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스텝맘」, 친모-계모사이도 『사람나름』

  • 입력 1999년 1월 14일 19시 37분


퀴즈. 평론가들이 별 다섯개 만점에 너댓개의 별점을 주었다면 영화사들의 표정은?

정답 ‘썩은 미소’. 웃음 반 인상 반이라는 얘기다. 평론가들이 좋아하는 영화는 예술적이되 재미없다는 것으로 소문이 나 있으므로. 거꾸로 영화사들은 별 두세개짜리 평점에 ‘통속적’이라는 비평을 들을 때 좋아한다. 관객이 더 많이 몰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16일 개봉되는 ‘스텝맘’은 영화사가 기대하는 영화다. 지난해말 미국서 개봉됐을 때 현지언론은 ‘값싼 멜로드라마’ ‘사람을 울리는 신파조의 영화가 목표였다면 성공’이라고 평했고 좋게 말해주었다는 것이 ‘수잔 서랜든의 헤드라이트같은 눈과 줄리아 로버츠의 큰 입이 그렇게 서로를 보완해줄 줄 누가 알았으리’정도였다.

우리말로 ‘새엄마’로 번역되는 ‘스텝맘’은 지극히 통속적인 영화다. 아빠와 이혼한 친엄마(수잔 서랜든 분)와 곧 새엄마가 될 젊은 여자(줄리아 로버츠)는 애들을 ‘볼모’삼아 아웅다웅한다. 그러나 친엄마가 암에 걸린 것이 드러나면서 영화는 갑자기 70년대 영화 ‘사랑의 스잔나’처럼 변한다. ‘엄마가 된 스잔나’다.

친엄마는 새엄마에게 “난 아이들에게 과거로 남지만 당신은 미래가 되어줘요”하고 부탁하고 새엄마는 “당신처럼 잘 해낼 자신이 전 없어요”하고 화답하고….

그럼에도 이 영화엔 대중을 사로잡음직한 몇가지 미덕이 있다.

첫째, 수잔 서랜든과 줄리아 로버츠의 전기가 통하는 듯한 앙상블이다. 서랜든이 울리고, 로버츠가 웃기는 연기로 여자―여자의 연대가 얼마나 근사한 대안인지 보여준다.

둘째, ‘나홀로 집에’의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 ‘레인맨’의 각본을 쓴 론 바스는 이혼과 죽음이 가족 해체가 아니라 또다른 가족관계를 낳을 수 있음을 따뜻하게 그려낸다. 하긴 마음만 고쳐먹으면 달라지는게 어디 이뿐이랴. 입장바꿔 생각하면 세상에 이해못할 일이 없는 것을….

〈김순덕기자〉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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