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좋은 애완견 심리학…"주인님, 개 맘 좀 알아주세요"

  • 입력 2004년 2월 15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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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에게 복종심이 강한 동물의 으뜸은 개다. 그래서 자식이 없는 젊은 부부나 의지할 데 없는 노인을 위한 대표적인 반려 동물로 꼽힌다. 가족이 아프면 병원에 보내고 말지만 개가 탈이 나면 ‘천막치고’ 병원에서 함께 밤을 새운다는 말이 종종 들릴 정도다. 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애견 인구는 100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런데 애지중지하던 개가 주인을 물거나 달려와 오줌을 지리면 주인은 ‘배신감’에 휩싸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사태’가 애완견의 마음을 너무 몰라서 벌어지는 일일 뿐 적절히 대처하면 교정될 수 있다고 충고한다.

경상대 수의대 연성찬 교수(동물행동학)는 “주인이 가장 간과하기 쉬운 점은 개가 구성원들의 서열을 매기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개의 조상은 무리를 짓고 살면서 서열의식이 강한 늑대라는 것이 정설. 아무리 가축화됐다 해도 이 ‘늑대의 후손’은 본능적으로 무리(인간) 속에서 누가 자기보다 뛰어난지를 판별한다. 서열이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공격해 우열을 가리려 한다는 것.

특히 사회적으로 성숙하는 2∼3년생 때 이런 행동이 활발해진다. 사람으로 치면 24세 정도의 나이다. 아무리 젖 먹던 시절부터 키웠다 해도 이 시기에 상하관계를 명확히 해주지 않으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놀랍게도 미국에서 집에서 기르는 개에게 물린 사람은 매년 50여만명에 달한다.

그렇다면 처방책은 무엇일까.

독립문 동물병원 이관영 원장은 “개가 덤벼드는 가족 구성원이 먹이를 주는 게 한 가지 방법”이라고 말했다. 부부 가운데 남편이 물렸다면, 앞으로 개의 먹이는 남편이 담당해 개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물론 ‘앉아’ ‘일어서’ 등 기초 복종훈련을 시킨 뒤 말을 들으면 먹이를 주는 형식을 취해야 한다.

또 연 교수는 “명령에 복종한 경우를 제외하곤 개를 너무 이뻐하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 매번 먹이를 떠먹이거나 시도 때도 없이 토닥여 주면 속으로는 주인을 ‘하인’ 취급하기 쉽다는 것.

한편 애완견을 키울 때 가장 큰 골칫거리는 용변을 아무데나 보는 일이다. 그런데 무조건 화를 내서는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점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만일 주인이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왔을 때 애완견이 다가와 벌렁 누워 오줌을 지린다면 이는 과잉복종심을 표현하는 것이다.

연 교수는 “개가 배를 드러내는 것은 최고의 복종심을 나타내는 행동”이라며 “주인에 대한 두려움이나 반가움이 지나쳐 무의식적으로 소변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로 생후 3∼4개월 됐거나 몸집이 작은 ‘여린’ 개에게서 이런 현상이 많다. 이때는 애완견을 나무라면 두려움 때문에 오줌을 지리는 현상이 더욱 심해진다. 오히려 모른 척 냉정하게 무시하는 게 개를 안정시키는 행동이다.

주인이 집에 없을 때 아무데나 용변을 보는 일이 반복된다면 이런 개는 ‘격리불안증’에 걸렸다고 봐야 한다. 개도 사람처럼 신경쇠약에 걸린다는 의미다. 이 정도면 병원에 가서 행동교정요법과 약물치료를 받아야 치유된다.

하지만 해마루 동물병원 김현욱 원장은 “한국에서는 병원과 애견인 모두 외상에만 관심을 가질 뿐 정신과적인 질환은 거의 취급하지 않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과학전문지 ‘네이처’ 온라인뉴스판은 지난달 20일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 연구팀이 애완견 78마리를 관찰한 결과 이들이 사람처럼 개성이 뚜렷하다는 점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애완견 각각을 부지런함·게으름, 우호적·공격적, 불안정·안정, 똑똑함·어리석음 등 4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유형화할 수 있다는 것.

연 교수는 “개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 채 화만 내면서 내다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개의 처지에서 생각해야 진정한 반려관계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기자 wolfkim@donga.com

▽사례 1=자식이 없는 40대 부부가 젖을 막 뗀 수캉아지 한 마리를 사왔다. 2년이 지난 어느 날 밤 평소처럼 아내가 개 와 침대에 누워있을 때 뜻하지 않은 사건이 발생했다. 남편이 침대에 다가오자 개가 달려들어 물어 버린 것.

▽사례 2=30대 독신의 직장여성 K씨는 얼마 전 생후 3개월 된 강아지를 집에 들여놓았다. 그런데 K씨가 퇴근 후 집에 올 때마다 강아지가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 꼬리를 치며 달려오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벌렁 누워 오줌을 지려 버리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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