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입 3不과 교육 포퓰리즘

  • 입력 2007년 3월 22일 23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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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사,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를 금지하는 ‘3불(不)정책’을 놓고 정부와 대학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어제 노무현 대통령은 3불정책에 대해 ‘폐지 불가(不可)’ 의사를 밝히면서 “대학이 ‘잘 가르치는 경쟁’을 하지 않고 ‘잘 뽑기 경쟁’을 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와 사립대 측의 잇따른 3불정책 폐지 요구를 정면 거부한 것이다.

3불정책을 둘러싼 ‘전선(戰線)’은 확대될 조짐이다. 전국교직원노조(전교조)는 어제 3불정책 폐지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3불’까지는 아니더라도 본고사와 고교등급제는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3불정책을 고수해 온 현 정권의 임기가 끝나 가고 대선이 다가올수록 논쟁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3불정책은 1998년 김대중 정부 때 도입됐으나 1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면서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대학들이 몇 해 전부터 치른 논술시험은 사실상 본고사 성격을 띠고 있다. 입시 때마다 본고사나 다름없지 않으냐는 논란이 반복된다. 그럴 바에야 정부가 형식적 규제를 할 게 아니라 본고사를 허용하는 편이 낫다.

오히려 본고사를 허용하면 사교육비 부담이 완화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학부모들이 본고사에 거부감을 갖는 이유는 사교육비 증가 우려 때문이지만 본고사를 풀어 줘도 실제 실시하는 대학은 얼마 안 될 것이다. 손익계산을 면밀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기여입학제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는 의견이 있다. 사립대의 연간 등록금은 최고 1000만 원을 넘어서 학생 부담이 가중되는 실정이다. 등록금만으로는 대학 발전을 꾀하기가 힘든 상황이므로 ‘현실적 선택’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교 등급제는 대학들이 입시를 틀어쥔 정부의 규제를 피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문제다. 정부가 입시에 손을 떼고 입시 방식이 다양화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

정부가 교육 현실을 살피지 않고 본고사 등에 대한 국민의 막연한 반감(反感)에 기대는 것은 교육 포퓰리즘이다. 입시 자율화의 득실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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