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스 대신 컨트롤러… VR로 외과수술 재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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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VR 스타트업 쇼케이스 현장

9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새너제이의 맥에너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GPU 테크놀로지 콘퍼런스(GTC)’에서 관람객이 무릎 안 
조직에 주사를 놓는 가상현실(VR) 콘텐츠를 체험하고 있다. 관람객이 오른손에 쥔 컨트롤러가 화면의 주사기와 연동돼 움직인다. 새너제이=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9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새너제이의 맥에너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GPU 테크놀로지 콘퍼런스(GTC)’에서 관람객이 무릎 안 조직에 주사를 놓는 가상현실(VR) 콘텐츠를 체험하고 있다. 관람객이 오른손에 쥔 컨트롤러가 화면의 주사기와 연동돼 움직인다. 새너제이=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눈앞에 칼로 잘라 반으로 나뉜 무릎이 나타났다. 벌어진 틈 사이로 피부와 뼈, 그 안의 조직이 훤히 보였다. 컨트롤러를 잡고 움직이니 주사기가 똑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바깥 피부에는 주삿바늘이 잘 들어갔지만 뼈에 주삿바늘을 누르니 실제 뼈처럼 딱딱한 느낌과 함께 주삿바늘이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약물을 무릎 안의 조직에 주사하는 수술을 구현한 가상현실(VR)이다.

영국의 VR 스타트업 ‘펀더멘털(Fundamental)VR’가 개발한 이 콘텐츠는 인체 조직의 실제 질감과 유사한 느낌을 주는 햅틱 기술(촉각을 재현하는 기술)을 접목해 VR의 현실감을 극대화했다. 9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새너제이 시 맥에너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엔비디아 주최의 ‘GPU 테크놀로지 콘퍼런스(GTC)’는 의학 교육 분야에서 VR 기술이 상용화 단계에 있음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올해 8회를 맞은 GTC는 엔비디아가 주최하는 세계 최대 GPU 개발자 콘퍼런스다. 인공지능(AI), 딥러닝, 헬스케어, VR, 자율주행차 등을 주제로 400개가 넘는 강연과 전시장 부스 등이 마련됐다. 관람객 7000명 이상이 찾았다. GTC에서는 기술력이 뛰어난 스타트업을 선발하는 ‘VR 콘텐츠 쇼케이스’도 열렸는데 120개 기업 중 1차 예선을 통과한 10개 기업이 자신들의 기술을 소개했다. 10개 기업 중 3곳이 의학 분야 스타트업일 정도로 의학 분야의 VR 기술 개발이 활발했다.

실제로 펀더멘털VR의 기술은 외과 수련의들을 교육하는 데 활용된다. 영국 킹스칼리지병원은 펀더멘털VR와 계약을 맺고 이 콘텐츠를 활용해 수련의를 교육한다. 리처드 빈센트 펀더멘털VR 최고경영자(CEO)는 “1mm라도 빗나간 자리에 주사했을 때 환자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는 만큼 오차를 정확하게 실시간으로 피드백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스위스 스타트업 ‘버추얼 레디올로지(Virtual Radiology)’는 2차원인 환자의 CT, MRI 화면을 3차원(3D) 영상으로 만들어 주는 VR 기술을 선보였다. 호주 스타트업 ‘오팩 스페이스(Opaque Space)’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우주비행사들이 겪게 되는 무중력 상태의 경험을 VR에서 구현한 기술 ‘어스라이트(Earthlight)’를 선보였다. 나사와 손잡고 기술을 공동개발하고 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제프 허브스트 엔비디아 비즈니스 부문 부사장은 “햅틱 기술, 3D 영상 등이 VR와 만나면서 의료 현장에서의 교육, 수술 시뮬레이션 분야에 VR가 더욱 활발하게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주최 측인 엔비디아는 자사 렌더링 기술 소프트웨어인 ‘엔비디아 아이레이’ 기술을 이용해 100여 년 전 무너진 영국은행 내부를 VR로 재현해 찬사를 받았다. 은행 안에 전시된 조각상들이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에 의해 바닥에 그림자가 지는 것까지 정교하게 표현됐다.

한국에서도 의료현장에 VR를 적용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VR, AR 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 연구개발(R&D)을 지원하기 위해 산업계, 학계, 의료계 등 전문가 20명으로 구성된 전문가협의체를 발족한다고 지난달 밝혔다.

새너제이=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vr#스타트업#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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