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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풍부한 외환보유액 바탕 ‘자존심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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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풍부한 외환보유액 바탕 ‘자존심 대응’

동아일보입력 2012-10-10 03:00수정 2012-10-10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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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 통화스와프 종료 배경
정부가 9일 한일 통화스와프 확대 조치를 종료하기로 한 표면적인 이유는 “한국 경제의 신인도 개선, 금융시장 안정으로 통화스와프의 ‘경제적 가치’가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론 독도 문제 등과 관련한 일본의 ‘경제보복’ 위협, 그로 인해 불편해진 양국 관계, 일본을 바라보는 국민정서 악화 등 다양한 경제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대다수 경제전문가는 이번 조치에도 한국 금융시장에 큰 충격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영토문제로 촉발된 양국 갈등이 결국 경제문제에 영향을 미친 형국이어서 앞으로의 한일 관계 전반에 부담을 주는 잘못된 선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정부, 일본 압박에 ‘중단 카드’ 꺼내

한일 통화스와프 연장 문제가 처음 불거진 것은 두 달 전인 8월.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직후였다. 일본 관방장관과 재무상이 잇달아 “한일 통화스와프를 재검토할 수 있다”며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가능성을 내비쳤다. 당시만 해도 한국 정부는 ‘정경(政經)분리’ 원칙을 내세우며 “양국의 경제협력은 계속해 나가겠다”는 태도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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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계약 만기가 다가오고 일본의 압박이 노골화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일본 관료들은 “한국의 요청이 없으면 연장하지 않겠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한국을 자극하는 발언들을 일본 언론을 통해 쏟아냈다. 한국 정부는 “일본에서 공식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신중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조심스럽게 ‘통화스와프 종료’ 카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한국 정부의 운신 폭을 넓혀준 건 최근 급등한 우리 경제의 대외 신인도였다. 일본의 경제보복 발언 이후 3대 신용평가사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차례로 올렸다. 일부 신평사(피치)의 한국 등급은 일본을 추월했다. 9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도 3220억 달러로 안정적인 수준이다. 한일 통화스와프 종료에 대한 부담을 완화해줄 정도로 ‘경제체력’이 강화된 것이다.

양국 정부는 이번 결정 과정에서 외교 문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조지마 고리키 일본 재무상은 9일 기자회견에서 “정치적 결정이 아니라 경제적, 금융적 측면에서 통화스와프 연장 중단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부 관계자도 “이 문제를 외교통상부와는 협의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 양국이 합작한 고도의 정치적 결정

이런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날 결정은 외교적 갈등으로 진퇴양난에 빠진 양국 국제금융 당국의 고육책이자 ‘고도의 정치적 결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통화스와프 유지가 양국 모두에 득이 되는데도 서둘러 종료 결정이 나왔기 때문이다. 통화스와프는 연장을 해도 아무런 비용이 들지 않고 계약만 유지하고 있으면 향후 국제금융시장이 출렁일 때 서로 보험처럼 활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통화스와프 축소에 대해 한국 정부 일각에서는 아쉬움을 나타내는 기류도 감지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유감이다”라며 “우리도 연장하면 좋겠지만 일본이 저렇게 나오는데 우리가 먼저 하자고 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이 일본의 경제보복 위협에 대한 자존심 차원의 대응일 수 있다는 뜻이다.

또 한국 정부가 ‘자발적’으로 연장 요청을 안 한 것이 아니라 일본 정부의 부정적 기류로 어쩔 수 없이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정황도 있다.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정부가 통화스와프 연장에 대한 일본의 분위기가 매우 부정적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연장요청 카드를 스스로 접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본과는 통화스와프를 굳이 안 해도 경제적으로 불리한 것은 없다”며 “다만 한국 경제의 특성상 외환시장 불안요인이 여전히 남아있는 만큼 정치적 결정으로 계약이 종료된 것은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도 이날 통화스와프 축소 소식을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NHK 방송은 “이번 결정이 한일 관계 개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정부#외환보유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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