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프롬헬', 창녀의 딸에게 왕위 넘길 수야…

  • 입력 2002년 3월 7일 17시 07분


1888년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 런던에서 10주에 걸쳐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일명 잭 더 리퍼로 불린 그 희대의 살인마는 잡히지 않았고 아직도 여러 음모론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앨런과 알버트 휴즈 형제 감독의 영화 ‘프롬 헬’(from Hell)은 그 사건을 왕실이 조장했다고 주장한다. 원작격인 앨런 무어의 그림 소설 ‘프롬 헬’도 왕실 음모론을 제기하나 영화은 아예 한걸음 더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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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뒷골목에서 창녀들이 잇따라 잔인하게 살해된다. 범인을 찾아 나선 수사관 애벌린(조니 뎁)은 그들의 친구인 메리 켈리(헤더 그레이엄)의 말에서 실마리를 발견함과 동시에 그에게도 사랑을 느낀다.

영화속 사건은 왕세자가 창녀와 결혼했고 딸을 낳았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왕세자는 매독에 걸려 곧 그 딸이 여왕의 후계자가 될 판. 이쯤되면 당시 왕실과 귀족들은 ‘왕가의 혈통’이나 ‘국가의 안위’를 위해 ‘비상 계엄령’이라도 내릴 법하다. 이들에게 살인으로 왕세자와 창녀의 결혼 흔적을 지우는 것은 국가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된다. 그 행동대원은 17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권력엘리트들의 비밀 결사체 ‘프리 메이슨’의 조직원인 왕실 의사. 의사는 ‘사명감’에 도취된 채 왕세자 결혼식에 참석한 창녀를 하나씩 죽여 ‘역사’를 다시 쓰려 한다. 그리고 왕실과 귀족들은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그 의사의 뇌 기능를 마비시켜 감옥에 가둔다.

영화는 피비린내가 풍기고 음산해 러닝타임 122분 내내 개운치 않다. 그러나 줄거리와 극적 구성은 탄탄해 엽기적 긴장과 흥미에 관심있는 팬들은 볼만하다. 간혹 귀족들의 오만한 엘리트 의식을 꼬집기도 하나 그다지 부각되지 않는다. 18세 이상. 15일 개봉.

허 엽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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