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동성애 연애담 연재하는 웹툰 작가 ‘완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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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룩 살땐 점원이 힐끗… 성적 소수자 애환 담았죠”

완자(왼쪽)와 야부는 “다 큰 처자들이 남자 친구 하나 못 구하고 뭐 하느냐”는 포장마차 아저씨의 핀잔을 듣기도 하고 “둘이 너무 친해서 남자 친구 생기면 질투하겠다”는 친구의 말을 들을 때도 있다. 이처럼 난감할 때가 많지만 둘이어서 행복한 커플이다. 웹툰 컷 촬영
완자(왼쪽)와 야부는 “다 큰 처자들이 남자 친구 하나 못 구하고 뭐 하느냐”는 포장마차 아저씨의 핀잔을 듣기도 하고 “둘이 너무 친해서 남자 친구 생기면 질투하겠다”는 친구의 말을 들을 때도 있다. 이처럼 난감할 때가 많지만 둘이어서 행복한 커플이다. 웹툰 컷 촬영
“커플룩을 사는데 점원이 자꾸 힐끗힐끗 쳐다봐요. 당연히 그럴 만하죠. 여성용 옷을 두 벌 고르는 연인은 흔치 않으니까요.”(웹툰 ‘모두에게 완자가’ 중)

‘완자’와 ‘야부’는 6년째 연애 중이다. 고교시절 처음 만난 둘은 여느 커플처럼 티격태격, 알콩달콩 사랑을 나눈다. 둘만의 애칭도 있다. 눈치가 없고 ‘완전 자기 멋대로’라서 ‘완자’, 예민하고 수건을 각 잡아서 갤 정도로 깔끔한 ‘야부’는 여보의 작은말이란다. 둘은 모두 여자다.

완자 작가가 지난해 6월부터 연재 중인 ‘모두에게 완자가’는 레즈비언 작가가 커밍아웃해 자신의 이야기를 소재로 그리는 유일한 웹툰이다. 고정 독자만 10만 명이 넘고, ‘완부(완자와 야부)커플’을 응원하는 4800명이 모여 만든 팬 카페도 있다. 실명과 나이,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14일 서울 광진구 카페에서 작가를 만났다. 외모는 웹툰 주인공 완자와 비슷했고 발랄했지만 민감한 질문에는 10초 정도 생각했다가 입을 열었다.

―가명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연애담을 공개하려면 용기가 필요했을 듯하다.

“동성애자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데 놀랐다. 성적 소수자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가장 잘 아는 내 이야기를 소재로 하게 됐다. 웹툰에서 주인공이 처음 데이트를 하는 에피소드에 ‘사랑 이야기는 좋은데 동성애자의 이야기는 눈살이 찌푸려지네요. 아직까지는 동성애자를 역겹게 보는 게 사실이니까요’라는 댓글이 달렸었다. 첫 키스를 다룬 에피소드에는 ‘더럽다’라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 이해한다. 이런 거부감을 통해서라도 사람들이 동성애자가 존재함을 알도록 하는 것이 웹툰의 목적이다.”

―야부가 여성임을 2화에서야 밝혔는데….

“동성애 코드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일부러 서두르지 않았다. 동성애자도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보여주고도 싶었다. 보통 연애담처럼 읽다가 ‘어? 얘네들이 동성애자야? 우리랑 별로 다르지 않네’라고 느끼길 바랐다.”

―연재하면서 가장 조심스러운 부분은….

“나와 야부의 신상이 노출되는 것이다. 회사생활을 하는 야부에게 연재 전에 미리 만화를 보여준다. 야부가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고 주위에 여러 번 말하고 다닌 사실을 모르고 야부가 고양이를 좋아한다는 내용을 웹툰에 넣은 적이 있다. 걱정을 많이 했다. 조만간 부모님께도 내 정체성을 밝힐 생각이다. 그 전에 만화로 먼저 알려드리고 싶지는 않다.”

―동성애 독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하루에 20통 넘게 ‘커밍아웃을 할까요, 하기 전인데 눈치를 챈 것 같아요’ 등의 쪽지를 받는다. 청소년들에게는 성인이 된 후 충분히 주변 상황을 파악하고 결정하라고 권한다.”

―완자와 야부 커플을 봤다는 독자들이 많다.

“그만큼 동성애 커플들이 많다는 뜻이 아닐까. 하지만 목격자들이 전하는 장소와 시간을 따져보면 우리를 실제로 알아본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결혼 적령기의 동성애자들이 맞닥뜨리는 고민과 가정을 꾸린 후, 나아가 할머니가 되어서의 고민까지 만화로 공유하고 싶다.”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
#성적 소수자#모두에게 완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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