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美 CEO 3인 ‘아름다운 퇴장’

  • 입력 2002년 2월 1일 18시 11분


세계적인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명예와 부가 동시에 보장되는 것은 물론 웬만한 국가원수 못지않은 권력을 행사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IBM의 루이스 거스트너 회장 겸 CEO는 3월1일자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그의 퇴진을 점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한때 초국적 기업의 대명사였지만 경쟁에 밀려 스러져가던 IBM을 극적으로 회생시킨 거스트너 회장은 이제 IBM과 동일시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IBM 창사 80년 만에 처음으로 외부에서 영입된 CEO 거스트너 회장은 2년 연속 60억달러가 넘는 적자를 기록한 회사를 물려받았다. 컨설팅 회사들은 IBM이 살아남으려면 회사를 분할 매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IBM은 거스트너 회장의 탁월한 경영 아래 환골탈태하면서 그의 재임 9년간의 주가는 800%나 치솟았다.

“회사는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나의 할 일은 끝났다….”

지난해 12월 사임을 발표한 AOL타임워너의 제럴드 레빈 회장 겸 CEO(63)가 직원들에게 남긴 e메일 중 한 구절이다.

그의 사임은 누구도 예상 못할 만큼 전격적이었다. 레빈 회장은 미 역사상 미디어업계의 최대 인수합병인 AOL사와 타임워너사의 합병을 진두지휘했을 뿐만 아니라 합병된 회사를 본 궤도에 진입시킨 장본인. 65세까지는 현역에 남아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정상에서 스스로 내려온 가장 극적인 사례로는 잭 웰치 전 제너럴 일렉트릭(GE) 회장(66)이 꼽힌다.

지난해 9월 은퇴해 ‘신화’로 남은 웰치 전 회장은 81년 CEO로 취임한 뒤 20년 동안 GE의 주가 시가총액을 130억달러에서 5000억달러로 끌어올렸다.

재직시 경제전문지 포천은 GE를 4년 연속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선정했으며 웰치 전 회장을 가장 탁월한 경영능력을 가진 ‘세기의 경영인’으로 뽑았다.

웰치 전 회장의 퇴임직전 해의 보수총액은 1억8865만달러. 월가의 최고 회사 CEO 평균연봉보다 6배 수준. 그러나 그는 이사들의 간곡한 만류도 뿌리치고 은퇴했다.

이들 3명의 CEO들은 자신들의 후계자로 팀플레이어를 뽑았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이제는 인수와 합병, 대규모 감원, 구조조정 등과 같은 공세적인 리더십에서 회사의 안정과 내실을 다질 관리형 리더십으로 전환할 시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거스트너 회장의 후임으로 지명된 새뮤얼 팔미사노는 존스홉킨스대 재학 당시 미식축구 팀에서 뛴 경력이 있는 팀플레이어며 골수 IBM맨이다.

레빈 회장의 뒤를 잇게 될 리처드 파슨스는 AOL과 타임워너의 합병과정을 통해 ‘협상의 명수’라는 평가를 받은, 융화력이 뛰어난 인물로 평가받는다.

회장 취임 첫 5년간 수만명을 정리해고해 ‘중성자탄 잭’으로 불렸던 웰치는 몇년간의 심사숙고 끝에 “팀워크를 이뤄내는 뛰어난 재능을 갖춘 인물”이라며 제프리 이멜트 회장을 후계자로 지명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제럴드 레빈▼

1939년 펜실베이니아주 출생

1972년 타임사에 입사

1989년 타임과 워너브러더스의 합

병을 주도

1993년 타임워너 회장 겸 CEO로 취임

2002년 5월 은퇴 예정

▼루이스 거스트너▼

1941년 출생

1985∼88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사 CEO

1989년 RJR 나비스코사 회장 겸

CEO 취임

1993년 IBM 회장 겸 CEO 취임

2002년 3월 1일 은퇴 예정

▼잭 웰치▼

1935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피바디

출생

1960년 일리노이대학 졸업 및 GE

입사

1981년 4월 GE의 CEO로 취임

2001년 회장 겸 CEO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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