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원정씨 '불타는 빙벽' 출간에 손장순씨 제목 표절 논란

  • 입력 2003년 8월 12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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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제목에도 ‘주인’이 있을까.

최근 작가 고원정씨(47)는 회색빛 지식인을 주인공으로 인간의 탐욕과 위선, 진보와 보수의 갈등을 그린 장편소설 ‘불타는 빙벽’(해냄·전 3권)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소설가 손장순씨(68)는 11일 “고씨가 내 창작집의 제목을 고의로 도용했다”며 “이 소설을 전량 회수할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씨는 2000년 고씨가 ‘불타는 빙벽’이란 제목을 사용해도 되는지 물어 와 거절한 적이 있는데 결국 똑같은 제목으로 책을 냈다고 주장했다. 손씨의 창작집 ‘불타는 빙벽’은 알피니스트를 주인공으로 한 등산소설로 1977년 서음출판사에서 발간됐다.

손씨의 주장에 대해 고씨는 “같은 제목의 소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도의적으로 선배작가에게 미안한 마음이지만 손씨의 소설은 26년 전에 발표됐고 절판 상태였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피해를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제목을 정하는 과정에서 손씨에게 허락을 받지 않은 것은 불찰”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조정심의위원회 김현철 연구원은 “저작권은 작품 내용에 미치는 것으로 제목은 일반적으로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현행 저작권법에서는 짧은 표현의 저작권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 작가의 개성이 충분히 나타날 만한 표현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손씨는 “지금까지 한국에는 이 같은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해 공론화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한편 독일의 경우 저작권법 중 같은 제목을 가진 저작물이 둘 이상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타이틀 보호법’이 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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