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1년여 준비끝‘노하우맨닷컴’설립 여대생 사장 신지니씨

  • 입력 2005년 6월 17일 0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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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취업은 ‘좁은 문’이 아니라 ‘바늘구멍’이 됐다.

최근 인터넷 취업포털 사이트 ‘잡 링크’는 상반기 공채를 실시한 64개 기업의 평균 경쟁률이 102 대 1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상반기(85 대 1)와 비교하면 가파른 상승세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는 29명 모집에 8947명,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에는 130명 채용에 2만여 명이 몰렸다.

하지만 아예 ‘창업’으로 나선 이들도 있다. 1년여 준비 끝에 ‘노하우맨닷컴(www.knowhowman.com)’을 설립한

신지니(22·이화여대 기독교학과 4년) 씨의 ‘좌충우돌 창업기’를 소개한다.》

○ 처음부터 내 일을 하겠다

기말 시험을 준비하다 하루 계획을 점검하고 있는 여대생 CEO 신지니 씨. 강병기 기자

“직장에서 커리어 우먼으로 경력을 쌓아갈 수도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처음부터 내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최근 이화여대 캠퍼스에서 만난 신 씨는 학교에 다니면서 2, 3년 동안 취업 준비에 매달리는 게 싫었다고 했다. 인문대 학생회장을 지낸 그는 2004년 봄 창업을 결심했다.

여대생이 4년 만에 졸업하는 것이 드문 게 요즘 캠퍼스 분위기다. 어학연수와 취업준비를 위해 휴학과 복학을 거듭하면서 5, 6년 대학을 다니는 이들도 적지 않다. 2학년 때부터 토익 점수와 어학연수, 컴퓨터 관련 자격증 등 ‘대기업 입사 가이드’에 맞춰 생활하는 이들도 있다. 신 씨는 “3학년이 되면 짧고 단정한 생머리에 약간의 웨이브가 있는 ‘대기업 형’ 헤어스타일에 익숙해지려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신 씨는 창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수십 가지 아이템을 떠올렸다. 영어로 일본어, 중국어를 가르쳐주는 ‘일석이조 어학과외’는? 학교 앞의 생과일주스 판매점은?

검토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자신에게 맞는 기준을 세우는 것 △여성인 만큼 육체적인 힘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 △생활화된 인터넷의 활용 △소자본의 온라인 창업 등이었다.

2004년 11월 18일, 그는 일기장에 ‘역사적인 날’이라고 썼다. 음식 미용 스포츠 건강 교육 부문에서 활동하는 전문가의 지식과 기술 등 ‘돈 버는 비법’을 인터넷상에서 거래하는 사이트 ‘노하우맨닷컴’을 개설키로 한 것이다.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여러 사이트를 벤치마킹하면서 노하우의 ‘수명’이 온라인에서 끝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김치 만드는 법을 알았다고 잘 담그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사이트는 노하우를 지닌 전문가와 정보 이용자의 오프라인 만남을 주선해 창업에 실제적인 도움을 주겠다는 것입니다.”

○ 아이디어를 ‘전염’시켜라

창업의 고비는 투자자였다. 주변 연고를 활용해 생면부지의 사람들도 만났다. 지도 교수의 연구실 문도 두드렸다.

대부분 ‘아이디어가 참신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돈을 대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올해 1월 1000만 원을 투자하겠다는 40대 후반의 ‘천사’가 나타났다.

“마음에 상처도 받았는데 진짜 돈이 들어왔어요. 0이 몇 개인가 몇 번 세었죠. 아이디어가 좋다는 말과 돈을 ‘쏘는’ 투자는 차원이 다르거든요. 내 생각을 ‘전염’시키는 데 성공한 거죠.”(웃음)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 이홍(22·중어중문학과 4년) 씨는 “경력도 없고 나이도 어린 여대생의 아이디어가 세상을 설득시킬 수 있을까 걱정했다”며 “지금은 지니의 창업이 친구들 사이에 최대 화제”라고 말했다.

○ 사람을 잡아라

신 씨의 종자돈은 1500만 원. 대학 시절 내내 과외와 레스토랑 서빙으로 모은 돈이었다. 자본금은 투자자가 한 명 더 늘어 4500만 원이 됐다.

사이트를 구축해 주는 업체를 알아봤지만 1000만 원을 요구했다. 부담스러웠던 신 씨는 아예 웹 디자이너와 동업하기로 했다.

