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전자책 대중화’ 꿈이 무르익는다

  • 입력 2009년 4월 18일 02시 58분


아마존 ‘킨들2’ 등 새 단말기 속속

신간 연계 등 콘텐츠도 보강

값싸지고 편의성 개선 경쟁력 확보

2000년대 초 종이책에 도전했다 참패한 전자책(e-book)이 화려한 부활을 꿈꾸고 있다. 당시 전자책은 첨단 기술 채용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단점 때문에 일반 고객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전자책은 종이책에 비해 가독성과 사용 편의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가격도 비쌌고, 콘텐츠마저 부족했다.

○ 아마존의 킨들, 전자책 부활의 불 밝히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이야기가 달라졌다. 전자책 부활의 ‘신호탄’은 세계 최대의 온라인 서점 아마존이 쏘아 올렸다. 아마존은 2007년 1월 전자책 단말기 ‘킨들(Kindle)’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다소 비싼 가격(350달러)에도 불구하고 지난 한 해 동안 무려 50만 대가 팔려나갔다. 성공에 고무된 아마존은 올해 2월 업그레이드판인 ‘킨들2’를 시판했다.

킨들의 성공은 당연히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동안 기회를 엿보고 있던 다른 기업들도 발 빠르게 새로운 단말기를 내놓기 시작했다.

소니는 지난해 10월 PRS-700을 발표했다. 후지쓰는 흑백만 구현할 수 있는 기존 전자책의 한계를 넘어 컬러 구현이 가능한 기기를 공개했다. 유럽의 벤처 기업 폴리머비전과 플라스틱로직은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개발 중이다. 삼성전자도 올해 6월경 전자책 ‘파피루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 전자책이 재조명받는 이유

이처럼 전자책이 다시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첫 번째 이유는 단말기의 발전과 기존 전자책의 단점 극복에 있다. 가장 대표적 사례인 아마존의 킨들은 e잉크(e-ink·전기 자극에 따라 액정을 잉크처럼 적절히 배치)라는 신기술을 적용해 가독성을 크게 높였다. e잉크는 장시간 사용 시 눈의 피로를 유발하는 액정표시장치(LCD) 화면과 달리 종이책과 비슷한 편안한 느낌을 준다.

두 번째 이유는 콘텐츠 공급의 증가다. 미국에서는 아예 신간 서적의 종이책과 전자책을 함께 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아마존이 킨들용으로 판매하는 전자책은 신·구간을 통틀어 2007년 시판 당시 8만8000권에서 올해 3월 현재 24만5000권으로 크게 늘었다.

요즘에는 국내 출판사들도 책의 마지막 프로모션 단계에서 전자책 포맷을 많이 이용한다. 전자책은 종이책보다 재고 부담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 이유로는 전자책에 대한 독자들의 인식 변화를 들 수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대다수 사람은 모니터로 문서를 읽는 것을 불편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디지털 문화에 적응한 사람들은 이제 전자책이 불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게다가 전자책 콘텐츠 가격은 종이책의 절반 정도에 불과해 구매 경제성도 좋은 편이다.

○ 향후 2, 3년이 중요한 전환점

전자책 시장은 앞으로 2, 3년 안에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첫째는 양적 전환이다. 미국의 전자책 콘텐츠 시장 규모는 지난해 이미 5240만 달러에 이르렀다. 이는 유례없는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전년보다 65%나 성장한 수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시장의 질적 전환이다. 전자책 시장은 앞으로 경쟁의 양상과 킬러앱(Killer Application·시장을 재편하고 경쟁 제품을 완전히 몰아내는 압도적인 제품이나 서비스) 측면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구도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먼저 경쟁의 양상은 단말기 중심에서 콘텐츠와 서비스·플랫폼 등 종합 솔루션 경쟁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측면에서 아마존은 분명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후발 기업들의 도전도 만만치는 않을 듯싶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구글과 소니가 올해 2월 결성한 연합 전선이다. 구글의 방대한 콘텐츠와 편리한 검색 서비스, 그리고 소니의 하드웨어는 아마존에 충분히 위협이 될 만하다. 애플이 새로운 다크호스가 될 가능성도 있다. 애플은 사실 콘텐츠-서비스-단말기의 트로이카형 솔루션 사업을 주특기로 한다. 아이팟 MP3 플레이어도 이 방식으로 성공했다.

한편 킬러앱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자책 콘텐츠 시장의 주력 품목은 텍스트 위주의 소설과 에세이 등이다. 그러나 전자책 단말기의 화면이 커지고 컬러 구현 능력이 진행되면, ‘소일거리용’ 만화나 무게 및 부피 부담이 없는 전자책 교과서가 새로운 킬러앱이 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

(기사 전문은 동아비즈니스리뷰 31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나준호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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