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매입 GO” NC백화점의 ‘착한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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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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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문정동 ‘NC백화점 송파점’의 1층 ‘럭셔리 갤러리’ 매장 모습. NC백화점은 입점 브랜드로부터 판매수수료를 받지 않고 재고 부담도 백화점이 떠안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이랜드그룹 제공
서울 송파구 문정동 ‘NC백화점 송파점’의 1층 ‘럭셔리 갤러리’ 매장 모습. NC백화점은 입점 브랜드로부터 판매수수료를 받지 않고 재고 부담도 백화점이 떠안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이랜드그룹 제공
“그동안 ‘왜 이런 유통 채널이 없을까’라고 생각해 왔는데 NC백화점이 그런 안타까움을 풀어줬습니다.”

NC백화점에 입점한 국내 남성복 브랜드의 A 이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랜드그룹이 운영하는 NC백화점은 백화점이 직접 상품을 사서 매장에서 판매하는 ‘직매입 백화점’이다. 재고 부담도 백화점이 떠안는다. 국내 다른 백화점들은 매장에 입점한 브랜드를 상대로 판매 수수료를 받아 운영한다.

A 이사는 “판매 수수료를 안 내는 것은 물론이고 재고 부담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아직 입점 초기이고 판매 물량도 많지 않아 수익은 크게 늘지 않지만 직매입 백화점에 들어가는 물량이 커지면 순이익이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 백화점이 직접 상품 사서 판매

NC백화점은 지난해 9월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송파점’을 내면서 첫선을 보였다. 이랜드그룹은 지난해 12월 경기 성남시에 2호점인 ‘야탑점’을 개점한 데 이어 이달 7일에는 부산 해운대구에 ‘해운대점’을 열었다. 29일에는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총면적 10만9904m²(약 3만3000평), 지하 7층, 지상 10층 규모의 ‘강서점’을 낼 계획이다.

1년 남짓한 기간에 4개 점포를 내면서 본격적인 직매입 백화점 사업을 시작한 NC백화점이 최근 주목을 끌고 있다. 유통업계의 판매 수수료율이 최근 문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6일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대형 유통업체 대표들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만나 중소 납품업체로부터 받는 판매 수수료율을 3∼7%포인트 낮춰 달라고 요구했다. 백화점의 판매 수수료는 평균 3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국내 다른 백화점은 높은 수수료를 받으며 ‘부동산 임대업’을 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고 수수료 때문에 상품 값도 비싸져 일부 상류층만 이용한다는 인식이 생겼다”며 “미국 등에선 이미 보편화한 직매입 방식을 도입해 유통 채널을 다양화하고, 물건을 싸게 팔기 위해 NC백화점을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 입점 업체들도 기대

국내에서는 새로운 형식인 직매입 백화점이 등장하면서 입점 업체들도 기대가 크다. NC백화점에 입점한 한 여성 영캐주얼 브랜드의 B 이사는 “재고 처리는 패션 브랜드의 가장 큰 고민인데 백화점이 이 부담을 덜어주면 제품 개발에만 신경 쓸 수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 취향을 더욱 잘 반영한 제품 라인업을 갖출 수 있어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도 직매입 백화점을 이용하면 싼값에 물건을 살 수 있어 좋다. 이랜드그룹에 따르면 NC백화점은 현재 다른 백화점과 비교할 때 20∼30% 정도 싸게 물건을 판다. 특히 강서점에 들어설 국내 최대 규모(약 2300m²·약 700평)의 직매입 명품 편집숍 ‘럭셔리 갤러리’는 다른 백화점보다 최대 40%까지 싸게 제품을 팔 계획이다.

사업 초기 단계라 넘어야 할 벽도 많다. 기존 ‘질서’를 깨기가 쉽지 않다. 일부 대형 백화점들이 자기 백화점에 입점한 업체들이 NC백화점에 들어가는 걸 방해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C백화점 역시 재고 처리 부담이 만만찮은 게 고민이고 직매입 비중도 아직 30%대에 머물고 있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이랜드그룹이 운영하는 아웃렛 30여 개를 활용해 효율적으로 재고를 처리하고, 강서점부터 직매입 비중을 40%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라며 “구매력을 키워나가면 앞으로 직매입 방식이 유통업계의 현안을 해결할 대안으로 정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NC백화점의 직매입 실험이 기존 유통 질서를 뒤흔들 정도로 위력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한 증권사 유통담당 애널리스트는 “기존 대형 백화점들도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성 저하 때문에 직매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하지만 재고 부담 없는 기존 방식을 버리고 리스크가 큰 직매입에 당장 뛰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영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국내 메이저 업계의 독과점 구조가 이미 굳어져 있는 상황이라 NC백화점 사례가 ‘틈새시장의 실험’ 정도로 여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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