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83>羊入虎群

  • 입력 2007년 3월 2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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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를 내야 할 때가 있고, 용기를 거두어야 할 때가 있다. 용기를 내야 할 때 용기를 내는 것은 훌륭한 용기이지만, 용기를 거두어야 할 때 용기를 내는 것은 만용이다. 그러므로 평소에 용감한 사람은, 자신의 용기가 진정으로 가치 있는 용기인가를 살펴보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이를 참을 필요가 있다. 용기만큼 인내도 가치 있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살아가다 보면 이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젊은 시절에는 진정한 가치 판단이 서지 않은 상태에서 곧잘 결단을 내리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 것이 용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진정한 용기는 사물에 대한 판단이 정확한 이후에 내는 것이 옳다.

‘羊入虎群(양입호군)’이라는 말이 있다. ‘羊’은 ‘양’이라는 뜻이다. ‘羊毛’는 ‘양의 털’이라는 뜻이고, ‘綿羊(면양)’은 ‘털이 긴 양’이라는 뜻이다. 털이 길기 때문에 이러한 양의 털을 깎아서 옷감을 만들게 된다. ‘綿’은 ‘길다, 이어지다, 솜, 옷’이라는 뜻이다. ‘入’은 ‘들어오다, 들어가다’라는 뜻이다. ‘入’은 원래 어떤 경계점에 발을 들여놓는 것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入’의 원래 의미는 ‘들다’이다. 이러한 행위를 경계선 안에서 보면 ‘들어오다’가 되고 경계점 밖에서 보면 ‘들어가다’가 된다. 이에 따라 서로 반대되는 것처럼 보이는 ‘들어가다’와 ‘들어오다’라는 의미를 함께 갖는 것이다. ‘虎’는 ‘호랑이’라는 뜻이다. 바둑에서 말하는 ‘虎口(호구)’는 ‘호랑이의 입’, 즉 ‘들어가면 죽는 위험한 곳’이다. ‘群’은 ‘무리’라는 뜻이다. ‘群衆(군중)’은 ‘무리를 이룬 많은 사람’이다. ‘衆’은 ‘많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羊入虎群’은 ‘양이 호랑이의 무리 속으로 들어간다’는 말이 된다. 아무리 용감한 양이라도 호랑이 무리 속에서는 살아갈 수가 없다. 그러므로 이는 만용이다. 용기를 내야 할 때는 항상 자신은 한 마리 양이 아닌지, 상대는 호랑이 무리가 아닌지를 살펴야 한다.

허 성 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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