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술보다 담배가 더 나쁘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9월 7일 02시 59분



《《고 장진영 씨는 지난해 9월 건강검진에서 위암을 발견했다. 36세의 젊은 나이였다. 젊기에 병을 이겨낼 것이라고 팬들은 믿었다.
그러나 1년간의 투병생활 끝에 1일 사망했다. 장 씨의 사망으로 위암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위암으로 입원 치료를 받은 사람은 총 4만49명으로 전체 암 입원환자 27만2684명의 15%였다.
암으로 입원한 20명 가운데 3명이 위암 환자인 셈이다. 》

원인과 치료
전이 빠른 젊은 사람에게 치명적
채소-과일 많이 먹고 정기검진을


근 대장암 전립샘암 갑상샘암 같은 ‘선진국형 암’ 환자가 증가하고는 있지만 전체 환자 순위는 여전히 위암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맵고 짠 한국 음식이 위에 자극을 많이 주기 때문에 한국인이 위암에 많이 걸린다는 얘기가 있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얘기다. 짠 음식은 위 세포의 변형을 촉발하지만 매운 음식은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자주 폭음을 하지 않는다면 술이 미치는
영향도 상대적으로 덜하다. 다만 담배는 위암을 유발하는 가장 큰 요소 가운데 하나다. 특히 술을 마셔 위 점막이 약해진 상태에서
피운 담배는 최악이다. 발암물질이 쏙쏙 위벽으로 흡수되는 것.

○ “나이 젊으면 ‘경과’ 좋지 않아”


전문의들은 “젊은 사람이 위암에 걸리면 치료가 쉽지 않다”고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문의 대부분이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인다. 이진혁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고령 환자에 비해 젊은
나이에 위암이 발생하면 ‘경과’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장 씨 또한 나이 마흔이 되기 전에 암이 발견됐지만 불과
1년 만에 사망했다. 물론 암을 발견할 당시 이미 4기(말기)로 상당히 암이 진행된 후였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그러나 젊기
때문에 암 세포가 더 빨리 퍼졌을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대체로 젊은 위암 환자는 암 세포가 인접한 조직이나 세포에 더 잘 침투하는 ‘침윤형’인 경우가 많다. 또 아직까지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젊은 암 환자의 암 진행 경로는 노인 환자와 다르다는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은 사람일수록 위암 발견 시기가 늦어지는 점도 지적된다. 의학적으로는 40세 이상의 성인에 대해 2년마다 정기검사를 받을 것을
권하고 있다. 40세 이전의 지침은 없는 셈이다. 물론 소화기 증상이 평소와 달리 몇 주 지속된다면 의사의 진단을 받으라는 권고는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은 소화기 증상을 위염 정도로 생각하고 무시하게 된다. 이 때문에 위암이 한참 진행된 후
발견되는 것이다.

○ 4기 발견 시 생존율 5%에 불과

암은 발견시기에 따라 완치율(5년
생존율)의 차이가 매우 크다. 연세의료원 암센터가 1995년 3월부터 2004년 12월까지 수술과 치료를 받은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기에 발견됐을 때 5년 생존율은 93.9%였다. 10명 중 9명 이상이 완치된다는 뜻이다. 반면 4기에
발견됐을 때 완치율은 5.5%로 뚝 떨어졌다. 결국 위암을 얼마나 빨리 발견하느냐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암뿐 아니라
모든 암은 유전적인 요인을 무시할 수 없다. 부모나 조부모가 위암 환자였다면 자식들은 위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 고기류는 구운 것보다 삶은 것으로


소 위암을 예방하는 습관은 필수다. 당연히 담배를 끊어야 한다. 음식도 덜 짜게 먹어야 한다. 위 점막을 튼튼하게 하는 우유와
신선한 채소, 과일을 많이 먹는다. 탄 음식은 가급적 먹지 않도록 한다. 기왕이면 고기류는 굽는 것보다 삶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위암은 초기에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위암 환자의 80% 정도가 초기에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젊은 사람들이 발견 시기가 늦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 미세한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나
소화불량, 속 쓰림, 복통, 구역질과 같은 증상이 대부분이다. 이런 증상을 위암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따라서 정기적으로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완치 원하면 수술이 유일한 방법재발 방지-말기환자엔 항암제를


근 미국 하버드대 의대 외과의사인 윤모 교수는 자신의 어머니가 위암에 걸리자 서울대병원으로 보냈다. 윤 씨 가족은 미국 의료보험에
가입돼 있어 미국에서 수술을 받을 경우 비용을 전액 보상받을 수 있지만 한국에서 수술을 받게 되면 비용을 전액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이 사례는 한국의 위암 치료 기술이 미국을 뛰어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위암은 일반적으로 ‘후진국형 암’으로 불린다. 미국은
위암 환자 수가 적고 감소 추세라서 치료 기술이 한국보다 떨어진다. 위암 수술을 위해 외국으로 가는 것은 현명한 판단이 아니라는
것이 위암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위암은 주로 수술을 통해 치료한다. 노성훈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는 “위암 치료 방법으로는 수술과 항암 화학요법, 면역요법, 방사선 치료가 있지만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수술이다”고 말했다.


암 화학요법은 항암제를 사용하는 치료법이다. 보통 1차 수술 후 암 세포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암 세포가 수술로는
제거하기 어렵다고 판단돼서, 암 덩어리가 너무 커서 수술 전에 암의 크기를 작게 만들기 위해서 이 요법을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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