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사건 국정조사특위에서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정청래 의원은 당내 대표적인 강경파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초선인 신경민 의원에게서 ‘무르다’는 취지의 비판을 받았다.
신 의원은 지난달 2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야 간사의 국정조사 재개 합의는 ‘악마의 합의’”라며 정 의원이 협상해 온 여야 간사 간 합의사항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요약하면 공개·비공개 여부를 추후 협의하기로 한 점, 증인 선정에 합의할 때까지는 명단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는 점 등이 민주당에 불리하다는 얘기였다.
신 의원 역시 국정조사특위 위원이다. 자신이 소속된 팀의 협상대표가 들고온 협상 결과에 대해 악마 운운하며 공격한 것이다. 정 의원도 어지간히 억울했던지 트위터에 “사전회의에서 결정한 것을 두고 자신만 선명한 것처럼 인기성 발언을 하는 건 ‘악마의 비겁함’인가?”라고 글을 올렸다.
신 의원은 이틀 뒤 의원총회에서 “정 의원과 저 사이에는 오해가 있을 수 없다”면서도 다시 “합의문 안에 악마가 열 마리 이상 숨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의원을 ‘아기 어머니를 가리는 솔로몬의 재판’에 나선 친모에 비유하며 처지를 이해한다는 제스처를 취하긴 했지만 협상 결과에 대해선 “합의서가 아니라 악마의 통보문이고 결정문”이라고 규정했다.
의총을 마치고 나온 민주당의 한 의원은 “신 의원 옆에 있으니 정 의원이 온건파로 보인다”고 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신 의원을 포함해 ‘신강경파’로 불리는 초선 그룹에 대해 “정말 근시안적이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민주당의 선명성 경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선명성 경쟁과 아마추어리즘 속에 강경파가 목소리를 높이고, 그 강경파를 더 센 강경파가 비판하고, 지도부의 입지는 좁아지는 게 지금 민주당의 모습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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