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265>長(길 장)

  • 입력 2005년 10월 24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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長은 지팡이를 짚고 머리칼을 길게 늘어뜨린 사람을 그렸는데, 간혹 지팡이는 생략되기도 한다. 긴 머리칼은 나이가 들어 자신의 머리를 정리하지 못해 산발한 것으로, 성인이 되면 남녀 모두 머리칼을 정리해 비녀를 꽂았던 夫(지아비 부)나 妻(아내 처)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로부터 長久(장구)에서처럼 ‘길다’는 뜻과 長幼(장유)에서처럼 ‘연장자’라는 뜻이 생겼다. 정착 농경을 일찍부터 함으로써 경험주의가 발달했던 중국에서, 그 누구보다 오랜 세월 동안 겪었던 나이 많은 사람의 다양한 경험은 매우 귀중한 지식이었기에, 이러한 경험의 소유자가 그 사회의 ‘우두머리’가 됐던 것은 당연했다.

표(머리털 드리워질 표)는 화려하게(삼·삼) 휘날리는 긴 머리칼(長)을 말했는데, 이후 발음부인 ?(달릴 발)을 더해 髮(터럭 발)을 만들었다. 7에 大(큰 대)가 더해진 套(덮개 투)는 대상물보다 크고(大) 길어(7) 덮을 수 있는 ‘덮개’를, @(오랠 구)는 길고(7) 오래감(久)을, 肆(방자할 사)는 원래 7과 (대,이)(미칠 이)로 구성되어 잡아온 짐승((대,이))을 길게(7) 늘어놓고 파는 ‘가게’를 말했다.

또 소리부로 쓰인 張(베풀 장)은 활시위(弦·현)를 ‘길게’(長) 늘어뜨려 활(弓·궁)에 거는 것을 말하며, 이로부터 ‘확장’의 뜻이 생겼고, 漲(불을 창)은 물이 불어남을 말한다. 또 帳(휘장 장)은 베(巾·건)를 길게(長) 늘어뜨린 장막을, 脹(배부를 창)은 몸(肉·육)이 불어남(長)을 말해, 長의 원래 의미를 담고 있다.

나머지 微(작을 미)는 원래 산발한 노인을 뒤에서 몽둥이로 치는(복·복) 모습인데, 나이가 든 노인에서 ‘미약함’의 뜻이 나왔고, 공개된 장소(척·척)에서 행해지던 이런 행위는 점점 은밀한 곳에서 ‘몰래’ 행해졌다. 생산력이 부족했던 고대 사회에서 노인은 어린이와 마찬가지로 구성원의 생존에 부담을 주는 존재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들은 유아, 특히 인구 조절력을 가진 여아와 노인의 살해를 통해 인구를 조절했는데, 지금의 원시 부족에서도 이런 보고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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