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332>禍患常積於忽微, 智勇多困於所溺

  • 입력 2008년 1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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禍(화)는 재난이나 불행을 뜻한다. 患(환)은 근심이나 고통을 뜻한다. 常(상)은 항상 또는 늘이라는 뜻이다. 積(적)은 쌓다 또는 쌓이다의 뜻이다. 於(어)는 장소나 시간을 표시한다. 앞의 경우는 출발 지점을 표시하며, 뒤의 경우는 원인의 소재를 표시한다. 忽(홀)은 잊어버려 마음에 두지 않는다는 뜻으로 흔히 소홀히 하다 또는 소홀히 여기다의 뜻으로 쓰인다. 忽視(홀시)는 소홀히 하다와 경시하다의 뜻이 있다. 忽然(홀연)에서처럼 갑자기라는 뜻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아주 미세한 것을 가리킨다. 홀은 한 치의 10만분의 1로서 작은 길이의 단위이기 때문이다. 微(미)는 적거나 작다는 뜻인데, 길이 단위로는 忽(홀)의 10분의 1이다. 따라서 忽微(홀미)는 매우 미세하거나 사소한 것을 의미한다.

智(지)는 슬기나 지혜를, 勇(용)은 용기나 과감성을 뜻한다. 困(곤)은 곤란하거나 곤궁하다는 뜻과 더불어 위태롭다는 뜻도 있다. 溺(닉)은 물에 빠진다는 뜻에서 어떤 것에 빠져들어 헤어나지 못한다는 뜻도 나왔다. 所溺(소닉)은 빠져든 대상인데, 사람이나 사물 모두를 포함할 수 있다. 지나치게 총애하는 사람이나 푹 빠져든 어떤 일을 가리킨다.

이 구절은 총명하던 군주가 잡된 놀이를 좋아해 광대들을 총애함으로써 나라를 망치고 자신도 피살된 일에 대해 쓴 글에 보인다. 사소한 것이 쌓여 큰 재난을 부르며, 지나친 총애나 과도한 기호는 지혜와 용기를 무력하게도 한다. 특히 영향력이 큰 사람의 경우에는 더더욱 미미할 때에 예방해야 하며 그 무엇에 지나치게 빠져서도 안 된다. 자신은 물론 다수에게 미치는 해악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宋(송) 歐陽修(구양수)가 쓴 ‘新五代史(신오대사)·伶官傳序(영관전서)’에 나온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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