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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서 담배는 ‘돈’이라는데”…‘담배 천국’ 북한 이야기[송홍근 기자의 언박싱평양]<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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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서 담배는 ‘돈’이라는데”…‘담배 천국’ 북한 이야기[송홍근 기자의 언박싱평양]<6>

송홍근 기자 입력 2019-11-25 14:00수정 2019-12-09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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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담배 천국’입니다.

음식점이나 숙박업소, 엘리베이터에서도 담배를 피웁니다. 북한이 생산하는 담배 브랜드만 200종(한국 50여 종)이 넘습니다. 1달러 10갑인 담배가 있는가 하면 1갑 20달러 하는 담배도 있습니다. 내고향담배공장, 대동강담배합영회사, 룡봉담배회사 등 40곳 넘는 생산기업이 경쟁합니다(강동완 ‘북한담배: 프로파간다와 브랜드의 변주곡’ 참조).

언박싱평양 6화의 주제는 ‘흡연 파라다이스’ 북한의 담배입니다. 청년들과 함께 북한의 담배를 언박싱해 구석구석 살펴보며 대화를 나눕니다.



북한에서 담배는 ‘돈’입니다. 북한에서는 ‘뇌물을 준다’를 ‘고이다’라고 하는데요, ‘담배를 고이는’ 게 삶의 윤활유랍니다. 병원에서 진단서를 안 떼 주면 ‘고여야’ 합니다. 관공서에서 문서를 발급받을 때도 담배 1갑을 ‘고이는’ 게 예의고요. ‘보루’ 단위나 큰 상자에 넣어 ‘고이는’ 건 말 그대로 뇌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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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담배는 ‘권위’ 혹은 ‘권력’이기도 합니다. 노동당 간부 출신 망명 인사 L씨는 “크건, 작건 조직의 장(長)은 휴식 시간에 부하 직원에게 담배 1개비씩 나눠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당국이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한 대로라면 북한의 여성 흡연율은 0%(남성 흡연율 54.7%)입니다. 조선중앙통신도 “여성 흡연자가 없다”고 강조합니다. 여성 흡연을 금기시하고 ‘권위’를 가진 남성만 담배를 피울 수 있는 문화 때문입니다.

탈북민 이주희(33) 씨는 “북한에서는 여성이 담배 피우는 것을 부도덕한 행위로 여긴다”면서 “그렇다고 해도 여성 흡연율이 0%는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또 다른 탈북 여성은 “할머니들은 담배를 피워도 된다. 여자가 아니라 노인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2월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 하노이로 이동하던 김정은이 중국 난닝(南寧)역 플랫폼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포착됐을 때 여동생 김여정이 재떨이를 들고 옆에 서 있었는데요. 이 장면은 독재권력 뿐만 아니라 가부장제가 강하게 남아 있는 북한의 남녀 관계의 단면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북한에서 담배는 프로파간다(propaganda)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는 김정은이 고위 간부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노출합니다. 젊은 지도자의 ‘권위’를 높이고자 고안된 ‘연출’이라고 하겠습니다. 김정은은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발사대 옆에서 담배를 피우기도 했습니다.

김정은은 핵 실험과 ICBM 시험발사로 한반도에 위기가 고조됐을 때 ‘727’을 피우다가 ‘건설’로 바꿨습니다. 북한은 1953년 7월 27일(정전협정 체결일)을 “미제국주의와 남조선 괴뢰가 일으킨 전쟁에서 승리한 날”로 선전합니다. 비핵화 협상 국면이 시작된 후 피우기 시작한 ‘건설’에는 붉은 깃발을 든 노동자와 건설 현장이 그려져 있습니다.

담배는 북한의 외화벌이 창구 노릇도 합니다. 중국, 동남아, 중동으로 수출합니다. ‘가성비’ 덕분에 중국 저소득층에게 특히 인기가 있습니다. 북한은 2000년대 초 KT&G를 포함한 세계 유명 브랜드의 위조 담배를 만들어 외화를 벌었습니다.

유튜브에서 ‘언박싱평양’을 검색하면 1~5화를 모두 보실 수 있습니다.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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