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젊은미술, 그들이 몰려온다

  • 입력 2004년 5월 25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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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사진작가 토마스 루프의 ‘누드’ 연작 중 하나. 인터넷 누드 화면을 디지털 방식으로 합성한 사진들은 ‘사진은 조작된 현실’이라는 작가의 철학을 대표하는 작품이다.-사진제공 아라리오갤러리
독일 사진작가 토마스 루프의 ‘누드’ 연작 중 하나. 인터넷 누드 화면을 디지털 방식으로 합성한 사진들은 ‘사진은 조작된 현실’이라는 작가의 철학을 대표하는 작품이다.-사진제공 아라리오갤러리
국내 미술계에 독일 현대미술 바람이 거세다. 5, 6월 대형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국제 미술계가 인정한 스타급의 젊은 독일 작가 작품들이 잇따라 전시되는 것. 세계 미술시장 흐름을 재빠르게 받아들이고 있는 한국미술계의 순발력을 느낄 수 있는 기획들이다.

통일 과정을 거치며 ‘시대정신’의 산실로 부상한 독일은 젊은 미술의 진원지로 꿈틀거리고 있다. 또 통독 이후 수도 베를린에 건설 붐이 일면서 미술품 수요가 급증하고 개별 작가들의 작품가격도 올라 베를린은 세계 미술시장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 토마스 루프전

▽토마스 루프전=사진작가 토마스 루프(46)는 현재 세계 사진시장을 이끌고 있는 주역 중의 한 사람. 기록사진이 아닌 아이디어 사진이 특징이다. 전시에 맞춰 최근 방한한 작가는 “사진은 사물의 표면만 포착할 뿐이라는 전제 아래 끊임없이 매체의 한계를 실험했다”며 “사진은 직접적 해석이 아니라 이미지의 이미지, 조작된 2차적 현실”이라고 말했다.

‘기원(起源·Substrat)’ 연작은 일본 만화를 원재료로 여러 층을 중첩하고 합성시켜 현란한 색채만 남긴 작품. 원재료를 떠올리게 하는 어떤 형상이나 의미도 찾아볼 수 없다. 인터넷 누드 화면을 다운로드해 디지털 방식으로 수정한 ‘누드’ 시리즈는 실루엣만 표현했지만 초현실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 검은 바탕에 하얀 점이 흩뿌려진 천체 사진인 ‘별’ 연작은 작가가 유럽남부천문대(ESO)에서 구한 음화(陰畵) 원본 1200여장을 합성해 밤하늘을 표현한 작품들이다.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 28∼8월 22일. 총 70여점이 선보인다. 041-551-5100

● 토비아스 레베르게전

▽토비아스 레베르게전=설치작가 토비아스 레베르게(38)는 2003년 베니스비엔날레 이탈리아관 대표 작가로 참여했다. 독일은 물론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멕시코 등에서 여러 차례 개인전을 가지면서 세계적 지명도를 얻고 있다. 아시아에서의 대규모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건축가 조각가 화가 디자이너 영화제작자로 전방위 활동을 펼치는 작가는 각기 다른 미디어, 스타일과 재료들을 결합하는 크로스 오브젝트로 관람객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분재(盆栽), 인공 눈, 석재 조각들과 정원 의자로 꾸며진 장원, 가구처럼 만들어진 조각 등이 선보인다. 6월 6일∼8월 1일.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02-733-8945

● 무대를 보는 눈, 독일 현대작가전

▽무대를 보는 눈, 독일 현대작가전= 연극 무대와 미술을 결합한 이색 전시. 독일 큐레이터 볼프강 스토르흐가 베를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현대 미술가들을 선정해 각자가 추구하는 작품세계로 연극을 해석하도록 했다. 19명의 작가가 연극성의 개념을 사진 회화 조각 설치 음향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풀어냈다. 귄터 위커는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를 소재로 못과 나뭇조각을 사용해 상징적 공간을 만들었으며, 1960년대 전위예술을 주도했던 볼프 포스텔은 탱크라는 파괴적 전쟁무기에 몇 개의 줄을 보태 악기로 변모시키는 과정을 무대에 연출했다. 서울 태평로 로댕갤러리가 독일 외무부 산하 국제교류처(ifa)와 공동으로 개최한다. 8월 8일까지. 02-2259-7780

● 베허 부부전

▽베허 부부전=독일 사진계의 거장으로 대규모 공장단지 등을 주로 찍어온 부부 작가. 메마른 회색 톤 화면에 원통, 삼각 뾰족지붕, 네모난 대형건물 등 건조한 조형미가 풍기는 화면은 엄숙하면서도 차가운 느낌을 준다. 베허 부부는 안드레아스 거스키, 토마스 루프 등 젊은 스타 사진작가들의 스승 격이다. 27일까지 서울 화동 pkm갤러리. 02-734-9467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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