지난해 1억7000만 명이 넘어섰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중국인의 약 10%가 해외관광을 진행 중이며, 2027년에는 약 3억 명이 여권을 소지해 여행 중인 중국인의 20%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 세계 관광계가 중국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지난달 27일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자국민의 해외 단체여행을 금지시켰다. 중국과 연관된 각종 항공편 노선도 줄거나 중단됐다. 유럽 각국들도 중국을 거친 여행객의 입국을 제한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신종 코로나가 세계로 확산된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인들이 열렬한 여행자가 됐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그동안 중국 관광객의 소비에 의존해왔던 크고 작은 관광지가 신종 코로나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감지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매년 겨울철 스위스 주요 스키장은 몰려드는 중국인으로 겨냥해 중국어 스키학교를 여는 등 ‘대목’으로 통했지만 올해는 비교적 한산하게 지나갔다. 이탈리아 로마 호텔마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취소가 이어지면서 숙박업 종사자들끼리 “올 겨울은 피바다”라고 부른다, 로마의 여행사 직원인 진 릴리 씨는 “일부 시간 내에 우리도 일시적으로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일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인 해외 관광객들은 한동안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 폐해의 주범으로 꼽히기도 했다. 오버투어리즘은 과도하게 많은 관광객들이 특정 문화유산지에 몰리면서 주민 피해와 환경 훼손이 심각해졌다는 점을 일컫는 신조어다. 주로 단체여행을 많이 하는 중국인을 비판할 때 많이 활용됐다. 그러나 막상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하자, 주요 관광지 곳곳에서 ‘중국인이 그립다’는 분위기도 생기고 있는 셈이다.

관광객이 늘어나는 봄철(3월)부터는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인한 지역경제, 세계관광업의 침체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우려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를 계기로 중국인들의 관광 선호 형태도 버스를 타고 우르르 몰려다니는 단체여행에서 소수나 혼자 다니는 개별여행으로 바꿀 것으로 보이는 등 세계 관광산업에 큰 변화를 겪을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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