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 귀화선수 라던스키 “태극마크 달고 뛰니 한국인 실감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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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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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선수권서 애국가 따라불러

특별 귀화한 뒤 한국 국가대표로 활약 중인 캐나다 출신의 브록 라던스키. 부다페스트=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특별 귀화한 뒤 한국 국가대표로 활약 중인 캐나다 출신의 브록 라던스키. 부다페스트=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한국사람 다 됐네.”

16일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A 한국대표팀과 헝가리의 경기가 열린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스포르트 아레나. 한국이 5-4로 극적인 승리를 거둔 뒤 애국가가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한국 선수들은 태극기를 향해 경례를 했다. 브록 라던스키(30·안양 한라)도 자연스럽게 경례를 하며 애국가를 따라 불렀다. 한국 응원단은 “이제 행동만 봐도 한국인 다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캐나다 출신인 라던스키는 백인 외국인으로서는 첫 국가대표 선수다. 지금까지 한국에 귀화한 뒤 국가대표 선수가 된 이들은 한국계 혼혈이거나 화교 또는 아시아계였다. 3월 특별 귀화 대상자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 라던스키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 대표로 처음 뛰었다.

라던스키는 “이탈리아와의 1차전에 나설 때 특별한 기분이 들었다. 태극기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뛰니 한국 대표가 됐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헝가리와의 2차전에서 라던스키의 골로 5-4 역전승을 거뒀다. 17일 숙적 일본과의 경기에서도 라던스키는 1골 1도움을 기록했지만 한국은 5-6으로 아쉽게 졌다.

라던스키를 응원하기 위해 캐나다에서 온 라던스키의 아버지와 형은 태극기가 그려진 옷을 입고 한국이 골을 넣을 때마다 큰 소리로 환호했다. 아버지 로버트 라던스키(59)는 “아들이 한국 대표선수가 되기 위해 귀화한다고 했을 때 적극 찬성했다. 한국 대표선수로 뛰는 아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라던스키는 “한국의 세계랭킹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낀다. 사람들은 내가 들어가면 무조건 잘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 때문에 때때로 압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5년 뒤 평창에서 뛰고 싶다. 하지만 나이가 많기 때문에 그때 대표팀에 부름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지금으로서는 한국 대표팀이 평창 올림픽에 나갈 수 있도록 내가 가진 능력을 모두 발휘하는 것이 최고의 목표다”고 말했다. 한국인이 된 지 2주밖에 안 됐지만 라던스키는 유니폼에 새겨진 태극기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부다페스트=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아이스하키#귀화선수#라던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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