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나이지리아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벌인 23일 새벽 3시30분. 서울광장을 비롯해 전국 62곳에 마련된 거리 응원 장소에 모인 사람들의 눈에는 16강 진출에 대한 확신이 가득했다. 태극전사들이 ‘약속의 땅’ 더반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염원을 달성하리라는데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목청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치는 이들에게 모두가 서로 친구이자 가족이었다. 하나의 믿음을 향한 응원에는 남녀노소의 구분도 필요치 않았다.
전반 38분 이정수의 동점골에 이어 후반 4분 박주영의 역전골이 터지자 사람들은 서로 얼싸 안으며 난리가 났다. 새벽을 깨우는 골 소리에 전국 아파트 단지는 다같이 불을 밝혔다. 후반 24분 2-2 동점이 된 이후에는 긴장감이 정점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심장이 터질 듯한 남은 시간은 모두가 함께였기에 이겨낼 수 있었고, 결국 우리는 함께 원정 16강의 신화를 일궜다. 오전 5시20분께 경기는 종료됐지만 사람들은 1∼2시간이 지나도 자리를 떠날 줄 몰랐다. 이날 전국적으로 모인 인구는 50만 여명. 하지만 청소까지 하고 거리 응원을 마감하는 모습에서 승자의 여유가 느껴졌다.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사진|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