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11>맹자

  • 입력 2008년 1월 21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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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가 양혜왕을 접견했다.

왕이 말했다. “선생처럼 고명한 분이 천리 길을 멀다하지 않으시고 찾아주셨으니 장차 우리나라에 이익이 있겠지요?”

맹자가 말했다. “왕께선 어찌 이익에 대해서만 말씀하십니까. 진정 중요한 것으로는 인의(仁義)가 있을 뿐입니다.”》

- 김충렬 고려대 명예교수 추천

국가운영에 경제와 덕치 균형 강조

이 책의 첫 장 ‘양혜왕 상’편에 등장하는 일화다. 왕이 나라의 이익만 생각하면, 그 아래 신하는 ‘어떻게 하면 내 집안을 이롭게 할 수 있을까’만 생각하고 선비와 서민들은 ‘어떻게 하면 내 한 몸을 이롭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 한다는 지적이다. 즉 위아래를 막론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취하려 다툰다면 나라가 위태로워진다고 경고한 것이다. 이 책의 전편을 일관하는 인의 중시 사상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맹자는 전국시대 중기를 살았다. 전국시대는 그 말 자체가 의미하듯 제후국들 사이의 전쟁이 치열하던 시기였다. 제후국 내부의 권력 투쟁 역시 치열했다. 자연히 사상에서도 위기를 겪던 시대였다.

‘맹자’는 전국시대의 상황에 대한 맹자의 문제의식 속에 그에 대한 대응을 고민하고 사색한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김충렬 고려대 명예교수는 “서구 민주주의가 지닌 한계를 유가 사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서구에서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그 가운데서도 ‘맹자’는 국가 운영에 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법치주의와 덕치주의, 물질과 도덕의 균형을 역설하고 있어 주목받는다”고 이 책을 소개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게 이 책을 권하는 이유로 “이 당선인이 법치주의와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것을 이해하지만 덕치와 도덕이 소홀해지지 않도록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맹자’에는 실제 정치와 밀접한 관련을 맺는 구체적 대안과 그것을 위한 이론적 근거들이 맞물려 나타난다. 특히 군주로서 취해야 할 태도에 대한 조언이 구석구석 자리 잡고 있다.

맹자는 “역사적 사례를 볼 때 천하를 잃거나 얻는 것은 모두 백성의 마음을 잃거나 얻는 것에서 결정된다”고 역설한다. 백성의 마음을 얻기 위해선 백성이 원하는 것을 하고, 원치 않는 것을 피해야 하는데 그것은 바로 군주의 도덕적 마음에서 나온다고 맹자는 지적한다. 더 나아가 군주의 도덕적 마음은 백성을 배려하는 구체적인 정책으로 드러나야 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것이 민생의 보장을 통한 경제적 안정이라고 맹자는 강조한다.

맹자는 전국시대를 ‘각 제후가 힘에 의존해 정치를 펴는 패도정치’로 규정하고 통일된 천하의 왕이 되려면 ‘왕도정치’를 통해 민심을 얻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왕도정치란 군주를 포함한 지배 계층의 도덕적 각성이 우선돼야 하며 백성의 경제적 복지를 보장해 준 뒤 도덕적 교화를 실행해 복지국가와 도덕국가를 이루는 것이다.”

이를 이루지 못한 군주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는다. 맹자는 “군주라 하더라도 직분을 망각하고 학정을 행하게 되면 패덕한 보통 사람일 뿐이므로 신하가 군주를 물리치는 것은 마땅한 일을 하는 것”이라고 경고한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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