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새별 새꿈]<8>동화 ‘구름빵’ ‘달 샤베트’ 작가 백희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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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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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그림기법-내용 “그림책 새 장” 평가
“공부에 지친 아이들에 즐거움 주는게 목표”

동화작가 백희나 씨는 “새 작품에서는 이웃과 하나의 유기체로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그릴 것”이라고 말했다. 작가의 뒤에 나타난 배경은 ‘달 샤베트’에 등장하는 늑대들의 아파트. 백 씨는 종이로 이 아파트를 만든 뒤 사진을 찍어 동화책에 사용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동화작가 백희나 씨는 “새 작품에서는 이웃과 하나의 유기체로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그릴 것”이라고 말했다. 작가의 뒤에 나타난 배경은 ‘달 샤베트’에 등장하는 늑대들의 아파트. 백 씨는 종이로 이 아파트를 만든 뒤 사진을 찍어 동화책에 사용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의 주택가. 동화작가 백희나 씨(40)는 다세대 주택을 개조한 작업실에서 지난해 8월 나온 그림동화책 ‘달 샤베트’의 캐릭터 종이인형을 사진으로 찍는 작업에 바빴다. 스마트폰용 전자책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창작동화로는 그의 두 번째 작품인 ‘달 샤베트’는 지금까지 3만300여 부가 팔리며 ‘대박’이 났다.

작가 자신이 운영하는 1인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 별다른 마케팅 전략도 없이 대성공을 거둔 데는 40여 만 부 팔린 데뷔작 ‘구름빵’의 영향이 컸다. ‘구름빵’은 지난해 어린이 뮤지컬로 만들어져 20여만 명이 관람했고 애니메이션도 인기가 높다. 백 씨는 요즘 가장 ‘뜨거운’ 동화작가다.

‘달 샤베트’는 독특한 캐릭터와 뛰어난 상상력으로 어린이들을 사로잡고 있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더위에 달이 녹아내리자 아파트에 사는 늑대들이 달을 얼려 샤베트로 만든 뒤 나눠 먹는다는 이야기다.

“환경문제를 다루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이웃 간의 이야기예요. 아파트는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웃집과 접해있지만 예전보다 이웃간의 심리적인 거리는 더 멀어진 느낌이죠. 서로 무심했던 이웃들이 정전으로 하나가 되는 상황을 꾸며봤어요.”

그는 국내에서 주류로 통했던 서정적 동화를 판타지적, 몽환적으로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말 동아일보가 실시한 “국내 동화, 그림책 작가 ‘파워 라이터’는 누구인가”라는 설문조사에서 2위를 차지한 그에 대해 어린이 출판사 편집장들은 “독특한 그림 기법과 내용으로 그림책의 새 장을 연 작가” “반(半)입체 기법을 이용해 애니메이션을 책으로 보는 듯 흥미로운 구성과 자신의 철학을 잘 조합시킨 작가”라고 평가했다.

이런 평가에 대해 그는 “빡빡한 삶에 지친 현대의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게 내 작품의 목표”라며 “어른들도 동화책을 읽으며 일상의 위로를 얻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뛰어난 상상력의 원천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따뜻했던 어린시절의 기억”이라고 답했다.

“내 작품 속 뚱뚱한 아빠와 빵 잘 만드는 엄마는 실제 부모님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부모님은 내가 하려는 모든 것을 긍정해 주었습니다. 두 분에 대한 추억이 작품에 녹아들었어요. 아이들에게 이런 기억을 선물한다면 상상력을 키워줄 수 있겠죠.”

그림 대신 종이 인형을 만들고, 다시 사진으로 찍어 동화책으로 만드는 기법을 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구름빵’은 흐린 날씨의 표현이 중요했는데, 인형을 세우고 조명을 사용하면 명암의 대비를 확실하게 표현할 수 있어요. ‘달 샤베트’도 빛이 중요한 요소였죠. 정전으로 불이 꺼지고 다시 켜지는 효과를 잘 살리기 위해 종이로 실제처럼 만든 아파트에 직접 불을 켰다 끄는 방법을 썼어요.”

그가 애니메이션적 요소를 동화책에 도입한 데는 1997년부터 4년간 미국 칼아츠에서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공부한 것도 크게 작용했다. “대학(이화여대)에서는 교육공학을 전공했는데, 교육공학은 교육학을 어떻게, 어떤 매체를 통해 가르칠 것인가를 연구하는 학문이잖아요. 이런 경험과 미국에서의 애니메이션 작업 경험 덕분에 어린이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다양한 방법을 배운 것 같아요.”

1인 출판사를 운영하며 혼자 기획, 제작, 판매 등을 맡는 게 힘들지 않은지 물었다. “마음에 맞는 편집자와 분업을 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혼자 일하는 게 편해요. 그렇게 해야 좋은 책이 나올 것 같아요. 그래서 세간에는 내가 성격도 안 좋고 돈이 많아 혼자서 작업한다는 오해도 있더라고요, 하하”

그가 혼자 작업하는 데는 ‘구름빵’의 안 좋은 기억도 작용했다. 그는 2003년 산후조리를 하기 위해 잠시 미국에서 귀국했을 때 이 책을 냈다. 책은 시리즈물의 일부였고 저작권을 포기하는 계약을 했다. 뮤지컬, 애니메이션 등 2차 콘텐츠의 저작권도 모두 출판사 소유다.

“계약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신인작가의 권리도 존중받았으면 합니다. 내 책을 원작으로 2차 콘텐츠가 만들어지는데,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전혀 다른 ‘구름빵’들이 태어나는 걸 보면 속이 상합니다.”

두 아이의 엄마인 그는 “새해에는 창작 속도를 좀 늦추고 싶다”고 말했다. “일 욕심 탓에 잘 안되네요. 올해 두세 권의 책이 더 나올 예정인데 기대해 주세요.” 동화의 새 영역을 개척한 그의 책들이 새해 아이들의 마음을 얼마나 더 설레게 할까.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주애진 인턴기자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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