2월 15일 그는 서울 광화문 근처 한 빌딩에 사무실을 냈다. 사무실 보증금(1000만 원)은 아버지께 빌렸다. 목사인 아버지는 ‘귀한’ 돈인 만큼 시집 갈 때 혼수를 줄인다는 식이 아니라 반드시 갚으라고 했다.

함께 일하는 곽건(37) 실장의 말.

“신 대표의 말에 넘어갔습니다. ‘사람이 나이가 들었다고 지식과 노하우마저 늙는 것은 아니다. 이 사이트를 통해 홀대받고 있는 나이든 분들의 노하우를 살리고 돕고 싶다’고 했습니다. 최고경영자(CEO)의 자질에서 나이나 성별이 중요하지 않다는 점을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 맨땅에 헤딩하기

처음 개설한 사이트의 생명은 홍보다. 그래서 ‘손노동’을 시작했다. 한 인터넷 포털의 카페 1000여 개에 회원으로 가입했다. 회원으로 활동하다 등급이 오르면 자연스럽게 사이트를 소개한 것이다. 그러다가 ‘강퇴(강제퇴출)’를 수없이 당하기도 했다.

요즘은 자청해서 사이트에 정보를 올리고 싶다는 전문가도 있고 큰 도움이 됐다는 40대 창업 준비자의 전화도 자주 받는다. 자장면을 질리도록 먹으면서 애쓴 덕분에 결실을 얻은 셈이다.

여대생 CEO가 된 신 씨는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플라톤 대화’ 편의 ‘변론’에 대한 기말고사 리포트를 쓰느라 몇 날 밤을 새웠다.

그 자신에 대한 변론은 무얼까.

“아직 실패란 단어는 떠올리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전하지 않는 자는 실패도, 성공도 없습니다. 창업이 유일한 길은 아니지만 자신의 일을 갖기 위해 고민하는 여성들에게 한 사례가 되기를 바랍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여대생 선호직업 교사-공무원 順▼

매년 절반에 가까운 여대생이 취업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여대생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은 교사로 나타났다.

인터넷 취업 포털 ‘잡 링크’가 5월 여대생 287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교사가 8.3%로 1위를 차지했다. 공무원이 8%로 2위였고, 대기업 사원(7.4%)과 광고 홍보 전문가(7.3%)가 각각 3위와 4위로 나타났다. 멀티미디어 디자이너, 웹 콘텐츠 기획자, 교수, 기자, 상품기획자(MD),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그 뒤를 이었다. 남자 대학생(3589명)에 대한 조사에서는 교사가 5.5%로 8위에 그쳤으나 공무원, 대기업 사원, 웹 콘텐츠 기획자 등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잡 링크’는 여대생의 경우 교사나 공무원 외에 여성의 특성을 살리고 전망이 좋아 도전해볼 만한 직업이 많다고 소개했다.

▽미술심리치료사=그림으로 심리 상태를 유추하고 상담하는 직업이다. 한국미술치료협회 등에서 주관하는 치료사 과정과 자격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사회복지기관이나 정신병원 등에 취업하며 경력을 쌓은 뒤 개인상담소를 개설할 수 있다.

▽회원권 딜러=골프장이나 콘도 회원권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거래를 중개한다. 거래에 따른 세무나 행정 업무도 함께한다.

▽원예치료사=식물을 이용해 재활과 정신적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돕는 일. 한국원예치료협회에서 인정하는 대학의 원예치료사 과정을 이수하거나 대학원의 원예치료전공을 수료해야 한다.

▽테마파크 디자이너=롤러코스터 등 놀이 기구에서 식당이나 휴지통 등 테마 파크 안의 건물과 물품을 디자인한다. 국내에서 1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사이처(Cycher)=가상공간(Cyber)과 교사(Teacher)의 합성어. 인터넷 교육 사이트에서 교육 프로그램과 e메일 등을 통해 일대일로 학생들을 지도한다.

이 밖에 극장과 공연장에서 공연 진행과 고객 서비스를 책임지는 ‘하우스 매니저’, 취향에 따라 최적의 여행 상품을 안내해 주는 ‘여행 코디네이터’, 개인의 이미지를 분석하고 컨설팅하는 ‘이미지 컨설턴트’도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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