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나를 찾아서]와인의 전설 디아블로… 악마가 되어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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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나라

칠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멀리 있는 국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나라다(동서로는 좁고 남북으로 길게 뻗어 전체 길이가 약 4300km). 지리적으로 북쪽의 아타카마 사막, 서쪽으로 태평양, 동쪽으로는 안데스 산맥, 남쪽으로는 남극이 둘러싸고 있어 이른바 자연보호막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으로 칠레에서는 탁월한 품질의 와인 생산이 가능하며, 주변 와인 생산국(아르헨티나 브라질)과 비교하였을 때 신세계 와인이라 믿기 힘들 정도의 깊은 풍미를 자랑한다.

콘차 이 토로(Concha Y toro)사는 칠레 와인의 세계적 명성을 책임지고 있는 칠레 1위의 프리미엄 와인명가로 1883년에 설립되었다. 칠레 와이너리 중 최초로 뉴욕 증시에 상장되었으며 미국 영국 캐나다 일본 등 세계 주요 와인 소비국에서 칠레 와인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0년에는 ‘The Power 100’(영국 주류 전문 리포트)에서 전세계 와인 부문 파워 브랜드 2위의 와이너리로 선정되었다. 2012년에는 영국의 세계적인 주류 전문지, 드링크 인터내셔널에서 2011년에 이어 2회 연속 ‘세계 최고의 존경 받는 와인브랜드(World's most admired)’에 선정되었다.

디아블로(Casillero del Diablo)는 ‘콘차 이 토로’사의 글로벌 와인 브랜드이다. 전 세계 130여 개국에 수출되는 인기 상품으로, 전 세계 칠레와인 판매 1위다. 스페인어로 ‘악마의 와인창고’(Devil's Cellar)를 뜻한다. 100여 년 전, 지하 와인저장고에서 와인이 자꾸 도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설립자인 돈 멜초 경이 ‘와인저장고에 악마가 출몰한다’는 소문을 퍼뜨려서 도둑들로부터 와인을 지켰다는 재미있는 전설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현재도 이 와인저장고는 그대로 보존되어 유명 관광명소로 사용되며 방문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2001년부터 ‘콘차 이 토로’사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쳐 디아블로를 하나의 마케팅 메시지로 활용하기 시작하며 글로벌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WINE LEGEND’라는 단 하나의 메시지를 현지시장과 소통하는 다양한 방법(광고이미지, 인쇄물, TV, CF, 온라인)으로 표현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과 반응을 이끌어 내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2003년에는 디아블로를 약 100만 케이스(1200만 병) 판매했고, 이후 전 세계인들의 변함없는 사랑으로 2010년에는 310만 케이스(3720만 병)를 판매하며 ‘One Second One Bottle’(1초에 1병씩 팔리는 와인)이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국내에서는 업계 최초로 TV광고를 진행하여 ‘세계인이 만나는 정직한 가격, 디아블로’로 와인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전환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디아블로의 꽃은 누가 뭐라 해도 카베르네 소비뇽이다. 칠레 센트럴 밸리에서 생산되는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 100%로 만들어져, 짙은 루비 컬러가 돋보인다. 진한 체리, 블랙 커런트 향에 뒤이은 은은한 느낌의 토스트와 커피향이 일품이다. 맛을 보면 잘 익은 산딸기와 자두의 맛, 세련되고 부드러운 느낌의 타닌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긴 여운이 인상적인 ‘미디엄 보디’의 와인이다.

무엇보다, 디아블로의 가격을 세계적인 수준에 맞춰 해외 가격 그대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은 국내 와인 소비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큰 즐거움. 아무리 좋은 와인이라도 지금 내가 음미할 수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어찌 보면 디아블로는 국내에서 와인시장이 만들어낸 ‘와인은 비싸다’는 고정관념의 ‘악마’와 싸우고 있다고 할 수도 있겠다.

손희정 기자 son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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