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Beauty]“디스크 수술? 엄지발가락 혼자 움직일 수 있다면 하지 마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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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통증학회 ‘허리디스크 치료’… 자연 치유 가능한 허리디스크
팔 다리 마비나 배뇨조절 장애 등 ‘신경장애’ 있을 때만 수술 고려

통증 있어도 약물-물리치료로 충분히 상태 완화시킬 수 있어

스트레칭 등 운동요법 병행하며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 길러줘야

직장인 박모 씨(55)는 지난해부터 심한 허리 통증과 엉덩이와 다리의 저림 증상이 계속돼 올해초 척추전문병원을 찾았다가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 디스크가 심해 수술이 시급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생업을 제쳐두고 갑자기 큰 수술을 결정하기란 쉽지 않았다. 수술비용도 역시 부담이었다.

그 후 수술을 미뤄오던 박 씨는 최근 허리디스크 치료 경험이 있는 지인의 소개로 집 근처 대학병원의 마취통증의학과를 방문했고 전혀 다른 진단을 받았다. 수술이 필요한 정도는 아니니 약물치료를 통해 통증을 조절하면서 경과를 지켜보자는 것이었다. 박 씨는 수술이 필요 없다는 말에 기꺼이 치료를 시작했다.

현재 박 씨는 진통제를 복용하면서 의사의 처방에 따라 운동치료를 받으면서 디스크 증세가 거의 없어졌다.

허리디스크, 신경장애 없다면 수술 필요없어

허리디스크는 허리 통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척추질환이다. 허리디스크 환자는 2008년 148만7017명에서 2012년 182만7839명으로 5년간 약 23% 증가했으며 디스크 수술 건수도 2008년 4만3716건에서 2012년 6만2348건으로 약 43% 증가했다. 이처럼 디스크 환자와 수술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 수술을 필요로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환자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전체 디스크의 70∼80%는 별도의 치료 없이 자연적으로 치유된다. 디스크의 탈출 정도가 심할수록 오히려 더 잘 치유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통증학회 심재항 홍보이사(한양대 구리병원 마취통증의학과)는 “허리디스크로 인해 수술을 필요로 하는 경우는 오직 ‘신경장애’가 있을 때 뿐이다”면서 “팔이나 다리 등 신체기관에 마비가 발생하거나 배뇨조절 장애, 성기능 장애 등 일상생활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는 경우가 신경장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대한통증학회 신근만 회장(한림대 강동성심병원 마취통증의학과)은 “허리디스크는 대부분 요추 4번과 5번 사이 또는 요추 5번과 천추 1번 사이에서 발생하는데, 디스크로 인해 수술이 필요한지는 환자 스스로도 간단하게 판단할 수 있다”며 “허리의 통증이 심하더라도 본인의 힘으로 엄지발가락을 위로 들어 올리거나 아래로 굽힐 수 있다면 신경장애가 발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술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의사도 잘 모르는 디스크 자연치유

디스크가 자연적으로 치유된다는 사실은 이미 예전부터 의학 교과서에 명시되어 왔을 만큼 전혀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하지만 그간 통증 조절의 어려움 등 여러 이유로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의사들 역시 탈출한 디스크가 자연적으로 사라진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하거나 경험 부족으로 확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인체는 탈출한 디스크를 외부 이물질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자가면역 반응을 일으키는데, 이때 면역세포가 탈출한 디스크를 잡아먹는다.

실제로 대한통증학회가 거대 디스크를 가지고 있으면서 운동신경의 손상이 없는 환자 30명을 대상으로 평균 9개월 동안 수술 없이 보존적 치료만으로 통증을 관리한 결과 25명의 환자에서 디스크의 크기가 평균 59% 감소한 것으로나타났다.

심 홍보이사는 “국내 환자들은 수술에 대한 믿음이 강한데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수술은 피하는 것이 좋다”면서 “수술은 그 자체로 또 다른 디스크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고, 탈출한 디스크 주위에도 문제를 일으키는 인접부위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도와야

척추디스크 등의 질환으로 인해 통증이 발생하더라도 증상이 심각하지 않은 경우 약물치료와 함께 물리치료, 운동요법 등을 통해 통증을 관리할 수 있다.

통증이 너무 심하거나 다리 쪽으로 저림 증상이 계속되면 주삿 바늘로 신경 주위에 약물을 투여해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책상 앞에서 보내는 직장인들의 경우 20∼30분마다 한 번씩 일어나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거나 2∼3분 정도 제자리걸음을 하며 허리 근육의 긴장을 풀고 디스크의 혈액순환을 돕는 것이 좋다.

또 의자에 앉을 때도 엉덩이를 의자 깊숙이 넣고 허리를 붙여 앉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이 같은 자세는 체중을 분산하고 척추의 만곡을 유지해 허리의 통증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 회장은 “우리 인체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서 “신체를 절개하고 강제로 병변을 제거하는 수술보다는 인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이른바 ‘힐링기전’을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허리통증을 예방하는 네가지

① 바닥보다는 의자에 앉는 것이 좋다.
② 틈틈이 움직이는 것이 좋다.
③ 평소 자연스러운 스트레칭을 자주 한다.
④ 운전 시 등받이는 100도, 무릎 각도는 60도를 유지하라.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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