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별아 씨 “야한 얘기는 ‘새빨간 립스틱’ 바르듯 단호히 써야 제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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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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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미실’ 이어 ‘채홍’ 펴낸 김별아 작가독자들과 소설무대인 경복궁 나들이

‘채홍’ ‘미실’ 등 다수의 역사소설을 써온 김별아 작가(왼쪽)가 7일 오후 독자들과 함께 경복궁을 산책하던 중 조선시대 왕비가 거처하던 교태전 앞에서 역사 속 왕비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채홍’ ‘미실’ 등 다수의 역사소설을 써온 김별아 작가(왼쪽)가 7일 오후 독자들과 함께 경복궁을 산책하던 중 조선시대 왕비가 거처하던 교태전 앞에서 역사 속 왕비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경복궁 구석구석을 거닐어 보니 옛 왕실에서도 지금의 우리처럼 잘 살아 보겠다며 사랑하고 미워하고 아옹다옹 다투며 살아갔을 모습이 그려지네요.”(김별아 작가)

알싸한 추위가 코끝을 찌르는 7일 오후 서울 경복궁에서 소설가 김별아 씨(43)와 독자 20여 명이 만났다. 드라마 ‘선덕여왕’으로 제작돼 화제를 모았던 ‘미실’에 이어 최근 장편 ‘채홍’(해냄)을 출간한 김 작가는 화창한 하늘과 고궁의 알록달록한 단청에 어울리는 밝은 겨자색 코트에 청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신었다.

해냄출판사와 인터파크도서가 마련한 이 행사는 작가와 독자들이 소설의 무대인 경복궁을 함께 돌아보며 작품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채홍’은 문종의 둘째 부인 봉빈이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해 고통받다 결국 동성애를 택하고 폐빈당한 사건을 다뤘다.

모인 독자들은 친구끼리 온 20∼40대 여성이 많았지만 모녀가 함께 참석하거나 어린아이 둘을 유모차에 태우고 온 부부도 있었다. 이들은 손을 호호 불어가며 1시간 반 동안 근정전, 세자와 세자빈이 생활하던 동궁, 대왕과 대비가 거처하던 자경전, 왕비가 머물던 교태전, 이어 향원정까지 둘러봤다.

‘미실’ 외에도 ‘논개’ ‘영영이별 영이별’ 등 다수의 역사소설을 써온 김 작가는 막힘없이 설명을 이어갔다.

“경복궁은 원래 관악산을 향해 지어졌는데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 청사를 남산의 조선신궁 방향으로 지으면서 광화문마저 남산 쪽으로 비틀어버렸어요. 2010년 복원되면서 원래의 관악산 방향을 되찾았죠. 경복궁은 임진왜란 때 소실돼 270년 넘게 비어 있다가 흥선대원군 때 복원되는 등 사연이 너무 많아요. 풍수지리학적으론 참 좋은 자리인데 말이죠.” 한 독자가 “경복궁의 풍수지리가 좋은데 왜 그런 수난의 역사를 겪었을까요”라고 묻자 김 작가는 “조선처럼 500년 이상 유지된 왕조는 세계적으로 거의 유례가 없으니 대단한 거죠”라고 답했다.

‘채홍’에 자주 등장하는 동궁에 이르자 세자 때 이곳에 머물던 문종이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집안이며 궁합이며 모두 잘 맞아 정략결혼을 했던 휘빈 김씨와의 결혼생활에 실패하자 문종의 아버지 세종은 ‘그럼 이번엔 미모를 보자’며 둘째 세자빈으로 아름다운 봉빈을 간택했어요. 이마저도 여자 보기를 돌같이 한 문종 때문에 비극으로 돌아갔지요.”

일행은 경복궁 투어를 마치고 근처 한식당으로 자리를 옮긴 뒤 한식에 막걸리로 몸을 녹이며 수다를 이어갔다. 작가와 동갑내기라는 주부 독자가 “애 키우는 것만도 힘든데 어떻게 아들 키우면서 소설까지 쓰세요?” 하고 물었다. “저한텐 소설 쓰고 애 키우는 게 전부죠 뭐. 오늘 이 행사 마치자마자 경남 통영에 가요. 아들네 학교의 학부모들이랑 놀러 가는 거예요.” 고교 진학을 앞둔 작가의 아들은 비틀스 음악에 푹 빠져 영국으로 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김 작가는 아들이 영국에서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며 휴대전화를 보여줬다.

“소설에서 야한 묘사를 참 잘하시던데….” ‘미실’과 ‘채홍’의 작가에게 피해갈 수 없는 질문이었다. “야한 얘기 쓸 땐 이 악물고 있는 그대로 써야 해요. 빨간 립스틱을 바르는 것과 같다고 할까. 너무 야해 보일까 봐 조금만 바르면 오히려 촌스럽잖아요. 빨간 립스틱도 ‘단호히’ 새빨갛게 발라야 매력적인데…. 단호하게 써야 독자들이 어색해하지 않거든요. 앞으로 더 야한 이야기를 쓸 거예요 하하.”

소설과 역사, 그리고 자녀 이야기가 계속되는 사이 막걸리 잔이 몇 순배 돌았고, 창밖에는 한겨울의 어둠이 깊이 깔렸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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