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올리버 스톤의 'U턴'/재수없는 남자의 하루

  • 입력 1999년 12월 2일 19시 47분


《4일 개봉작은 ‘더 복서’ ‘U턴’ ‘엔드 오브 데이즈’ 3편. 짐 세리단 감독(더 복서)과 올리버 스톤 감독(U턴)은 각각 아일랜드와 미국 현대사를 영화에 담아온 거장들이다. 이들의 작품세계는 어떻게 변했을까? ‘더 복서’에서 세리단의 목소리는 여전하지만 ‘사랑의 농도’는 더 짙어졌다. ‘나의 왼발’ ‘아버지의 이름으로’에 이어 세리단과 세번째로 만나는 연기파 대니얼 데이 루이스의 변신과 울림이 가득한 연기가 볼거리다. 반면 ‘JFK’ ‘7월4일생’으로 정치적, 역사적 진실찾기에 몰두했던 스톤은 ‘U턴’을 통해 탐욕과 광기가 가득한 ‘인간의 생존게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엔드…’는 성서의 세기말적 분위기를 배경으로 한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액션물. 작품성보다는 흥행 성적이 관심거리》

★ 올리버 스톤의 'U턴'

U턴 할까, 아니면 좌회전이나 우회전은?

인생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길. 살아가면서 누구나 ‘인생의 도로표지판’을 수없이 만나게 된다.

올리버 스톤 감독의 97년 작 영화 ‘U턴’은 정말 억세게 재수없는 한 남자의 하루를 그렸다.

스톤은 베트남 전을 소재로 한 ‘플래툰’과 ‘7월4일생’으로 이미 두 차례나 아카데미 감독상을 차지했다. ‘U턴’은 이들 수상작품이나 역사와 실존 인물에 얽힌 진실을 추구한 ‘닉슨’‘JFK’ 등 그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보면 다소 가벼운 편이다. 그렇다고 ‘U턴’이 그의 작품 경향의 완전한 ‘U턴’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소재와 접근방식은 다르지만 인간에 대한 탐구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시시때때로 발생하는 인간들의 흥미로운 ‘생존 게임’을 엮고 있다. 수시로 흔들리는 화면과 극단적인 클로즈업, 사막의 열기가 그대로 배어나는 화면 연출을 통해 생존 게임에 몰두하는 인간들의 탐욕과 광기가 기괴스럽게 그려진다.

극 중 바비 쿠퍼(숀 펜 분)처럼 운 나쁜 사람이 또 있을까? 그는 이미 갱단에게 진 도박빚 때문에 손가락을 두 개나 잘렸다.

빚을 갚기 위해 돈가방을 싣고 사막을 횡단하던 중 애지중지하던 빨간 무스탕이 고장을 일으킨다. 그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U턴 표지판과 갈림길. 그는 차 수리를 위해 작은 마을에 들어서지만 처음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정비사(빌리 밥 손튼)는 무턱대고 차를 두고 가라고 하고, 그의 생명이나 다름없는 돈은 가게에 들이닥친 강도를 향해 쏜 여주인의 총알에 맞아 휴지조각이 된다. 매력적인 여인 그레이스(제니퍼 로페즈)와 그의 남편 제이크(닉 놀티)가 빈털털이 신세인 그에게 접근, 서로 상대방을 죽여주면 돈을 주겠다는 이상한 부탁을 한다.

스톤은 작품 속의 인물들을 “하나의 통 안에 든 전갈”로 비유했다. 그의 표현처럼 주인공을 포함한 극 중 인물들에게 약속이나 사랑은 언제나 상황에 따라 버릴 수 있는 헌신짝으로 묘사된다. 이 속물들의 모습에 대비시켜 페기 리의 노래 ‘It’s a Good Day’ 등을 사용한 엔니오 모리코네의 경쾌한 음악이 인상적이다.

시시각각 상황에 따라 불안하게 흔들리는 내면의 흐름을 효과적으로 표현한 숀 펜과 풍선처럼 부푼 몸만큼 탐욕스러워 보이는 손튼의 연기가 뛰어나다. 18세 이상 관람가. 4일 개봉.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30자 촌평

△U턴〓정공법의 정치영화에서 인생의 깊숙한 모래 속으로 들어간 스톤.(심영섭)

△더 복서〓편견의 힘은 무섭다.하지만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 폭력에 대한 짐 세리단 감독의 경고문.(변재란)

△엔드 오브 데이즈〓아놀드 슈워제네거의 화려한 부활. 그러나 맹목적이고 과다한 액션이 진지한 주제를 무력화한다.(전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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