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웰빙'을 '참살이'로 부르세요

  • 입력 2004년 7월 26일 15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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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다듬기' 첫 수상자 임희연씨 [동아닷컴]
'우리말 다듬기' 첫 수상자 임희연씨 [동아닷컴]
“'웰빙'을 이제부터 '참살이'라고 부르세요. 어쩐지 어색하다구요? 처음부터 그렇게 했더라면 벌써 익숙해졌을 거예요. 이제 이 말을 죽이느냐 살리느냐는 우리들 스스로에게 달렸어요.”

임희연(24·회사원)씨는 최근 동아닷컴이 국립국어연구원, 동아일보, 케이티문화재단과 함께 벌이고 있는 ‘우리말 다듬기(www.malteo.net)’에서 ‘웰빙’ 대신 우리말 ‘참살이’를 제안해 첫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번 운동의 첫 주제어로 제시된 '웰빙'엔 모두 103건의 의견이 올라왔으나 임씨의 '참살이'가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아 첫 수상의 영광을 안게 됐다.

앞으로 ‘참살이’가 일반 대중에 널리 쓰이면 표준어 지위를 얻어 국어사전에 실릴 수도 있다. 물론 이름을 지은 임씨의 이름도 함께.

“아토피성 피부염이 심해 병원을 자주 다니면서 웰빙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마트’나 ‘핸드폰 진동’을 바꿔보라고 했다면 글쎄… (한참 생각)…어렵네요.(웃음)”

▼웰빙=참살이 (참+살이 혹은 참살이)▼

‘참말’과 ‘거짓말’처럼 ‘참’이 주는 느낌은 ‘뭔가 모르게 바르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임씨는 ‘질적으로 훌륭하고 바른 삶’이란 의미에서 ‘참살이’를 제안했다고 한다.

한국에 불어 닥친 ‘웰빙’ 열풍.

‘요가, 생식, 아로마 테라피’ 등 웰빙의 분야나 방법은 다양하지만 대체로 ‘몸과 마음의 행복을 추구하는 일’, 더 쉽게 말하면 ‘잘 먹고 잘 살기’로 해석할 수 있으니 임씨의 ‘참살이’가 제격이라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평이다.

임씨는 “참 잘했다. 이것 참, 어쩌지…처럼 ‘참’이 포괄하는 가짓수가 굉장히 많다고 느꼈고 사전을 찾다가 좋은 뜻을 발견했죠. 여기에 ‘삶’을 넣어봤어요. 그거 아세요? ‘참살'이라는 단어 자체로도 뜻이 돼요. ‘포동포동하게 살 찐 사람'이라는 뜻이예요”라고 설명했다.

임씨는 “웰빙 다이어트도 근본은 잘 먹고 튼튼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살이’ , 표준어 되나 ▼

행사를 주관한 국립국어연구원은 국어를 파괴하지 않는 테두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표준어가 된다고 말한다.

이미 지난 1월 발간된 금성출판사의 ‘국어사전’에는 ‘얼짱’과 ‘꽃미남’이 올라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는 만화영화 주인공의 대사도 올랐다.

만화영화 <심슨가족>의 주인공 호머 심슨이 자주 지르는 외마디 ‘D’OH!’(또!라고 읽는다.)가 [바보 같은 짓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고 내는 신음소리]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많은 영국인들이 당황했을 때 호머를 흉내내다보니 아예 사전 한켠을 버젓이 차지한 것.

▼국어순화, 새로운 방향으로 ▼

국립국어연구원은 월드컵이 한창이던 2002년에도 ‘골 세리머니’를 ‘득점 뒤풀이’로, ‘A매치’를 ‘국가간 경기’, ‘뉴 타운’을 ‘새 도시’등으로 바꿔 언론에 공표했었다. 그러나 지금 바뀐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박용찬 학예연구관은 “언어 사용자도 문제지만 정부기관 위원 소수가 모여 숙의를 거듭하던 종전의 언어순화작업은 사실 ‘허공에 소리를 지른 격’이었다”면서 “일반인의 관심과 참여가 우선돼야한다”고 지적했다.

《‘모두가 함께 하는 우리말 다듬기 운동’이란》

‘아파트’는 이미 굳어진 외래어라 바꿀 말을 찾는 것이 오히려 불편하지만, 상대적으로 이제 막 쓰이기 시작한 외래어는 우리말로 바꿔 부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우리말 다듬기’는 “외국어를 많이 쓸수록 우리말은 위태롭다. 이젠 일반 국민 모두가 직접 우리말을 다듬어 가꾸어야 한다”는 취지 아래 국립국어연구원이 동아닷컴, 동아일보, 케이티문화재단 등과 함께 벌이는 ‘국어사랑 실천운동’이다.

네티즌이 ‘우리말 다듬기’ 홈페이지와 동아닷컴(www.donga.com)을 통해 외래어를 대신할 우리말을 제안하고 국어연구원이 그 중 어법에 맞는 몇 개를 골라내 제시하면 네티즌이 투표로 당선작을 결정하게 된다.

이렇게 정해진 우리말이 널리 알려지고 쓰이면 표준어 지위를 획득하고 사전에까지 오른다. 국어연구원은 이때 제안자의 이름도 함께 사전에 올리기로 결정했다.

'우리말 다듬기' 운동이 진행중인 '스크린도어'

‘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사전에 등재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일반인이 많이 사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회 ‘다듬을 말’로 ’웰빙’이 결정된 뒤 심사위원들에 의해 ‘참살이·튼실·잘살이·금빛’등 후보작들이 뽑혔고 이 가운데 최종적으로 ‘참살이’가 선정됐다.

지난 20일부터는 지하철 추락사고를 막기 위해 승강장과 선로 사이에 설치 예정인 '스크린 도어(screen door)'의 우리말 투표가 진행중이다.

당선작에 선정되면 상금 30만원, 후보작에 오르면 3만원권 도서상품권이 지급된다.

▶‘모두가 함께하는 우리말 다듬기’사이트 바로 가기

박은아 동아닷컴기자 eunap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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