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만명 정규직화에 5년간 4조 필요… 채용축소 불가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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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지침]
公기관 332곳중 230곳이 적자… 청소-경비인력 정규직 전환 고심
정부 “先고용안정 後처우개선”… 노조에 임금인상 자제 요청키로

문재인 대통령이 선포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 20일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로 본격화되면서 국민 세금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공공기관이 재정 부담을 이유로 청년 신규 채용을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이번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면 장기적으로 비정규직 제로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전문가들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31만여 명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면 향후 5년간 약 4조 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 현재 국내 공공기관 332곳 가운데 230곳이 적자를 보고 있을 정도로 경영 상태가 좋지 않다.

정부는 일단 비용이 적게 드는 ‘고용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임금 인상 등 ‘처우 개선’은 점진적으로 추진해 재정 투입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또 파견·용역업체 수수료를 절감해 처우 개선에 활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규직 전환에 따른 간접노무비(퇴직금 등)까지 고려하면 재정 부담 증가와 신규 채용 감소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실태조사를 거쳐 전환 규모와 소요 예산을 9월 중 발표할 계획이다.

공공기관들은 비상이 걸렸다. 정부 지침을 따르면서도 비용 증가를 최소화하는 ‘묘수’를 짜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청소와 경비 등 용역 근로자의 처우를 놓고 고민에 빠져 있다. 한국전력공사 측은 “용역업체의 생존도 걸려 있어 검침원 3000명에 대한 일괄 전환 여부는 정부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가스공사도 청소 및 경비 인력 약 1000명의 정규직 전환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신규 고용을 줄이지 말라고 요청한 만큼 대다수 공공기관은 올해 신규 고용 규모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 대신 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 노조를 상대로 임금 인상 자제를 적극 요청할 계획이다.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은 “정규직 전환 대상 직종은 대부분 청년보다는 고령자들이 선호하는 직종이라 청년 고용이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 정규직의 연대와 협조를 통해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정규직 노조의 선의(善意)가 없다면 비정규직 제로 정책은 어렵다는 얘기다.

유성열 ryu@donga.com / 세종=이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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