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수암 극복 서울대 김경란씨 학사모…본보보도후 온정

  • 입력 1997년 8월 26일 19시 49분


28일 학사모를 쓰는 서울대 국어교육과 金京蘭(김경란·26)씨. 졸업을 눈앞에 두고 지난 날을 되짚어보는 김씨의 머리속은 「얼굴을 모르는 고마운 분들」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차 있다. 『그분들이 아니었더라면…』 한 푼 두 푼 저금한 돈을 편지에 실어 보낸 초등학생, 빠듯한 생활을 하면서도 생활비를 쪼개 내놓은 자취생, 멀리 경북 울진에서 서울까지 올라와 판매한 미역대금을 선뜻 내놓은 고향 어른들…. 지난 94년 졸업반이었던 김씨는 이듬해 졸업식에서 친구들과 함께 학사모를 쓰지 못했다. 그해 2월 갑작스레 찾아온 병마 때문. 골수암 4기 진단을 받은 것. 김씨의 가정 형편을 아는 친구들이 모금함을 들고 교내 곳곳을 돌기 시작했다. 선배들은 졸업여행을 포기하면서 그 대금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1억원이 넘는 치료비를 마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발을 동동 구르던 김씨 가족에게 한줄기 햇살이 비친 것은 투병 2개월 뒤 김씨의 애절한 사연이 동아일보(94년 4월17일자)를 통해 알려지면서부터. 각계 각층으로부터 온정이 답지했다. 『그렇게 많은 분들이 애정을 쏟아주실 줄은 정말 몰랐어요. 치료비 걱정을 덜었다는 것보다는 혼자가 아님을 알게 된 것이 병마를 이겨내는데 큰 힘이 됐습니다』 지난 95년 7월 김씨는 마침내 병상에서 일어났다. 그해 2학기부터 올1학기까지 아직은 힘든 몸을 이끌고 남은 공부를 마쳤다. 이제 남은 것은 어릴 때부터 키워온 교사의 꿈을 이루는 것.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제 졸업장을 그분 들에게 바칩니다』 〈금동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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