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코리아들이 말하는 남자의 매력

  • 입력 2002년 3월 21일 14시 33분



전현직 미스코리아들의 모임인 녹원회 멤버 중 회장단 3명과 막내급 회원 3명이 불우아동돕기 패션쇼를 기획하기 위해 서울 청담동의 한 중국음식점에 모였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32세. 공식회의가 끝난 뒤 ‘당대의 미녀’로 검증받은 이들에게 ‘남성의 매력’에 대해 물었다.

●매력있는 남자들이 갖추어야 할 것

-의사나 변호사, 좋긴 한데 너무 시야가 좁은 것 같아요.

-방송 리포터로 일하다 PD를 만났어요. 8박9일 동안 하루 2시간씩만 자고 일에 몰두하는 모습이 얼마나 예리해 보이던지. 같이 놀 때는 얼마나 다정다감한지.

-한 5년쯤 있다 인터뷰해 봐, 그런 소리 나오는지.

-말을 체계적으로 하는 사람이 좋아요. 그냥 달변 말고 처음부터 끝까지 자상하게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는 사람 있잖아요. 미녀 앞에서 주눅들지 않는 남자가 좋아요. ‘저런 예쁜 여자들은 뭔가 꿍꿍이가 있을 것이다’며 살펴보는 사람들은 싫어요.

-사랑을 할 줄 아는 남자가 한국에 있는지…. 고소영이 광고에서 정우성에게 사랑할 줄 안다고 하잖아요. 사실 돈 좀 번다고 하루 다섯 끼 먹는 건 아니잖아요. 돈은 웬만큼만 벌면….

-그런데 경계해야 돼요. 어디 앉을 때마다 의자 빼주고 하는 남자들 봐요. 대책없이 자상한 남자들이 얼마나 바람을 피워대는데.

-그래서 끼 있는 사람들 별로 안 좋아해요. 꾸준히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사람이 좋지.

-후줄근하면 무조건 심성이 곱나요? 예쁜 여자들을 선입관을 가지고 바라보지 않는 남자들이 좋아요.

-하지만 남성들은 ‘미스 코리아〓화려한 라이프 스타일’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나마 나이가 좀 들어서 하는 말인데요. 막상 ‘부끄럽지 않게 사는 남자’처럼 멋있는 사람 있어요? 많지 않습니다. 바람? 당연히 피우면 안 되죠. 왕후가 있는데. 남자건 여자건 역시 의리가 있어야….

-의리가 없으면 피곤해요. 이런 말 있잖아요. 부인이 감기 걸리면 20대에는 남편이 업고 병원으로 뛴다. 30대에는 “약국에 가 약 사먹어”라고 한마디해 주고, 40대에는 “애들한테 병 옮기면 죽어”라고 한다잖아요.

●우수한 남성 판별법

-50대면 남자들이 겁을 먹어요. 여자들이 국을 끓여 놓고 외출하면 긴장한다잖아요. 자기 내버려 두고 어디 멀리 여행이라도 갔나 해서.

-외국 해변에 나가 보세요. 나이든 사람들일수록 얼마나 손들을 꼭 붙잡고 다니는지. 부인이 어쩔까 봐 살짝살짝 부축해 주는 아저씨들을 보면 매력적이죠.

-휴양지 얘기 잘 하셨어요. 미국에서 봤는데 뱃살이 하나도 안 나온 중년 아저씨가 선글라스를 끼고 부인 등에 선탠 로션을 발라주는데, 멋있었어요.

-저도 결혼한 지 좀 됐죠. 뭐 귀엽고 재미있는 남자 좋죠. 결국엔 박력이 있는 남자, 용기 있는 남자 앞에선 당할 수 없어요.

-맞아요. 정신적으로 여자를 누를 줄도 알고.

-골프해 보면 남자 성격 다 알아요. 술도 같이 먹어보고 카드도 쳐 봐야 돼.

-니들 술먹고 이성이 안 흐트러지는 사람이 좋은 줄 알지? 적당히 흐트러질 줄도 알아야 돼. 독한 사람들은 안 되는 법이야.

-맞아요. 술 못하면 담배라도 피우든지.

-얘, 그건 좀 그래. 같이 살아 봐. 담배가 얼마나 나쁜데.

-참, 운동 잘하는 남자도 좋아요.

-운동 좋아하는 사람들은 열정이 있어요. 얼마나 끈기가 필요한 건데. 한가지는 검증된 셈이에요. 외형적으로도 멋있고. 우리도 피부관리 같은 거 해 봐서 알잖아요.

-남자의 성격은 한번쯤 같이 여행을 해 봐야 알아요. 차 마시고 영화 보면서 마주쳤던 성격과는 딴판인 경우가 많거든요. 결혼 전에 여행 한번 꼭 가봐야 될 것 같아요.

