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영훈/검찰의 또다른 칼 「공안대책協」

  • 입력 1999년 3월 16일 18시 58분


대검찰청은 공안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공안대책협의회(공대협)를 법제화했다고 15일 발표했다. 기존의 공안사범합동수사부에 법적 근거를 부여한 것일 뿐이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또 과거의 정보부나 안기부가 주관하던 ‘관계기관대책회의’와는 달리 회의록까지 작성하며 투명하게 운영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여러 부처가 관련되는 사안을 놓고 관계기관이 합동회의를 통해 정부의 입장을 조정 통일하는 ‘관계기관대책회의’는 필요하다. 과거의 ‘관계기관대책회의’가 문제가 됐던 것은 박종철고문치사사건이나 부천서 성고문사건때 사실을 은폐하거나 조작하는 ‘나쁜 선례’를 남겼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로 해서 생긴 좋지않은 국민적 이미지를 고려, 그 명칭을 ‘공안대책협의회’로 바꿨다.

그러나 그같은 업무의 주관을 검찰에 맡긴 것을 법조계 일부에서는 우려한다. 검찰에 또다른 하나의 칼자루가 주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통일부 행정자치부 교육부 문화관광부 농림부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건설교통부 노동부 국가정보원 경찰청 국군기무사령부의 국장급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회의를 대검 공안부장이 주재한다는 모양이 어쩐지 이상하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에 ‘정책조정기능’까지 더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다. 힘있는 검찰이 나서야 문제가 해결된다는 발상도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 통용되던 구시대적 발상이다. 검찰이 본연의 영역이 아닌 문제에 개입하면 할수록 검찰의 중립성 시비도 잦아질 소지가 크다. 우리 사회도 지나친 검찰 의존증에서 벗어나야 검찰이 제자리를 찾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최영훈<사회부>c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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