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 기자의 북극통신]‘이누이트’로 불러주오

  • 입력 2005년 3월 3일 1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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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에 에스키모는 없다?'

지난달 27일 에스키모 정착촌인 레졸루트로 가는 캐나다 국적기 퍼스트에어 안. 57개의 좌석이 만원이었지만 눈 씻고 찾아봐도 그림책과 사진첩에서 보아오던 에스키모는 없었다. 비행기 승무원에게 '혹시 기내에 에스키모에 관한 안내서가 없냐?'고 물어보자 그는 정색하며 "에스키모란 단어는 절대 쓰지 말라"고 했다.

에스키모는 캐나다 중앙부에 살던 인디언 종족인 크리족(Cree)이 그들 말로 극지방에 사는 원주민을 '날고기를 먹는 사람'이라며 비하하며 사용한 단어. 에스키모란 말 대신 극지방 원주민들은 '사람들'이란 뜻을 가진 '이누이트(Inuit)'라고 자신들을 지칭하며 에스키모란 말을 치욕으로 여기고 있다고 한다.

273명의 주민이 살고있는 캐나다에서 정기 항공편(일주일에 2번) 운행되는 최북단 마을인 레졸루트에서 이누이트는 물론 사람을 구경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도착하는 날 공항에서 아마우티(커다란 모자처럼 생긴 아이 포대기가 달린 에스키모 여성 전통의상)를 입은 여성 두세 사람을 본 뒤 베이스캠프를 차린 여관에서 일하는 사람들(대부분 서양인)과 길에서 노는 아이들 빼고 마주친 적이 없다.

"2, 3월이 일년 중 가장 추운 때라 노인들은 집 밖에 나오지 않고 어른들은 해 뜨기 전에 사냥하러 나가 해가 진 다음에야 돌아오기 때문에 나도 얼굴 보기 힘들다"는 것이 여관주인의 말.

3일 현재 이곳 기온은 영하 43도 체감온도 57도. 거짓말 안하고 밖에서 3분 정도 장갑을 끼지 않고 있다가 손가락에 동상이 걸려 약을 바르고 있다. 이런 혹독한 곳에 이누이트들이 모여 산다는 것이 신기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지난 1953년 캐나다 중앙정부가 에스키모에게 땅을 돌려준다는 의미로 17 가족을 선발해 레졸루트로 '강제 이주' 시켰단다. 하지만 대부분 가혹한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죽었고 캐나다 정부는 뒤늦게 지난 1996년 후손들에게1000만 달러를 보상해줬단다.

이유야 어쨌든 땅은 참 넓다. 이누이트가 자치권을 가진 레졸루트가 속한 누나부트 준주의 넓이는 캐나다 전체 면적의 20%인 약 199만4000㎢. 대한민국의 넓이가 9만9538㎢이니까 약 20배가 된다. 인구는 겨우 2만6745명이다.

레졸루트=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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