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면들의 공통점은? 배경음악-효과음향으로 J-POP이 흐른다

  • 입력 2007년 7월 25일 02시 44분


코멘트
남자1: 이거 억지예요, 억지.

남자2: 억지라니요. 제 말씀을 잘 이해 못하시는 모양인데. 아, 이 사람 참…. 아니 뭘 제대로 알고.

남자1: 아 이 사람이라니! 어 당신 몇 살이에요?

남자2: 그러는 당신은 몇 살이에요?

“둥둥둥둥둥∼(기타 연주음) 액션!”

한 시사 토론회에서 두 패널 사이에 싸움이 붙자 화면이 갑자기 정지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생경한 기타 사운드. 이는 네이트 인물검색 TV CF의 한 장면이다. 여기에 삽입된 “둥둥둥둥둥∼ 액션!”이라는 효과음은 MBC TV ‘황금어장’의 ‘무릎팍 도사’에서도 출연진이 ‘결정적’ 유머를 내뱉을 때마다 등장한다.

강렬한 기타 사운드로 시작하는 이 곡은 일본 기타리스트 호테이 도모야쓰의 솔로곡 ‘배틀 위다웃 아너 오어 휴머니티(Battle without Honor or Humanity)’. 영화 ‘킬 빌’에 삽입된 곡이다.

이뿐만 아니다. 배우 정일우와 고아라가 출연한 애니콜 CF에는 일본 펑크밴드 ‘엘르가든’의 ‘메리 미(Marry me)’와 다케시 나카스카의 ‘후레이, 라 라(Hooray, la la)’가 흐른다. ‘메리 미’는 광고에 삽입된 뒤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외에도 ‘황금어장’의 ‘라디오스타’에는 12인조 여성 댄스그룹 ‘모닝구 무스메’의 ‘해피서머웨딩’이, MBC ‘개그야’의 ‘사모님’ 코너에는 ‘판타스틱 플라스틱 머신’의 ‘필터(Philter)’가 쓰였다.

○ TV와 광고에 흐르는 ‘J-POP’

요즘 국내 TV와 CF에 ‘J(Japan)-POP’이 흐르고 있다.

록, 댄스, 펑크, 시부야케를 비롯한 J-POP이 광고나 TV 프로그램 배경음악으로 자주 사용되고 있다. 유키 구라모토, 티 스퀘어, 리사 오노를 비롯한 뉴에이지나 재즈에 국한된 예전에 비하면 장르도 다양하고 사용 범위도 넓어졌다.

왜 그럴까. 우선 일본 음악이 주는 ‘신선함’ 때문이다. 단시간 내 강한 인상을 줘야 하는 광고나 프로그램 삽입곡에 제격이다.

‘황금어장’의 오윤환 PD는 “처음 코너를 시작했을 때 밋밋해서 색다른 느낌의 사운드가 필요해 J-POP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뮤직컨설팅업체 ‘더 라임라이트’의 강재덕 PD는 “음악 장르가 실종되고 음악의 국적이 무의미해진 상황에서 사람들은 장르나 아티스트를 불문하고 얼마나 귀를 솔깃하게 하는가를 따진다”고 말했다.

팝, 록, 재즈, 솔, 힙합을 혼합해 ‘크로스오버의 크로스오버’라 불리는 시부야케라는 장르도 ‘판타스틱 플라스틱 머신’의 경우처럼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 침체된 가요-팝 시장에서 ‘블루오션’ 될까

전문가들은 ‘J-POP이면서 J-POP 같지 않은’ 특성이 거부감 없이 일본음악을 받아들이게 하는 요인의 하나라고 말한다. 멜로디 라인이 한국 음악과 비슷한 데다 국내 팬들이 그동안 일본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들으며 일본 음악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가요와 팝 시장이 침체하고 있다는 점도 J-POP의 인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음악을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는 음반이나 광고업계에서는 아직 J-POP을 미개척 분야라고 말한다. 최근 현영의 ‘연애혁명’ 등 국내 가수 사이에서 일본 음악을 리메이크하는 바람이 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에서 일본어로 된 음악을 TV CF에 삽입할 경우 법적 제한은 없으나 국민 정서를 감안해 방송사들이 심의를 까다롭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J-POP이 마니아의 영역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의견도 나온다.

음악평론가 임진모 씨는 “가요와 팝의 불황기에 오히려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게 J-POP 마니아들”이라며 “J-POP은 일류(日流) 바람을 타고 조금씩 영향력을 키워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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