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현택수]이중국적 허용, 장점 많다

  • 입력 2007년 10월 29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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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세계화 시대에 우수한 외국인 인재를 국내에 유치하고 국내 고급 인력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다만 한국인의 경우 병역의무를 마친 사람에게만 제한적으로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선진국 인재 유치 위해 필수

정부의 국적법 개정 논의와 검토는 늦은 감은 있지만 환영할 일이다. 사실상 우리 사회에서 이중국적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해 보지 못했다. 일부 사회 고위층 및 유명인의 병역 기피 논란과 중상류층까지 가세한 원정 출산 문제로 이중국적의 의미와 긍정적 효과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없었다. 병역 회피로 대표되는 이중국적의 부정적인 측면이 사회 문제가 되어 병역의무를 마쳐야만 외국인이 되는 것을 허용하는 국적법이 통과되기도 했다.

한국은 고급 외국인 인재를 유치하는 데 있어서 경제 문화적으로 여건이 안 좋지만 무엇보다 국적 문제로 외국인이 불이익을 받는 점이 많다. 외국에서 유학한 한국 인재는 여건상 귀국하기보다는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외국 시민이 되어 가는 실정이다.

세계화 현상이 심화될수록 고급 두뇌는 ‘잡(job) 노마드’로서 좋은 환경과 대우에 따라 지구상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직업을 갖게 될 것이다. 이러한 세계적 경향에 맞춰 전문지식과 기술을 가진 외국인에게 한국 국적을 부여하면서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방안은 적절하다.

애국심만으로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 두뇌를 한국으로 불러들이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분명히 있다. 선진국 부자 시민은 세금 문제로 국적과 거주지를 바꾸기도 한다. 자국보다 더 많은 보수와 이익을 보장받는다는 계산을 하지 않고 취업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 한국에 올 외국인 인재는 없다.

선진국 인재를 유치하려면 더욱 적극적이고 탄력적인 국적법 개정과 운용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외국 고급 인력이 초청장 없이도 한국에서 직장을 구할 수 있게 하는 ‘구직 비자’ 발급 제도 도입은 많은 외국인이 한국 기업의 문을 두드리게 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한국은 심화되는 고령화와 저출산 시대를 맞아 인재 확보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노동력 확보에 비상이 걸려 있다. 자본과 인적 자원이 더욱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드는 글로벌 시대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국적법 개정은 필요하다. 독일과 아일랜드 등 유럽은 세계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 이민 개방 정책을 펴고 있고 인도는 이미 이중국적을 허용했다.

국적법 개정 정책은 인재 개방 정책으로 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이런 정책에 따라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국내 인력이 실업자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국내 인력의 세계화 방안 또한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깊이 있게 논의해야 한다.

또 병역의무 이행을 조건으로 한다면 국내 여성 인재가 이중국적을 취득하는 길을 원천적으로 막는 부작용이 있다. 여성에게는 사회봉사 등 대체 군복무 방식을 만들어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등의 해외동포도 차별받지 않고 이중국적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외교적인 노력을 더 해야 한다.

국내 인력 세계화 대책도 세워야

한국이 복수 국적을 완전히 인정하기에는 아직 국가경쟁력에 자신이 없고 국민 정서가 호의적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다양한 병역의무 방식의 도입과 함께 한국 국적의 세계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그래서 대한민국 국적이 국내외 한국인이나 외국인에게 ‘운명’으로서의 국적이 아니라 ‘선택’으로 취득하고 싶은 국적이 되도록 경쟁력 있고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정책이 중요하다.

현택수 고려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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