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문재완/헌재 ‘정치적 판단’불가피

  • 입력 2004년 3월 15일 19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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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의결했으나 여론은 탄핵이 부당하다는 쪽이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의 향방에는 법률전문가들의 헌법 해석이 일조했다. 한마디로 사유가 되지도 않는데 탄핵소추를 한 것은 권한남용이라는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의 성명서 내용이 그렇다.

하지만 추상적으로 규정된 헌법은 그 해석을 한 가지만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탄핵소추의 근거규정인 헌법 제65조 제1항은 ‘대통령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할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그 위헌성 및 위법성의 정도에 대해선 명시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도 많은 법률가는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할 때’의 의미를 중대한 사유로 제한해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위법행위를 탄핵소추 사유로 삼을 경우 대통령이 안정적으로 직무를 집행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제한은 불가피하다.

여기서 탄핵소추 사유를 어떻게 제한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견해가 다를 수 있다. 탄핵을 신분이 보장된 공직자가 직무상 비리를 범했을 때 그 직위에서 추방하는 징계의 하나라고 보면 탄핵소추 사유는 공직자가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을 위반했는지, 그 위법성은 그의 공직활동을 중지시켜야 할 만큼 중요한 것인지 등이 중시돼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다른 공직자에 대한 탄핵과 달라 국민이 뽑은 대통령과 역시 국민에 의해 선출된 국회라는 두 국가기관간 갈등의 해결 절차라고 본다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사유는 위법행위 중 정치적 사건으로 한정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때는 위법행위의 정도가 아니라 위법행위의 내용이 탄핵소추 사유로 중요해진다.

대통령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해 정치적 갈등이 첨예하게 발생했을 경우 이를 해소하는 절차가 필요하며 우리 헌법상 이 절차를 예정한 것이 대통령에 대한 탄핵제도라고 보는 것이 권력분립의 원리상 올바른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모든 탄핵결정권이 의회에 있지만 우리 헌법은 탄핵소추권을 국회에, 탄핵결정권을 헌법재판소로 분산시켜 놓은 점을 고려하면 탄핵제도는 국민이 선출한 두 국가기관간 갈등의 해결 절차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한 것 같다. 이 경우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사유는 단순하게 법의 위반 여부만으로 판단할 수 없고 대통령의 국정운영 능력과 방식에 대한 평가를 수반하는 정치적 판단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본다.

따라서 노 대통령이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야당을 자극하는 발언을 계속했으며 스스로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 다른 해결방법이 없다고 국회가 판단해 탄핵소추를 의결했다면 그 탄핵소추는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앞으로 헌법재판소의 결정 과정을 통해 이미 표출된 갈등이 얼마나 원만하게 해결될 것이냐에 달려 있다.

그런 의미에서 헌재의 결정은 순수하게 법률적일 수는 없고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헌재는 17대 총선에서 국민이 국회의 탄핵소추에 대해 어떠한 평가를 내리는지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문재완 단국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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