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00년 갈 조세개혁 한다더니… 용두사미 된 재정개혁특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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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중소·중견기업의 상속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최대 30%인 최대주주 할증 제도를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고 정부에 권고했다. 재정개혁특위는 또 “1가구 1주택자도 양도소득세 비(非)과세 요건에 거주 기간을 추가해야 한다”고 권했다.

이런 내용의 최종 보고서를 끝으로 재정개혁특위는 10개월여 만에 공식 활동을 종료했다. 당초 이 특위는 ‘국민의 목소리를 수렴해 100년을 이어갈 수 있는 재정개혁 로드맵을 수립한다’는 목표 아래 지난해 4월 출범했다. 예민한 세금제도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하기보다 국민과 소통해서 마련한다는 취지로 예산·세제 분야 전문가 30명이 참여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을 20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낮추자고 제안했다가 청와대와 기획재정부가 공식 부정함으로써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어제 내놓은 권고안은 그동안 문제로 지적돼온 내용을 합리화하는 등 일부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하지만 국가의 중장기적인 조세·재정정책 로드맵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단기적이고 세부적인 과제를 제시하는 데 그쳤다는 점에서 활동이 크게 미흡했다. 출범 당시에는 중장기적인 국민의 조세부담 수준과 공평과세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관심을 모았으나 중장기 조세부담률이나 복지재정 문제는 최종 보고서에 아예 포함되지도 않았다. 세부 과제들도 적정화, 합리화, 상대가격 조정 등 모호한 표현으로 피해 나갔다.

한국은 아직 재정이 건전한 편이지만 저출산 고령화가 지속되고 복지 지출이 크게 늘면서 중장기적인 조세·재정 전략 수립이 필수적이다. 빈부격차를 줄이려는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양극화가 심해져 공평과세와 혁신성장을 뒷받침할 세제 개편과 예산 지출 합리화도 시급하다. 그러나 경기가 불황인 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세금 문제를 꺼내기 싫어하는 당정청의 이심전심(以心傳心)이 특위 활동을 유야무야시킨 것으로 보인다. 조세개혁은커녕 당장 2023년까지 ‘제2차 사회보장 기본계획’에 필요한 332조 원을 어떻게 조달하겠다는 건지도 감감하다.
#재정개혁특위#세금제도#저출산#고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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