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들여다보기’ 20선]<9>아프리카 문학의 이해와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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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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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문학으로도 저항했다
◇ 아프리카 문학의 이해와 감상/김윤진 지음·다해

한국의 독자들에게 아프리카의 문학이란 그 대륙과 지리적인 거리만큼이나 멀게 느껴진다. 월레 소잉카(1986년), 네이딘 고디머(1991년) 등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여러 차례 배출하기도 했지만 아프리카 문학에 대한 국내의 관심은 전반적으로 낮다. 이 책은 국내 독자들에겐 생소하게 느껴지는 아프리카 문학사와 주요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소개한다.

아프리카의 문학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아프리카 문화유산 중 가장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전역에 강력하게 살아 숨쉬고 있는 ‘구전문학’, 스와힐리어 하우자어 등 2000개 이상의 아프리카 토속어로 된 ‘토속어문학’, 서구문화권이 유입되고 식민지 시대를 거치면서 영어 등 ‘식민종주국의 언어로 쓰인 문학’이다.

구연문학은 구전문학, 구비문학과 같은 말로 글로 쓰이지 않고 말로 이루어지는 문학을 칭하는 용어다. 이 중 운문에 해당하는 것이 구연시인데 아프리카의 구연시는 왕권, 군사적 업적을 찬양하는 찬양시, 역사적 영웅이나 전설상의 일대기를 그린 서사시, 장례식 혹은 추도식에서 부르는 만가 등으로 나뉜다. 이 밖에도 케냐의 중부 고원지역을 중심으로 한 기쿠유, 북동부 지역의 메루, 서부 빅토리아 호수 인근의 루오 등 지역거점의 사회집단별로 전해 내려오는 민담, 신화가 있다.

스와힐리 문학은 동아프리카 해안지역에서 탄생한 문학이다. 오만의 도움으로 18세기 중반 포르투갈 세력을 완전히 몰아낸 스와힐리인들은 이 무렵부터 스와힐리어로 문학작품을 남기기 시작했다. 18세기 후반 황금기를 맞은 스와힐리 고전문학은 사이드 압달 라 빈 나시르 등의 걸출한 시인들을 배출하며 전통을 이어 왔다.

19세기 중반 이후 유럽 문화의 영향이 거세지면서 서구문명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동시에 저항문학도 맥을 이었다. 1970년대 이후부터 현대화, 비약적인 발전과정을 거쳐 다수의 신예 작가들을 배출해 내고 있다. 하지만 스와힐리 문학의 풍성함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 현대문학의 대부분은 식민지 경영을 주도했던 종주국 언어인 영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아프리카 현대문학의 태동에 관해 이야기할 때 반드시 언급해야 하는 것은 1934년부터 1948년 사이에 일어난 ‘네그리투드(negritude·흑인성)’ 운동이다. 당시 프랑스에 유학 중이던 세네갈의 레오폴 세다르 상고르,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의 레옹 다마스 등은 프랑스에서 ‘흑인학생’이라는 잡지를 창간함으로써 서구문화에 대항해 혈통의 근원을 찾고 흑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재인식하기 위한 운동을 전개했다. 이 운동과 함께 아프리카의 현대 시문학이 태동했으며 이들은 식민주의에 대응하는 저항적인 작품을 발표했다.

저자는 “1960년대 이후 아프리카 모든 작가의 관심사는 서양과의 접촉에서 일어난 역사적 상황에 대한 것이었다”며 “이들은 문학 활동을 통해 서양 작가들, 식민주의자들이 보여줬던 왜곡된 그림을 바로잡았으며 아프리카 사회 전반에 대한 재평가 작업을 진행하며 사회적으로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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