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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일본 철학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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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일본 철학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가

김윤종기자 , 김윤종기자 입력 2015-07-17 03:00수정 2015-07-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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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철학자들 “깊게 알아야 쉽게 쓴다”… 철학-사상서 국내 출간 붐

올해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의 저자는 어느 나라 사람일까.

정답은 ‘일본인’이다. 일본인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59)가 정신분석가 알프레트 아들러(1870∼1937)의 이론을 담아낸 ‘미움 받을 용기’는 무려 22주간 국내 대형서점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의 또 다른 저서인 ‘행복해질 용기’ ‘늙어갈 용기’가 최근 출간되는 등 국내에 소개된 기시미의 책만 11권이 넘는다.

○ ‘일본 철학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한국인들


최근 출간된 ‘왜 지금 한나 아렌트를 읽어야 하는가’는 일본 가나자와대 나카마사 마사키 교수가 썼다. 일본인 철학자의 이름을 제목에 넣은 ‘고쿠분 고이치로의 들뢰즈 제대로 읽기’도 발간돼 7월 첫째 주 철학서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랐다. ‘철학의 기원’(가라타니 고진) ‘과학으로 풀어낸 철학입문’(도다야마 가즈히사) 등도 잇따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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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 박정석 씨(30)는 “‘미움 받을 용기’를 본 뒤 일본 철학자 저서를 몇 권 더 샀다”며 “어려운 철학이론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준다”고 말했다.

철학 전공자와 출판 전문가들은 △일본 지식 분야의 수준이 높은 점 △저성장 및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의 대안이 담긴 점 △국내 철학계의 엄숙주의가 겹쳐진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미움 받을 용기’의 경우 철학자와 청년의 대담이 소설처럼 전개되고, 나카마사는 아렌트 철학을 일본의 현 정치 상황과 연결시켜 설명한다. 한성봉 동아시아 대표는 “깊게 알아야 쉽게 쓴다”며 “일본에는 학자층이 두껍다 보니 지식을 충분히 체화한 후 일반인의 언어로 쓰는 학자가 많다”고 말했다.

고세규 김영사 이사는 “고성장이 끝난 후 여러 사회 문제를 겪은 일본에서는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려는 철학서가 많이 나왔다. 이 중 검증된 것만 국내에 번역되니 한국 독자들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한번 인기를 얻으면 비슷한 콘셉트로 재생산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엄마를 위한 미움 받을 용기’ ‘아버지를 위한 상처 받을 용기’까지 출간됐다”며 “‘맛난 것을 해먹을 용기’ ‘이성을 꼬드기는 용기’까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스개가 나올 정도”라고 귀띔했다.

○ 대중 활동 무시하는 국내 철학계도 변해야

“요즘 철학과 교수들, 모이기만 하면 ‘강신주’ 욕하느라 바빠요.”

한 철학 전공자의 말이다. 여기에는 스타 강연자가 된 철학자에 대한 시샘뿐 아니라 대중 저술과 강연 자체를 폄훼하는 학계의 시각이 담겨 있다. 국내 한 대학 철학과 교수는 “대중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면 ‘가볍다’고 보는 엄숙주의 탓”이라고 했다. 출판계도 “저자를 발굴하려 해도 대중적으로 글을 쓰려는 철학 전공자가 없다”고 말했다.

해외의 경우 대가조차 학문의 대중화를 위해 대중 활동과 연구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갈라파고스의 김지환 편집장은 “세계적 역사학자 조르주 뒤비는 TV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했고 미술사학자 언스트 곰브리치 역시 청소년용 저술을 중시했다”고 밝혔다.

학계 내부에서도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광식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는 “철학과 교수들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철학적 성과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다리 역할도 적극적으로 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서동욱 서강대 철학과 교수는 “논문 중심으로 성과를 평가하고 대중서 등의 저술 활동은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않는 학계의 풍토가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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