●유명인 중에 섹시함을 느낀 적이 있나

-설경구요. 영화에 나오는 그 눈빛이 강하고 매섭다는 게 느껴져요. ‘공공의 적’ 촬영 중에 코가 부러진 적이 있대요. 촬영 마치고 병원 가겠다면서 1주일을 참았대요. 멋있잖아요.

-그 눈빛은 연기로 되는 게 아니야. 생활이 진짜로 그럴지도 모른다는 얘기야. 그런 남자하고는 위험할지도 몰라.

-에이, 전도연하고 나온 영화에서는 부드러웠잖아.

-그러니까 더 무섭지.

-아널드 슈워제네거 같은 사람도 좋아요. 근육이 탄탄하잖아요. 국회의사당에 쳐들어가서 똥 뿌린 사나이, 김두한 같은 사람도 매력적이지 않나?

-요즘 광고 있잖아요. 삼성카드의 정우성하고 꽃을 든 남자 안정환 보세요. 그 정도로 다정다감할라치면 여자가 뭘 못해 줘.

-안성기씨? 좋긴 한데 너무 완벽해 보이죠. 빈틈도 적당히 있어야….

-언니, 그런데 정말 마흔이 넘은 남자들도 ‘자기 사랑해’ 같은 얘기를 해?

-(웃음) 하긴 뭘 하니. 다 애들 키우느라 정신없지 뭐.

-매너 좋고 괜찮은 사람들 많죠. 차인표나 최수종 좋잖아요?

-최수종씨 매력적인 것 같아요. 게다가 절대 화내거나, 짜증낼 사람이 아닌 것 같아요. 자기 통제가 잘 되는 사람이라는 인상이죠.

-뭣보다 여자를 추켜세워 줘야죠. 김호진이랑 김지호랑 토크쇼 나온 것 봤어요? 우리 와이프는 이래서 좋다. 진짜는 좀 아니더라도 내가 너무 사랑한다고 공개적으로 칭찬해주고 감싸줘야죠. 장난이라도 면박 비슷한 코멘트는 딱 질색이에요.

-현대그룹의 정씨 일가가 맘에 들어요. 잘 계산된 길을 가는 조심스러운 재벌과는 다르죠. 무언가 도전적이고, 결과를 모르는 모험에 몸을 걸어보는 이미지가 들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스포츠와 가장 많이 매칭되는 재벌도 현대그룹인 것 같아요. 야구 좋아하는 정몽윤씨라든가, 축구 좋아하는 정몽준씨….

●외국 남자 중에서는

-클린턴이 섹시해요. 말하는 거 얼마나 자신감 넘쳐요. 유머도 얼마나 세련되게 구사하는데. 그 사람이 거짓말쟁이라고 했을 때 가슴이 아팠어요. 그렇게 멋있는 남자가, 대통령이 왜 그런 죄에 시달리고 있는지.

-그 사람 바람 피운 건 생각 안해요?

-물론 ‘마음의 간음’만 해도 다 하느님 앞에 죄인이야. 내 얘기는 힐러리를 보라는 거지. 너무 완벽하잖아. 찔러서 피 한방울 안 나올 여잔데, 난 같은 여자로서 봐도 클린턴이 이해는 가. 저 여자(힐러리)한테서 많은 건 기대할 수 없어.

-맞아, 그런 유머 있잖아. 둘이 주유소에 가서 만난 주유원이 힐러리와 대학동창이었대. 클린턴이 “당신 저 남자랑 결혼했으면 주유원 와이프가 돼 있을 걸?”이라고 했더니 힐러리가 “내가 저 남자랑 결혼했으면 저 사람이 미국 대통령이 돼 있을 걸” 했다지.

-영국의 블레어 부총리(총리) 맞나? 아내 산달에 휴가를 내서 아내를 도와줬다지?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사람일 거야. 그래야 베풀 줄 알지. 그래서 막내가 좋아요. 어쨌든 사랑은 많이 받잖아.

-전 통역 일을 좀 해요. 미국에서 스타벅스 사장이 왔을 때 한나절 동안 무슨 전화를 두시간이 멀다 않고 하는데, 미국에 있는 와이프에게 하는 거더라고.

-박찬호도 좋아요. 몸매는 정말 멋있는 것 같아요.

-굵은 허벅지가 정말 매력포인트인 것 같아요.남자는역시 허벅지가 굵어야….

-제일 보기 싫은 남자 알아요? 배 나오고 다리 가는 남자예요. 운전하느라고 운동은 안하니까 하체는 단련 않고 배만 불룩불룩…. 다리 보고 배 보면 대충 견적이 나와요.

-박찬호 연봉이 몇백억? 다 그림의 떡이야. 우리 남편, 우리 애인 최고다 하고 살아야지. 그게 멋있는 인생이야. 제일 맘도 편하고.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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